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논문

계약교섭단계에서의 신의칙상 주의의무위반과 손해배상책임_윤경변호사 논문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2. 3. 16. 16:36
728x90

[대법원 재판연구관 윤  경]


계약교섭단계에서의 신의칙상 주의의무위반과 손해배상책임
- 대상판결 : 대법원 2001. 6. 15. 선고 99다40418 판결 -








I. 사건의 진행과정

1. 사안의 개요

① 건설업체인 원고들은 부산 광안리 광안대로 공사의 공동낙찰수급체를 형성한 다음 그 중「강교공사」를 담당할 하수급체를 물색하다가, 원고 甲이 피고회사에게 하수급의사를 타진하자 1994. 12. 7. 피고는 견적서(공사대금 252억, 이하 억 단위 아래의 금원은 버리고 기재함), 이행각서, 건설공제조합의 하도급보증서(보증기간 1994. 12. 8.부터 1995. 12. 7.까지)를 제출하였다. 원고들은 1994. 12. 8. 입찰에 참가하여 낙찰을 받고, 같은 달 16. 조달청과 공사대금을 600억원으로 한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도급공사 중 강교공사의 着工日은 1995. 4. 29.이고 준공일은 그로부터 14개월 후로 되어 있다.   

② 피고는 강판가격이 인상되자 1995. 5. 29. 증액 견적서(7억원을 증액한 1차 견적서)를 제출하였고, 원고 甲은 피고와의 협의를 거쳐 같은 해 7. 28. 위 금액을 그대로 수용한 공사하도급계약서를 작성•날인한 다음 상대방이 특수계약조건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피고에게 송부하였으나, 피고는 합의되지 않은 사항이 있다는 이유로 계약서날인을 거부하였다.

③ 광안대로 건설사업소에서 도장공사사용도료를 수용성방식으로 결정하자, 원고들은 1995. 8. 28. 피고에게 통보하였고, 피고는 공사비를 308억원으로 인상할 것을 요청하였다가 원고들과의 조정을 거쳐 같은 달 17.에 265억원의 견적서(2차 견적서)를 제출하였다.

④ 원고들은 일부 합의된 계약조건을 송부하고 1995. 11. 4. 및 같은 달 7.에 2차례에 걸쳐 하도급계약의 체결을 촉구하자, 피고는 공사비추가인상을 요구하면서 실무자간 회의개최를 요청하였다. 같은 해 11. 13. 원고들과 피고회사의 실무자들이 만나 도장공사는 A 회사에, 강교설치공사는 B 회사에 하도급을 주고, 물가연동가산공사비 9% 반영하는 등은 합의를 하였으나, B 회사의 공사수행에 대한 피고회사의 연대보증 여부, 피고회사의 강교운반 여부, A 회사에 대한 피고회사의 편의제공에 따른 비용부담 등에 관하여 합의를 보지 못하였다.

⑤ 원고들은 1995. 11. 22. 하도급계약의 체결을 촉구하자, 피고회사는 B 회사에 대한 보증을 할 수 없고, 강교운반도 할 수 없으며, 착오로 60%이상 적게 견적 비용을 내었으므로 공사비단가를 조정해달라고 요구하면서 같은 해 11. 25. 강교제작만을 맡는 것을 전제로 한 268억원의 견적서(3차 견적서)를 송부하였다. 원고들은 2차례에 걸쳐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통보를 하고, 1996. 1. 22. 피고회사와의 하도급계약을 해제한다는 통보를 하였다.

⑥ 원고들은 해제통보이전인 1995. 11. 13.부터 여러 곳에서 견적서를 받은 다음 소외 C 회사와 공사대금 395억원(부가세 포함 434억원)에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들은 공사가 지연된 기간동안의 지체상금을 부담하게 되었으나, 전체공사의 지연으로 지체상금채무를 면제받았다.

2. 1심 및 원심판결의 요지

가. 1심 판결의 요지

(1) 채무불이행책임 (부정)

(가) 사실인정의 요지
구 건설업법 제22조 제3항, 시행령 제8조에 따라 원고들이 피고회사에 하도급을 하기 위하여는 발주처의 서면승낙이 있어야 한다. 법 제21조 제2항, 시행령 제31조에 도급계약의 당사자는 그 내용 등 11항목을 서면으로 명시하여 서명 또는 기명날인 한 후 서로 교부하여 보관토록 하고 있다. 하도급에 관한 지침 제3조에서는 관서의 장은 하도급의 승인 요청이 있을 때는 계약서 寫本을 제출받도록 하고 있다. 원고들 중 다른 원고가 A 회사에게 도장공사를 중복 하도급하였는데, 위 회사가 공사포기하고 발주처로부터 하도급변경의 승인을 받아 일단락 되었다.
원고 甲은 피고회사가 견적금액의 인상을 요구하자 피고에게 하도급계약의 체결을 요구하는 공문을 수차례 보내거나 계약서를 송부하다가 1996. 1. 18. 비로소 하도급계약이 체결되었음을 전제로 해제통보를 하였다. 하도급승인을 받기 전에 감리단(삼우엔지니어링)에 의한 공장실질심사를 거쳐야 하므로 1995. 5. 19. 피고회사에 대한 공장실사를 시행하였는데, 원고 甲의 과장은 위 실사에 즈음하여 하도급계약전 서류(제작 및 검사시공계획서, 각종 스케쥴, 조직표 등)제출을 요구하면서 그 서류에 대한 상세한 기술협의는 계약 후 행할 것을 요구하였다. 위 감리단의 부도로 새 감리단인 유신설계공단이 6. 10. 다시 실사하였다.

(나) 판 단
도급계약은 불요식, 낙성계약이고, 관계법령의 규정도 계약서의 작성을 성립 또는 효력발생요건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견적서의 제출은 계약체결전 도급금액을 정하기 위한 준비행위의 성격을 가진다. 최초 견적서와 변경 견적서 작성 당시 발주처에 의하여 공사수행방법이나 공사의 착수 및 완성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거나 당사자 사이에도 합의가 없었던 점 종합하면, 견적서를 채택하여 도급금액을 일단 정한 후 나머지 계약조건에 대하여도 합의를 하여 하도급계약을 최종적으로 완성하기로 한 것이다. 원고들과 피고회사는 청약의 거절, 변경을 가한 승낙, 새로운 청약만을 교환하였을 뿐 의사의 합치는 없었다. 피고가 제출한 이행각서는 ‘하도급계약이 성립할 경우’에 이행을 하겠다는 것이고, 하도급보증서도 장차 성립할 하도급계약의 이행을 담보하려는 취지에서 교부한 것에 불과하다.

(2) 불법행위책임 (긍정. 책임제한 50%)

(가) 사실인정의 요지
피고회사는 이행각서에 계약보증서까지 제공하였다. 피고 제출의 최초 견적서는 해상교량이 아닌 육상교량공사를 기준으로 단시간내에 작성되었다. 피고는 1995. 1.경 특별시방서를 수령하였는데 여기에는 예상치 못한 공사내용이 있었다. 도장은 용제형 방식이 아닌 수용성 방식으로 하고, 교각은 60미터 단위 경간으로 분리운반하여야 하는데, 피고의 능력으로는 강교제작만이 가능하고 운반 및 설치는 불가능하며, 도장공사도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

(나) 판 단
피고는 해상교량공사 경험이 없음에도 무리하게 受注하기 위하여 기초자료도 교부받지 아니하고, 기본적 사항의 검토 없이 부실한 견적서를 작성하였으며, 특별시방서를 받고 검토할 기회가 있음에도 다른 이유를 들어 계약체결을 지연하다가 10여개월 지난 1995. 11.경 강교제작공사만을 할 뜻을 나타냈다. 강교제작만에 관한 최후 견적서는 모든 공사포함한 최초 견적서의 금액을 초과하였고, 피고회사의 계약체결거절은 주로 위 피고의 귀책사유에 기한 것이므로 불법행위가 성립된다.
손해배상액은 C 회사와의 하도급금액에서 피고의 1차 견적서 금액을 공제한 차액(이행이익의 배상)을 인정하였다. 반면 원고로서는 상대방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할 의무 부담하는데도 불구하고 특별시방서를 교부하지 아니하였고, 견적서 작성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아니한데다가 너무 적은 금액으로 입찰에 응한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이를 참작하여 50%로 책임제한을 하였다.

나. 원심 판결의 요지

(1) 채무불이행책임 (부정)

대규모의 관급공사는 공사금액도 고액이고 기간도 장기간이므로 계약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공사금액 외에 구체적인 공사방법 등 나머지 조건에 관한 합의도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하도급계약은 체결되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피고회사는 구 건설업법 제22조의2 제2항 소정의 전문건설업자도 아니다.

(2) 불법행위책임 (부정)

원고들은 입찰 전에 D 회사의 견적서를 받아보았는데 그 금액은 피고회사의 것보다 2배 이상의 고액이던 점, 피고회사는 원고들로부터 특별시방서도 받아보지 못한 채 하루만에 졸속으로 견적서를 작성하였던 점, 대기업인 원고들은 피고회사의 견적금액이 하도급공사를 시행하기에 불가능할 정도로 과소함을 충분히 알고 있었던 점을 모아보면, 원고들은 피고회사의 견적서만을 믿고 입찰에 참가한 것은 아니다. 계약자유의 원칙상 양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교섭을 중단하고 계약을 포기할 수 있으므로 견적서 제출행위가 원고들에게 계약성립에 관한 정당한 기대 내지 확실한 신뢰를 유발•조장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피고의 이행각서 및 계약보증서 제출행위는 이례적이기는 하나 하도급계약이 성립될 경우를 전제로 교부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불법행위책임을 지지 않는다.

3. 상고이유의 요지

가. 상고이유 1점

도급계약의 체결에 관한 법리오해, 판단유탈, 채증법칙위배, 경험칙위배 및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

(1) 하도급계약의 성립에 관한 법리위배

도급계약은 불요식의 낙성계약이다. 고액의 도급계약도 마찬가지이다. 민법 664조에 따라 일방이『어느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그 상대방이『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면 성립하는 것이다.
그런데 원심은 대규모의 공사에서는 공사 및 보수 외에도 구체적인 공사시행방법과 준비, 공사비지급방법도 중요사항이므로 이러한 점까지 합의가 이루어져야 계약이 체결된 것이라고 판단한 것은 민법 644조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원심 판시에 의하면, 대규모공사란 어느 정도의 공사를 말하는 것인지, 그 경우 합의는 어느 범위까지 하여야 하는지 불확실하여 법적 안정성을 해하게 된다. 공사에 부수되는 제반조건은 공사수행과정에서 협의할 수 있는 것이다.

(2) 하도급계약의 성립에 관한 채증법칙위배, 심리미진, 사실오인

① 입찰 전 D 회사의 견적서를 받고 가격이 높아 입찰을 포기하려 하였는데 피고회사의 대표이사가 찾아가 저렴한 가격에 공사할테니 맡겨달라고 하였다. 입찰일이 며칠 남지 않았지만 야근을 해서라도 견적서를 작성하겠다고 하였다. 견적가 산출을 위한 모든 자료를 교부하였다.
② 하도급계약의 성립 : 피고회사가 견적서와 함께 이행각서, 하도급보증서를 제출할 당시 원고들이 낙찰을 받는 조건으로 견적서의 기재 금액으로 발주처가 정한 공기 내에 이행하기로 하는 의사의 合致가 있었다. 그 후 원고들이 낙찰받음으로써 위 조건도 성취되었다. 이러한 주장을 판단하지 않은 것은 판단유탈이다. 하도급계약이 체결된 것이 아니라면 원고들이 막대한 지체상금부과를 무릅쓰고 1년간의 지루한 협상도 하지 않았을 것이고, 도장공사에 2중으로 하도급받은 A 회사를 설득하여 공사를 포기하게 할 이유가 없다. 피고회사는 수주를 자축하였고, 1억원을 주고 시공상세도까지 작성하였다.

나. 상고이유 2점

원고들이 피고회사가 제출한 견적서만을 믿고 그 금액을 토대로 응찰가를 결정하여 입찰에 참가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원심은 채증법칙 및 경험칙을 위배한 사실오인, 이유불비, 논리칙위반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① 현대중공업이 제출한 견적서의 금액은 터무니없이 높은 금액이었다.
② 원고들은 철구조물제작 전문회사인 피고회사가 제출한 견적서를 신뢰할 수 밖에 없었다. 피고회사는 견적을 산출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고, 이행각서 및 보증서까지 제출하였다.
③ 원고들은 피고회사의 견적금액이 하도급공사를 시행하기에 불가능할 정도로 과소함을 충분히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다. 상고이유 3점

피고회사가 원고들에게 강교공사를 수행하기로 한 신뢰를 유발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시는 채증법칙, 경험칙 위배 및 심리미진이고, 이행각서와 이행보증서에 담긴 의사해석을 잘못함으로써 의사표시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① 피고회사는 자신들에게 공사를 달라고 요구하여 원고는 그 견적서를 기초로 입찰 참가함. 무리하게 작성한 견적서를 제출하였음에도 다른 이유를 들어 계약의 체결을 지연하다가 10개월 후 피고의 능력으로 수행할 수 없는 일이라며 공사수행을 거부하였다. 계약체결의 거절은 피고의 귀책사유에 기한 것으로서 원고들에게 야기한 신뢰를 파기할 정당한 사유가 없으므로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당사자 사이의 자유로운 계약교섭권의 범위를 넘어 위법한 것이므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② 이행각서와 보증서는 하도급계약이 성립되면 그 이행을 담보하려는 취지로 교부한 것이란 판시 부분은 부당하다. 이는 원고들이 하도급공사를 수급할 경우 견적서 기재금액대로 공사를 수행하겠다는 확약의 의미로 교부받은 것이다. 이는 主계약 성립의 징표이다. 하도급계약이 성립되면 당연히 계약에 따라 이행을 할 의무가 생기는 것인데, 구태여 이행의 담보조로 받을 이유가 없다.    

라. 상고이유 4점

원심은 손해배상의 법리를 오해하고, 손해액 주장 및 입증에 관하여 석명권을 행사하지 않은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
① 피고회사가 원고들의 신뢰에 반하는 행동을 하여 손해를 입혔다고 하더라도 그 범위는 신뢰이익의 배상을 넘는 이행이익의 배상이 되어서는 아니된다고 판시하였으나, 수급인이 공사를 수행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통상손해는 대체공사비이다.
②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경우 손해액에 대한 입증이 없더라도 법원은 청구기각할 것이 아니라 석명권을 행사하여야 한다.

4. 對象판결의 요지

⑴. 공사금액이 수백억에 달하는데다가 공사기간도 14개월이나 되는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의 건설하도급공사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사금액 외에 구체적인 공사시행 방법과 준비, 공사비 지급방법 등과 관련된 제반조건 등 그 부분에 대한 합의가 없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리라고 보이는 중요한 사항에 관한 합의까지 이루어져야 비로소 그 합의에 구속되겠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당사자의 실제의 의사와 부합하는 해석이라 본 사례.

⑵. 어느 일방이 교섭단계에서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부여하여 상대방이 그 신뢰에 따라 행동하였음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의 체결을 거부하여 손해를 입혔다면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계약자유 원칙의 한계를 넘는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


II. 도급계약의 성립 여부

1. 쟁 점 

가장 큰 쟁점은 하도급계약이 성립되었는지 여부이다. ㉠먼저 계약의 성립 여부를 따지기 위하여는 하도급계약의 성질을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낙성계약인지 계약서의 작성을 요하는 요식계약인지가 문제된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역시 의사표시의 해석이다. 즉 청약과 승낙이 있었는지, 있다면 어떤 것이 청약이고, 승낙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무엇이 계약의 본질적 요소인지, 이러한 부분에 대한 합의가 있었는지, 이 부분에 대한 합의가 없어도 계약은 성립하는지 등도 생각하여 보아야 한다.  

2. 하도급계약의 성격

가. 도급의 의의

우리나라의 통설은 다음과 같다. ① 도급이란 당사자의 일방(수급인)이 어떤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도급인)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성립하는 낙성•불요식의 계약이다. ② 수급인은 계약에서 정하여진 내용의 일을 완성할 의무를 진다. 일의 내용이 유형적인 것일 때에는 수급인은 도급인에 대하여 완성물의 인도의무를 부담하며, 이 완성물인도의무는 '일을 완성할 의무'의 한 내용이다. 또 완성물의 소유권이 수급인에게 귀속하는 경우에는 수급인은 도급인에 대하여 완성물의 소유권이전의무도 부담한다. ③ 도급인은 수급인에 대하여 보수지급의무를 진다. 이 의무는 수급인의 '일을 완성할 의무'와 대가관계에 선다. 특히 재료의 제공자는 도급인에 한하지 않고 수급인이라도 무방하다. ④ 도급은 불요식계약이어서 서면의 작성과 같은 특별한 방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와 달리 도급계약을 파악하는 견해도 있다. 즉 ① 수급인은 도급인이 제공한 재료에 도급인의 지시대로 약속한 일을 완성할 의무를 지고, 도급인은 수급인의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의무을 질 것을 약정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이 도급계약이다. ② 수급인은 작업이 완료하면 완성물을 도급인에게 인도하여야 할 의무를 지는데, 이 의무는 민법 제665조의 보수지급과 완성물인도가 동시이행관계에 있다는 규정으로부터 유추된다. ③ 그러나 수급인이 재료를 제공하고 또한 수급인이 취득한 소유권을 도급인에게 이전하기로 약정된 계약은 도급계약이 아니고, 제작물공급계약이라는 독자적인 계약유형에 속한다.

나. 건설공사계약에 관한 특별법의 규정

(1) 건설산업기본법 (구 건설업법)

건설계약은 도급인 소유의 부동산이나 도급인이 이용권을 갖는 부동산 위에 수급인이 건물의 신•증축, 특수구조물의 시공, 토목공사 등을 맡아 줄 것을 약정하는 도급계약이다.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공사의 적정한 시공과 건설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할 목적으로 제정되었고, 건설업계에 대한 행정감독과 규율을 목적으로 한 기업법(산업법)으로 행정법규가 태반이지만 동법 제3장 ‘도급 및 하도급계약’은 사법에 관련된 사항을 포함하고 있어 민법의 특칙으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2) 건설계약의 하도급

수급인이 맡은 일의 전부 또는 일부의 완성을 제3자가 하수급인이 되어 맡기로 하는 원래의 수급인과 제3자간의 계약을 ‘하도급’이라 한다. 도급계약의 성격상 수급인은 일을 완성하기만 하면 되므로 성질상 수급인 본인이 스스로 일을 하여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타인을 통하여 일을 完成할 수 있는 것이므로, 수급인이 하도급금지특약을 무시하고 하수급인을 사용한 경우에도 수급인은 도급인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에 기한 책임만 발생할 뿐 하도급 자체는 유효하다. 하수급인은 원도급계약의 당사자관계에서 보자면 도급인의 元수급인의 이행보조자(민법 391조)의 지위에 있게 된다. 그러나 하도급계약은 원도급관계의 유효를 전제로 성립하는 것이므로 원래의 도급관계가 해제 기타의 사유로 효력을 잃으면 하도급은 당연히 종료한다. 원도급관계의 소멸이 원수급인의 책임있는 사유에 기인한 것일 때에는 하수급인은 元수급인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3) 건설계약 하도급에 대한 특별법의 제한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공사의 부실을 막고 하수급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하도급에 관한 여러 가지 제한을 두고 있다. ①건설업자는 그가 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전부 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주요부분의 대부분을 다른 건설업자에게 하도급할 수 없고(법 29조), 해당 업종의 전문건설업자에게 하도급하여야 한다(법 30조 1항). ②발주자는 수급인에게 현저히 부적당하다고 인정하는 하수급인의 변경을 요구하거나, 계약해지권을 갖는다(법 31조). ③하수급인은 그가 하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시공에 있어서는 발주자에 대하여 수급인과 동일한 의무를 진다(법 32조 1항). ④발주자는 일정한 경우 하수급인이 시공한 분에 해당하는 하도급대금을 하수급인에게 직접 지급할 수 있다(법 35조 1항). ⑤수급인은 하수급인으로부터 하도급공사의 준공 또는 기성부분의 통지를 받은 때에는 10일이내에 이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하여야 하고, 검사 결과 하도급공사가 설계내용대로 준공된 때에는 지체없이 이를 인수하여야 한다(법 37조). ⑥수급인은 하수급인에게 하도급공사의 시공과 관련하여 자재구입처의 지정 등으로 하수급인에게 불리하다고 인정되는 행위를 강요하여서는 아니된다(법 38조).

다. 계약書의 작성과 계약성립 여부

(1) 이 사건과 같은 건설공사 하도급계약이 성립하기 위하여 계약서의 작성이 필요한지 여부

하도급계약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낙성, 불요식의 계약으로 보아야 한다. 피고회사는 계약서의 작성이 없었으므로 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다고 하고 있으나, 건설공사하도급계약은 낙성계약이므로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는 것이 곧 계약의 불성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도급은 불요식계약이어서 서면의 작성과 같은 특별한 방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규모가 큰 토목, 건설공사나 큰 기계의 제작과 같이 대가가 고액이고, 일의 완성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도급계약에 있어서는 서면을 작성하는 것이 보통이기는 하나 이러한 경우에도 서면의 작성이 계약성립의 요건은 아니다.
한편 실제의 거래에 있어서 계약의 대강에 대하여 합의를 하고, 뒷날 계약의 細部的 내용을 포함하는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약속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의 계약의 성립은 문제이나, 결국 이는 의사표시의 해석문제로 귀착한다. 즉 계약서의 작성이 있을 때까지 효과를 발생시키지 않겠다는 의사가 있는 것으로 새길 수 있는 경우에는 계약서의 작성이 없는 한 계약이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계약서의 작성이 계약을 확인하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경우에는 합의에 의하여 계약은 이미 성립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구 건설업법상의 계약서 작성 의무규정과의 관계

구 건설업법의 규정에 의하여 이 사건 하도급계약이 요식계약인지 여부를 살펴본다. 동 법 제21조 제2항(현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2항)은 건설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은 일정한 사항을 계약書에 명시하여야 하고, 서명•날인한 계약서를 서로 교부하여 보관하도록 하고 있으나, 그 취지는 행정적 감독의 차원에서 중요한 사항을 미리 명시함으로써 분쟁을 미리 막으려는 데에 있는 것이므로, 이러한 도급계약에 있어서도 서면의 작성을 계약의 성립요건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이와는 달리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계약서의 작성으로 비로소 계약이 성립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국가가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계약서의 작성이 있을 때 계약이 성립하는 것으로 해석된다(예산회계법 78조. 1995. 1. 5. 삭제). 대법원도 예산회계법 소정의 요건과 절차에 따르지 않은 계약은 무효이고 계약서의 작성을 그 계약성립요건으로 보고 있다. 국가를당사자로하는계약에관한법률 제11조도 마찬가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私人間의 계약에 관한 것이므로 위 조항이나 위 판례가 適用될 여지가 없다.

(3) 구 건설業法 제22조의 2 제2항의 규정의 意味

구건설업법 제22조의 2 제2항은 “건설업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건설공사를 도급받고자 할 때에는 미리 하도급받을 전문건설업자의 견적을 받아 도급금액을 정할 수 있다. 이 경우 당해 건설공사를 도급받은 때에는 수급인과 전문건설업자는 그 견적한 내용대로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피고회사는 特殊건설業者일뿐 專門건설業者가 아니므로 위 조항의 적용을 받는다고 할 수 없다. 

(4) 이 事件의 경우 

하도급계약을 성립시키기 위하여 반드시 계약서의 작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사건과 같은 사안에서는 계약서의 작성이 있을 때까지 계약의 성립을 留保시키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 이유는 뒤에서 다시 언급하기로 한다.

3. 이 事件에서 하도급계약의 성립 여부 檢討

가. 계약의 성립

(1) 청약과 承諾에 의한 성립

계약은 대립하는 당사자간의 의사표시의 合致, 즉 합의에 의하여 성립하며, 합의는 보통 청약과 승낙의 合致에 의하여 성립한다. 2개의 의사표시의 합치 여부가 문제될 때는 의사표시의 해석에 따라야 한다. 먼저 당사자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확정하여야 하고 두 사람의 진의가 일치한다면 가사 表示가 眞意와 다르다 하여도 합의가 이루어 진 것이므로 계약이 성립한다. 당사자의 眞意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의사표시의 客觀的 내용이 무엇인지를 規範的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2) 계약의 성립要件으로서의 合意

合意라 함은 일정한 私法的 법률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쌍방의 대립하는 당사자 사이의 의사표시의 합치를 말한다. 합의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객관적 합치와 주관적 합치가 있어야 한다. 낙성계약은 이 요건만 갖추면 계약이 성립하지만 要物계약에 있어서는 그밖에 일방당사자가 一定給付를 하여야 한다는 特別성립요건을 필요로 한다.
① 客觀的合致 : 數個의 의사표시가 내용적으로 일치하는 것이 客觀的合致이다. 승낙과 청약은 각각 의사표시이므로 그 의미는 의사표시의 해석에 의하여 명확하게 밝혀지는데 의사표시의 해석은 1차적으로는 당사자들의 실제적 의사를 문제삼아야 하며 당사자 쌍방의 실제적 의사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어느 것이 정당한 것인가에 따라 법률행위의 효력이 판단되어야 할 것이고 해석에 의하여 밝혀진 두 개(청약과 숭낙)의 의사표시의 내용이 일치하는 경우에만 합의가 성립한다고 새겨야 할 것이다. 의사표시에 대한 당사자들의 실제적의사가 일치하는 경우에는 그러한 實體的意思와 相異한 표시가 아닌 당사자들의 진정한 內心의 의사에 따라 그 의사표시를 해석하여 계약을 성립시켜야 할 것이다. 즉 1차적으로는 내심의 효과의사가, 2차적으로는(내심의 의사표시가 올바르게 표시되지 못하였고 그에 대하여 表意者에게 表示過失이 있다면) 의사표시의 객관적인 의미가 서로 합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② 主觀的合致 :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상대방의 의사표시와 결합해서 계약을 성립시키려는 의의를 가지는 때에 主觀的合致가 있게 된다. 즉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서로 상대방에 대한 것이어서 상대방이 누구이냐에 관하여 잘못이 없는 것을 말한다.

(3) 請 約

청약은 이에 대응하는 상대방의 승낙과 結合하여 일정한 내용의 계약을 성립시킬 것을 목적으로 하는 確定的인 의사표시이다.
① 청약은 수령을 요하는 일방적인 의사표시이다. 청약은 그 자체만으로는 계약을 성립시키지 않고 승낙이라는 다른 의사표시와 결합하여 비로소 계약이라는 법률행위를 성립시킨다.
② 청약은 장차 계약의 당사자가 될 特定人에 의하여 행해져야 하지만 청약자가 누구인지가 明示的으로 표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③ 청약은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이지만 승낙과 합치하는 순간에 당사자를 확정할 수 있으면 족하고 따라서 상대방은 特定人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④ 청약자는 상대방에 대하여 계약체결의 의사표시를 하여야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明示的으로 행하여질 필요는 없고 그러한 의사의 존재를 객관적으로 알 수 있으면 충분하다.
⑤ 청약은 그에 응하는 승낙만 있으면 곧 계약을 성립시킬 수 있는 확정적인 의사표시이어야 한다. 청약은 그에 대한 승낙에 의하여 곧바로 계약의 성립에 필요한 의사합치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내용적으로 확정되어 있거나 해석에 의하여 확정될 수 있어야 한다. 즉 청약에는 최소한 상대방과 당해 계약의 본질적 요소에 관한 사항이 모두 확정되어 있거나 확정될 수 있는 기준이 들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청약 자체에 계약성립에 필요한 모든 사항이 반드시 표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계약교섭과정, 예약, 청약의 유인, 종래의 거래관계, 지방적 관습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한 의사표시의 해석에 의하여 확정가능성이 밝혀지는 것으로 충분하다. 요건대 청약자가 어떠한 계약을 체결하려고 하는지를 상대방이 알 수 있으면 청약이 된다. 계약의 내용이 될 일정한 사항(금액이나 수량 등)의 결정을 상대방 또는 제3자에게 맡기는 것도 상관없다. 이러한 조작을 거치더라도 그 내용이 확실해지지 않는 경우는 청약의 유인이 될 뿐이다.

(4) 承 諾

승낙은 청약의 상대방이 청약에 응하여 계약을 성립시킬 목적으로 청약자에 대하여 행하는 의사표시이다.
① 승낙은 특정의 청약에 대하여 행하여지는 것이며, 청약의 경우와 달리 不特定多數人에 대한 승낙은 있을 수 없다. 즉 승낙은 특정의 청약자에 대하여 청약의 상대방이 계약을 성립시킬 의사를 가지고 행하여야 한다.
② 승낙은 청약에 대하여 동의를 준다는 내심의 결의에 그치지 않고 청약자에게 표시되어야 한다. 이 표시는 언어, 문자에 의하여 명시적으로 행하여지는 것이 보통이나 묵시적으로 하여도 좋다.

(5) 청약과 ‘청약의 유인’과의 구별

(가) 일반적 구별기준
청약과 청약의 유인의 구별은 거래 당시의 관행에 비추어 각 행위의 사회적 의미를 밝히는 의사해석에 의하여야 한다. 어떤 의사표시를 청약 또는 청약의 유인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가 하는 문제는 표의자의 승낙이 있으면 계약을 성립시키겠다는 확정적 구속의사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내용적으로 확정이 되어 있거나 해석에 의하여 확정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주택을 팔겠다는 의사만을 표시하고 대금을 확정하지 않은 경우와 같이, 청약으로서 의사표시를 하였더라도 확실한 거래조건을 제시하지 않은 경우에는 청약의 유인에 해당한다. 
구별에 관하여 참고가 될만한 一應의 기준을 보면, ㉠특정인에 대한 것은 보통은 청약이고, 불특정인에 대한 것은 청약의 유인인 경우가 많고, ㉡행위에 의하여 표시된 계약의 내용에 관하여, 아무런 留保를 하고 있지 않은 채 明示되어 있는 경우에는 청약이고, 그 반대의 경우는 청약의 유인인 수가 많다. 그리고 광고유형과 관련하여, 구인광고, 주택 임대광고, 물품 판매광고, 商品目錄의 배부, 기차•기선 등의 시간표의 제시 등은 청약의 유인에 해당한다고 一般的으로 말하여 지고 있다.  

(나) 判例에 나타난 청약의 유인
판례에 의하면, 공사의 입찰공고와 공매입찰 안내 공고 및 보험약관의 내용이 소개되어 있는 안내문, 견적서 제출요청은 청약의 유인이라고 한다. 대법원 1996. 1. 26. 선고 94다30690 판결은, 청약의 유인인가, 청약인가 하는 점이 직접 쟁점이 되어 판단한 것은 아니지만, 오피스텔의 분양광고를 내고 직원 또는 부동산중개인을 동원하여 분양사실을 널리 알리고, 분양사무실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오피스텔의 분양가격, 교통 등 입지조건, 오피스텔의 용도, 관리방법 등 분양에 필요한 제반사항을 설명하는 것을 청약의 유인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說示하고 있다.  

나. 계약의 本質的 要素에 대한 合意 여부

(1) 一般論

계약유형 또는 매매대금과 같이 계약이 객관적으로 본질적인 요소에 속하는 점에 관하여 당사자들이 합의를 하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계약이 성립하지 않는다. 완전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여 언제나 계약이 불성립한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계약의 본질적 부분에 대하여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만 계약이 성립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하고, 합의되지 않은 부분이 계약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에는 민법 제137조를 類推適用하여 당사자가 합의된 부분만으로도 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이 인정되는 때에는 합의된 부분만으로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할 것이다.
다만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매매매금과 같은 본질적 요소도 未定일 수가 있는데, 이 점이 당사자들에 의해서 의욕된 계약적 구속과 모순되지 않는다. 본질적 요소에 관한 합의가 사후의 약정에 의하여 유보될 수 있으며 사후의 약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補充的 계약解釋에 의하여 또는 法律規定에 따라 흠결이 보충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하여는 당사자들의 의사에 따르면 완전한 계약이 이미 체결된 것으로서 효력을 가져야 한다.

(2) 判例의 態度

① 대법원 1997. 1. 24. 선고 96다26176 판결 : 매매계약에 있어서 그 목적물과 대금은 반드시 계약체결 당시에 구체적으로 특정될 필요는 없고 이를 사후에라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이 정해져 있으면 족하다.
② 대법원 1993. 6. 8. 선고 92다49447 판결 : 매매는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매매계약은 매도인이 재산권을 이전하는 것과 매수인이 대가로서 대금을 지급하는 것에 관하여 쌍방당사자의 합의가 이루어짐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며, 그 경우 매매목적물과 대금은 반드시 계약체결 당시에 구체적으로 특정할 필요는 없고 이를 사후에라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이 정하여져 있으면 족하다.
③ 대법원 1986. 2. 11. 선고 84다카2454 판결 : 매매계약에 있어 매매목적물과 대금은 반드시 그 계약체결 당시에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을 필요는 없고 이를 事後라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이 정하여져 있으면 족하다.

(3) 건설工事 하도급계약에서의 重要事項 (本質的 要素)

구건설업법 21조(건설産業基本法 제22조 제2항), 구시행령 31조(동법 시행령 25조)에 공사도급계약(하도급계약 포함)의 내용이 정하여져 있다. 위 조항에 규정된 사항 전부가 하도급계약의 본질적인 중요내용이라 할 수 없고, 이는 그 계약의 성격이나 당사자의 의사에 다라 달라질 문제이지만 일응 그 중 몇 개는 도급계약의 중요사항을 판별하는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사건과 같은 하도급계약의 본질적인 중요 요소로 일응 공사대금, 공사내역 및 방법, 공사기간(착수시기 및 완공시기), 대금지급 시기 및 방법, 지체상금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즉 적어도 당사자가 이러한 사항에 대한 합의가 없는 한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내용을 말한다고 할 것이다.

다. 이 사건에서 피고회사가 제출한 견적서, 이행각서, 하도급계약보증서 제출행위의 의미

(1) 견적서

① 견적서는 계약체결의 준비•교섭행위에 불과하다. 건설공사에 관한 계약체결 전에 주문자와 수급인 사이에 공사목적물의 설계도가 이미 완성되어 있는 경우에 이를 정사하여 공사비의 개산이나 정밀견적을 하여 제출하는 견적서는 일반적으로 수급인이 공사수주를 하기 위하여 주문자의 발주를 권유하는 영업행위의 수단으로서 주문자의 발주의향을 확인하고, 발주자가 견적서를 검토해보고 자기와 계약체결을 위한 협의를 하고 나아가 청약을 하게 하는 계약의 준비행위 즉 청약의 유인에 지나지 않는다.
건설업계에서는 하도급시 여러 업체로부터 견적서를 받아 비교•분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원고회사는 1994. 12. 2. D 회사로부터 공사대금 604억원의 견적서를 받은 사실이 있다. 견적가액이 저렴하다고 하여도 시공능력이 없거나 과거의 실적이 좋지 않으면 계약체결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으므로, 견적서의 제출은 청약의 유인에 불과할 뿐 청약이라고 보기 어렵다.
② 피고회사의 1차 증액견적서의 제출이 청약이고, 이를 수용한 원고 측의 하도급계약안의 送付가 승낙이라는 원고들의 주장이 있으나, 위 증액견적서의 제출이 청약이 아님은 이미 본 바와 같다.

(2) 이행각서, 하도급계약보증서

① 피고의 이행각서의 제출로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 있는가? 견적서 제출단계에서 이행각서까지 교부하는 것은 異例的이기는 하나, 이행각서도 하도급공사를 따내기 위하여 견적서 금액대로 하도급계약에 체결된 경우 이를 誠實히 이행하겠다는 취지로 해석하여야 한다. 즉 이행각서는 ‘하도급계약이 성립할 경우’ 이행을 하겠다는 취지이며, 이행각서의 文面에 의하더라도 하도급계약이 성립될 경우 최초 견적서 기재 금액 범위내에서 공사를 수행하겠다는 約定에 불과하다.
하도급을 받으려는 하수급인의 입장에서는 正式계약締結도 없이 견적서와 함께 이행각서를 제출하라는 도급인의 요청을 무시하지 않을 도리가 없으며, 당사자에게 정식계약도 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출한 이행각서에 계약의 拘束力을 부여한다는 의사표시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즉 이러한 경우의 이행각서는 향후 장차 성립할 계약을 이행하겠다는 다짐에 不過한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② 하도급계약보증서도 실제로 계약이 체결되었음을 前提로 교부된 것은 아니고, 장차 성립할 하도급계약의 이행을 擔保하려는 목적으로 청약유인의 차원에서, 즉 하도급계약이 체결된 경우 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취지로 교부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특히 위 보증서의 保證期間이 1994. 12. 8.부터 1995. 12. 7.까지로 되어 있는 점을 보아도 그러하다. 원고와 발주처간에 체결한 계약서상 이 사건 강교공사의 착공일은 1995. 4. 29.이고, 준공일은 14개월 후인 점에 비추어도 위 하도급계약보증서는 계약체결이 되었음을 전제로 하여 교부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 부분에 관한 1심 및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인다.

(3) 위 書類 等의 提出이 청약인지 여부

원고들은 위 서류의 제출행위를 청약, 원고들의 입찰행위를 승낙이라고 주장한다. 위 서류의 제출행위를 청약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에서는 원고들의 승낙에 해당하는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위 입찰행위는 피고에 대한 의사표시가 아니므로 이는 승낙으로 볼 수 없다. 승낙은 청약의 상대방이 청약에 응하여 계약을 성립시킬 목적으로 청약자에 대하여 행하는 의사표시이므로, 특정의 청약에 대하여 행하여지는 것이며, 청약의 경우와 달리 不特定多數人에 대한 승낙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승낙은 특정의 청약자에 대하여 청약의 상대방이 계약을 성립시킬 의사를 가지고 행하여야 한다.
또한 원고들이 피고회사의 증액견적서를 수용하여 제시한 하도급계약안을 승낙이라고 보기 어렵다. 청약에 變更을 가하여 승낙한 때에는 청약의 거절과 동시에 새로 청약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민법 제534조).
원고들은 또 피고회사에게 최초견적서대로 이행할 것을 수차에 걸쳐 최고한 바 있으므로 이를 승낙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 최고는 공사이행을 촉구한 것이 아니고, 1,2차 증액견적서에 의한 합의가 결렬된 후에 하도급계약체결을 촉구한 것에 불과하므로 이러한 촉구를 승낙의 의사표시라고 보기 어렵다.

라. 이 事件에서 하도급계약의 성립에 대한 當事者間의 意思表示의 解釋 試圖

이 사건의 경우 계약의 중요한 사항인 都給金額에 대하여도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견적서의 제출은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여 계약의 內容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원고 측의 주장대로 이행각서 등을 제출할 당시의 당사자의 의사는 도급금액에 대하여 합의가 있으므로 나머지 중요한 계약사항은 未定인 상태로 둔 채 일단 계약을 성립시켜 이에 拘束된 다음 추후에 나머지 사항을 補充하기로 한 취지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위와 같은 도급계약에서는 공사내용과 도급금액이 중요한 내용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그 밖의 공사착공 및 완공시기, 대금지급방법, 지체상금 등도 본질적인 요소를 차지하고 있는데, 수백억의 공사계약을 함에 있어 이에 대한 합의나 계약서의 작성 없이 계약을 할 의사가 있었다고는 보기 어렵다.
도급계약에서 일의 내용과 도급금액이 정해지면 계약이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을 否定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사안에서의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함에 있어서 그 계약締結 經緯나 動機 등에 비추어 그러한 금액의 합치만으로 그 계약에 구속되기를 바라는 의사가 있었는지에 관한 의사해석이 필요하다. 도급금액 이외의 다른 사항에 대한 의사의 합치 없이 계약을 성립시키려는 의사가 당사자 사이에 있었을까를 생각해 보면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러한 의사가 없었다고 보아야 한다.

(1) 見積書, 履行覺書, 하도급계약保證書의 提出로 계약이 성립되었는지 여부

위 서류의 제출만으로 계약성립이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공사기간도 길고, 공사금액도 수백억에 이르는 고액이라면 추후 분쟁을 방지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계약條件을 정하여 계약을 하는 것이 보통이고, 이것이 당사자들의 의사나 경험칙에 합치한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조건에 대한 합의도 없이 계약이 완전하게 성립되어 이에 拘束된다고 생각하는 당사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② 공사대금과 공사내용의 합치만 있으면 도급계약이 성립할 수 있다. 이 사건의 경우 공사대금과 공사내용의 합치는 있었다고 본다 하여도, 이러한 합치만으로 하도급계약을 성립시키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위와 같은 거대한 공사를 하기 위하여는 공사를 언제 시작하여 언제 마치는지, 대금지급은 어떤 방법으로 하는지, 공사를 지체할 경우 지체상금은 얼마로 할 것인지 등도 계약의 本質的 내용이기 때문이다.
③ 피고회사는 전문건설업자가 아니고 특수건설업자이다. 구 건설업법 제22조 제3항은 “수급인은 그가 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일부를 일반건설업자 또는 특수건설업자에게 하도급할 수 없다. 다만, 發注者의 서면에 의한 승낙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되어 있고, 위 義務違背時는 영업정지 또는 과징금을 부과하거나(같은 법 50조 2항),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같은 법 62조 3호). 발주자의 승낙을 받지 못한 경우 이미 체결한 계약을 이행하기가 곤란하게 되므로, 원고 측으로서도 계약의 구속력을 미리 받을 필요가 없고, 위와 같은 형사처벌 등의 위험을 감수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발주처의 승낙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계약을 確定的으로 체결한다는 것이 通常的인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
④ 하도급승인을 받기 위하여는 감리단에 의한 工場實質심査를 거쳐 施工能力을 인정받아 合格判定을 받아야 한다. 감리단인 삼우엔지니어링이 1995. 5. 19.에, 새 감리단인 유신설계공단이 같은 해 6. 10. 다시 공장실사를 하였는데, 이러한 실사에 통과하여 발주처의 승인을 받기도 전에 미리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는 것도 常識에 반한다. 
⑤ 위 실사에 즈음하여 원고들은 피고회사에게 하도급계약 체결을 하기 전의 서류로써 제작 및 검사시공계획서, 각종 스케쥴, 조직표 등의 제출을 요구하면서 그 서류에 대한 상세한 기술협의는 계약 후 행할 것을 요구하였지만, 피고는 하도급계약이 체결되지 않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러한 방대한 서류를 만들 수는 없다고 생각하여 제출하지 않았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이행각서 등의 제출로써 계약의 성립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⑥ 실제로 계약을 체결하였다면 원고로서는 ‘계약의 履行’을 촉구할 것이지 ‘계약의 締結’을 촉구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원고들은 3차례에 걸쳐(1995. 11. 4., 같은 달 7., 같은 달 22.) 피고회사에게 계약의 체결을 촉구하였을 뿐, 계약의 이행이나 공사의 착수 등을 촉구한 바 없다. 원고들은 그것이 이미 성립된 계약에 대한 “계약서작성의 촉구”라고 주장하나,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위와 같은 대규모의 공사일수록 분쟁을 막기 위하여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므로, 계약서의 작성 없이 도급금액만으로 계약을 성립시켜 구속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⑦ 원고들이 입찰을 하면서 정식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주장하는 피고회사를 하수급예정자로 기재한 바도 없다.       
⑧ 원고들은 입찰을 할 때 상부공 공사의 강교도장공사의 하수급예정자로 A 회사를 지정하여 입찰을 하였다. 입찰하기 전날 피고회사와의 사이에 정식 하도급계약이 성립되었음에도 정식 하도급업자를 제외하고 A 회사를 하수급예정자로 지정하였다는 것은 정식계약이 없었다는 反證으로 볼 수 있다.
⑨ 원도급계약이 체결되기도 전에 하도급계약을 체결한다는 것도 당사자의 의사에 반한다. 물론 원고측 주장처럼 낙찰을 조건으로 하는 條件附계약으로 볼 여지도 있지만 원도급계약의 내용에 따라 하도급의 공사도 달라질 수 있는데도 미리 확정적으로 계약을 체결한다는 것은 경험칙에 맞지 않는다. 오히려 위와 같은 견적서 금액대로 공사를 할 의향이 있으므로 자신에게 하도급을 달라는 취지로 위 서류 등을 교부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⑩ 하도급계약은 口頭계약일지언정 원고 4개회사와 피고회사 사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원고 4개회사의 共同受給體를 대표하여 대금을 請求, 受領하고 재산을 관리할 권한은 원고  F가 가지고 있다. 원고 A가 하도급업체를 물색하고 견적서를 제출받는 행위의 受任을 받았다고 하여도, 單獨으로 공동수급체를 대표하여 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없는 처지에서 피고로부터 견적서와 이행각서를 교부받았다는 점만으로 나머지 원고들을 대리하여 피고회사와 하도급계약을 성립시켰다고 보기는 어렵다. 

(2) 가사 위 書類 等의 提出을 청약으로 본다고 하여도 이에 대한 原告들의 承諾은 없었다.

위 서류 등의 제출을 계약체결의 準備•交涉行爲에 불과한 것으로 보지 않고, 청약으로 본다고 하여도 원고측의 승낙에 해당하는 행위가 없었다. 원고 측은 이 사건 공사에 입찰한 행위가 승낙이라고 하나, 이를 승낙으로 볼 수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원고 측에서 피고회사에게 계약의 이행이나 공사의 착수 등을 촉구한 바 없고, 하도급계약체결의 촉구만을 하였을 뿐이다.
피고회사가 강판가격의 인상을 이유로 1995. 5. 29. 증액 견적서를 제출하자 원고들은 이를 그대로 수용한 공사하도급계약서를 작성•날인하여 피고회사에 송부한 것은 청약에 해당하나, 피고회사가 날인을 거부함으로써 승낙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후 피고회사가 2차, 3차의 증액 견적서를 송부한 다음 금액 및 계약조건에 관한 합의를 하였으나 결렬됨으로써 결국 하도급계약이 성립되지 못하였다.

마. 結 論 

(1) 이 事件의 當事者의 意思解釋

앞서 본 바와 같이 계약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合意가 있어야 하고, 合意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客觀的合致와 主觀的合致가 있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공사금액과 공사내용에 관하여는 당사자들의 實際的意思가 一致하였으므로 客觀的合致는 있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견적서나 이행각서는 청약의 유인의 목적으로 교부된 것이므로, 최초견적서의 금액이 계약내용의 一部分이 될 수 없는 것이고, 따라서 하도급계약의 금액에 있어서도 當事者간의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회사로서는 자기에게 하도급을 준다면 최초견적서의 금액대로 공사를 할 意向이 있다는 것을 원고측에게 打診한 것뿐이고, 다른 중요한 조건에 대한 합의도 없고 紛爭解決을 위한 계약서의 작성도 없는 상태에서 그 금액에 의한 계약의 구속력을 받으려는 취지로 볼 것은 아니다.
원고의 주장대로 도급계약이란 당사자의 일방이 ‘어느 일을 완성시킬 것’을 약정하고, 그 상대방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성립하는 낙성계약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위 법리가 이 사안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피고회사가 견적서 및 이행각서 등을 제출할 당시에 ‘특정의 공사를 얼마에 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를 함으로써 계약을 성립시키겠다는 확정적인 의사’가 양 당사자 사이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사건처럼 수백억에 달하는 고액의 공사도급에 있어 도급금액이나 공사내용이 계약의 중요내용을 구성하는 것이지만 이러한 사항만이 확실한 거래조건으로서 그에 응하는 승낙만 있으면 하도급계약의 성립이 可能할 정도의 확정적 의사표시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2) 原심 判示의 分析

原심은, ‘공사금액이 거액이고 공사기간도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의 건설하도급공사에 있어서는 공사금액 외에 구체적인 공사시행 방법과 준비, 공사비 지급방법 등과 관련된 제반조건에 관한 합의까지 이루어져야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위 판시의 취지에는 찬성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一般的인 法理의 說示는 문제가 있다. 당사자간에 이미 위와 같은 제반조건에 관한 합의 없이 정식의 계약서가 체결된 경우에도 위 법리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또한 계약에 있어서 본질적인 사항도 반드시 계약체결 당시에 구체적으로 특정될 필요는 없고 이를 사후에라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이 정해져 있으면 족하므로, 위 법리를 일반화시킨 원심의 판시는 不適切하다. 
따라서 具體的인 사안에 따라 의사해석을 달리할 여지가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의 내용에 따라 별개의 의사해석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법원은 원심과 같은 일반적인 설시를 피하여 “이 사건과 같이 공사금액이 수백억에 달하는 거액이고 공사기간도 14개월이나 되는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의 건설하도급공사에 있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사금액 외에 구체적인 공사시행 방법과 준비, 공사비 지급방법 등과 관련된 제반조건 등 그 부분에 대한 합의가 없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리라고 보이는 사항에 관한 합의까지 이루어져야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보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 는 등으로 구체적인 사안에 따른 설시를 하였는바, 이는 매우 適切하다고 생각한다.


III. 不法行爲의 성립 여부

1. 爭 點 

① 원고들의 이 부분 청구원인은, 피고회사가 客觀的 기준에 맞지 않는 부실한 견적서를 제출함으로써 원고들이 그 견적서에 기초하여 발주처와 도급계약을 체결하게 한 불법행위가 있다는 것이므로, 먼저 이 점을 살펴보아야 한다.
② 아울러 어느 일방이 교섭단계에서 계약을 체결할 것과 같은 정당한 기대 내지 확실한 신뢰에 부여하여 상대방이 이 신뢰에 따라 행동하였음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의 체결을 거부하여 손해를 입혔다면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 및 그러한 법리가 위 사안에 적용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2. 不法行爲로 인한 損害賠償請求

가. 請求原因

(1) 第1 請求原因

① 請求原因의 요지 : 원고들은, 피고회사가 견적서와 이행각서 및 보증서를 원고들에게 제출하여 당초 제4공구 공사 入札參加를 抛棄하려던 원고들로 하여금 위 견적서에 기초한 금액으로 입찰에 참가•낙찰받아 발주처와 사이에 도급계약을 체결하도록 하였는데도 종국에 가서는 정당한 이유 없이 하도급계약 체결을 거부하고 공사를 이행하지 않는 不法行爲를 저질렀으므로, 피고회사는 이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損害로서 피고회사 제출 견적서 금액과 원고들이 C 회사와 다시 체결한 하도급계약 금액의 차액에 부가가치세를 합산한 금액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원고들은 발주처에게 부담하는 지체상금은 면제받았다는 이유로 지체상금 부분의 청구를 취하하였다.
② 分析 : 원고들이 4공구 공사 입찰을 포기하려다가 피고회사의 견적서만을 받고 그 금액을 토대로 하여 응찰가를 결정하여 입찰에 참가하였는가에 관하여, 그렇게 생각되지 않는다. 이 점은 원고 측에서 입증을 하여야 하는데, 이를 관한 자료가 없거나 부족하다. 원고들은 피고회사로부터 견적서를 받기 전인 1994. 12. 2. D 회사로부터 강교공사와 기초공공사에 관한 하도급 견적서를 제출받았는데 그 중 강교부분에 대한 견적금액이 604억원으로 피고회사가 처음 제출한 견적금액 252억원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었던 점, 강교공사 하도급에 관하여 D 회사 등 여러 곳을 물색한바 있는 대기업체인 원고들로서는 피고회사가 제출한 견적서의 금액이 하도급공사를 시행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과소함을 충분히 알고있었을 터인 점 등에 비추어 부실하게 작성된 견적서만을 신뢰하여 경솔하게 거액의 입찰에 참가하였으리라고 보기 어렵다. 이 점에 관한 원심의 판시는 정당하다고 생각된다.

(2) 第2 청구원인 (계약성립에 대한 기대 또는 신뢰誘發과 不法行爲)

1심은 「어느 일방이 교섭단계에서 계약이 確實하게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에 부여하여 상대방이 이 신뢰에 따라 행동하였음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의 체결을 拒否하여 손해를 입혔다면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계약자유 原則의 限界를 넘는 違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판시를 하였고, 원심은 위 주장에 대한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다. 위와 같은 법리가 妥當한지 여부 및 타당하다면 위 법리를 위 사안에 適用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나. 위 法理의 妥當性

(1) 계약締結上의 過失의 一類型

위 법리의 理論的 出發點은 “계약締結上의 過失”이다. 그 유형은 ①계약교섭을 타당한 근거없이 일방적으로 破棄하는 경우, ②일단 체결된 계약이 無效이거나 기타의 사유로 효력이 없게 된 경우, ③상대방의 不明確한 설명 또는 告知義務違反으로 인하여 내용상 不利한 계약을 체결한 경우, ④계약外的 法益에 관한 상대방의 생명, 신체, 재산에 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경우인데, 위 법리는 ①의 유형에서 派生된 것이다.
일본민법은 아무런 명문규정이 없는 것에 반하여 우리 민법은 독일법을 직접 繼受하여 민법 제535조에「原始的不能」의 경우에 있어서의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규정이 없는 나머지 경우에도 대체로 일반적인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본은 판례를 통하여 이를 인정한 사례들이 많다. 이와는 달리 英美法은 원칙적으로 위 법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2) 法的 性質

그 법적 성질에 대하여는 ①불법행위책임설, ②계약책임설, ③법정책임설 등이 있으나, 어느 설에 의하더라도 그 책임의 근거를 민법 제2조의「信義則」에 두고 있다.

(3) 要 件

일본과 독일의 판례에 나타난 요건은 ①상대방에 대하여 계약이 확실하게 성립되리라는 점에 대한 정당한 기대 또는 신뢰를 誘發 또는 助長할 것, ②그럼에도 불구하고 終局的으로 타당한 根據 없이 교섭계약을 中斷할 것의 2가지이다.

(4) 위 法理의 妥當性

위 법리는 妥當하다고 생각되며, 그 근거를 信義則에 두어 그 성질을 不法行爲責任으로 보아 理論構成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 일본에서도 “계약교섭의 不當한 파기의 경우”에 계약類似의 책임 또는 信義則上의 의무위반의 事例로 다룬 것뿐만 아니라 불법행위책임으로 請求한 사례가 많다. 이러한 사례들도 계약교섭당사자의 신의칙상의 주의의무위반을 불법행위책임의 근거로 판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판례도 불법행위에서 그 근거를 찾고 있다. 아래에서 보는 대법원 1993. 9. 10. 선고 92다42897 판결은 “계약교섭이 타당한 근거없이 파기된 경우”에 관한 최초의 判例로서 그 법적 근거로 계약체결상의 과실(민법 535조)가 아닌 불법행위(민법 750조)를 들고 있다. 피고 측의 과실로는 “피고가 자신이 경영하는 대학의 재정 형편, 적정한 직원의 수, 입학정원의 증감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채용할 직원의 수를 헤아리고 그에 따라 적정한  수의 합격자 발표와 직원채용통지를 하여야 하는 데도 이를 게을리 한 점”을 들고 있고, 손해배상의 범위는 “원고가 위 최종합격자 통지와 계속된  발령 약속을 신뢰하여 직원으로 채용되기를 기대하면서 다른 취직의 기회를 포기함으로써 입은 손해”로 보아「신뢰이익의 賠償」을 인정하였다. 

다. 判例의 分析

(1) 우리나라 判例

① 대법원 1993. 9. 10. 선고 92다42897 판결 : 학교법인이 원고를 사무직원 채용시험의 최종합격자로 결정하고 발령하겠다는 통지를 한 후에도 원고의 발령을 지체하고 여러 번 발령을 미루었으며, 그 때문에 위 학교법인이 원고를 직원으로 채용할 수 없다고 통지할 때까지 원고는 임용만 기다리면서 다른 일에 종사하지 못한 경우 위 학교법인은 원고가 위 최종합격자 통지와 계속된 발령 약속을 신뢰하여 직원으로 채용되기를 기대하면서 다른 취직의 기회를 포기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② 서울지법 1990.8.23. 선고 89가합20656 판결 : 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계약이 확실하게 성립될 것이라는 점에 대한 정당한 기대나 신뢰를 유발, 조장하고서도 타당한 근거없이 계약체결을 위한 교섭을 중단한 경우가 아니라면 당사자 일방이 이를 파기하더라도 이로써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므로 계약이 성립될 것으로 믿고 비용을 지출한 상대방에게 그 입게 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 
③ 창원지법 충무지원 1993.10.21. 선고 92가합1625 판결 : 甲 회사가 건설계획을 수립하여 건설구역내 피조개양식장의 어업권자 乙 등에게 통보하고 보상금에 관한 약정까지 체결하자 乙 등은 어업권 소멸에 따른 보상을 기다린 채 양식장에 피조개 종패를 살포하지 아니하였는데 그 후 갑 회사가 일방적으로 건설규모를 축소조정하여 을 등의 어업권을 보상대상에서 제외시킨 경우 갑 회사는 을 등의 양식장을 건설구역에 포함시키고 어업권 소멸에 따른 보상금의 지급을 위하여 협력하여야 할 신의칙상의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한 것이고, 이 경우 을 등이 자신들의 어업권이 보상대상이 될 것으로 믿었기 때문에 그 준비를 위하여 종패를 살포하지 못하여 피조개를 생산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입게 된 손해, 즉 신뢰이익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日本 判例

(가) 계약類似의 책임 또는 信義則上의 의무위반으로 본 事例
① 日最判 昭 59(1984). 9. 18. : 치과의원을 경영하는 피고가 건축중인 분양맨션의 一室에 관하여 매도인인 원고와 매매의 교섭을 한 결과 그 방이 치과의원으로는 전기용량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원고로 하여금 변전실설치를 위한 설계변경을 시공하도록 함에 따라 원고가 비용을 지출함을 알고도 이를 용인하였다가 그 후 피고의 자금에 무리가 생겨 게약체결이 안된 경우(계약類似의 責任을 認定하였다). 
② 日東京地判 平 3(1991). 6. 19. (判例時報 1420, 85) : 銀座의 클럼에 고용된 원고가 다른 클럽을 경영하고 있는 피고로부터 신규로 개설하기로 예정된 클럽에의 취업을 권유받고서 종전 직장에서 사직하였으나 그 후 피고가 일정한 보증인을 내세울 것을 요구하면서 入店을 거부한 경우. 
③ 日大阪高判 平 元(1989). 6. 29.(判例時報 1329, 155) : 스폰지용품의 판매업자인 원고가 스폰지용품의 소매점포를 대규모로 경영햐는 피고회사와의 사이에 양자간의 이해조정을 위한 商工會와의 협의를 거쳐 검포의 倂設계약체결에 관한 장기간의 교섭을 한 결과 양자공동으로 영업을 할 것을 약속한다는 피고의 승낙서를 교부받고서 자기의 去來先에 그 사실을 발표하고 發注와 종업원의 채용 등으로 開店을 준비하였으나, 그 후 피고가 교섭을 중단한 경우. 
④ 日大阪高判 平 元(1989). 4. 14.(判例タイムズ, 704, 225) : 藥局經營을 하는 원고회사가 피고 의료법인과의 사이에 피고의 진료소 내에서 약국분업을 실시하기로 하는 교섭하에서 원고 회사가 계약체결이 확실하게 되리라고 믿고 그 분비작업을 실시하였으나, 그후 피고회사의 이사회 결의에 의하여 계약체결이 좌절된 경우
⑤ 日東京地判 昭 53(1978). 5. 29.(判例時報 925, 81) : 영화제작회사 원고가 피고의 피용자들의 언동에 의하여 장래 隨意계약에 의해 박람회 전시예정인 영화의 제작•발주를 받을 수 있으리라고 믿고 일부의 촬영을 하였으나, 실제로 발주의 여부는 入札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어서 결국 도급계약을 체결하지 못하였는데, 피고는 원고의 오신하에 영화촬영을 한다는 것을 알고서도 입찰방식으로 한다는 경고를 하지 않은 경우
⑥ 日東京地判 昭 52(1977). 10. 6.(判例時報 870, 35) : 大學院修士(碩士) 과정학생을 모집할 용의가 있다는 뜻의 학칙안내 및 교수의 신용 등의 푯를 신뢰하고 대학의 학부에 編入學신하여 그 과정을 수료하고 그 대학권 修士課程에 응시하려 하였으나 대학이 수사과정의 학생모집을 정지한 경우 

(나) 불법행위책임으로 본 사례
① 日東京高判 昭和 62(1987) 3. 17.(判例時報 1232, 110) : 목재개발을 위한 합작사업계약체결을 위한 교섭을 개시하여 계약의 최종적인 문안을 작성한 다음 그 문안의 법률적 검토를 진행하였으나 그 후 교섭이 진전되지 못하여 결국 계약이 조인되지 않은 사안에서 쌍방은 본건 계약이 확실하게 성립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기에 이르렀다고 인정되므로 그 이후 당사자들은 본건 계약의 체결을 위하여 성실하게 노력하여야 할 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하기에 이르렀다고 한 사례(특히 이 사안에서 계약이 체결되지 못한 주된 이유는 목재시황의 저락에 있었으나, 피고는 이러한 사정에 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이 위 계약 등이 확실하게 성립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도록 하는 태도를 취하여 왔음).
② 日東京地判 昭和 59(1984) 1. 26.(判例時報 1128, 58) : 피고회사의 공사건설계획과 관련한 어업보상문제를 해결할 것을 전제조건으로 지방의 유력자에게 공사담당업자를 선정하는 권한이 부여되었다는 소문을 가볍게 믿고 원고가 위 유력자와 함께 피고회사의 사장을 면담하였고, 그후 원고는 공사발주의 확약을 얻었다고 생각하여 위 유력자에게 소개료를 지불한 사안에서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원•피고 사이에 신의칙상 주의의무를 부담하는 계약준비단계에 들어간 것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한 사례.
③ 日大阪地判 昭和 59(1984). 3. 26.(判例タイムズ, 526, 168) : 회사의 직원이 상사의 승인 없이 계약체결을 위한 교섭을 진행하여 그 교섭상황을 상대방에게 문서로 작성•교부하였으나 그 후 더 이상 교섭이 진행되지 않고 중단된 사안에서 위 직원의 행위는 당초부터 원고의 장래 판단의 잘못을 강하게 하는 성질의 것은 아니라고 하여 계약체결상의 과실을 부정하고 대신 사용자 책임을 인정한 사례.
④ 福岡高裁 平成 5. 6. 30. : 토지매매계약체결을 위한 교섭을 진행하면서 매매대금의 액수와 지급시기, 소유권이전등기의 방법 등에 관하여 합의가 이루어졌다가 토지소유자가 등기권리증을 소지하고 있지 않은 사정으로 매수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기 전에 본건 토지상에 저당권을 설정하고 그 대신 매매대금을 선불하기로 합의하였는데, 매도인이 저당권설정계약서와 위임장에 서명하는 것은 보증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였다가 결국에는 매매계약을 거절한 사안에서 위와 같은 사실경과에 의하면 원고로서는 위 교섭의 결과에 따른 계약의 성립을 기대하고 그 준비를 진행하는 것은 당연하고 계약체결의 준비가 위와 같은 단계에 이른 경우에는 피고들로서도 원고의 기대를 침해하지 않도록 성실하게 계약의 성립에 노력하여야 할 신의칙상 주의의무가 있고, 피고들이 정당한 이유없이 원고와 계약체결을 거절한 경우에는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한 사례.
⑤ 日東京地裁 平成 6. 4. 26. : 자동차제품제작을 위한 용접공장을 시급히 건설하여야 하여야 할 필요를 느낀 발주자는 그 공장을 건설하기 위하여 건축업자와 교섭을 개시하여 상의한 결과 건축업자의 권고에 따라 일반공법이 아닌 이른바 시스템건축제품에 의한 건축을 하되 빠른 시일 내에 완공하기 위하여 용도를 일단 창고로 하여 건축허가를 받은 후 나중에 공장으로 용도변경을 하기로 하였는데 그후 관할관청에 건축허가신청서를 제출하였더니 2층 부분에 대하여 적재하중의 부족 및 방화구조의 문제점 등을 이유로 위 신청서가 반려되자 결국 2층 부분을 사무실로 용도변경하지 않으면 건축허가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이에 발주자는 위 자재에 의하여 공장을 건축한 다음 그 중 2층 부분을 용접공장으로 사용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곤란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위 공장의 건축을 중단한 사안에서 위와 같이 계약교섭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현재화되고 당초 계획의 수행이 무리라는 점이 밝혀진 이상 계약의 체결을 거부할 정당사유가 있다고 판단하여 건축업자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한 사례.
⑥ 日東京地判 昭和 56(1981) 3. 23.(判例時報 1015, 84) : 대리점 계약의 체결을 위한 교섭을 시작하여 계약서 초안을 정리하고 체결일에 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하는 취지의 합의가 있었으나, 체결일에 피고회사가 다른 여러 회사와도 대리점계약을 체결하고 잇다는 사실이 밝혀져 계약이 성립되지 않은 사안에서 계약성립을 위한 기본사항에 반하는 사실의 존재를 감추고 교섭을 하거나 교섭의 도중에 기본사항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계약의 성립을 저해하는 행위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하여 위 영업활동에 의한 손실의 배상을 명한 사례.
⑦ 日東京地裁 昭和 57. 2. 17. : 매매계약의 교섭을 개시하여 대금액을 포함한 기본사항에 관하여 합의가 성립되어 假계약書를 작성하는 한편 계약금 지불 및 정식계약 체결일이 정하여졌으나 그 토지상에 지역권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매매계약의 체결이 거절된 사안에서 계약체결을 거절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사례.

(3) 獨逸 判例

① BGHZ 92, 164, 175f : 지방공공단체가 어떤 기획회사와 공동으로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일정한 용지를 도시계획을 위하여 개발하고 주택을 건축하기 위한 공공사업을 진행하여 오면서 次期의 용지구획에 관하여도 새로운 계약이 체결이 지방공공단체에 의하여 확실하다고 보증되었고, 기획회사는 계약체결이 확실하다고 기대하고서도 기획을 위한 비용을 지출하였으며, 그 것을 위 지방공공단체의 대리인도 알고 있었으나 그 후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경우
② BAG NJW 1963, 1843,1844; DB 1974,2060 : 고용주가 고용계약을 확약하였으므로 종전까지 근무하던 직장을 사직하였는데 그 후 정당한 사유 없이 고용계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경우
③ BGHZ 69, 34 : 상대방이 토지를 취득할 것이라는 구두약속을 믿고 이에 기하여 그 상대방을 위하여 건축가가 노동력을 투하하고 건축계획을 수립하였는데 상대방이 약속을 지키지 아니하므로 無用의 노력이 낭비된 경우

(4) 判例의 態度 分析

위와 같은 판례를 분석해 보면, 대부분이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될 것으로 믿고 이에 기초하여 일정한 비용을 지출하는 등으로 계약체결을 전제로 한 준비행위에 나아간 경우이다. 이러한 준비행위에 나아갔다는 것은 또한 계약이 체결될 것을 확실하게 신뢰하였다는 반증이 되는 것이다. 

(5) 損害賠償의 範圍 (신뢰이익의 賠償)

(가) 履行이익과 신뢰이익
① 이행이익의 손해라 함은 이미 유효하게 성립된 채권의 존재를 전제로 하여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따른 이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채권자가 입은 손해를 말한다. 즉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였더라면 채권자가 얻었을 이익(계약이 유효함으로 인하여 얻을 이익. 민법 535조 1항 단서)이 이행이익인데, 채무불이행으로 채권자가 이러한 이익을 얻지 못한 손해가 이행이익의 손해이다. 가령 매도인이 채무를 제대로 이행하였을 경우에 매수인이 가지는 매매목적물의 가격상승이나 전매의 이익, 목적물을 이용하여 얻을 이익, 목적물을 얻음으로써 다른 목적물을 구입하지 않아도 되는 이익(그 대체구입을 위하여 하여야 할 지출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이익) 또는 단지 적시에 급부를 받아 이를 보유하는 이익 등이 이에 속한다. 판례가 드는 이행이익의 손해로는 ㉠계약해제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 ㉡타인의 권리매매로 인한 담보책임 등이 있다.
② 신뢰이익의 손해란 어떤 법률행위가 무효로 되었을 때에 그 당사자가 무효인(또는 취소에 의하여 소급적으로 효력을 잃은) 법률행위를 유효라고 믿었기 때문에 입은 손해를 말한다. 이때 신뢰이익이라 함은 ‘계약의 유효를 믿었음으로 인하여 받은 손해’의 反面을 말하며, 계약의 유효한 성립을 믿었기 때문에 한 일정한 재산적 처분(결정)이 그대로 적절한 것이 되는데 대한 이익, 다시 말하면 그러한 재산적 처분이 그 계약의 무효로 말미암아 부적절한 것으로 되지 않는데 대하여 채권자가 가지는 이익이다. 예로는 계약비용, 계약의 이행을 위한 준비(가령 헛되게 지출한 조사비용, 대금의 차용, 운송수단의 준비 등)를 하거나 다른 사람의 보다 유리한 제의를 거절한 것이 애초 믿은 그대로 필요하거나 유익한 재산적 결정이 되는데 대한 이익 또는 그 목적물에 하자가 없었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러한 가격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 신뢰한 그대로 적절한 결정이었다고 하는 데에 이익 등을 들 수 있다.    

(나) 배상의 범위
① 신뢰이익의 배상 : 일방에 의하여 계약교섭이 타당한 근거없이 파기된 경우에 상대방은 그 거절된 계약의 체결을 청구할 수 없고 또한 계약체결을 전제로 한 불이행책임을 청구할 수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신뢰이익의 賠償, 즉 그 계약의 성립을 기대하고 지츨한 비용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여기서 신뢰損害라 함은 상대방의 確約下에 장차 체결될 계약의 실행 또는 去來存續을 기대하고 준비하면서 지출한 비용, 즉 그러한 신뢰가 없었더라면 통상 지출하지 않았을 비용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그러한 정당한 신뢰와 인과관계있는 한도내에서의 손해만을 말한다. 예를 들면 부동산의 매매계얄체결을 위한 踏査費用, 土地調査費用, 買受하기 위한 대금을 차용하면서 이미 지급한 利子, 상품매매계약을 체결을 기대하고 그것을 미리 包裝한 費用, 영업계약의 체결을 위하여 부동산을 미리 차용하고 시설비를 투자한 비용 기타 상대방이 그 지출을 알고 용인한 제반비용이 그것이다. 그러나 계약의 확실한 체결을 의심할 정도에 이른 시점부터의 지출비용은 배상받지 못할 것이다.
② 이행이익의 배상을 초과하지 못함 : 민법 535조를 유추적용하여 그 신뢰이익의 배상액은 원칙적으로 예상하였던 계약이 체결되었을 경우에 얻을 수 있을 給付이익, 즉 履行이익의 배상을 넘지 못한다고 하여야 한다. 만약 이행이익의 배상을 허용하게 되면 이는 바로 계약체결을 강제하거나 불이행책임을 인정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③ 과실상계 가능 : 신뢰이익의 산정에는 상대방의 귀책사유도 과실상계에 의한 감액사유가 된다. 일방이 지출한 비용이 교섭당사자의 신뢰정도에 비추어 너무 과다한 경우에는 그러한 사정을 상대방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고 그 懈怠는 과실상계의 사유가 된다.

라. 이 사안에의 適用 여부

(1) 피고회사가 계약이 確實하게 성립되리라는 점에 대한 正當한 기대나 신뢰를 助長•誘發하였는지 여부

① 견적서나 이행각서 등의 제출행위는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므로, 이것만으로 계약성립에 대한 신뢰나 기대를 유발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② 계약 자유의 원칙상 계약체결 이전의 준비단계에서는 양 당사자가 언제든지 계약교섭을 중단하고 계약체결을 포기할 수 있으므로, 피고회사가 하도급계약 체결 이전에 견적서를 제출한 행위가 원고들에 대하여 하도급계약이 확실하게 성립될 것이라는 점에 대한 정당한 기대나 확실한 신뢰를 유발•조장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회사가 원고들이 요구하는 대로의 계약체결을 거절하였다고 하여 이를 위법한 행위라고 할 수도 없다. 이 점에서 원심의 판시는 正當하다고 생각된다.
③ 상품이나 役務의 광고에 있어 다소의 誇張이나 虛僞가 隨伴되는 것은 그것이 일반상 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是認될 수 있는 한 허용될 수 있는 것처럼 청약의 유인단계에서도 위와 같은 저렴하게 산출한 견적서나 이행각서의 제출은 어느 정도 충분히 容認될 수 있는 것이다. 견적서가 不實하다면 계약체결을 거절하면 되는 것이고, 체결대상자로 교섭을 하기로 하였다면 협의를 거쳐 是正을 하고 시정이 안되면 계약체결을 거절하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 사건에서는 원고들은 대규모공사전문업체로서 見積內譯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가지고 있고, 다른 여러 업체로부터 견적서를 제출받아 그 내용을 비교•검토할 수 있는데다가 다른 工區의 하도급견적금액에 대한 정보도 쉽게 入手할 수 있으므로, 피고회사가 제출한 견적서의 정보에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즉 견적서에 기재된 금액에 대한 원고회사들의 신뢰나 기대가 相對的으로 작아 그 保護의 필요性도 減少하는 것이다.

(2) 被告會社가 妥當한 根據없이 계약交涉을 中斷하였는지 여부

① 원고들은 피고가 1995. 1.경 특별시방서를 검토함으로써 견적서 금액으로 공사가 不可能하다는 것을 알고서도 원고측에게 미리 밝히지 않은 채 계약체결을 위한 교섭을 1년간 질질 끌었고, 원고의 계약체결 요구를 부당하게 거절하였으므로 계약체결의 거절은 주로 피고의 歸責事由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② 그러나 원고 A와 피고회사간의 실질적인 교섭은 5월경부터 이루어진 점, 원도급계약상 강교공사의 착공일이 4. 29.인 점, 계약체결을 위한 교섭기간 중 피고회사에 대한 공장실사기간도 있었던 점, 이 사건 강교공사가 대규모의 건설공사인데다가 合意가 필요한 많은 특수조건이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그 해 11월까지의 交涉期間이 부당하게 길다고 보여지지 않는다. 또한 피고회사로서는 공사금액을 올리거나 더 有利한 다른 조건으로 하도급을 체결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최초견적서 금액대로 공사를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미리 말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것을 違法하다고 할 수는 없다.

(3) 檢 討

① 위 법리는 타당하나, 계약자유의 원칙상 계약교섭에 있어서의 각 당사자는 그 의사에 따라 계약을 체결하거나 하지 않을 자유가 있고, 자기의 위험과 책임 하에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언제라도 一方的으로 계약교섭을 중단하거나 철회할 수 있는 것이므로, 이러한 계약自由의 원칙을 제한하는 위 법리는 매우 嚴格하고 制限的으로 解釋되어야 한다. 일본이나 독일의 판례에서 본 것처럼 계약에 “확실하게” 체결될 것이라는 전제하에 어떤 행위에 나아갈 정도로 高度의 신뢰나 기대가 있어야 한다.
② 그런데 이 사안에서 원고들이 입찰행위에 참가한 것은 피고회사와 하도급계약을 확실하게 체결할 것이라는 신뢰下에 행한 것인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물론 원고들로서는 피고회사로부터 이행각서 및 하도급보증서까지 받았으므로 계약체결의 가능성이 있다는 어느정도의 신뢰나 기대가 있었을 것으로 충분히 생각되나, 계약이「확실하게」체결될 것이라고 높은 기대나 신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즉 원고들로서는 피고회사가 제출한 견적금액이 低廉하므로 그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여 공사를 진행하면 상당한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을 것이고, 이러한 수백억원에 달하는 대규모공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대기업인 원고들로서는 나름대로의 損益을 계산하여 입찰금액을 정하여 입찰에 참가하였을 것이며, 낙찰을 받은 후 피고회사보다 더 견적가가 저렴하고 시공능력이 優秀한 자가 나타난다면 그 자와의 하도급계약을 체결할 가능성 및 의사도 있었을 터이고, 피고회사와의 하도급계약의 체결이 決裂되거나 피고회사의 시공능력이 부족하여 發注處의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도 있으므로 다른 하도급업체를 物色하거나 필요에 따라 자신이 직접 施工을 하는 경우도 충분히 豫想할 수 있으므로, 원고들의 入札參加行爲는 기업의 經營活動側面에서 스스로의 營利的 目的下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지 단순히 피고회사와의 하도급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될 것이라는 점만을 신뢰하여 이루어 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
③ 피고회사의 계약교섭중단행위도 교섭과정에서 원고들이 요구하는 금액과 조건으로는 經濟性, 收益性이 없다고 판단하여 거부한 것이므로, 營利를 追求하는 企業의 생리상 충분히 首肯이 가는 것이므로 그 계약체결의 거절이 타당한 근거없이 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계약破棄의 자유가 손쉽게 制限이 된다면 당사자들이 協商에 들어가는 것을 꺼리게 되어 자유롭고 활발한 거래활동을 抑壓하게 되는 副作用을 초래할 것이다.
마. 만일 損害賠償이 認定된다면 그 範圍는 신뢰이익의 賠償인지 아니면 1심처럼 履行이익의 賠償인지 여부
위 법리에 따른 손해배상이 인정된다고 하여도 그 범위는 신뢰이익의 賠償이라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인 계약내용이 합의되지 않은 이상 어떤 내용의 계약을 체결할 지는 알 수 없으므로, 이미 有效하게 성립된 채권의 존재를 전제로 하여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따른 이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채권자가 입은 손해인 이행이익의 배상을 명할 수는 없다. 이 사안에서 만일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면 그 신뢰이익이란 무엇인지도 애매하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계약의 확실한 체결을 의심할 정도에 이른 시점부터의 지출비용은 배상받지 못할 것이므로, 위 사안과 같이 계약교섭이 계속 결렬되는 단계에서부터 지출한 비용은 포함되기 어렵다. 적어도 1심이 인정한 이행이익의 배상처럼 많은 금액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 점에 대한 상고이유 4점은 부적절한 지적을 하고 있다. 원심에서는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는 이유가 없다고 기각하면서 가사 손해배상청구가 인용된다고 하여도 그 범위는 신뢰이익의 배상이라고 가정적 판단을 한 것뿐인데, 이를 손해액의 입증이 없어서 기각한 것이라는 전제하에 釋明權 行使를 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상고를 하고 있다.


IV. 맺는 말

對象판결은 대규모의 건설하도급공사의 경우에 하도급계약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공사금액 외에 구체적인 공사시행 방법과 준비, 공사비 지급방법 등과 관련된 제반조건 등 그 부분에 대한 합의가 없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리라고 보이는 중요한 사항에 관한 합의까지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관하여, 사안에 따른 정확한 의사표시의 해석을 내린 것에 전적으로 찬성을 한다. 그러나 위 판결은「계약교섭단계에서의 信義則上 注意義務違反과 損害賠償責任」에 관한 법리를 최초로 인정하여 판시하였고, 그 법리는 매우 嚴格하고 制限的으로 解釋되어 신중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처음으로 밝힌 판례라는 점에 더 큰 意味와 重要性이 있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