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글바글한 모임의 가벼움】《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모임에서는 크립토나이트에 노출된 수퍼맨처럼 에너지가 방전되면서 힘을 잃고 쓰러진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날씨가 더워졌다.
여름이 성큼 다가 왔다.
선선할 때 걷고 싶어 일어나자 마자 이른 아침에 둘레길로 향해 2시간 가량 혼자 걸었다.
내가 혼자서 걷는 것을 좋아한다고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기피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에 맞는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그러나 되도록 1대1로 서로에게 몰입하면서 상대방의 관심사나 사는 이야기를 주고받고, 함께 교감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그런 시간이 더 좋다.
상대방을 내 세계로 초대하고, 나도 상대의 세계에 들어가서 또다른 인생체험을 하게 된다.
사람을 통해 배우는 것도 많고, 좋은 에너지도 많이 얻는다.
거기에 한둘쯤 더 있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함께 자리를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8명, 10명 등으로 점차 늘어나면, 몰입감이 떨어지고 대화가 분산되면서 피로감이 몰려온다.
그래서 통상적으로 많은 인원이 모이는 동창회에는 잘 나가지 않는다.
난 인간관계가 좁고 깊다.
소심하고 수줍은 성격의 A형이라 그런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모임에서는 한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4명 정도까지가 대화하기에 가장 적당하다.
아무리 양보해도 6명까지가 한계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동창회에 잘 나가지 않는 것은 그 시간이 무의미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런 모임에서는 대개 얕고 가벼운 내용의 형식적 대화만 오고 간다.
수십년 전의 학창시절의 이야기는 수천 번 넘게 반복되었다.
서로를 알아가는 깊은 대화는 사라지고, 가벼운 가십이나 농담이 왁자하게 부유하며 허공으로 떠돈다.
기억에 하나도 남지 않는 이런 시간을 보내고 나면, 크립토나이트(kryptonite)에 노출된 수퍼맨(Superman)처럼 나 역시 충만했던 에너지가 급속도로 방전되면서 허탈감과 피로감을 느껴 힘을 잃고 쓰러진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도 가급적 4인 이하로 제한해서 서로를 알아가는 깊은 대화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거기에 와인이 빠질 수 없다.
그러면서 또다시 마음에 맞는 좋은 친구를 얻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