【선유도 공원】《까칠한 또르와 데이트하면서 걷기 좋은 산책로가 있는 곳》〔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집에 돌아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언제나 또르가 맹렬하게 달려 나와 꼬리를 마구 흔든다.
그리고는 발라당 배를 까보인다.
내가 또르에게 하는 모든 말은 그냥 ‘발라당’으로 통한다.
‘앉아’, ‘하이파이브’, ‘뽀뽀해 줘’, ‘등 좀 밟아’, ‘커피 끓여와’ 등 다양한 부탁을 해도 녀석은 언제나 발라당이다.
그런데 내 말이 먹히는 경우가 있다.
음식을 줄 때 “앉아”라고 말하면, 이때만은 정말 앉는다.
미동도 없이 앉아서 내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그 모습은 언제나 귀엽고 사랑스럽다.
또르와 선유도로 산책을 나갔다.
걷다가 자주 멈춰서서 냄새를 맡는다.
사람과 달리 반려견은 많이 걷는 것보다는 냄새를 맡는 것을 통해 스트레스를 푼다고 한다.
냄새를 맡을 때는 실컷 맡도록 내버려 둔다.
어차피 또르는 저질체력이라서 30분 이상 걸으면 헉헉거린다.
양화대교와 성산대교 사이의 한강에 떠 있는 선유도는 서울시 정수장을 재활용하여 조성한 환경생태공원이다.
정수장 패쇄 후 물을 주제로 형성된 공원 내에는 녹색기둥의 정원, 시간의 정원, 수질정화원, 수생식물원 등의 테마정원과 한강전시관이 자리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길쭉한 타원형의 선유도 공원 내에는 자작나무 숲길과 미루나무길 등 곳곳에 분위기 좋은 오솔길이 나 있어 또르와 가볍게 산책하기 그만이다.
한강시민공원에서 선유교를 건너면 되는데, 선유교는 보행자전용다리로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진 아치형의 나무다리다.
어둠이 내리면 일명 무지개 다리로 일컬어지며 화려한 색상의 조명이 잔잔한 강물 위로 퍼진 모습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선유교에서 내려다보는 한강은 마치 잔잔한 호수처럼 멋진 경치를 뽐낸다.
탁 트인 한강의 풍취에 젖어 강변길을 걷는 맛은 일품이다.
전망대를 지나면 까페나루라는 전망 좋은 테라스 카페가 있다.
원형극장 뒤로는 주제별 정원이 펼쳐진다.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과 수목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해주는 시간의 정원, 수생식물원, 녹색기둥의 정원으로 이어지는 길목은 정수장 구조물을 덮고 있던 지붕을 철거하고 남겨둔 기둥이 담쟁이덩굴과 어우러져 독특한 조형미를 안겨준다.
녹색 기둥의 정원 앞에서 왼쪽 한강변으로 가면, 공원을 둘러보다 강바람을 맞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정자 쉼터 선유정이 있다.
시원한 바람과 화창한 날씨에 또르도 한껏 신이 난 모양이다.
흥이 난 또르의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