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청바지 트라우마】《나이든 사람의 행동을 탓하거나, 미워하면 안된다. 어쩌면 변화된 호르몬이나 퇴행성 뇌의 소행일지 모른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6. 6.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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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트라우마】《나이든 사람의 행동을 탓하거나, 미워하면 안된다. 어쩌면 변화된 호르몬이나 퇴행성 뇌의 소행일지 모른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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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에는 청바지를 즐겨 입었다.

그런 나에게 뜻밖의 사건이 벌어졌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시절에는 야근을 밥먹듯이 했고, 주말에도 나가서 일을 했다.

물론 법관들에게 야근수당이나 주말근무수당이 나올 리 없었다.

 

평일에는 당연히 정장 차림이지만, 주말에는 그래도 조금이라도 주말 기분을 느끼고 싶어 청바지에 티를 입고 사무실에서 일을 했다.

주말에는 사람을 만날 일도 없고, 식당도 열지 않아 식사도 미리 준비해간 김밥이나 샌드위치로 대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수석재판연구관이 대법관님의 말을 전한다.

주말에 나와 보니 어느 재판연구관이 청바지를 입고 사무실로 들어가더란 말씀이다.

그 뒤로 모든 청바지를 없애버렸다.

다시 청바지를 입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10여 년이 흘러 해외여행을 다니면서부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벌써 청바지를 입기 힘든 나이가 되어버렸다.

내 나이에 청바지를 입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오늘 한 매장에서 4벌의 청바지를 구입했다.

충동적, 즉흥적 행동임이 분명하다.

그것도 청바지에 큐빅이 박혀 있거나, 찢어지거나, 카고형이다.

동네 양아치들이 입을 만한 것들만 일부러 골라 샀다.

 

나이든 사람의 행동을 탓하거나, 미워하면 안된다.

어쩌면 변화된 호르몬이나 퇴행성 뇌의 소행일지 모른다.

 

나이가 들면 호르면 분비가 적어지면서 자기 주장이 강해지고 고집이 세진다.

전두엽 뇌세포가 줄어들고 신경세포 연결망도 가늘어지면서 충동적, 즉흥적 행동을 하게 된다.

 

다른 원인을 찾자면, 재판연구관 시절 받은 청바지 트라우마(Trauma)’일 것이다.

주말에 일하면서 조차 입고 싶은 청바지를 금지당한 것이 나에게는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준 체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이든 지금 단지 반항심으로 양아치 의상을 숭배함으로써 스스로에게 위안을 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