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타】《예전에는 지저분한 남자를 사랑하는 깔끔떨기 좋아하는 여자가 항상 대기하고 있었는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요즘 집안 일을 하지 않는 남자는 없을 것이다.
설거지 하기, 세탁기나 건조기 돌리기, 집안 청소하기, 빨래 개기, 반려견 산책시키고 밥주기 등은 나이든 남자들의 일상이 되었다.
요즘 현타라는 용어가 유행이다.
현실자각타임의 준말이라고 한다.
집안을 정리정돈하는 일이 고개 숙인 남자의 생존비법이 되고 있다.
세상의 모든 물건은 제자리가 있기 마련이다.
물건이 제자리에 있지 않은 상태를 공식 용어로는 ‘지저분한 상태’라고 한다.
애초에 제자리가 없는 물건을 공식용어로는 ‘쓰레기’라고 부른다.
젊은 남자들은 천성적으로 깔끔하지 않다.
뱀허물처럼 옷을 벗어 놓는 습성은 남자들의 핏속을 흐르는 DNA에 각인되어 있다.
아마 그래도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 옆에는 지저분한 남자를 사랑하는 깔끔떨기 좋아하는 여자가 항상 대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양말 뒤집어서 세탁기에 넣었다고 잔소리 듣지 않은 남자가 있을까?
어릴 적 어머니부터 시작하여 대학 시절에는 하숙집 아주머니, 결혼 후에는 여왕마마, 그 다음은 딸들로 이어진다.
심지어 또르까지 내가 벗어 논 양말과 옷을 물고 흔들어대며 잔소리를 해댄다.
한 사람의 깔끔함은 다른 한 사람에게는 혼돈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이 두 사람은 한 집에서 함께 사는 경우가 많다.
집 안이 너무나 깔끔하게 정돈된 나머지 어떨 때는 다른 집인줄 착각한 적도 있다.
사람조차 살고 있지 않은 것 같은 이런 집에서는 화장실에 가는 일조차 쉽지 않다.
대장이 운동하기에 너무나 부담스런 환경이란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소변이 새 타일이나 벽 쪽으로 튀게 되는 불가항력적인 사고가 반드시 발생하고야 만다는 점도 볼일 보기를 어렵게 만드는 이유다.
깔끔함의 비결은 수납공간의 이용태도에 좌우된다.
물건을 수납장 안에 잘 정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방 전체를 하나의 수납장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은 물건이 방 안에 있기만 하면, 그리고 방문이 닫혀 있기만 하면 그 자체로 충분히 깔끔한 것이다.
솔직해져 보자.
어차피 인생이란 어지럽고 혼돈스러운 것 아니겠는가?
남자는 젊은 시절에는 온 집안을 깔끔하지 않게 만드는 것에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소모한다.
나이가 들면서 정리정돈을 하기 시작하는 것은 죽기 전에 세상을 다시 원위치로 되돌려 놓기 위한 시도인 것이다.
현타가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