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격부인론의 적용 및 그 확대와 역적용】《3자 거래를 이용한 법인격남용, 법인격의 부인, 법인격의 형해화》〔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법인격 부인론의 적용 및 그 확대와 역적용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고홍석 P.3033-3038 참조]
가. 법인격 부인론
⑴ ‘법인격 부인론’이란 법인격이 남용되어 회사가 사원과 독립된 실체를 갖지 못하는 경우 회사와 특정의 제3자 사이에 문제된 법률관계에서 회사의 법인격을 인정하지 않고 회사의 책임을 그 사원에게 묻는 것을 말한다(회사 책임 → 사원).
⑵ 원칙적으로 주식회사는 주주와 독립된 별개의 권리주체이므로 그 독립된 법인격이 부인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대법원 판례는 일정한 경우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개인(지배주주 등) 또는 모회사에 물어 법인격 부인론을 인정하고 있다.
◎ 대법원 2001. 1. 19. 선고 97다21604 판결(회사 책임 → 개인) [※‘자회사 책임 → 모회사’인 경우에 관한 대법원 2006. 8. 25. 선고 2004다26119 판결] : 회사가 외형상으로는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이는 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그 실질에 있어서는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타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그것이 배후자에 대한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쓰여지는 경우에는, 비록 외견상으로는 회사의 행위라 할지라도 회사와 그 배후자가 별개의 인격체임을 내세워 회사에게만 그로 인한 법적 효과가 귀속됨을 주장하면서 배후자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법인격의 남용으로서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고, 따라서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인 타인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⑶ 나아가 대법원 판례는 법인격 부인론 적용요건으로 법인격 형해화 또는 법인격 남용을 선택적으로 제시하고 있고, 그 요건해당의 기준시점을 문제가 되는 법률행위나 사실행위를 한 시점 또는 채무면탈 등 남용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
◎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다90982 판결 : 여기서 회사가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사람의 개인기업에 불과하다고 보려면, 원칙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법률행위나 사실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회사와 배후자 사이에 재산과 업무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혼용되었는지 여부, 주주총회나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는 등 법률이나 정관에 규정된 의사결정절차를 밟지 않았는지 여부, 회사 자본의 부실 정도, 영업의 규모 및 직원의 수 등에 비추어 볼 때, 회사가 이름뿐이고 실질적으로는 개인 영업에 지나지 않는 상태로 될 정도로 형해화되어야 한다. 또한, 위와 같이 법인격이 형해화될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회사의 배후에 있는 자가 회사의 법인격을 남용한 경우,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으나 이 경우 채무면탈 등의 남용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회사의 배후에 있는 사람이 회사를 자기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고, 그와 같은 지위를 이용하여 법인 제도를 남용하는 행위를 할 것이 요구되며, 위와 같이 배후자가 법인 제도를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앞서 본 법인격 형해화의 정도 및 거래상대방의 인식이나 신뢰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 법인격 형해화 v. 법인격 남용
⑴ 법인격 형해화
① 회사가 이름뿐이고 실질적으로는 개인 영업에 지나지 않는 상태로 될 정도로 형해화된 경우이다.
② 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주주 지배의 완전성, 주주의 개인재산과 회사재산의 혼용 등이 요구된다.
⑵ 법인격 남용 (= 주로 채무면탈 사안)
① 법인격이 형해화될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회사의 배후에 있는 자가 주로 채무면탈 목적으로 회사의 법인격을 남용한 경우이다.
② 객관적 징표 이외에 법인격 남용의 목적(채무면탈, 계약상 채무의 회피, 탈법행위 등 위법한 목적달성을 위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하는 등의 주관적 의도 또는 목적.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7다85980 판결)이라는 주관적 요건도 요구된다.
다. 법인격 부인론의 적용 확대
⑴ 대법원 판례는 ‘회사 책임 → 개인(지배주주), 모기업’의 경우와 같은 전형적인 경우뿐만 아니라 (지배주주가) 기존회사의 채무면탈을 위하여 회사 제도를 이용하는 경우에도 법인격 부인론을 적용하여 왔다.
그 구체적인 유형을 아래와 같고, 이 경우 기존회사의 채권자는 신설회사, 이미 설립되어 있는 회사에도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 [기존회사 → 신설회사] : 기존회사가 채무를 면탈하기 위하여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신설회사를 설립하였다면, 신설회사의 설립은 기존회사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 달성을 위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에 해당한다(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2다66892 판결,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6다24438 판결).
㈏ [기존회사 → 이미 설립되어 있는 회사] : 어느 회사가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이미 설립되어 있는 다른 회사를 이용한 경우에도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0다94472 판결).
㈐ [기존회사 → 제3자 → 이미 설립되어 있는 회사] : 기존회사의 자산이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다른 회사로 바로 이전되지 않고, 기존회사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한 제3자에게 이전되었다가 다시 다른 회사로 이전되었고, 다른 회사가 제3자로부터 자산을 이전받는 대가로 기존회사의 다른 자산을 이용하고도 기존회사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경우에도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대법원 2019. 12. 13. 선고 2017다271643 판결).
⑵ 참고로, 이를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으로 파악하는 견해도 있다.
기존회사가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신설회사를 설립한 경우는 신설회사 설립이 회사 제도를 남용한 것이고 이 경우 기존회사의 채권자가 신설회사에게도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므로, 본래의 의미의 법인격 부인론과 반대방향으로 적용된다는 면에서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이라는 것이다.
라.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
⑴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은 지배주주가 지는 책임을 그가 지배하는 회사에 부담시키는 것을 의미한다(지배주주 책임 → 회사).
⑵ 종래 대법원 판례 중에는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지배주주 책임 → 회사)을 긍정함을 전제로 한 판결들이 있었는데(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6다62829 판결,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73400 판결 등), 대법원 2021. 4. 15. 선고 2019다293449 판결은 명시적으로 ‘회사에 대하여 회사 설립 전 개인이 부담한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것이 가능한 경우’를 판시하였다.
◎ 대법원 2021. 4. 15. 선고 2019다293449 판결 : 나아가 그 개인과 회사의 주주들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등 개인이 새로 설립한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로서, 회사 설립과 관련된 개인의 자산 변동 내역, 특히 개인의 자산이 설립된 회사에 이전되었다면 그에 대하여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는지 여부, 개인의 자산이 회사에 유용되었는지 여부와 그 정도 및 제3자에 대한 회사의 채무 부담 여부와 그 부담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 회사와 개인이 별개의 인격체임을 내세워 회사 설립 전 개인의 채무 부담행위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부인하는 것이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회사 설립 전에 개인이 부담한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19다293449 판결의 사안은 개인이 채무를 면탈하기 위하여 회사를 설립한 경우이다.
위 판결은 이때 회사에 대하여 회사 설립 전에 개인이 부담한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그 개인과 회사의 주주들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등 개인이 새로 설립한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요건으로 한다.
→ 개인의 책임을 회사에게 지우는 것은 결국 다른 주주들에게도 책임을 묻는 결과가 됨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 대법원 2019다293449 판결은 대법원 종합법률정보에서 “개인의 채권자가 개인이 설립한 회사에 대하여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을 전제로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사건”이라고 설명되고 있고, 위 판결이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을 명시적으로 긍정한 판결이라고 평가하는 견해가 있다.
㈐ 반면 대법원 2019다293449 판결을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으로 보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도 있다[① 대법원 2019다293449 판결은 ‘기존에 영업을 회사가 아니라 개인사업 형태로 하다가 그 채무를 면탈하기 위하여 회사를 설립한 경우’이므로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이라는 개념을 채택한 것이 아니고 다만 채무면탈을 위한 회사 설립을 법인격 부인의 한 유형으로 처리하고 있을 뿐이라는 견해, ② 대법원 판례가 명시적으로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이라는 새로운 법리를 채택한 것은 의문이라면서, 법인격 부인론은 법인격이 남용된 경우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고, 그렇다면 그 적용방향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본래의 의미의 법인격 부인론과 그 역적용을 굳이 구별할 필요 없이 모두 법인격 부인론의 적용범위에 속하는 유형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 ③ 비상장주식에 대한 강제집행의 어려움을 덜어주려는 것이고 채무면탈 목적과 필연적으로 결합할 것은 아닌 ‘강학상의 법인격부인론의 역적용’(주주에 대한 채권자가 그 주주의 보유주식에 대한 강제집행을 넘어 그 주주가 투자한 회사 자체에 강제집행할 수 있도록 법리로서, 회사의 다른 주주, 채권자들에게 불이익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인정)과 대법원 2019다293449 판결은 다르다는 견해가 있음].
㈑ 어쨌든 대법원 2019다293449 판결은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을 전제로) 지배주주의 책임을 회사에 물을 수 있는 일정한 경우를 판시한 것이고,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에 대한 일반적 법리를 판시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 나아가 위와 같은 법리의 적용은 신중할 필요가 있음. 회사 설립 전 개인의 채권자가 설립 후 회사에 대해 채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그 개인의 채무부담과 무관한 주주나 회사설립 후 회사의 채권자의 이익이 침해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⑶ 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다276703 판결은 회사에 대하여 개인이 부담한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대법원 2019다293449 판결 법리의 포섭 범위를 확대하고, 해당 법리의 적용요건과 기준시점을 명시하였다.
◎ 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다276703 판결 : (대법원 2019다293449 판결의 위 법리 판시) 위와 같이 개인의 채무 부담행위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부인하는 것이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고 인정되어 회사에 대하여 개인이 부담한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법리는 채무면탈을 목적으로 회사가 새로 설립된 경우뿐 아니라 같은 목적으로 기존 회사의 법인격이 이용되는 경우에도 적용되는데, 여기에는 회사가 이름뿐이고 실질적으로는 개인기업에 지나지 않은 상태로 될 정도로 형해화된 경우와 회사의 법인격이 형해화될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개인이 회사의 법인격을 남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때 회사의 법인격이 형해화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법률행위나 사실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회사의 법인격이 형해화될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개인이 회사의 법인격을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채무면탈 등의 남용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각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9다293449 판결은 채무면탈 목적으로 개인이 회사를 새로 설립한 경우에 관한 판시인데, 대상판결은 그러한 법리가 같은 목적으로 기존 회사의 법인격이 이용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하여 그 포섭범위를 확대하였다.
㈏ 또한, 위 판결(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다276703 판결)은 종래 법인격 부인론에 관한 대법원 판례에서와 마찬가지로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의 경우에도 ① 그 적용요건으로는 법인격 형해화와 법인격 남용이 있음을 확인하고, ② 그 요건해당 여부 판단의 기준시점을 문제가 되고 있는 법률행위나 사실행위를 한 시점 또는 채무면탈 등의 남용행위를 한 시점으로 명시하였다.
⑷ 다만 위 판결(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다276703 판결) 법리의 경우에도 개인의 채권자가 기존 회사에 대해 채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그 개인의 채무부담과 무관한 주주나 기존 회사의 채권자의 이익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그 적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마. 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다276703 판결 사안의 경우
⑴ 다만 위 판결(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다276703 판결)은 지배주주의 책임을 이미 설립되어 있는 회사에 묻는 것을 부정하였는데,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 법인격 형해화 부정 : ① 소외 1이 피고를 단독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사정, ② 소외 1이 피고의 재산인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사용․수익하였다는 사정, ③ 피고가 휴면회사로 해산간주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의 법인격이 형해화되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함
㈏ 법인격 남용 부정 : 일단 소외 1이 피고에 대한 지배적 지위에 있다고는 볼 수 있음. 그러나 소외 1은 피고가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한 시점으로부터 2년이 훨씬 지나서야 원고로부터 금전을 차용하였으므로, 소외 1이 원고에 대한 채무를 면탈하거나 후에 있을 강제집행을 면탈하기 위하여 피고가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하는 방법으로 피고의 법인격을 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음
⑵ 이를 근거로 위 판결(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다276703 판결)은 소외 1의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피고의 법인격이 남용되었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바. 회사의 법인격을 부인하여 그 배후에 있는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기 위한 요건, 회사에 대하여 회사 설립 전에 개인이 부담한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기 위한 요건, 채무면탈을 목적으로 기존 회사의 법인격이 이용된 경우로서 회사에 대해 개인이 부담한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 시점(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다276703 판결)
⑴ 위 판결의 쟁점은, ① 회사의 법인격을 부인하여 그 배후에 있는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기 위한 요건, ② 회사에 대하여 회사 설립 전에 개인이 부담한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기 위한 요건, ③ 채무면탈을 목적으로 기존 회사의 법인격이 이용된 경우로서 회사에 대해 개인이 부담한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 시점이다.
⑵ 주식회사는 주주와 독립된 별개의 권리주체이므로 그 독립된 법인격이 부인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개인이 회사를 설립하지 않고 영업을 하다가 그와 영업목적이나 물적 설비, 인적 구성원 등이 동일한 회사를 설립하는 경우에 그 회사가 외형상으로는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고, 실질적으로는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개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회사가 개인에 대한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이용되고 있는 예외적인 경우까지 회사와 개인이 별개의 인격체임을 이유로 개인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회사의 법인격을 부인하여 그 배후에 있는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대법원 2001. 1. 19. 선고 97다21604 판결,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다90982 판결 등 참조).
나아가 그 개인과 회사의 주주들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등 개인이 새로 설립한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로서, 회사 설립과 관련된 개인의 자산 변동 내역, 특히 개인의 자산이 설립된 회사에 이전되었다면 그에 대하여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는지 여부, 개인의 자산이 회사에 유용되었는지 여부와 그 정도 및 제3자에 대한 회사의 채무 부담 여부와 그 부담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 회사와 개인이 별개의 인격체임을 내세워 회사 설립 전 개인의 채무 부담행위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부인하는 것이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회사 설립 전에 개인이 부담한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1. 4. 15. 선고 2019다293449 판결 참조).
위와 같이 개인의 채무 부담행위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부인하는 것이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고 인정되어 회사에 대하여 개인이 부담한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법리는 채무면탈을 목적으로 회사가 새로 설립된 경우뿐 아니라 같은 목적으로 기존 회사의 법인격이 이용되는 경우에도 적용되는데, 여기에는 회사가 이름뿐이고 실질적으로는 개인기업에 지나지 않은 상태로 될 정도로 형해화된 경우와 회사의 법인격이 형해화될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개인이 회사의 법인격을 남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때 회사의 법인격이 형해화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법률행위나 사실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회사의 법인격이 형해화될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개인이 회사의 법인격을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채무면탈 등의 남용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각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다90982 판결,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73400 판결 등 참조).
⑶ 원고는 甲에게 금전을 대여하고 그 대여금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甲의 아들 소유의 A부동산에 관하여 원고의 처 명의로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를 마치고, 그에 관한 강제경매절차에서 원고의 처가 일부 배당을 받았으며, 이후 원고가 甲을 상대로 지급명령을 신청하여 지급명령이 발령되고 확정되었다.
피고는 부동산중개업, 임대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되었고 甲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법인으로, 원고가 甲에게 금전을 대여하기 전 B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하였으며, 원고의 甲에 대한 지급명령 확정 후 상법 제520조의2에 의하여 해산 간주되면서 甲이 그 대표청산인으로 취임하였다.
원고는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 법리를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대여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⑷ 원심은, 기존 채무자인 甲의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피고의 법인격이 남용되었으므로 피고가 甲과 별개의 법인격임을 내세워 甲의 원고에 대한 채무를 부정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⑸ 대법원은, 甲이 피고를 단독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의 법인격이 형해화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한 점, 피고가 그 설립 목적에 부합하게 활동한 사정이 있는 점, 피고가 상법 제520조의2에 따라 해산 간주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법인격이 형해화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피고가 B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하고 수 년 후에야 甲이 원고로부터 금전을 차용하였으므로 甲이 원고에 대한 채무를 면탈하기 위하여 피고의 법인격을 남용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甲이 원고에 대한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원고의 처를 가등기권자로 하는 가등기를 마쳐주었다는 사정만으로 강제집행을 면탈할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甲이 원고에 대한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법인격이 형해화된 피고를 이용하였다거나 피고의 법인격을 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2. 제3자 거래를 이용한 법인격 남용 (대법원 2019. 12. 13. 선고 2017다271643 판결)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220-221 참조]
가. 법인격 남용의 유형
⑴ 기존 회사 ⇨ 신설회사 (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2다66892 판결 등)
⑵ 기존 회사 ⇨ 이미 설립되어 있는 다른 회사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6다24438 판결 등)
⑶ 기존 회사 ⇨ 제3자 ⇨ 이미 설립되어 있는 다른 회사 (대법원 2019. 12. 13. 선고 2017다271643 판결)
다른 회사가 제3자로부터 자산을 이전받으면서 그 대가를 기존 회사의 돈으로 지급하였다면, 기존 회사에서 제3자로 자산이 이전된 것과 다르지 않다.
나. 법인격 남용 사안에서 채무 이행 청구의 상대방 : 두 회사 모두
기존회사의 채권자는 위 두 회사 어느 쪽에 대해서도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2다66892 판결 등).
다. 기존회사의 채권자가 법인격남용을 주장하면서 다른 회사를 상대로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을 수 있는지 여부 (= 소극)
승계집행문은 재판장의 명령에 따라 법원사무관이 발부한다(민사집행법 32조).
기존회사의 채권자가 법인격남용을 주장하면서 다른 회사를 상대로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을 수 없다.
피고 회사가 소외 회사의 채권자에 대하여 소외 회사와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는 회사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법인격을 남용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도 권리관계의 공권적인 확정 및 그 신속․확실한 실현을 도모하기 위하여 절차의 명확 안정을 중시하는 소송절차 및 강제집행절차에 있어서는 그 절차의 성격상 소외 회사에 대한 판결의 기판력 및 집행력의 범위를 피고 회사에까지 확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5. 5. 12. 선고 93다44531 판결).
라. 기존회사가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달성을 위해 회사제도를 남용하는 경우의 법리의 확장/ 법인격남용사안에서 채무 이행 청구의 상대방 및 기존회사의 채권자가 법인격남용을 주장하면서 다른 회사를 상대로 승계집행문을 부여받을 수 있는지 여부(소극)(대법원 2019. 12. 13. 선고 2017다271643 판결)
⑴ 공사 하도급업자인 원고 甲과 재하도급업자들인 나머지 원고들이, 해당 건물의 건축주명의를 양수한 피고를 상대로 공사대금지급을 구하는 경우, 회사제도 남용 여부가 다투어지는 사안이다.
⑵ 기존회사가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신설회사를 설립한 경우 이는 기존회사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에 해당한다. 기존회사의 채권자에 대하여 위 두 회사가 별개의 법인격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되지 않는다. 기존회사의 채권자는 위 두 회사 어느 쪽에 대해서도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2다6689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어느 회사가 이미 설립되어 있는 다른 회사 가운데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회사를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이용한 경우에도 적용된다. 여기에서 기존회사의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다른 회사의 법인격을 이용하였는지는 기존회사의 폐업 당시 경영상태나 자산상황, 기존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유용된 자산의 유무와 그 정도, 기존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자산이 이전된 경우 그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는지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6다24438 판결,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0다94472 판결 등 참조).
이때 기존회사의 자산이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다른 회사로 바로 이전되지 않고, 기존회사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한 제3자에게 이전되었다가 다시 다른 회사로 이전되었다고 하더라도, 다른 회사가 제3자로부터 자산을 이전받는 대가로 기존회사의 다른 자산을 이용하고도 기존회사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다면, 이는 기존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직접 자산이 유용되거나 정당한 대가 없이 자산이 이전된 경우와 다르지 않다. 이러한 경우에도 기존회사의 채무를 면탈할 의도나 목적, 기존회사의 경영상태, 자산상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으로 판단된다면, 기존회사의 채권자는 다른 회사에 채무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⑶ 공사 하도급업자인 원고 甲과 재하도급업자들인 나머지 원고들이 그 사이의 채권 양수 등을 원인으로 하여 원래 건축주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건물 건축주 명의가 판결에 기하여 원래 건축주인 A회사에서 소외인으로 변경되고 다시 피고가 소외인으로부터 건축주 명의를 양수한 사안에서, 정당한 소외인이 중간에 개입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회사제도 남용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고, 이러한 경우에도 소외인으로부터 피고에게 건축주 지위가 이전되는 과정에서 A회사가 차용한 자금이 사용되는 등 A회사의 자산이 정당한 대가 없이 이전되거나 유용되었다면, A회사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달성을 위해 피고를 이용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A회사의 채권자인 원고들이 피고에 대해서도 채무의 이행을 구할 수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하여, 이와 달리 피고의 책임을 부정한 원심을 파기한 사례이다.
3.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 회사의 법인격을 부인하여 그 배후에 있는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경우 및 회사에 대하여 회사 설립 전 개인이 부담한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것이 가능한 경우. 대법원 2021. 4. 15. 선고 2019다293449 판결)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220-221 참조]
가. 법인격 부인론의 유형
⑴ 법인 ⇨ 개인 (법인격 부인론의 출발)
법인은 별개의 권리의무주체이고, 법인을 구성하는 개인은 대외적으로 책임을 지지 아니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판례는 법인이 그 실질에 있어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법인격이 배후에 있는 자의 책임을 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배후자에게도 책임을 인정하여 왔으며, 이러한 판례의 이론은 계속 확대되어 왔다(대법원 2001. 1. 19. 선고 97다21604 판결 : 회사가 외형상으로는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이는 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그 실질에 있어서는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타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그 것이 배후자에 대한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쓰여지는 경우에는, 비록 외견상 으로는 회사의 행위라 할지라도 회사와 그 배후자가 별개의 인격체임을 내세워 회사에게만 그로 인한 법적 효과가 귀속됨을 주장하면서 배후자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 되는 법인격의 남용으로서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고, 따라서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인 타인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⑵ 법인 ⇨ 법인
판례는 법인 간에도 법인격 부인론을 적용하여 왔다.
① 기존회사 → 신설회사 (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2다66892 판결 등)
② 기존회사 → 이미 설립되어 있는 다른 회사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6다24438 판결 등)
③ 기존회사 → 제3자 → 이미 설립되어 있는 다른 회사 (대법원 2019. 12. 13. 선고 2017다271643 판결)
⑶ 개인 ⇨ 법인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 대법원 2021. 4. 15. 선고 2019다293449 판결)
이 사안은 ‘개인이 부담하고 있는 채무를 그 개인이 남용하고 있는 법인에게 물을 수 있 는가’하는 문제, 즉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이 가능한가의 문제이다.
종래부터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도 가능하다고 본 학설이 많았고, 법인격 부인론의 인정 취지를 고려하면 이를 부정할 별다른 이유가 없다.
단, 주주 개인의 채무를 법인에 부담시키는 경우 제3의 피해자가 생길 우려가 있으므로, 신설 법인의 지배구조가 실질적으로 채무자와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주주 등으로만 구성된 경우에 한정되어야 한다는 추가적인 요건이 요구된다.
나. 법인격 부인론과 판단기준
⑴ 주주유한책임과 법인격 부인론
주주는 기본적으로 주식회사의 채무에 대해 직접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단지 자신이 소유한 주식의 가치를 상실할 수 있는 위험을 부담할 뿐이다.
즉 주주와 회사는 별개의 법인격이다.
이러한 주주유한책임의 원칙은 사업실패에 따른 위험부담을 완화하고 모험적인 투자 및 회사운영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주식회사의 발전과 현대 상거래 형성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그럼에도 주주와 회사의 법인격을 분리한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채무면탈을 위해 회사제도를 악용하고 재산을 빼돌리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났고, 이를 그대로 용인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예외적으로 ‘법인격 부인론’의 법리를 동원하여 회사의 책임을 그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다른 회사나 주주 개인에게도 물을 수 있는 길을 마련한 것이다.
⑵ 법인격 부인의 판단
법인격 부인의 판단은 ‘자산 이전의 대가’가 정당하게 부담되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예컨대 A 주식회사가 부도가 나 영업재산에 대한 경매가 진행되었는데, A 주식회사의 임원이 다시 새로운 법인을 만들어 A 주식회사의 영업재산을 매수한 다음 동일 주소지에서 유사한 영업행위를 시작한 경우를 상정해 보자.
이 경우 사업장 소재지는 물론이고, 사업의 형태나 거래처, 임원 구성까지 동일 또는 유사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경우에 영업내용, 임원 구성 등의 동일성만으로 바로 법인격 부인론이 적용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만약 경락대금을 기존의 A 주식회사와 관계없는 주주 개인의 돈 또는 외부에서 새로이 차용하는 등으로 부담하였다면, A 주식회사의 자산 이전의 대가가 A 주식회사와 무관한 재산을 통해 부담된 것이므로, 신설회사를 통해 새로운 사업을 하는 행위가 채무면탈 등 법인격 제도를 악용한 것이라고 쉽게 단정할 수 없는 것이다.
반대로 경락대금 등이 실질적으로 A 주식회사의 자산으로 지급되었다거나, 그밖에 A 주식 회사의 재산이 무상으로 신설회사에 이전된 것이 있다면, 이는 당초 A 주식회사의 채권자들의 책임재산이 되어야 할 자산이 부당한 방법으로 일탈된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법인격 부인론이 적용될 가능성이 많다.
자산이 이전된 것이 있는지, 그에 대한 대가가 정당하게 지급되었는지를 중심으로 법인격 부인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다. 대법원 2021. 4. 15. 선고 2019다293449 판결의 내용
⑴ 위 판결은 통상의 법인격 부인론과 반대로 ‘주주’ 개인의 채무를 ‘회사’에게도 부담시킬 수 있다는 점, 즉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최초로 판시한 사안이다.
⑵ 소외 3의 재산이 신설 주식회사로 양도되었고 그 대가로 소외 3에게 신설 주식회사의 주식이 교부되었으나, 그 주식은 환가하기가 쉽지 않다.
대법원은 소외 3의 채권자들에 대한 책임재산이 일탈되었다고 평가하였다.
⑶ 한편 신설회사의 주주는 전원 소외 3의 가족들로서 실질적으로 소외 3이 신설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법인격 부인론의 취지에 비추어 신설 주식회사에 책임을 지우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라. 법인격부인론의 역적용, 법인격남용/회사의 법인격을 부인하여 그 배후에 있는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경우 및 회사에 대하여 회사 설립 전 개인이 부담한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것이 가능한 경우(대법원 2021. 4. 15. 선고 2019다293449 판결)
⑴ 이 사건의 쟁점은, 개인과 회사의 주주들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등 개인이 새로 설립한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로서, 회사와 개인이 별개의 인격체임을 내세워 회사 설립 전 개인의 채무 부담행위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부인하는 것이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회사 설립 전에 개인이 부담한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적극) 및 그 판단 기준이다.
⑵ 개인과 회사의 주주들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등 개인이 새로 설립한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로서, 회사 설립과 관련된 개인의 자산 변동 내역, 특히 개인의 자산이 설립된 회사에 이전되었다면 그에 대하여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는지 여부, 개인의 자산이 회사에 유용되었는지 여부와 그 정도 및 제3자에 대한 회사의 채무 부담 여부와 그 부담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 회사와 개인이 별개의 인격체임을 내세워 회사 설립 전 개인의 채무 부담행위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부인하는 것이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회사 설립 전에 개인이 부담한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⑶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던 A가 원고에게 채무를 부담하고 있던 중(이하 ‘이 사건 채무’) 영업목적이나 물적 설비, 인적 구성원 등이 동일한 피고를 설립하였는데, A를 제외한 피고의 주주들도 A와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 하였고, A의 개인사업체의 모든 자산이 피고에게 이전된 반면, A는 자본금 3억 원으로 설립된 피고 주식 중 50%를 취득한 외에 아무런 대가를 지급받지 않은 사건에서, 피고가 A의 채권자인 원고에게 이 사건 채무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원심을 수긍하여 상고기각한 사례이다.
4. 법인격의 부인 (판례의 태도)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67-69 참조]
⑴ 대법원은 법인격부인론을 받아들여, 형해화된 법인의 채무에 대하여 그 배후자의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① 대법원 2001. 1. 19. 선고 97다21604 판결 : 회사는 그 구성원인 사원과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는 것이고, 이는 이른바 1인 회사라 하여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회사가 외형상으로는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이는 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그 실질에 있어서는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타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그것이 배후자에 대한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쓰여지는 경우에는 비록 외견상으로는 회사의 행위라 할지라도 회사와 그 배후자가 별개의 인격체임을 내세워 회사에게만 그로 인한 법적 효과가 귀속됨을 주장하면서 배후자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법인격의 남용으로서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이고, 따라서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인 타인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② 대법원 2008. 9.11. 선고 2007다90982 판결은 위 판결의 법리를 좀 더 발전시켜, 법인격의 형해화와 남용을 구분하여 판단하고 있다.
㉠ 회사가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타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다고 보려면, 원칙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법률행위나 사실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회사와 배후자 사이에 재산과 업무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혼용되었는지 여부, 주주총회나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는 등 법률이나 정관에 규정된 의사결정절차를 밟지 않았는지 여부, 회사 자본의 부실 정도, 영업의 규모 및 직원의 수 등에 비추어 볼 때, 회사가 이름뿐이고 실질적으로는 개인영업에 지나지 않는 상태로 될 정도로 형해화되어야 한다.
㉡ 또한 위와 같이 법인격이 형해화될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회사의 배후에 있는 자가 회사의 법인격을 남용한 경우,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인 타인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으나, 이 경우 채무면탈 등의 남용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회사의 배후에 있는 자가 회사를 자기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고, 그와 같은 지위를 이용하여 법인 제도를 남용하는 행위를 할 것이 요구되며, 위와 같이 배후자가 법인 제도를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앞서 본 법인격 형해화의 정도 및 거래상대방의 인식이나 신뢰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위 판결은 법인격 남용이 인정되는 경우를 처음으로 법인격 형해화와 법인격 남용으로 명백하게 구분하고 각각의 판단시기와 판단기준을 제시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⑵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기업의 형태와 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신설회사를 설립한 경우(이른바 사해설립) 신설회사의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즉 기존회사가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신설회사를 설립한 경우 이는 기존회사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에 해당한다. 기존회사의 채권자에 대하여 위 두 회사가 별개의 법인격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되지 않는다. 기존회사의 채권자는 위 두 회사 어느 쪽에 대해서도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2다66892 판결. 특히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6다24438 판결은, “기존회사의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신설회사를 설립한 것인지 여부는 기존회사의 폐업 당시 경영상태나 자산상황, 신설회사의 설립시점, 기존회사에서 신설회사로 유용된 자산의 유무와 그 정도, 기존회사에서 신설회사로 이전된 자산이 있는 경우, 그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는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라고 판시함으로써 구체적인 판단요소를 제시하고 있다. 이 판결에서 일반론으로 ‘채무를 면탈하기 위하여’ 또는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나, 대법원 2006. 8.25. 선고 2004다26119 판결과는 달리 회사제도의 남용을 인정하기 위해서 주관적 목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지는 않다. 또한 이 사건에 대한 구체적 판단에서 채무면탈을 인정할 객관적 요소에 관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할 뿐이고, 주관적 요소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고 있다. 이는 법인격 남용을 인정하는 데 주관적 요건은 필요하지 않다는 비판을 수용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이 판결은 이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에서 기존회사와 신설회사 사이에 재산 또는 자금의 혼용이 없다는 이유로 채무면탈에 관한 사정을 부정하였는데, 재산 또는 자금의 혼용 여부는 법인격 남용을 판단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⑶ 나아가 이러한 법리는 어느 회사가 이미 설립되어 있는 다른 회사 가운데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회사를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이용한 경우에도 적용된다.
여기에서 기존회사의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다른 회사의 법인격을 이용하였는지는 기존회사의 폐업 당시 경영상태나 자산상황, 기존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유용된 자산의 유무와 그 정도, 기존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자산이 이전된 경우 그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는지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0다94472 판결 : 아파트 신축사업을 추진하던 甲 회사와 乙 회사가 사업부지인 토지의 공유지분을 소유하고 있던 丙과, 그에게서 공유지분을 이전받는 대신 신축 아파트 1세대를 분양해 주기로 하는 내용의 약정을 체결하면서 담보로 당좌수표를 발행해 주고, 그 약정에 따라 乙 회사와 丙이 분양계약을 체결하여 甲 회사가 공유지분을 이전받았는데, 아파트 공사 진행 중 甲, 乙 회사가 위 토지와 사업권을 丁 회사와 戊 회사를 거쳐 己 회사에 매도한 사안에서, 위 회사들은 모두 영업목적이 동일하고 법인 소재지도 상당 부분 일치하는 점, 위 회사들은 乙 회사의 대표이사였던 자가 사실상 지배하는 회사인 점, 위 토지 외에 별다른 자산이 없었던 甲, 乙 회사가 부도가 이미 발생하였거나 임박하여 위 토지와 사업권을 정당한 대가를 지급받지 않고 丁 회사에 양도한 것으로 보이고, 丁 회사에서 戊 회사를 거쳐 己 회사에게 위 토지와 사업권이 이전되는 과정에서도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甲, 乙 회사가 丙에게서 이전받은 공유지분이 포함된 위 토지와 사업권을 丁 회사에 양도하면서 위 약정 등에 따른 丙에 대한 채무를 부도난 甲, 乙 회사에 남겨둔 점 등을 종합할 때, 위 회사들은 乙 회사의 대표이사였던 자가 사실상 지배하는 동일한 회사로서 甲, 乙 회사가 丙에 대한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다른 회사의 법인격을 내세운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므로, 甲, 乙 회사의 채권자인 丙은 甲, 乙 회사뿐만 아니라 己 회사에 대해서도 위 약정에 기한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한 사례).
⑷ 이때 기존회사의 자산이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다른 회사로 바로 이전되지 않고, 기존회사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한 제3자에게 이전되었다가 다시 다른 회사로 이전되었다고 하더라도, 다른 회사가 제3자로부터 자산을 이전받는 대가로 기존회사의 다른 자산을 이용하고도 기존회사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다면, 이는 기존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직접 자산이 유용되거나 정당한 대가 없이 자산이 이전된 경우와 다르지 않다.
이러한 경우에도 기존회사의 채무를 면탈할 의도나 목적, 기존회사의 경영상태, 자산상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으로 판단된다면, 기존회사의 채권자는 다른 회사에 채무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9. 12. 13. 선고 2017다271643 판결 : 甲 주식회사가 乙에게 건물 신축공사를 도급하였고 乙은 丙 등에게 공사를 하도급하였으며, 그 후 乙이 丙 등에게 甲 회사에 대한 공사대금채권 일부를 양도하였는데, 도급계약 체결 당시 위 건물의 건축주는 甲 회사였고, 丁 주식회사가 甲 회사를 상대로 건축주명의변경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승소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丁 회사로 건축주 명의가 변경되었다가 이후 다시 戊 주식회사로 변경되었으며, 甲 회사와 戊 회사는 모두 己가 설립하여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회사이고, 이에 乙과 丙 등이 회사제도 남용의 법리에 따라 戊 회사를 상대로 공사대금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甲 회사와 戊 회사는 설립목적과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회사이고, 甲 회사의 유일한 자산은 위 건물의 건축주 지위였는데, 확정판결에 따라 건축주 지위가 丁 회사에 이전되었다가 다시 戊 회사에 이전되었으며, 戊 회사는 丁 회사로부터 건축주 지위를 양수할 무렵 별다른 자산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甲 회사와 마찬가지로 己가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는바, 甲 회사로부터 丁 회사에 건축주 지위가 이전된 것이 丁 회사의 정당한 권원에 기초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후 丁 회사로부터 戊 회사에 다시 건축주 지위가 이전되는 과정에서 甲 회사가 차용한 자금이 사용되는 등 甲 회사의 자산이 정당한 대가 없이 이전되었거나 유용되었다면, 甲 회사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戊 회사를 이용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甲 회사의 채권자는 甲 회사뿐만 아니라 戊 회사에 대해서도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볼 여지가 있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⑸ 또한, 개인이 회사를 설립하지 않고 영업을 하다가 그와 영업목적이나 물적 설비, 인적 구성원 등이 동일한 회사를 설립하는 경우에 그 회사가 외형상으로는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고, 실질적으로는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개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회사가 개인에 대한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이용되고 있는 예외적인 경우까지 회사와 개인이 별개의 인격체임을 이유로 개인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회사의 법인격을 부인하여 그 배후에 있는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대법원 2001. 1. 19. 선고 97다21604 판결,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다90982 판결 등 참조).
⑹ 나아가 그 개인과 회사의 주주들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등 개인이 새로 설립한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로서, 회사 설립과 관련된 개인의 자산 변동 내역, 특히 개인의
자산이 설립된 회사에 이전되었다면 그에 대하여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는지 여부, 개인의 자산이 회사에 유용되었는지 여부와 그 정도 및 제3자에 대한 회사의 채무 부담 여부와 그 부담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 회사와 개인이 별개의 인격체임을 내세워 회사 설립 전 개인의 채무 부담행위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부인하는 것이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회사 설립 전에 개인이 부담한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1. 4. 15. 선고 2019다293449 판결).
5. 법인격부인론 [이하 법조 통권639호, 이성철 P.51-101 참조]
가. 의의
상법 제171조 제1항은 회사의 법인격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의 형식만 빌렸을 뿐 사업운영의 실체는 사원의 개인 사업과 다름없어 사원과 회사의 이익이 일체화되어 있고, 책임을 면탈하거나 제한하기 위하여 형식상 회사제도를 남용하는 경우가 있다.
법인격부인의 법리란 ‘법인제도의 목적에 맞추어 회사법인격의 형식적 독립성을 관철하는 것이 정의·형평의 이념에 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그 회사의 존재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그 법인으로서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특정한 법률관계에 관하여 법인격의 기능을 부인하여 회사와 그 배후에 있는 주주를 법률상 동일시하는 법리’를 말한다.
법인격부인의 법리는 거래 상대방의 신뢰보호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법인격을 부당한 목적으로 남용하는 경우, 그 행위에 대한 정의와 형평에 부합하는 해결책을 구하기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에서, 앞에서 본 성문법상의 권리남용금지의 원칙(또는 신의칙)에 따라 이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나. 법인격부인에는 주관적(목적) 요건이 필요한지 여부
⑴ 대법원 1988. 11. 22. 선고 87다카1671 판결, 대법원 1989. 9. 12. 선고 89다카678 판결은 주로 외형적인 사실만을 근거로 법인격부인론을 판단하였으나, 대법원 2001. 1. 19. 선고 97다21604 판결에서는 사원의 회사에 대한 지배의 형태와 정도, 사원과 회사의 업무와 재산의 혼융정도, 회사의 업무실태 및 자금 등의 요건과 법인격을 주장하는 것이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것이라는 등 법인격부인의 요건을 구체적으로 판단하였다고 볼 수 있다.
⑵ 나아가, 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2다66892 판결, 대법원 2006. 7. 13. 선고 2004다36130 판결에서도,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별개의 새로운 회사인양 피고 회사들을 설립하는 형식만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위 피고 회사들이 원고에 대하여 별개의 법인격임을 내세워 그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법인격을 남용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 법인격 남용의 판단기준으로서 객관적 요건(지배 요건) 및 주관적 요건(채무 면탈 목적)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⑶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6다24438 판결에서는, “...기존회사가 채무를 면탈하기 위하여 기업의 형태ㆍ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신설회사를 설립하였다면, 신설회사의 설립은 기존회사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 달성을 위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에 해당한다. 이러한 경우에 기존회사의 채권자에 대하여 위 두 회사가 별개의 법인격을 갖고 있음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으므로, 기존회사의 채권자는 위 두 회사 어느 쪽에 대하여서도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인바(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2다66892 판결 참조), 여기에서 기존회사의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신설회사를 설립한 것인지 여부는 기존회사의 폐업 당시 경영상태나 자산상황, 신설회사의 설립시점, 기존회사에서 신설회사로 유용된 자산의 유무와 그 정도, 기존회사에서 신설회사로 이전된 자산이 있는 경우, 그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는지 여부 등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여 ‘채무를 면탈할 의도’라는 주관적 목적과 이에 대한 판단 기준을 설시하고 있다.
다만 같은 날 선고한 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2다66892 판결에서는 채무를 면탈할 목적이라는 주관적 요건이 설시되어 있지는 않고 있지만, 이것은 이러한 주관적 요건의 인정 이전에 객관적 사실관계에 대하여 심리 판단하여, 피고 회사에 개인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 판결(원심에서는 원고가 피고의 채무면탈 목적을 주장하였으나 이러한 주관적 요건을 판단하지 아니하고 객관적 요건에 대하여 판단하면서 원고의 법인격부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⑷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다60103 판결에서도 “기존회사가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기업의 형태ㆍ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신설회사를 설립하였다면, 신설회사의 설립은 기존회사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 달성을 위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이므로, 기존회사의 채권자에 대하여 위 두 회사가 별개의 법인격을 갖고 있음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이다”라고 하여 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2다66892 판결, 대법원 2006. 7. 13. 선고 2004다36130 판결 등에서 설시한 주관적 목적 요건을 필요로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대법원 2008. 2. 1. 선고 2007다43337 판결도 “기록과 원심판결에 나타난 주식회사 D회사의 설립경위, T회사와 D회사의 지배구조와 경영구조, D회사의 업무와 재산에 있어서의 혼용 현황, 자본의 충실 여부와 직원현황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D회사가 T회사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회사로서 T회사의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설립되었다는 점을 수긍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라고 하여 비록 원심에서 인정한 법인격부인에 대한 판결을 파기하였지만 채무면탈이라는 주관적 목적요건을 법인격부인의 요건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채무의 면탈이라는 목적 요건은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다64839 판결에서도 보인다.
또한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다90982 판결에서는, 회사가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타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다고 보려면, “원칙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법률행위나 사실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회사와 배후자 사이에 재산과 업무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혼용되었는지 여부, 주주총회나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는 등 법률이나 정관에 규정된 의사결정절차를 밟지 않았는지 여부, 회사 자본의 부실 정도, 영업의 규모 및 직원의 수 등에 비추어 볼 때, 회사가 이름뿐이고 실질적으로는 개인 영업에 지나지 않는 상태로 될 정도로 형해화되어야 한다. 또한 위와 같이 법인격이 형해화될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회사의 배후에 있는 자가 회사의 법인격을 남용한 경우,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인 타인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으나, 이 경우 채무면탈 등의 남용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회사의 배후에 있는 자가 회사를 자기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고, 그와 같은 지위를 이용하여 법인 제도를 남용하는 행위를 할 것이 요구되며, 위와 같이 배후자가 법인 제도를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앞서 본 법인격 형해화의 정도 및 거래상대방의 인식이나 신뢰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여, 원고의 법인격 부인의 주장을 판단함에 있어 법인격 남용과 법인격 형해화의 두 가지 유형을 제시하고 이에 대하여, 별개의 사실과 증거에 의하여 판단하였다.
다만 이 대법원판결은 법인격부인에 있어서 주관적 요건을 설시하지 않고 판단하였는데, 이는 법인격부인론에 있어서 주관적 요건이 불요하다고 하여 판단을 안한 것인지, 주관적 요건은 필요한데 이미 그 이전에 객관적 요건인 피고의 설립회사에 대한 지배의 정도나 재산의 혼용 정도에 비추어 원고의 법인격부인의 주장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취지인지 명백하지 않다.
다. 판례의 태도
⑴ 법인격 부인의 근거와 적용요건에 대하여는, 대체적으로 권리남용금지의 원칙(또는 신의칙 위반)을 근거로 법인격부인의 요건이 제시되었고, 그 적용요건에 대하여는 일반적으로 위 대법원 2006. 8. 25. 선고 2004다26119 판결 및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다90982 판결과 같이 법인격 남용과 법인격의 형해화의 두 경우로 나누어 검토하는 것이 대세인 것 같다.
⑵ 법인격의 남용의 경우에서는, 회사가 그 배후에 있는 자를 통하여 외형상으로는 법에 의해 용인되고 있는 형태로 활동하고 있으나 구체적 사안에 있어서는 법인격 부여의 목적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경우인데, 이와 같은 법인격 남용의 경우에는 회사의 배후에 있는 자의 회사 법인격 이용이라는 사실(지배요건)과 위법 또는 부당한 목적(목적요건)이라고 하는 두 가지 사실이 법률상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여기서 지배요건은 회사의 배후에 있는 자가 회사를 자기 뜻대로 도구로써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는 것, 즉 회사와 그 배후자의 실질적 동일성이 있는 것을 말하며, 단순히 총회지배에 필요한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정상적인 투표권의 행사에 의한 지배를 넘어서 회사가 그 자체의 의사 또는 존재를 상실하여 배후자가 운영하는 사업체의 일개 부서로 인식될 수 있을 정도의 완전한 지배이어야 한다.
나아가 원래 법인격을 남용하려는 주관적인 의도 또는 목적이 필요한가에 대하여, 대법원 판례는 주관적 요건에 대하여 명백한 표현을 하지 않고 있다가, 대법원 2006. 8. 25. 선고 2004다26119 판결, 대법원 2007. 9. 20.선고 2005다53392 판결, 대법원 2008. 9. 11.선고 2007다60103 판결, 대법원 2008. 4. 10.선고 2007다64839 판결, 대법원 2008. 2. 1. 선고 2007다43337 판결,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6다24438 판결, 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2다66892 판결 등에서 “...기존회사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달성을 위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이므로...”라고 하거나, “기존 회사가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기업의 형태ㆍ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회사를 설립하였다면...”이라고 설시하고 있는데 이는 긍정설(주관적 목적설)의 입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⑶ 법인격의 형해화에 대하여는, 법인이라고 하여도 이름뿐이어서 실질적으로는 사원의 개인영업 또는 친회사의 영업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상태로 된 경우이므로, 법인격 남용의 요건인 지배요건에 해당된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회사재산과 사원재산의 혼동, 상호업무활동의 혼동이 반복적으로 계속되거나, 명확한 장부 기재나 회계구분의 결여, 주주총회나 이사회의 불개최, 주권의 미발행과 같은 회사로서의 필요한 절차의 무시 등 법인이라는 회사 형식이 누적적으로 무시되는 경우 법인격 형해화의 요건이 충족된다고 본다.
결국 법인격의 형해화는, 법인격 남용의 요건인 지배의 요건만으로는 부족하고, 형해화의 징표가 몇 개 거듭하여 존재하게 되면 법인격 형해화의 요건이 구비되었다고 본다. 판례(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다90982 판결 등)를 살펴보면, 주주총회, 이사회의 불개최, 주권의 미발행 등 회사로서의 업무형태의 부존재, 친자(자매)회사 등의 경우 이사 등 임원의 겸임, 업무와 재산의 혼동, 과소자본 등을 형해화의 징표로 설시하고 있다.
6. 법인격부인의 효과와 그 적용범위 [이하 법조 통권639호, 이성철 P.51-101 참조]
회사의 법인격이 부인되면 그 회사의 독립성이 부정되어 회사와 사원은 법적으로 동일한 실체로 취급되는데, 이를 법인격의 ‘기능정지’라고 말한다. 특정사안에서 법인격부인의 요건이 충족되었을 경우에 일반적으로 회사의 법인격 자체가 전면적으로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당해 사안의 특정한 법률관계에 있어서만 회사와 그 사원이 동일시되거나 자회사와 모회사가 동일시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가. 법인격 부인의 법리는 보충적(최후적)으로만 적용되는지 여부
⑴ 첫째, 사원에게 개인적인 책임을 부과하기 위하여 먼저 회사에 대하여 다른 구제수단이 없어야 하는지에 대하여 법인격 부인론을 주장하기 위하여는 먼저 회사에 대하여 청구하고 회사가 무자력이어서 그 청구가 무의미할 경우 등에 한하여 바로 배후자인 사원 개인에 대하여 청구할 수 있다는 견해와, 회사의 무자력 여하를 불문하고 사원 개인에 대하여도 청구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는데, 판례는 후자의 견해에 따르고 있다[대법원 2006. 7. 13. 선고 2004다36130 판결. 기존회사의 채권자는 두 회사 어느 쪽에 대하여서도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설시하고 있다(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2다66892 판결;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6다24438 판결;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다90982 판결 등 참조). 한편, 현행 민사소송법은 제70조에서 예비적 선택적 공동소송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채권자로서는 민사소송법 제70조에 따라 예비적으로 또는 선택적으로 채무자인 회사 또는 그와 동일시되는 사원 또는 모회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⑵ 둘째, 법인격 부인론 이외에 다른 청구원인이 인정되지 않거나, 다른 법률구성에 의하여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법인격부인론을 주장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법인격 부인론은 여러 가지 기초사실들을 모아서 인정되는 포괄적인 일반 조항적 성격을 띠고 있으므로, 다른 법리에 의한 구제 수단이 없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적용된다는 견해와, 다른 청구원인이나 법률구성과는 관계없이, 또는 다른 법률구성을 고집할 경우 무리한 사실의 인정이나 법규의 해석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보충적으로 적용될 이유가 없다는 견해가 있다.
전자의 견해는 법인격부인론의 성격상 여러 가지 기초사실들에 입각하여 법인격 남용과 법인격 형해화의 인정 요건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다른 청구원인사실이나 여러 가지 주장들이 법인격부인론의 주장에 앞서 거론된다는 것일 뿐, 법인격부인의 요건 사실이 그 이전에 주장되는 영업양도나 채무인수 등 당사자 간의 계약, 채권자와 회사간의 계약 등의 요건 사실과 쟁점, 유형과는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보충적(최후적)으로만 판단해야 한다고 단정해서는 안된다. 물론 실제 대법원판결(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5다53392 판결;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6다24438 판결 등)의 원심 판결들을 살펴보면 원고의 청구원인에 따라서 영업양도 또는 영업출자, 상호속용, 채무인수 또는 채무 승계 등에 의한 책임 등을 판단하고 나서 최후에 법인격부인 및 신의칙 위반 주장에 대한 판단을 하고 있지만 이는 법인격부인의 이론적 속성상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이나, 신의칙 등에 의하여 인정되는 이론이기 때문에 기인한 것일뿐, 채권자가 피고 회사 등을 상대로 한 법인격부인의 주장에 대하여 법원의 쟁점 정리나 요건 사실 정리 등을 반드시 보충적으로 최후에 판단해야 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나. 법인격부인론은 계약책임에만 적용되는지 여부
⑴ 도산의 위험에 있는 회사가 강제집행면탈 또는 재산의 은닉을 위하여 신회사에 재산을 이전하고 신회사는 구회사와 동일한 사원, 임원, 영업목적, 영업장소 등을 가지고 영업을 계속하는 경우에 법인격의 남용이 있는 것으로 보아 신·구회사는 동일한 것으로 인정하여 구회사의 채권자가 신회사에 대하여 채무의 이행을 구할 수 있다(대법원 2006. 7. 13. 선고 2004다36130 판결; 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2다66892 판결; 대법원 2001. 1. 19. 선고 97다21604 판결; 대법원 1995. 5. 12. 선고 93다44531 판결 등 참조).
⑵ 법인격부인론이 불법행위책임에도 적용되는지 여부, 즉 회사가 불법행위책임을 지고 있으나 그 변제자력이 없는 경우에 위 회사와 동일시할 수 있는 변제자력이 있는 지배주주 또는 사원 및 모회사에게도 책임을 부과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아직 이를 인정한 대법원 판례를 찾을 수 없다. 다만 대법원(대법원 2005. 6. 24. 선고 2004다15157 판결)은 피고 갑이 피고 회사의 사실상 1인 주주로서 피고 회사는 그 법인격이 형해화되어 있으므로 피고 갑이 피고 회사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에 관하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배척한 원심의 판단에 위법이 없다고 설시하였는바, 이는 법인격부인론이 불법행위책임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다. 소송절차 및 집행절차에의 적용 여부
법인격부인의 법리를 소송절차 및 집행절차에도 적용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는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예컨대 집행권원을 갖는 채권자가 집행문부여의 소에 있어서 법인격부인의 요건을 입증하는 방법에 의하여 타방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가에 관하여 우리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 내용의 판시를 한 바 있다(대법원 1995. 5. 12. 선고 93다44531 판결 : “피고 회사는 소외 회사의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설립된 것으로서 피고 회사가 소외 회사의 채권자에 대하여 소외 회사와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는 회사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법인격을 남용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도 권리관계의 공권적인 확정 및 그 신속·확실한 실현을 도모하기 위하여 절차의 명확·안정을 중시하는 소송절차 및 강제집행절차에 있어서는 그 절차의 성격상 소외 회사에 대한 판결의 기판력 및 집행력의 범위를 피고 회사에 까지 확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고,...”라고 하였다).
따라서 회사의 법인격이 부인된 경우에 회사에 대한 집행권원으로 지배사원 또는 모회사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할 수는 없고, 그 지배사원 또는 모회사에 대하여 집행권원을 다시 취득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제3자 이의의 소는 집행목적물이 채무자의 책임재산에 속하는가 아닌가를 실질적으로 심리하는 판결절차이고 고유의 집행절차와는 그 성질이 다르므로, 제3자 이의의 소에는 법인격부인의 효력이 미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사원 또는 회사의 일방에 대하여 적법하게 개시된 강제집행에 대하여 타방이 제3자 이의의 소를 제기한 경우에, 집행채권자는 당해 소송중에 법인격부인의 법리를 주장하여 원고가 제3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배척할 수 있게 된다.
라. 법인격부인론의 역적용 문제
법인격부인론은 원래 회사의 채무를 사원 개인에게 부담시키기 위한 이론인데, 역으로 사원의 채무를 회사에 대하여 부담시키기 위하여 법인격부인론을 적용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역적용을 부정하는 견해는, 주주가 주주 개인의 소유주식을 강제집행하거나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함으로써 주주 채권자를 보호하면 충분하므로, 역적용을 긍정할 실익이 없다고 본다. 이에 대하여 역적용을 인정하는 견해는 단체법적 행위인 출자행위에 대해 민법상의 채권자취소권을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아니하고 실재산에 대한 집행은 효용의 차이가 있음을 근거로 든다.
7. 법인격 남용이 인정되는 경우 기존회사의 채권자가 채무면탈 목적으로 설립된 신설회사를 상대로 청구하는 어음금 채권의 소멸시효와 관련하여 기존회사에 대한 시효중단의 효과 및 이로 인한 시효기간 연장의 효과가 신설회사에도 미치는지 여부(대법원 2024. 3. 28. 선고 2023다265700 판결)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V-하), 김윤종 P.1062-1067 참조]
가. 법인격 부인론의 적용 시 실체법상 효과
⑴ 대법원은 소위 편의치적 사건에서 최초로 법인격부인을 긍정한 이래로 기존회사가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기업의 형태·내용이 동일한 신설회사를 설립한 경우에도 신의성실의 원칙을 근거로 기존회사의 채권자는 신설회사에 대하여도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였고(대법원 2004. 11. 22. 선고 2002다6689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이미 설립되어 있는 다른 회사를 이용한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보고 있음(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0다94472 판결 등 참조).
⑵ 그 실체법상 효과는 문제가 되는 채권에 대한 법률관계에 한해서 기존회사(배후자)와 신설회사에 대한 분리원칙이 배제되어 실질적 동일체로 간주되고 채권자는 두 회사 어느 쪽에 대해서도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음
◎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0다94472 판결 : 기존회사가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신설회사를 설립하였다면, 신설회사 설립은 기존회사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달성을 위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이므로, 기존회사의 채권자에게 위 두 회사가 별개의 법인격을 갖고 있음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이어서 기존회사의 채권자는 위 두 회사 어느 쪽에 대하여서도 채무 이행을 청구할 수 있고, 이와 같은 법리는 어느 회사가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이미 설립되어 있는 다른 회사를 이용한 경우에도 적용된다.
☞ 그러나 법인격 부인의 법리가 적용되더라도 소송법상의 기판력과 집행력을 확장시키지는 못하고 신설회사에게 강제집행을 하려면 채권자가 다시 신설회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여 법인격 부인의 법리를 주장하고 승소판결을 받아야 함
◎ 대법원 1995. 5. 12. 선고 93다44531 판결 : 甲회사와 ⼄회사가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하고, 甲회사는 ⼄사의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설립된 것으로서 甲회사가 ⼄회사의 채권자에 대하여 ⼄회사와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는 회사라는 주 장을 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법인격을 남용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도, 권리관계의 공권적인 확정 및 그 신속·확실한 실현을 도모하기 위하여 절차의 명확·안정을 중시하는 소송절차 및 강제집행절차에 있어서는 그 절차의 성격상 ⼄회사에 대한 판결의 기판력 및 집행력의 범위를 甲회 사에까지 확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나. 법인격 남용이 인정되는 경우 기존회사에 대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과가 신설회사에도 미치는지 여부 [☞ 적극]
판례는 신설회사는 법인격 남용이 인정되는 경우 별개의 법인격을 갖고 있음을 전제로 독자적 인 소멸시효의 항변을 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음
◎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4다29742 판결 :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들어, 원고가 이 사건 법인(☜ 기존회사)에 대하여 소멸시효 중단의 조치를 취한 이상 이 사건 법인과 별개로 피고들(☜ 신설회사)의 원고에 대한 채무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 해당 사안은 원고가, 기존회사를 상대로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다음 피고들이 기존회사의 대표 이사인 甲에 의하여 기존회사의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설립되어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피고들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자, 피고들이 상사시효 5년이 경과하였다고 항변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고가 기존회사에 대하여 소멸시효 중단의 조치를 취한 이상 기존회사와 별개로 피고들의 원고에 대한 채무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에 대하여 피고들이 상고한 사안임
◎ 대법원 2022. 7. 28. 선고 2017다221174 판결 :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 신설회사)가 주식회사 야호(☜ 기존회사)와 별개의 독립한 법인격을 가지고 있음을 내세워 자신의 책임을 부인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법인격의 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 해당사안은 원고가 1인 주주이자 대표이사로 있었던 주식회사 야호를 상대로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다음 법인격부인을 주장하면서 그 배후자인 피고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자, 피고가 상사소멸시효 5년이 경과하였다고 항변하였고, 이에 대하여 위 소멸시효는 ‘법인격이 형해화되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객관적으로 알 수 있었을 때’부터 진행한다는 이유로 그 소멸시효 기산점을 조정하여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원심에 대하여 피고가 상고한 사안임[해당 판결의 원심(서울고등법원 2016나2041256 판결)의 판시는 다음과 같다. …회사의 법인격이 부인되기 위해서는 배후자인 주주가 회사를 지배하고, 주주총회 또는 이사회 등이 유명무실하며, 개인재산과 회사의 재산이 혼용되어 있고, 회사의 재정이 부실화되었음이 증명되어야 하 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회사의 내부적인 지배관계 및 자산상태 등에 관한 것이므로, 원고의 피고 개인 에 대한 법인격 부인에 따른 이행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원고가 야호의 법인격이 형해화되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객관적으로 알 수 있었을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만일 법인에 대하여 권리가 발생한 시점에 바로 그 배후의 주주 개인에 대한 권리도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본다면 법인의 내부적인 지배관계나 자산상태 등을 알 수 없는 채권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반할 뿐만 아니라 소멸시효의 존재이유에도 부합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피고가 제출한 모든 증거를 종합하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소제기 시점부터 역산하여 5년 전에 야호의 법인격이 형해화되어 법인격 부인의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오히려 원고는 야호에 대한 채권이 발생하였을 때에 그 법인격이 형해화되어 법인격 부인의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알기 어려운 상황에 있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의 소멸시효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기존회사를 상대로 하여 연장된 시효기간이 신설회사에도 미치는지 여부 ☞ 적극
⑴ 앞서 본 대법원 2014다29742 판결의 원심에서는 원고가 기존회사에 대해 받은 확정판결로 인해 소멸시효기간이 10년으로 연장되었다고 판시하였는데 대법원은 이에 대하여 상고기각 판결을 하였음[해당 판결의 원심(광주고등법원 2013나4612 판결)의 판시는 다음과 같다. …이 사건 법인과 피고들에 대한 채무는 부진정연대채무의 관계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법인에 대한 시효 중단 여부에 관계없이 피고들에 대한 채무는 별도로 시효가 진행된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①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 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인 점, ② 피고들 등은 원고의 이 사건 법인에 대한 경매 절차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원고의 이 사건 법인에 대한 채권 실현을 방해하는 행동을 하였음에도 이 사건 법인과 피고들의 채무가 부진정연대채무 관계라는 이유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법인격 부인의 법리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기존 법인 의 채무에 관하여 다른 법인이 별개의 법인격을 갖고 있음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되지 아니하여 기존 법인의 채권자가 다른 법인에 대하여도 기존 법인과 마찬가지로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므로, 기존 법인의 채무가 소멸하지 아니하여 채권자가 기존 법인에 대하여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 이상 그와 별개의 법인격이 아니라고 보는 다른 법인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로 채무의 이행을 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이 사건 법인에 대하여 소멸시효 중단의 조치를 취한 이상 이 사건 법인과 별개로 피고들의 원고에 대한 채무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 법인격부인론이 신의칙에 근거하여 개별적인 경우 법인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배후자 등을 실질상 동일시하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기존회사가 부담하는 채무를 신설회사가 그대로 부담하게 하고 별개의 법인임을 전제로 하는 항변을 허용하지 아니하는 것이 타당함
⑵ 위 판결(대법원 2024. 3. 28. 선고 2023다265700 판결)의 사안에서도 명시적으로 이를 밝히지는 아니하였으나, 소외회사에 대한 확정판결로서 피고회사에 대한 채권의 소멸시효도 10년으로 연장되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사료됨
라. 법인격 남용이 인정되는 경우 신설회사를 상대로 하는 청구권 행사의 소멸시효의 기산점
⑴ 문제의 소재
기존회사와 신설회사 사이의 채무관계는 (대체로) 부진정연대채무관계로 보는데, 이러한 입장에서 기존회사에 대한 이행청구로 인하여 시효중단의 효력이 신설회사에 미치는 효과와 기존회사에 대한 확정판결로 그 시효기간이 10년으로 연장되는 것을 설명하기 어려움
앞서 본 바와 같이 판례는 기존회사의 확정판결로써 신설회사에 대한 승계집행문을 허용하지 아니하고, 그 배후자인 신설회사에게 강제집행을 하려면 다시 제소하여 법인격 부인의 법리를 주장하여 승소판결을 받도록 하고 있음
⑵ 검토
㈎ 판례는 소멸시효의 기산점과 관련하여 청구권자가 권리의 발생 여부를 객관적으로 알 수 있었을 때부터 진행한다고 판시한 바 있음
◎ 대법원 2003. 2. 11. 선고 99다66427, 73371 판결 : 소멸시효의 진행은 당해 청구권이 성립한 때로부터 발생하고 원칙적으로 권리의 존재나 발생을 알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소멸시효의 진행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지만, …청구권자가 권리의 발생 여부를 객관적으로 알기 어려운 상황에 있고 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이를 알지 못한 경우에도 청구권이 성립한 때부터 바로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보는 것은 정의와 형평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멸 시효제도의 존재이유에도 부합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이사회결의부존재확인판결의 확정과 같이 객관적으로 청구권의 발생을 알 수 있게 된 때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 원심은 이 사건 청구의 소멸시효 기산점을 원고가 피고회사에 대하여 청구권 행사를 할 수 있음을 객관적으로 인식 가능한 시점으로 ‘이 사건 판결선고일’로 보았음
☜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신설회사인 피고회사에 대한 채권의 소멸시효를 신설회사를 기준으로 기존회사의 채권자인 원고가 신설회사를 상대로 ‘객관적으로 청구권의 발생을 알 수 있게 된 때’를 기준으로 소멸시효기간을 산정하고자 하는 입장으로 보임
그러나 소멸시효 기산점을 법인격 부인의 법리가 인정된 시점으로부터 산정하게 된다면 신설 회사에 대해서는 사실상 시효가 진행되지 않는 채권을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
㈐ 대법원은 신설회사에 대한 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 기산점과 관련하여 명시적으로 판단한 바는 없으나, 앞서 본 선례들에서 ‘기존회사에 대하여 소멸시효 중단의 조치를 취한 이상 이와 별개로 신설회사의 채무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원심을 수긍한 것에 비추어 보면 배후자인 신설회사에 대한 소멸시효를 기존회사에 대한 소멸시효와 별도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해석할 수 있음.
㈑ 즉, 기존회사에 대한 소멸시효 중단 조치를 시효항변 배척의 근거로 설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기존회사에 대한 권리행사 가능시점을 기준으로 기산점을 산정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볼 수 있음(법인격 부인론의 법리가 신의칙에 근거한 것으로 법리적으로 완벽하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신의칙상 기존회사와 신설회사의 각 채무를 동일한 채무로 보고 그 책임을 부과할 때에 소멸시효에 관한 기산점 을 기존회사를 기준으로 동일하게 보는 것이 정의관념에 합당하다고 볼 여지가 크다)
☞ 대상판결(대법원 2024. 3. 28. 선고 2023다265700 판결)은 기존회사의 채권자가 신설회사를 상대로 청구권을 행사함에 있어 그 소멸시효 기산점에 대하여 명시적 언급하지 아니하고 원심에서 소멸시효 기산점을 ‘원심 판결선고일’로 판단한 것에 대하여 부적절하다고만 지적하였음
마. 위 판결(대법원 2024. 3. 28. 선고 2023다265700 판결)의 의의
⑴ 위 판결(대법원 2024. 3. 28. 선고 2023다265700 판결)은 법인격 부인의 법리가 인정되는 사안에서 기존회사에 대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과가 채무면탈을 목적으로 설립된 신설회사에도 미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원심판단을 그대로 수긍하는 데에서 나아가 판시와 같이 명시적으로 밝혔다는 점에 의의가 있음
⑵ 그러나 법인격남용에 따른 소멸시효의 적용과 관련하여 소멸시효의 기산점과 관련하여 기존회사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 신설회사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 여부 및 기존회사에 대한 확정판결로써 신설회사에 대한 소멸시효기간도 10년으로 연장되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분명하게 밝히지 아니하여 향후 이에 대한 명확한 판시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됨
8. 법인격남용으로 설립된 신설회사의 소멸시효 항변의 허부(대법원 2024. 3. 28. 선고 2023다265700 판결)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9호, 이재환 P.372-409 참조]
가. 서론
⑴ 법인격부인이 인정되는 경우 비록 외견상으로는 회사의 행위라 할지라도 회사와 그 배후자가 별개의 인격체임을 내세워 회사에만 그로 인한 법적 효과가 귀속됨을 주장하면서 배후자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법인격의 남용으로서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따라서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인 타인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1. 1. 19. 선고 97다21604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기존회사에 대한 권리행사 이후 다시 배후자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소를 제기한 것에 대하여 배후자가 소멸시효 항변을 하는 경우가 있다.
⑵ 이 사건은 ① 원고가 기존회사에 대한 약속어음금채권의 시효완성 전에 소를 제 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은 후 2017. 5. 12. 그 판결이 확정되었고, ② 신설회사인 피 고 회사는 그 채무면탈 목적으로 설립되었다는 이유로 법인격남용이 인정되는 사안 이다. 기존회사의 대표이사이자 신설회사인 피고 회사의 실질적 대표인 乙은 2018. 12. 28. 개인 명의로 원고에게 ‘2018. 1. 4. 1,000만 원을 지급하고, 2018. 2. 4.부터 2028. 2. 4.까지 월 300만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해 주었고, 원고도 위 합의서 작성 후 피고 회사가 생산한 약 9,774만 원 상당의 종이컵으로 채권 을 변제받은 바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구체적 타당성에 비추어 피고 회사에 법인 격남용이 인정된다면 정의와 형평의 관점에서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는 것은 적절하 지 않은 사안이라 할 수 있으나, 이에 대하여 피고 회사가 소멸시효 항변을 할 경 우에는 이를 어떻게 평가하여야 할 것인지가 문제 된다.
⑶ 법인격남용(부인)에 따른 소멸시효의 적용을 ⓐ 기존회사를 기준으로 볼 것인지, ⓑ 신설회사를 기준으로 볼 것인지를 중심으로 ❶ 그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언제인지, ❷ 기존회사에 대한 시효중단 효과가 신설회사에도 그대로 미치는지, ❸ 기존회사에 대한 확정판결로써 신설회사에 대한 소멸시효기간도 10년으로 연장되는지 여부 등이 문제된다.
나. 관련 선례
⑴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4다29742 판결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4다29742 판결 :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들어, 원고가 이 사건 법인에 대하여 소멸시효 중단의 조치를 취한 이상 이 사건 법인과 별개로 피고들의 원고에 대한 채무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 위 사건은 원고가, 기존회사를 상대로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다음 피고들이 기존 회사의 대표이사에 의하여 기존회사의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설립되어 회사제도 를 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피고들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자, 피고들이 그 채무 에 대하여 상사 소멸시효 5년이 경과하였다고 항변한 사안이다(구체적으로는 법인격부인의 유형 중 법인격남용이 인정되는 사안이다).
㈏ 이와 관련하여 ‘원고가 기존회사에 대하여 소멸시효 중단의 조치를 취한 이상(원심은 원고가 기존회사에 대해 받은 확정판결로 인하여 그 소멸시효기간이 10년으로 연장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기존회사와 별개로 피고들의 원고에 대한 채무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에 대하여 피고들이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위와 같이 별도의 법리를 설시하지 않은 채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음을 들어 원심을 그대로 수긍하였다.
⑵ 대법원 2022. 7. 28. 선고 2017다221174 판결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 대법원 2022. 7. 28. 선고 2017다221174 판결 :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주식회사 A와 별개의 독립한 법인격을 가지고 있음을 내세워 자신의 책임을 부인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법인격의 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 위 사건은 원고가, 피고가 1인 주주이자 대표이사로 있었던 주식회사 A를 상대 로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다음 법인격부인을 주장하면서 그 배후자인 피고를 상대 로 소를 제기하자, 피고가 상사 소멸시효 5년이 경과하였다고 항변한 사안이다(구체적으로는 법인격부인의 유형 중 법인격 형해화가 인정되는 사안이다).
㈏ 이와 관련하여 위 소멸시효는 ‘법인격이 형해화되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객관적 으로 알 수 있었을 때’부터 진행한다는 이유로 그 소멸시효 기산점을 조정하여 피 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원심에 대하여 피고가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위와 같이 별도의 법리를 설시하지 않은 채 법리오해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음을 들어 원심을 그대로 수긍하였다.
다. 법인격부인론과 소멸시효 기산점 조정 등에 관한 일반론
⑴ 법인격부인론의 의의와 유형 및 적용요건
㈎ 법인격부인론이란 ‘회사가 사원으로부터 독립된 실체를 갖지 못한 경우에 회사와 특정의 제3자 간에 문제된 법률관계에 한하여 회사의 법인격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회사와 사원을 동일시하여 회사의 책임을 사원에게 묻는 것’을 의미하고, 주로 주식회사에 있어서 주주가 유한책임제도를 악용함으로써 생겨나는 폐단을 해결하기 위한 이론이다.
법인격부인론은 법인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주주나 사원 등에게 법인의 행위나 채무에 관한 책임을 지우기 위해 발전되었고, 개별적인 경우에 법인과 그 배후자 등을 실질상 동일시하는 것에 불과하며, 법인을 아예 법인격이 없는 것으로 취급하는 것은 아니다. 즉, 유한책임은 회사의 채권자가 주주의 개인재산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장치이고, 여기서 부인되는 것은 회사의 법인격이 아니라 정확히 말하자면 주주의 ‘유한책임’으로서 법인격부인이란 본래 주주에게 무한책임을 인정하기 위한 것이므로, 책임의 확장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판례는 회사의 주주나 사원 등 배후자에게 회사의 채무를 묻는 전통적인 법인격부인의 법리를 확대 적용하여 채무면탈을 위하여 다른 회사의 법인격을 이용한 경우에도 법인격부인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기존회사 ➜ 신설회사(대법원 2002다66892 판결, 대법원 2006다24438 판결), ⓑ 기존회사 ➜ 이미 설립되 어 있는 회사(대법원 2010다94472 판결), ⓒ 기존회사 ➜ 제3자 ➜ 이미 설립되어 있는 회사(대법원 2017다 271643 판결)의 경우로 나눌 수 있고, 이를 이른바 ‘법인격부인론의 역적용’ 사례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판례의 태도는 회사의 법인격 자체를 ‘부인’함으로써 배후자에게 책임을 부과하려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독자적인 법인격을 내세워 책임을 회피하려는 항변을 일종의 ‘권리남용’으로 보아 배척하는 취지라고 이해하는 견해도 있다.
㈏ 초기 대법원 판례는 법인격부인의 실정법상 근거로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 원칙(민법 제2조)을 들었으나(대법원 1988. 11. 22. 선고 87다카1671 판결 등), 최근에는 그 근거로서 주로 신의칙만이 제시되고 있다(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2다66892 판결,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6다24438 판결 등).
㈐ 판례는 법인격부인의 유형을 ⓐ 법인격 형해화(= 회사가 외형 상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실질적으로는 완전히 그 배후에 있는 타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한 경우)와 ⓑ 법인격남용(= 회사의 배후에 있는 자가 타인과의 관계에서 위법 또는 부당한 목적을 추구하기 위하여 회사를 이용하는 경우)으로 구분하고 있다.
법인격 형해화의 판단 기준으로는 ⓐ 회사와 사원(배후자)의 재산과 업무의 혼용, ⓑ 회사의 자본불충분, ⓒ 영업의 규모 및 직원의 수, ⓓ 법률이나 정관상 의사결정절차의 무시, ⓔ 거래상대방의 인식이나 신뢰 등이 있고, 이는 모두 법인격 형해화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사실에 해당한다.
법인격남용은 ⓐ 배후자에 의한 법인격 이용(= 지배 요건)과 ⓑ 위법․부당한 목적(= 목적 요건, 즉 주관적 남용의사)이 법률상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이는 주로 채무면탈 사안에 해당한다.
⑵ 법인격부인의 실체법적 및 소송법적 효과
㈎ 실체법적 효과
① 법인격부인론이 적용됨에 따라 당해 사안에 대하여 회사와 그 배후자는 실질적 동일체로 간주되고, 회사의 효과의사를 바로 그 배후자의 의사로 보는 것이므로 회사 채권자는 직접 사원 등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이에 대해 회사는 그 배후자와 연대채무(= 계약관계) 내지 부진정연대채무(= 불법행위) 관계에 있다는 견해가 있다.
이에 대해 판례는 원고가 기존회사와 신설회사 모두에게 금전지급을 청구한 사건에서 ‘각 회사가 각자 원고에게 돈을 지급할 것’을 명하면서도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고가 기존회사에 대해 소멸시효 중단의 조치를 취한 이상 이와 별개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채무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을 그대로 수긍한 바 있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4다29742 판결).
❑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4다29742 판결 :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들어, 원고가 이 사건 법인에 대하여 소멸시효 중단의 조치를 취한 이상 이 사건 법인과 별개로 피고들의 원고에 대한 채무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② 위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4다29742 판결의 원심은 기존회사와 신설 회사의 채무 관계를 시효중단의 상대효가 인정되는 부진정연대채무로 보면서도, ⓐ 소멸시효항변도 신의칙이나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지배를 받고 ⓑ 법인격부인 법리에 따라 기존회사의 채무가 소멸되지 않는 이상 신설회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채무이행을 구할 수 있어야 하는 점 등을 시효중단의 논거로 들었다. 다만 판례가 기존회사와 신설회사가 병존적으로 부담하는 채무 관계에 대하여 부진정연대채무라고 보는 것인지에 관해서는 명시적으로 판시한 선례가 없다.
법인격부인 법리를 명문으로 도입한 중국 회사법 제20조는 주주가 회사의 독립적인 법인 지위 및 유한책임을 남용하여 채무를 면탈하고 회사채권자에게 심각한 손해를 초래한 경우 직접 해당주주의 연대책임을 규정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병존적인 채무 관계를 연대채무로도 해석할 여지가 있고, 반드시 부진정연대채 무로 해석할 논리필연적인 이유는 없어 보인다.
③ 법인격부인은 특정사안에 한하여 지배주주 등 배후자로부터 회사의 법적 독립성을 부정하는 것이고, 회사의 문제된 채무는 바로 배후자의 채무로 인정되는 것이 법인격부인의 주된 효과이나 공평의 원칙상 문제 된 거래의 부수적 효과도 배후자에게 발생한다고 보아야 하며, 회사가 갖는 각종 항변권도 배후자가 행사할 수 있다.
㈏ 소송법적 효과
① 법인격이 부인되더라도 그것은 구체적 사안에서의 적정한 해결을 위한 것일 뿐이므로 판결에 대세적 효력은 없고, 또한 기존회사의 당사자적격마저 부인되는 것은 아니며, 동일한 소송절차 내에서 한편으로는 법인격을 부인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법인으로서의 존재를 전제로 주장하는 것도 허용된다.
즉, 회사의 채권자가 회사를 피고로 하여 채무의 변제를 구하면서 아울러 그 사원을 공동피고로 하여 회사의 법인격을 부인하고 회사채무의 변제를 구하는 경우, 이 소송은 통상의 공동소송이며, 양자의 관계가 주관적․예비적 병합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② 법인격이 형해화되거나 남용된 경우, 그 배후에 있는 사원이나 다른 회사를 소송에서의 당사자로 취급하는 것에 관하여 학설은 대체로 긍정하고 있고, 판례도 이를 인정한 사례가 있다.
다만 법인격이 형해화되거나 남용된 회사를 피고로 하였다가 그 배후에 있는 자로 바꾸는 방법에 대하여는 법인과 배후자의 동일성이 인정될 수 없어 당사자표 시정정의 방법은 적절하지 않고, 법인격부인을 주장하는 자는 법인이 아닌 배후자를 상대로 별소를 제기하는 것이 원칙적이나 요건이 충족된 경우에는 피고 경정을 통하여 구제될 수도 있을 것이다.
소멸시효 중단의 관점에서는 당사자표시정정의 방법이 채권자에게 유리하다고 할 수 있으나, 법인격부인론을 전개하는 이유가 특정한 사안에서 실체법상으로 양자를 동일체로 취급한다는 것이지, 일반적으로 소송법상 당사자표시 문제까지 동일체로 취급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판례도 법인격남용의 경우, 기존회사의 채권자에 대하여 두 회사가 별개의 법인격을 갖고 있음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으므로, 위 두 회사 어느 쪽에 대하여도 채무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한다(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2다66892 판결,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6다24438 판결 등).
③법인격부인에 따른 기판력, 집행력의 확장에 관하여 법인격부인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사실인정과 법해석이 필요하므로 회사에 대한 승소판결의 기판력이 배후자에게 미친다고 볼 수 없다. 국가의 공적 절차로서의 소송절차의 명확 성과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더욱 그러하며, 판례도 기존회사에 대한 확정판결에 기하여 배후자에 대한 승계집행문 부여를 구한 사안에서 같은 입장으로 판시하였다(= 부정설).
❑ 대법원 1995. 5. 12. 선고 93다44531 판결 : 甲 회사와 乙 회사가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하고, 甲 회사는 乙 회사의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설립된 것으로서 甲 회사가 乙 회사의 채권자에 대하여 乙 회사와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는 회사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법인격을 남용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도, 권리관계의 공권적인 확정 및 그 신속․확실한 실현을 도모하기 위하여 절차의 명확․안정을 중시하는 소송절차 및 강제집행절차에 있어서는 그 절차의 성격상 乙 회사에 대한 판결의 기판력 및 집행력의 범위를 甲 회사에 까지 확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⑶ 법인격부인의 본질
법인격부인을 긍정하는 경우 그 이론적, 법적 근거는 다음과 같다.
㈎ 공동불법행위책임설 : 법인의 이면에 숨어 있는 사원이나 기관인 이사 또는 다른 법인에 책임을 묻는 것은 민법 제35조상 법인의 불법행위책임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고, 민법 제35조의 불법행위책임 내지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이론의 유추해석 등으로 법인이 아닌 그 배후 행위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민법 제35조 제1항은 ‘법인은 이사 기타 대표자가 그 직무에 관하여 타인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사 기타 대표자는 이로 인하여 자기의 손해배상책임을 면하지 못한다.’, 제2항은 ‘법인의 목적범위 외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그 사항의 의결에 찬성하거나 그 의결을 집행한 사원, 이 사 및 기타 대표자가 연대하여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대리권남용설 : 법인격부인 법리가 적용될 사안은 기관의 외부적 행위가 법인 목적을 벗어난 행위인 경우가 일반적일 것이므로, 무권대리 법리와 동일한 구조에 놓이게 되고, 이때 행위자인 사원, 이사, 기타 대표자의 행위를 일종의 무권대리로 보아 법인 아닌 개인이 책임을 지는 근거로 볼 수 있다(민법 제135조. 민법 제135조 제1항은 ‘다른 자의 대리인으로서 계약을 맺은 자가 그 대리권을 증명하지 못하고 또 본인의 추인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그는 상대방의 선택에 따라 계약을 이행할 책임 또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 다.’고 규정하고 있다).
㈐ 비진의의사표시설 : 행위자인 사원, 기관 또는 다른 법인은 형식상 법인 명의를 도용하여 자신이 이익을 취하겠다는 내심의 효과의사와 법인이 책임을 지는듯한 외관의 표시행위 사이에 불일치가 있으므로, 상대방은 선택적으로 외형설에 따라 법인에 책임을 묻거나 민법 제107조 제1항 본문에 따른 비진의의사표시를 주장하며 그 배후자에게 효과의사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민법 제107조 제1항은 ‘의사표시는 표의자가 진의 아님을 알고 한 것이라도 그 효력이 있다. 그러나 상대방 이 표의자의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이를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실체관계설(수익자책임설)
독일의 실체파악설은 원래 규범귀속자의 배후에 숨어 있는 제3자의 실체가 규명된 경우 그에게 법적 효과를 인정하여야 한다는 것으로서 이는 ⓐ 법적으로 중요한 사항의 귀속을 결정하기 위한 경우(= 귀속실체파악), ⓑ 배후자에게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경우(= 책임실체파악)로 나누어진다. 즉, 실체파악을 통한 책임 추궁의 경우에는 법률관계의 귀속주체를 변경하는 것과 상관없이 배후자에게 법률효과상 책임져야 할 정당한 실체관계가 있다면 그 법적 효과를 미치게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예컨대, 사원에게 계약상 의무를 부담할 근거가 있거나 계약체결상의 과실이 있거나 불법행위책임이 있거나 사원에 의한 권리외관이 형성되었거나 형성된 신뢰에 대한 침해가 있는 경우 등).
㈒ 병존적 채무인수설
법인에 대한 배후자의 일정한 행위, 즉 자기재산과 회사재산, 자기업무와 회사업무를 구분하지 않았거나 회사이익에 부합하지 않게 회사를 지배․조정하였거나 지배주주로서 회사의 규모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자본을 출자하였을 경우라면, 법인과 배후자 사이에 법인 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하려는 추단적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배후자가 법인의 독자적인 법인격이 인정됨을 이유로 자신에게 부과된 법인채무를 부정하며 항변하는 것은 ‘모순된 이의로써 무효(protestatio facto contraria non valet)’라고 보고, 그 근거는 민법 제2조의 신의칙에서 찾는 한편, 법인과 배후자 사이에 병존적 채무인수가 있다고 보게 되면 양자는 연대채무 관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다.
㈓ 신의칙설(권리남용설)
법인의 배후에 있는 사원이나 기관(대표자) 또는 다른 법인이 법인을 통한 재산권의 취득으로 경제적 이익을 취하면서도, 법인이 책임재산을 보유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무자력 상태를 만들어 대외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것은 신의칙 위반 내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 (= 우리 판례의 주류적 입장임).
⑷ 소멸시효 기산점 조정 등
㈎ 민법 제166조 제1항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소멸시효가 기산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하여 이행기 도래 등에 관한 주관적 인식가능성과는 상관없이 객관적 시점을 그 기준으로 하고 있고, 그 의미는 권리행사에 법률상 장애가 없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1984. 12. 26. 선고 84누572 전원합의체 판결 등).
권리 발생 여부에 관한 인식 여부나 권리행사를 곤란하게 하는 상황 등은 원칙적으로 사실상 장애에 불과한 것으로서 소멸시효의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는 ‘일정한 소멸시효기간 내에 권리자가 사실상 장애를 알아서 해결하고 권리행사까지 마쳐야 한다.’는 의미로 소멸시효기간을 확정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권리의 존재나 의무자를 알지 못하거나 알 수 없었다는 개인적․주관적 사정은 소멸시효의 진행을 막지 못하므로, 권리자가 그 권리를 인식하기도 전에 소멸시효가 완성되는 불합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한다(2013년 민법 개정안 제162조에서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과 채무자를 안 때로부터 5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 또는 위반행위를 한 때부터 10년’으로 소멸시효기간을 정하고 있었다).
㈏ 예외적으로 법률상 장애라고 보기 어려운데도 다음과 같은 3가지 사안, 즉 ⓐ 보험금청구권(대법원 92다39822 판결), ⓑ 법인 내부의 의사결정 절차의 하자를 이유로 하는 거래상대방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대법원 99다66427, 73371 판결), ⓒ 하수급인의 수급인에 대한 저당권설정청구권(대법원 2014다211978 판결) 사안에서, 판례는 형평의 원칙을 근거로 하여 이른바 ‘객관적 인식가능성’을 기준으로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객관적인 권리행사 가능 시점보다 늦추는 취지의 법리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유형에서는 권리자가 ⓐ 그 권리가 발생하였거나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객관적으로 알기 어려운 상황에 있어 ⓑ 과실 없이 이를 알지 못한 경우에도 그 청구권이 성립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보는 것은 정의와 형평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이유에도 부합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러한 경우에는 객관적으로 청구권이 발생하였음을 또는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을 알 수 있게 된 때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도 소멸시효 기산점은 ‘객관적으로’ 그 권리가 발생하였음을 알 수 있다고 여겨지는 시점이고, 실제로 권리자가 이를 알았는지 여부가 문제되지는 않으며, 위 유형에 속하더라도 그 권리의 발생 사실을 모를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판례는 규범적으로 평가하였을 때, 권리자가 권리의 존재를 모른 것을 탓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객관적 인식가능성’을 기초로 기산점을 판단함으로써 소멸시효 기산점을 아예 주관적 인식에 좌우되게 했을 때의 폐단(법률분쟁 증가, 법적 안정성 침해 등)을 피하면서도 권리자를 보호하고 법 문언을 존중하는 절충적 입장을 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해당 유형의 권리에 있어서 거래구조상 또는 권리의 내용상 권리자가 청구권의 성립을 알기 어려웠음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 그 밖에 참조할 만한 소멸시효의 조정 법리로 ‘시효항변의 남용’이 판례상 인정되고 있고, 이는 다음과 같이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되고 있다(대법원 1994. 12. 9. 선고 93다27604 판결 등).
①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가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한 경우
②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던 경우(= 사실상의 장애사유)
③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채권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한 경우
④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경우
㈑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칙 위반 또는 권리남용으로 효력이 없는 경우, 원래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의 경과를 이유로 하여 권리의 소멸을 주장할 수 없게 되고, 신의칙 위반 또는 권리남용의 근거가 되는 사정이 소멸한 후 상당한 기간 내에 그 권리를 행사하여야 한다.
시효항변의 남용 법리는 법적 안정성을 근본적인 취지로 하는 소멸시효 제도의 법리로서는 부적절하므로,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 데 대하여 의무자 측의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에는 매우 예외적이고 특수한 사정 아래에서만 시효완성 주장 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라. 법인격남용이 인정되는 경우, 소멸시효의 기산점
⑴ 문제의 소재
㈎ 원심은 소멸시효 기산점 조정에 관한 사례 중 ‘법인 내부의 의사결정 절차의 하자를 이유로 하는 거래상대방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 관한 대법원 99다66427, 73371 판결의 취지를 인용하면서, 소멸시효 기산점을 법인격남용 여부 및 청구권의 존재를 알 수 있게 된 ‘이 사건 원심판결 선고일’이라고 판단하였다. 이는 대법원 99다66427, 73371 판결에서 ‘이사회결의부존재확인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안 때’를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판단한 점을 참조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심판단의 이면에는 신설회사인 피고 회사에 대한 채권의 소멸시효는 그 신설회사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대법원 2014다29742 판결에서 ‘원고가 기존회사에 대하여 소멸시효 중단의 조치를 취한 이상 기존회사와 별개로 피고의 채무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한 부분과 상충될 여지도 있으므로, 이를 토대로 소멸시효 기산점을 언제로 볼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 이에 대하여는, ① 신설회사 기준설(= 법인격남용에 관한 객관적 인식가능성설)과 ② 기존회사 기준설(= 기존회사에 대한 권리행사 가능시설. 법인격부인론은 특정한 법률관계에서 회사의 법인격을 무시하고 회사와 배후자를 실질적으로 동일시하여 회사의 책임을 배후자에게 묻는 것을 말하고, 회사와 배후자는 동일한 채무를 부담하는 효과가 발생하므로, 신설회사에 대한 소멸시효의 기산점도 마찬가지로 기존회사에 대한 권리행사 가능 시를 기준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이 대립한다.
⑵ 검토 : (= 기존회사 기준설이 타당함)
대법원 2014다29742 판결의 취지는 기존회사 기준설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마. 기존회사에 대한 시효중단 효과가 신설회사에 미치는지 여부
⑴ 문제의 소재
㈎ 원심은 실질적으로 신설회사 기준설의 입장에서 소멸시효 기산점을 법인격남용 여부 및 청구권의 존재를 알 수 있게 된 ‘이 사건 원심판결 선고일’이라고 판단함 으로써 기존회사에 대한 시효중단 효과가 신설회사에 미치는지 여부에 관한 쟁점이 문제 될 여지가 없었다.
법인격남용(부인)이 인정되는 경우, 기존회사에 대한 시효중단의 효과가 신설회사에도 미치는지 여부에 관하여도, 그 소멸시효의 적용 문제를 ⓐ 기존회사를 기준으로 볼 것인지 ⓑ 신설회사를 기준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원칙적으로 그 인정 여부나 이론적 근거가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신설회사 기준설에 따라 소멸시효 기산점을 피고 회사의 실질 대표 인 乙이 합의서를 작성․교부한 2018. 12. 28.경이나 이 사건 소제기일인 2021. 3. 3.경 또는 이 사건 원심판결 확정일로 보는 경우, 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아니한다. 다만 기존회사 기준설에 따라 그 기산점을 기존회사에 대한 판결이 확정된 다음 날인 2017. 5. 13.경으로 보는 경우, 신설회사에 대하여 시효중단 효과가 미치는지 여부를 따져 볼 필요성이 있다.
㈏ 이에 대하여는 ① 시효중단 긍정설(기존회사에 대한 시효중단 효과는 당연 히 신설회사에도 미친다고 보는 견해)과 ② 시효중단 부정설이 대립한다.
시효중단 긍정설의 구체적인 이론적 근거에 대하여는 ㉠ 연대채무설(= 회사와 배후자 사이의 병존하는 채무 관계를 연대채무로 보는 견해)과 ㉡ 법인격부인 법리 확장설(= 법인격부인 법리 자체를 확장하여 시효중단의 근거로 보는 견해)가 있다.
⑵ 검토 : (= 시효중단 긍정설이 타당함. ☞ 법인격부인 법리 확장설)
㈎ 판례는 법인격남용이 인정되는 경우, ‘기존회사의 채권자에 대하여 두 회사 가 별개의 법인격을 갖고 있음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고(대법원 2010다94472 판결 등), 기존회사에 대한 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배후자인 신설회사만의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 역시 별개의 법인격을 전제로 하는 주장으로서 신의칙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 범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법인격부인 법리는 주식회사 제도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재산의 분리와 주주의 유한책임 원칙까지 부인하는 효과를 발생시키는데, 그 회사제도에 기초한 별개의 법인격에 수반된다고 볼 수 있는 소멸시효 항변을 신의칙 위반 또는 권리남용을 이유로 배척한다고 하여 이를 심히 부당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이는 결국 소멸시효의 영역에 대해서도 법인격부인 법리에 따라 회사의 책임을 실질적인 동일체로 취급되는 배후자를 향하여 확장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대법원 2014다29742 판결도 이러한 취지로 해석 가능하다.
㈏ 법인격남용(부인)은 신의칙에 반하고 권리남용적인 성격이 매우 강하다는 점에서 상호를 속용하는 영업양수인, 회사분할의 경우와 달리 볼 필요성이 있다.
판례는 상호를 속용하는 영업양수인, 분할 후 수혜회사가 부담하는 연대책임의 성격을 부진정연대채무로 보면서, ⓐ 양도 전 또는 분할 전에 시효중단 또는 확정판결에 따른 시효연장이 있는 경우 그 영업양수인, 분할 후 수혜회사에 대하여도 효력이 미친다고 하면서도, ⓑ 양도 후 또는 분할 후에 시효중단 또는 확정판결에 따른 시효연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영업양수인, 분할 후 수혜회사에 대하여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16다34687 판결, 대법원 2017다213197 판결(회사분할), 대법원 2020다225138 판결(상호속용 영업양수인)].
기존회사에 대한 확정판결 이후 법인격남용에 따라 신설회사가 설립된 경우에는 비난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고, 위 영업양도나 회사분할 등의 경우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 이 사건은 신설회사가 설립된 후 기존회사에 대하여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나, 법인격 남용의 경우에는 신의칙에 따라 본래 책임이 귀속되어야 할 배후자에게 책임을 부담시킨다는 점에서 영업양도나 회사분할 등의 경우와 본질이 상이하고, 시효중단이나 확정판결에 따른 시효연장의 효과가 신설회사에도 미친다고 볼 필요성이 있다.
❑ 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6다34687 판결 : 채권자가 분할 또는 분할합병이 이루어진 후에 분할회사를 상대로 분할 또는 분할합병 전의 분할회사 채무에 관한 소를 제기하여 분할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시효가 중단되거나 확정판결을 받아 소멸시효 기간이 연장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소멸시효 중단이나 연장의 효과는 다른 채무자인 분할 또는 분할합병으로 인하여 설립되는 회사 또는 존속하는 회사에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다213197 판결 : 채권자가 분할 또는 분할합병 전의 회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여 확정판결을 받아 소멸시효 기간이 연장된 뒤 분할 또는 분할합병이 이루어졌다면, 채권자는 10년으로 연장된 해당 채권의 소멸시효 기간 내에서 수혜회사를 상대로 연대책임을 물을 수 있다.
❑ 대법원 2023. 12. 7. 선고 2020다225138 판결 : 채권자가 영업양도인을 상대로 ⓐ 소를 제기하여 확정판결을 받아 소멸시효가 중단되거나 소멸시효 기간이 연장된 뒤 영업양도가 이루어졌다면 그와 같은 소멸시효 중단이나 소멸시효 연장의 효과는 상호를 속용하는 영업양수인에게 미치지만, ⓑ 채권자가 영업양도가 이루어진 뒤 영업양도인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여 확정판결을 받았다면 영업양도인에 대한 관계에서 소멸시효가 중단되거나 소멸시효 기간이 연장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소멸시효 중단이나 소멸시효 연장의 효과는 상호를 속용하는 영업양수인에게 미치지 않는다.
㈐ 다만 신설회사에 대해 시효중단의 효력이 미치는 근거를 연대채무로 보는 것은 다소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
연대채무로 볼 경우 회사와 그 배후자 사이에 주관적 공동관계나 부담부분, 구상 관계 등의 인정 여부에 관하여 이견이 있을 수 있고, 다수의 실무례가 이를 부진정 연대채무로 보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연대채무 관계를 명시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판례는 ⓐ 영업양도인의 채무와 이를 중첩적으로 인수하는 상호속용 영업 양수인[영업양수인은 영업양도인의 변론종결 후 승계인이 아니고, 승계집행문 부여에 있어 채무자의 승계인도 아니 라고 할 수 있다(대법원 1979. 3. 13. 선고 78다2330 판결)]의 채무 관계에 대하여 부진정연대채무로 보고 있고(대법원 2020다225138 판결), ⓑ 회사분할에 따른 분할 전 회사의 채무와 분할 등으로 인하여 설립․존속 하는 회사의 채무 관계도 부진정연대채무로 보고 있으므로(대법원 2016다34687 판결), 법인격남용으로 인한 기존회사와 신설회사의 채무 관계도 부진정연대채무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설령 연대채무로 볼 경우에도 이행청구 이외의 시효중단 사유는 그 시효중단 효력이 배후자에게 미친다고 볼 수 없다는 점에서 그 실익이 크지 아니하다.
바. 확정판결로써 신설회사에 대한 시효도 연장되는지 여부
⑴ 문제의 소재
㈎ 원심은 소멸시효 기산점을 법인격남용 여부 및 청구권의 존재를 알 수 있게 된 ‘이 사건 원심판결 선고일’이라고 판단함으로써 종전 기존회사에 대한 확정판결로써 신설회사에 대한 시효도 연장되는지 여부에 관한 쟁점이 문제 될 여지가 없었다.
이는 법인격남용(부인)이 인정되는 경우, 기존회사 기준설의 입장에서 기존회사에 대한 시효중단 효과가 신설회사에도 미친다는 점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다만 이 사건에서 기존회사기준설을 따를 경우, 기존회사에 대한 판결 확정 다음 날인 2017. 5. 13.경부터 어음금채권의 시효기간인 3년이 경과한 2021. 3. 3.경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으므로, 시효중단의 효력 유무에서 더 나아가 확정판결로써 그 시효 기간까지 연장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검토의 여지가 있다.
㈏ 이에 대하여는 ① 시효연장 긍정설(기존회사에 대한 확정판결로써 배후자인 신설회사에 대한 채권의 소멸시효도 10 년으로 연장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과 ② 시효연장 부정설(기존회사에 대한 확정판결이 있다고 하더라도 배후자인 신설회사에 대한 채권의 소멸시효가 10년으로 연장될 수는 없다고 보는 건해)가 대립한다.
⑵ 검토 : (= 시효연장 긍정설이 타당함)
신설회사 설립 후의 기존회사가 받은 확정판결에 따른 시효연장의 효력도 그 신설회사에 미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사. 대상판결(대법원 2024. 3. 28. 선고 2023다265700 판결)의 결론 : 상고기각
⑴ 이상의 논의를 요약하면, 다음 표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⑵ 원심은, 피고 회사가 법인격남용으로 설립된 것이라는 전제에서 원고의 甲 회사 에 대한 청구권이 성립한 때부터 원고의 피고 회사에 대한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바로 진행된다고 보는 것은 정의와 형평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 이유에도 부합하지 않으므로, 원고의 피고 회사에 대한 청구권은 원고가 甲 회사의 법인격남용 여부 및 피고 회사에 대한 청구권의 존재를 알 수 있게 되어 피고 회사에 대하여 권리행사가 가능하게 되는 이 사건 원심판결 선고일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판단하였다.
법인격남용에 관한 객관적 인식가능시점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인정하여 신설회사 기준설의 입장에 있던 원심판단은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할 것이나, 기존회사 기준설에 의하더라도 기존회사에 대한 시효중단의 효과가 신설회사에도 미치고 그 소멸시효도 기존회사에 대한 확정판결에 따라 10년으로 연장된다고 보는 이상, 피고 회사의 소멸시효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은 결론은 수긍할 수 있다.
⑶ 대상판결(대법원 2024. 3. 28. 선고 2023다265700 판결)은 ‘기존회사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설회사가 기 존회사와 별도로 자신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별개의 법인격을 갖고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신설회사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칙에 위배된다는 점을 강조하였을 뿐, 기존회사에 대한 시효중단과 확정판결에 따른 소멸시효기간의 연장이 신설 회사에 대하여도 효력이 미치는지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판단하지는 아니하였다. 그러나 원고가 기존회사에 대한 이 사건 확정판결을 받음으로써 기존회사에 대한 시효중단의 효과가 발생하였고, 그 소멸시효기간도 10년으로 연장되었으며, 이와 같이 ‘기존회사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신설회사가 별도로 자신에 대한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그 논리의 구조는 기존회사 기준설을 전제로 하여 기존회사에 대한 시효중단과 소멸시효기간 연장의 효과가 신설회사에 그대로 미친다는 것을 예정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⑷ 대상판결(대법원 2024. 3. 28. 선고 2023다265700 판결)은 법인격부인이 인정되는 경우, 신의칙을 기초로 한 법인격부인의 법리 자체를 소멸시효 중단의 효과가 배후자 또는 신설회사에 미치는 근거로 삼아, 배후 자 또는 신설회사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칙상 허용되지 아니함을 명시한 첫 선례 로서 가치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