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진드기의 세상】《햇살에 떠도는 먼지에 불과한 우리를 햇살이 찬란하게 비추어주니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6. 6.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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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드기의 세상】《햇살에 떠도는 먼지에 불과한 우리를 햇살이 찬란하게 비추어주시니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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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드기는 기생동물이다.
거미과에 속하며 강한 턱과 몸통, 네 쌍의 다리를 가졌다.
수천 세대 진화를 거치면서 진드기 삶은 점점 단순해졌다.
태어나고, 짝짓기하고, 죽는다.
처음에는 다리와 생식기관 없이 태어나지만, 곧 이 부위들이 발달하면 식물 꼭대기처럼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이 과정에서 꼬리 힘이 세진다.
 
성체 진드기는 풀잎 위에서 목표물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보지 못하기 때문에 주위를 두리번거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소리에 신경 쓰는 것도 아니다.
어떤 소리든 진드기의 목표와 무관하다.
진드기가 기다리는 것은 냄새다.
온혈 동물의 동물성 지방이나 땀에서 풍기는 부티르산(Butyric acid) 냄새 말이다.
우리가 가끔 땀에서 맡을 수 있는 냄새다.
 
진드기의 기다림은 하루, 한 달, 몇해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부티르산 냄새를 포착하면 목표 지점을 향해 몸을 날린다.
이제 두 번째 감각이 주된 역할을 한다.
진드기 피부는 열을 감지할 수 있다.
진드기는 이 감각을 이용해 따뜻한 것을 향해 움직인다.
운이 좋은 경우 동물의 따뜻한 피를 실컷 마실 수 있다.
 
진드기의 세상은 인간 세상과는 전혀 다르다.
우리는 진드기가 무엇을 지각하고 느끼는지, 그들의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 상상조차도 해본 적이 없다.
 
한편 다른 관점에서 보면, 신이 바라보는 우리의 세상은 바로 우리가 바라보는 진드기의 세상과 비슷하지 않을까?
 
가끔 우주의 크기를 생각해보자.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넓은 우주의 그 수많은 별 중 지구라는 작은 별, 그 지구에서도 아시아, 아시아에서도 대한민국, 그 속에서도 서울이라는 곳의 한 작은 아파트 사는 나는 얼마나 보잘 것 없고 작은 존재인가?
 
우리 인생을 지구라고 생각하고 우주의 크기에 빗대어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의 삶에서 일어나는 고통스러운 일들, 결코 원하지 않는 슬픔이라 비극들은 아주 사소한 먼지와 같은 의미를 지닐 것이다.
 
방문 틈 사이로 흘러 들어온 햇살 속의 먼지를 보면서, 우리 자신이 햇살에 떠도는 먼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런 먼지에 불과한 우리를 햇살이 찬란하게 비추어주니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