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꽃을 가꾸었던 손에선 꽃향기가 나고, 사랑을 담았던 가슴에선 사랑의 향기가 난다.]【윤경 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5. 11. 1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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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가꾸었던 손에선 꽃향기가 나고, 사랑을 담았던 가슴에선 사랑의 향기가 난다.]【윤경 변호사】

 

<‘체취’는 ‘외모’보다 진실하다.>

 

1996년 스위스 베른대학의 클라우드 베데킨트 교수는 재미 있는 실험 하나를 진행했다.

그 유명한 “냄새 나는 티셔츠” 실험이다.

 

남자 대학생 44명에게 이틀 동안 ‘면 티셔츠’를 입게 하고 이 기간 동안 다른 강한 냄새는 피하게 했다.

그 다음 여학생들에게 땀에 젖은 남학생들의 티셔츠 냄새를 맡게 한 후 호감을 느낀 티셔츠를 고르게 했다.

여자들은 주조직 적합성 복합체(MHC : 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유전자가 자신과 다른 남성의 티셔츠 냄새를 가장 좋게 평가했다.

 

MHC는 백혈구의 표면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로 MHC가 유사할수록 유전적 거리가 가깝다.

여학생들은 남자의 땀 냄새를 통해 자신과 유전적으로 다른 남성의 체취를 더 선호한 것으로 밝혀졌다.

흥미로운 사실은 여학생들은 단지 체취만으로 자신과 유전적으로 적합한 남성을 골라냈다는 점이다.

 

“‘냄새’는 ‘외모’보다 진실하다.”는 과학적 토대를 마련해 준 것이다.

 

<“달콤하면서도 상쾌한 냄새”>

 

코는 자기 몸에서 나는 자기 냄새를 맡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타인의 체취에 더욱 민감하다.

땀은 체온을 조절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육체적 거리를 조절한다.

누군가의 체취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는 모근에서 분비되는 땀과 냄새에 의하여 결정된다.

 

체취에서 그 사람의 유전자생성코드를 읽을 수 있다.

“네가 누군가의 체취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과 살을 섞고는 도저히 살 수 없어.”라고 자연은 조용히 속삭인다.

사람의 몸은 냄새를 통해 어떤 유전자 타입이 자신에게 맞는지를 무의식적으로 인식한다.

 

체취에 대한 집착이 유발하는 사례를 주변에서 쉽게 경험한다.형편없는 남자친구와 제발 좀 헤어지라고 애걸을 하지만, 그녀는 “그가 나를 함부로 대한다는 것은 나도 잘 알아. 하지만 그에게선 좋은 향기가 나는 걸!”이라고 반박한다.

 

보통의 여자들은 남자의 땀 냄새를 맡으면 질색한다.

엘리베이터에서 탄 남자의 땀 냄새가 역겹고 구역질이 난다면, 그는 결코 당신의 짝이 될 수 없다.

 

유전적으로 잘 맞는 짝에게서는 호감을 자극하는 좋은 냄새가 난다.

실험 결과에 의하면, 자기에게 맞는 유전자의 경우 상대의 땀 냄새가 상쾌하게 느껴지고, 술 마신 입 냄새에서 달콤한 맛이 난다는 것이다.

 

<좋은 사람을 눈에 담으면 향기가 그를 떠올리게 한다.>

 

누구나 사랑이 꽃으로 피어날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사랑이 꽃으로 피어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은 꽃처럼 설렘을 주며 왔다가 아프게 진다.

살짝 닿기만 했는데도 몸은 붉게 물들었다가 가라 앉는다.

그때 사람들은 알게 된다.

체온이 뜨겁다는 것을. 그렇게 뜨거운 온도를 안에 담고 있어서 피가 꽃잎처럼 붉은 색이라는 것도.

 

좋은 사람을 눈에 담으면 그 다음엔 향기를 인식하게 된다.

그 사람이 마음에 담기면, 유난히 그의 향기에 민감하게 된다.

떨어져 있어도 그 향기는 그를 떠올리게 만든다.

눈을 감고 냄새를 회상하면, 그의 눈과 코와 입술과 머릿결이 하나하나 형체를 갖추며 만질 듯 떠오른다.

그에게 묻혀 완전히 사라지고 싶은 ‘소멸의 향기’이고, ‘너’와 ‘나’가 없어지고 ‘우리’로만 채우고 싶은 ‘열망의 향기’다.

 

꽃에 대한 기억조차 얼어 붙은 한겨울에 봄을 기다리는 이유의 절반은 꽃 때문이다.

살아가는 이유의 절반이 사랑이듯 말이다.

꽃을 가꾸었던 손에선 꽃향기가 나고, 사랑을 담았던 가슴에선 사랑의 향기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