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슬프게 하는 것들】《아침 내내 스크램블드 에그(Scrambled Eggs)를 만들기 위해 쉬지 않고 움직였고, 지금은 몹시 피곤하고 우울하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아침에 일어나 간단하게 요리할 수 있는 스크램블드 에그(Scrambled Eggs)를 만들기로 했다.
소금, 후추, 버터만 있으면 된다.
먼저 후라이팬(frypan)을 센 불로 달구고 버터를 넣는다.
계란을 풀기 위해 탁 깨서 그릇에 넣었는데, 흰자와 노른자는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고, 계란 껍데기만 그릇에 들어 있다.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멀쩡한 계란을 ‘그릇’이 아닌, ‘음식물쓰레기통’에 넣다니!
다시 계란을 깨서 넣으려 하는데, 잘 깨지지 않아 약간 금이 간 곳을 엄지손가락으로 벌리려는데 껍데기가 퍽하고 깨지면서 흰자와 노른자가 바닥으로 튄다.
정말 황당하다.
다용도실로 키친 타올과 손걸레를 가지러 가는데, 벗어놓은 빨래감이 보인다.
보기 싫어 빨래감을 냉큼 세탁기에 넣었다.
근데 내가 여기 왜 왔지?
다용도실의 문을 닫다가 손등이 긇혔다.
안방에 가서 서랍에 있는 듀오덤을 꺼내 상처에 붙였다.
어제 밤 켜놓았던 안방 에어컨과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다.
선풍기는 전원을 껏지만, 천장 에어컨을 끌 리모컨이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찾았는데도 보이질 않는다.
일단 거실 에어컨에 쓰는 리모컨으로 일단 안방 에어컨을 끄기로 하고 거실로 나가려는데, 또르가 소변과 응가를 한 패드가 보인다.
응가부터 치우는 것이 급선무다.
응가를 화장실 변기에 버리고, 나오는데 어디건가 타는 냄새가 난다.
부엌의 후라이팬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온다.
코팅 타는 냄새가 아주 지독하다.
얼른 가보니 부엌 바닥에는 터진 생계란이 사방에 흩어져 있다.
이젠 황당함을 떠나 우울하기까지 하다.
‘스크램블드 에그’는 아직 만들지도 못했고,
까진 손등은 욱신거리고,
안방 에어컨은 여전히 돌아가고 있으며,
부엌 바닥은 엉망진창이고,
후라이팬은 시커멓게 타버렸고,
내 배는 여전히 꼬르륵 소리를 내고 있다.
옆에서 또르가 어이 없다는 듯 짖어댄다.
빠릿빠릿한 일머리를 가진, 총명했던 그 남자는 이젠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