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유혹과 탐욕】《탐욕(Greed)은 늘 인생이란 배를 난파시키곤 한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0. 3. 1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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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과 탐욕】《탐욕(Greed)은 늘 인생이란 배를 난파시키곤 한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뛰어난 품질의 목화를 재배하는 마을이 있었다.

수확기가 되면 전국 각지의 상인들이 목화를 사기 위해 몰려들었다.

 

그 마을에는 큰 목화밭을 재배하는 부자가 있었다.

수확기에는 일손이 부족했기 때문에 목화주인은 마을 젊은이들을 일꾼으로 고용했다.

목화주인은 열심히 일하는 젊은이들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음식을 대접하기로 했다.

 

주인은 많은 양의 비싼 음식재료를 장만한 다음 큰 솥을 걸고 직접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찔렀고, 맛도 아주 훌륭했다.

그런데 곡식을 본 갑자기 많은 양의 참새 떼들이 솥 주변으로 달려들었다.

주인은 소리를 치며 참새 떼를 몰아냈다.

 

그런데 솥 안에 무언가 하얀 것이 둥둥 떠 있었다.

참새 똥이었다.

주인은 고민했다.

그 많은 요리를 버리자니 지금까지 들인 노력과 돈이 아까웠다.

독하게 마음 먹은 주인은 눈 딱 감고 국자로 솥을 휘휘 저었다.

하얀 물체들은 요리 속으로 섞여 들어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는 스스로 위안을 했다.

새똥에는 미용에 좋은 성분이 있다고 해서 그걸 얼굴에 바르는 사람도 있잖아. 먹어도 효과는 좋을 거야.’

 

젊은이들은 무척 즐거워하며 요리를 먹었고, 모두 주인의 요리솜씨를 칭찬했다.

한참 신나게 먹던 젊은이들은 주인이 전혀 요리에 입을 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한 젊은이가 그릇 가득 요리를 담아 주인에게 내밀었다.

주인은 사양하고 싶었지만, 젊은이들 모두 젓가락을 내려 놓은 채 깊은 정을 담은 눈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주인은 그릇에 떠있는 하얀 새똥이 눈에 들어와 구역질이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심호흡을 크게 한 후 단숨에 깨끗이 먹어 치웠다.

그날 밤 젊은이들은 포만감에 기분 좋은 잠을 잤지만, 주인만이 밤새 한 잠 못 자고 쫙쫙 설사를 해댔다.

 

참으로 신기하다.

같은 음식을 먹었는데도, 주인은 설사를 한 반면 젊은이들은 아무런 탈이 없었다.

행복이란 이따끔 무지에서 온다.

이야기 속의 젊은이들이 먹기 힘든 것을 즐겁게 먹은 것처럼 말이다.

가끔은 모르는 게 약이다.

 

세상에는 갖가지 유혹이 있다.

사람들은 때론 그것을 탐하고 게걸스럽게 빠져 들어가 자기 자신을 잃고 만다.

한번 발을 담그면, 사방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을 잊는다.

한 걸음, 한 걸음 빠져 어느 새 그 함정에 갇혀 버린다.

 

탐욕과 유혹의 세계는 외면하거나 모른 척 하는 것이 낫다.

특히 돈에 대한 욕심으로 부정직하거나 비도덕적인 행동을 한 대가로 고통 받지 않으려면, 아예 발을 들여 놓지 말고 외면과 무지로 일관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세상의 진정한 모습을 볼 능력이 부족할 때가 많다.

또한 있다고 하더라도 이야기 속의 목화 주인처럼 자기변명 내지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빠져 들어 갈 수도 있다.

 

행복을 잃는 대가가 유혹이나 탐욕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라면, 외면과 무지 속에서 그 행복을 지키는 것도 하나의 삶의 방식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