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돌아온 탕아, 또르와의 기싸움】《오늘 하루가 무척 힘들게 지나간다. 아악, 틀렸어. 난 못해!!!》〔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4. 7. 31.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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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탕아, 또르와의 기싸움】《오늘 하루가 무척 힘들게 지나간다. 아악, 틀렸어. 난 못해!!!》〔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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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함께 살던 깜비가 죽은 후 깜비가 살아 있을 때 잘 해주지 못한 것이 정말 많이 후회가 되었다.

많이 혼낸 일, 산책을 제대로 시켜주지 않은 일, 좀더 많이 쓰다듬어 주지 못한 일 등 말이다.

 

또르와는 매주 산책을 하고, 거의 혼을 내지 않는다.

매일 또르의 배를 쓰다듬어 주거나, 다리와 등을 자주 마시지해준다.

또르가 엄청 좋아하는 것은 맞는데, 너무 손을 탔나보다.

틈만 나면 내 발밑으로 다가와 발로 나를 툭툭치며 배를 쓰다듬어 달라고 발라당 눕는다.

 

그래도 그건 괜찮다.

가끔 말썽을 피우는데, 가족 누구도 또르를 혼내지 내지 않아서 그런지, “, 이 녀석하고 큰 소리를 내면, 그냥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 버린다.

 

누나 방에 들어가 쿠키가 든 지퍼백을 몰래 훔쳐가지고 나오다가 누나에게 들켜도 당당하다.

내려 놓으라는 누나의 호통소리에도 불구하고, 반항기 가득한 얼굴로 그 말을 완전 개무시하며 당당한 걸음걸이로 자기 갈 길을 간다.

 

오늘 스테이크를 굽다가 접시로 옮기던 중 커다란 조각을 떨어뜨렸다.

또르가 얼른 달려와 입에 물고 자기 집으로 걸어간다.

내가 또르!”하면서 소리쳤다.

또르가 고개만 돌린 채 멈추어 나를 쳐다본다.

 

너 그거 먹기만 해봐라. 조금 전에 밥을 잔뜩 먹었는데, 그게 목구멍으로 넘어가냐?”

목구멍으로 넘겼다.

또르가 그 큰 고기 덩어리를 순식간에, 전혀 씹지도 않고

 

이 녀석을 볼 때마다 허랑방탕한 종자가 분명하다는 확신이 든다.

타고난 도도함과 거만함이 드러나는 행동거지에다가 산책시 아름다운 야생화만 보면 달려가 짓밟는 방탕아의 소양까지 두루 갖추었다.

 

세상에는 방탕아로 청춘을 불사르다가 나이가 든 뒤 오히려 남들보다 더 성실하고 착하게 살아가는 삶에 관한 이야기가 복음처럼 퍼져 있지만, 갑질의 황제 또르에게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너 정말, 우와! ...”

어이가 없어 말을 더듬는 나에게 또르가 다가와 배를 발라당 까보이며 쓰다듬어 달라고 애교를 부린다.

정말 능글맞고, 천연덕스럽다.

 

난 강한 왕삐짐의 표정을 지으며 또르의 애교를 개무시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또르와의 기싸움에서 이겨 봐야겠다.

 

그런데 내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또르는 침울한 표정으로 자기 집에 들어가 내 눈치를 본다.

마음이 괜히 아프다.

 

아아, 정말 이래야 할까?

당당히 요구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또르의 행동은 아름다운 건데...

응해 주고 싶어 손이 떨린다.

 

내가 가까이 가자 또르가 다시 내게 달려와 배를 발라당 까보인다.

에구, 귀여워서 눈물이 핑돈다.

그래, 수렁에서 건진 내 새끼, 돌아온 탕아, 또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