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정보/형사소송

【판례<공범관계의 범위>】《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이 양벌규정에 따라 기소된 사업주와 행위자 사이의 관계에서도 적용되는지 여부 및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행위자에 대하여 작성한 ..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10. 25. 11:27
728x90

【판례<공범관계의 범위>】《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이 양벌규정에 따라 기소된 사업주와 행위자 사이의 관계에서도 적용되는지 여부 및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행위자에 대하여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사업주가 부인하는 경우 형사소송법 제314조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대법원 2020. 6. 11. 선고 20169367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요지 : 〈양벌규정의 종업원과 사업주는 형사증거법상 공범 내지 이에 준하는 관계에 있다고 보아, 망인인 종업원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 소정의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해당하므로, 같은 법 제314조에 기초하여 위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본 사건〉

 

판시사항

 

피고인과 공범관계가 있는 다른 피의자에 대하여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 및 위 피의자신문조서에 형사소송법 제314조가 적용되는지 여부(소극) / 이러한 법리는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 등 행위자의 위반행위에 대하여 행위자가 아닌 법인 또는 개인이 양벌규정에 따라 기소된 경우, 이러한 법인 또는 개인과 행위자 사이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은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해당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해당 피고인과 공범관계에 있는 다른 피고인이나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해당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채택할 경우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해당 피고인과 공범관계가 있는 다른 피의자에 대하여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피의자의 법정진술에 의하여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는 등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의 요건을 갖춘 경우라도 해당 피고인이 공판기일에서 그 조서의 내용을 부인한 이상 이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고, 그 당연한 결과로 위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는 사망 등 사유로 인하여 법정에서 진술할 수 없는 때에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규정인 형사소송법 제314조가 적용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공동정범이나 교사범, 방조범 등 공범관계에 있는 자들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 등 행위자의 위반행위에 대하여 행위자가 아닌 법인 또는 개인이 양벌규정에 따라 기소된 경우, 이러한 법인 또는 개인과 행위자 사이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의 규정이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해당 피고인과 공범관계에 있는 다른 피고인이나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서까지 적용된다는 입장을 확고하게 취하고 있다. 이는 하나의 범죄사실에 대하여 여러 명이 관여한 경우 서로 자신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미루려는 것이 일반적인 인간심리이므로, 만일 위와 같은 경우에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을 해당 피고인 외의 자들에 대해서까지 적용하지 않는다면 인권보장을 위해 마련된 위 규정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여 부당하고 불합리한 결과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이 형법 총칙의 공범 이외에도, 서로 대향된 행위의 존재를 필요로 할 뿐 각자의 구성요건을 실현하고 별도의 형벌 규정에 따라 처벌되는 강학상 필요적 공범 내지 대향범 관계에 있는 자들 사이에서도 적용된다는 판시를 하기도 하였다. 이는 필요적 공범 내지 대향범의 경우 형법 총칙의 공범관계와 마찬가지로 어느 한 피고인이 자기의 범죄에 대하여 한 진술이 나머지 대향적 관계에 있는 자가 저지른 범죄에도 내용상 불가분적으로 관련되어 있어 목격자, 피해자 등 제3자의 진술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속성을 지니고 있음을 중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무릇 양벌규정은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 등 행위자가 법규위반행위를 저지른 경우, 일정 요건하에 이를 행위자가 아닌 법인 또는 개인이 직접 법규위반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평가하여 행위자와 같이 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으로서, 이때의 법인 또는 개인의 처벌은 행위자의 처벌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법인 또는 개인의 직접책임 내지 자기책임에 기초하는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되는 행위자와 행위자가 아닌 법인 또는 개인 간의 관계는, 행위자가 저지른 법규위반행위가 사업주의 법규위반행위와 사실관계가 동일하거나 적어도 중요 부분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내용상 불가분적 관련성을 지닌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형법 총칙의 공범관계 등과 마찬가지로 인권보장적인 요청에 따라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이 이들 사이에서도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4, 이용우 P.367-397 참조]

 

 대상판결에서는 양벌규정상 행위자인 망인과 사업주인 피고인 사이의 관계를 형사증거법상 공범내지 그에 준하는 지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정면으로 쟁점이다.

 

상기의 쟁점에 대하여 어떠한 입장을 취하는지에 따라 아래와 같이 확립된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6. 7. 12. 선고 96667 판결)에 기하여, 행위자(망인)에 대한 경찰피의자신문조서를 사법경찰관이 피고인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로 볼 것인지, 아니면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로 볼 것인지가 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 대법원 1996. 7. 12. 선고 96667 판결 : 형사소송법 제312조는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됨과 아울러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한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바, 이 규정은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당해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하는 경우 뿐만 아니라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당해 피고인과 공범관계가 있는 다른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86. 11. 11. 선고 861783 판결, 대법원 1987. 12. 22. 선고 871020 판결, 대법원 1994. 3. 22. 선고 933612 판결 등 참조).

 

 즉 피고인을 망인의 공범 내지 그에 준하는 지위라고 보게 되면,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이 적용되어 피고인이 망인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는 이상 위 경찰 피의자신문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4조에 의하더라도 증거능력이 배제되어 유죄 인정의 증거로 쓸 수 없게 된다.

 

* 형사소송법 제312(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조서 등)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

*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85189 판결 : 구 형사소송법(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312조 제2항은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당해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당해 피고인과 공범관계에 있는 다른 피고인이나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당해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채택할 경우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당해 피고인과 공범관계가 있는 다른 피의자에 대한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피의자의 법정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더라도 당해 피고인이 공판기일에서 그 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능력이 부정되므로 그 당연한 결과로 그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는 사망 등 사유로 인하여 법정에서 진술할 수 없는 때에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규정인 구 형사소송법 제314조가 적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6. 7. 12. 선고 96667 판결, 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37185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6129 판결 등 참조)].

 

 반면 피고인을 망인의 공범 내지 이에 준하는 지위가 아니라고 본다면, 망인이 사망하였음을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 및 제314조에 터 잡아 망인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함으로써, 이를 피고인에 대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쓸 수 있게 된다.

 

* 형사소송법 제312(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조서 등)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한 것으로서 그 조서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 앞에서 진술한 내용으로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음이 원진술자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나 영상녹화물 또는 그 밖의 객관적인 방법에 의하여 증명되고,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그 기재 내용에 관하여 원진술자를 신문할 수 있었던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 다만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한다.

 

* 314(증거능력에 대한 예외)

312조 또는 제313조의 경우에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진술을 요하는 자가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는 그 조서 및 그 밖의 서류(피고인 또는 피고인 아닌 자가 작성하였거나 진술한 내용이 포함된 문자사진영상 등의 정보로서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것을 포함한다)를 증거로 할 수 있다. 다만 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한다.

 

 위와 같이 망인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한다면 원심판단이 그대로 유지되겠지만, 이와 달리 망인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가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게 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기가 어려워 대상판결의 원심판결은 파기를 면할 수 없었던 사안이다.

 

3. 공범의 개념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4, 이용우 P.367-397 참조]

 

 형법 각칙의 구성요건은 원래 한 사람이 이를 실현하는 것을 예상하고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범죄는 반드시 혼자서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범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하나의 범죄를 단독으로 실행하는 것을 단독범이라고 하고, 두 사람 이상이 협력하여 실행하는 경우를 가리켜 통상 범죄참가형태라고 한다.

형법은 총칙 제2장 제3절에서 공범이라는 제목하에 공동정범(30), 교사범(31), 종범(32), 간접정범(34)을 규정하고 있고, 이로써 형법의 공범에는 공동정범과 간접정범 및 교사범과 종범이 포함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필요적 공범이란, 범죄 구성요건 자체에서 복수 관여자의 참가를 반드시 예정하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그리고 필요적 공범은 다시 집단범(내란죄 등)과 대향범(뇌물죄 등)으로 구분되고, 대향범은 관여자를 법정형이 동일하게 처벌하는 경우(도박죄 등), 관여자를 법정형이 다르게 처벌하는 경우(뇌물공여, 수뢰죄 등), 일방의 처벌규정이 흠결된 경우(음화판매죄 등)로 나뉜다.

특히 위 의 경우를 편면적 대향범이라고 하는데, 이때 처벌을 받지 아니하는 일방에 대하여는 공범에 관한 형법 총칙도 적용되지 아니한다는 견해가 통설로 보이고, 이는 필요적 공범의 경우 각 관여자에 대한 처벌이 형법 각칙에 별도로 규정되어 있어 임의적 공범을 전제로 하는 형법 총칙의 규정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는 점, 대향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두지 않은 입법자의 의사에 비추어 정범으로 처벌할 수 없는 자는 공범으로도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하는 점 등을 근거로 한다.

 

반면, 음화반포죄(형법 제243) 등과 같이 일방만을 형사처벌하는 대향범의 경우에도 처벌을 받지 아니하는 일방이 처벌을 받는 상대방을 적극적으로 교사한 때에는 음화반포죄의 교사범이 성립한다는 견해가 있다.

또한 구성요건 실현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를 넘는 경우, 예를 들어 음란물의 매수자가 단순히 수동적으로 매수함에 그치지 아니하고 적극적인 가담으로써 판매자를 교사ㆍ방조하여 이를 매수하는 경우에는 교사범이나 종범이 성립한다는 견해도 있다.

 

 대법원은 대향범은 대립적 범죄로서 2인 이상의 서로 대향된 행위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필요적 공범관계에 있으므로 공범에 관한 형법 총칙 규정의 적용이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기본적으로 취하고 있다(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36969 판결, 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24842 판결).

 

* 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36969 판결 : 금품 등의 수수와 같이 2인 이상의 서로 대향된 행위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관계에 있어서는 공범이나 방조범에 관한 형법 총칙 규정의 적용이 있을 수 없다. 따라서 금품 등을 공여한 자에게 따로 처벌규정이 없는 이상, 그 공여행위는 그와 대향적 행위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상대방의 범행에 대하여 공범관계가 성립되지 아니하고(대법원 1988. 4. 25. 선고 872451 판결, 대법원 2002. 7. 22. 선고 20021696 판결 등 참조), 오로지 금품 등을 공여한 자의 행위에 대하여만 관여하여 그 공여행위를 교사하거나 방조한 행위도 상대방의 범행에 대하여 공범관계가 성립되지 아니한다.

 

* 대법원 2015. 2. 12. 선고 20124842 판결 : 형사소송법은 제248조 제1항에서 공소는 검사가 피고인으로 지정한 사람 외의 다른 사람에게는 그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253조 제1항에서 시효는 공소의 제기로 진행이 정지되고 공소기각 또는 관할위반의 재판이 확정된 때로부터 진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조 제2항에서 공범의 1인에 대한 전항의 시효정지는 다른 공범자에 대하여 효력이 미치고 당해 사건의 재판이 확정된 때로부터 진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형사소송법은 공범 사이의 처벌에 형평을 기하기 위하여 공범 중 1인에 대한 공소의 제기로 다른 공범자에 대하여도 공소시효가 정지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위 공범의 개념이나 유형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253조 제2항의 공범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공범 사이의 처벌의 형평이라는 위 조항의 입법 취지,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실현이라는 형사소송법의 기본이념, 국가형벌권 행사의 대상을 규정한 형법 등 실체법과의 체계적 조화 등의 관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고, 특히 위 조항이 공소제기 효력의 인적 범위를 확장하는 예외를 마련하여 놓은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하여 해석해서는 아니된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15137 판결 참조). 뇌물공여죄와 뇌물수수죄 사이와 같은 이른바 대향범 관계에 있는 자는 강학상으로는 필요적 공범이라고 불리고 있으나, 서로 대향된 행위의 존재를 필요로 할 뿐 각자 자신의 구성요건을 실현하고 별도의 형벌규정에 따라 처벌되는 것이어서, 2인 이상이 가공하여 공동의 구성요건을 실현하는 공범관계에 있는 자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며, 대향범 관계에 있는 자 사이에서는 각자 상대방의 범행에 대하여 형법 총칙의 공범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36969 판결 참조).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보면 형사소송법 제253조 제2항에서 말하는 공범에는 뇌물공여죄와 뇌물수수죄 사이와 같은 대향범 관계에 있는 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할 것이다.

 

4.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을 공범 내지 이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자에 대하여까지 확대하여 적용하도록 한 종전 판례법리의 취지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4, 이용우 P.367-397 참조]

 

가. 취지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의 피의자신문조서가 증거능력이 인정되려면,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에 따라 내용인정까지 충족되어야 하는데, 이처럼 한층 가중된 요건하에서 증거능력이 인정되도록 한 것은, 피의자 신문과정에서 생길지 모르는 인권침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정책적 고려의 산물이다.

 

, 일본 점령기 이후 형사소송법의 제정 당시까지도 경찰 단계에서의 수사과정에서 고문 등을 통하여 자백을 강요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는 현실인식하에 경찰에서 갖은 노력을 다하여 피의자로부터 자백진술을 받아냈더라도, 공소제기 후 법정에서 피고인이 그 내용을 부인한다는 말 한마디로써 그 증거능력이 부정되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경찰에서 자백을 강요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은 우리나라에 특유한 규정으로서, 일본을 포함한 외국의 입법례에서는 피의자신문조서의 작성자가 검사인지 사법경찰관리인지에 따라 그 증거능력의 인정요건을 달리 정하고 있지는 않다고 한다.

위 규정에 관해서는, 경찰수사관행이 과거와 현저히 달라졌다는 점,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부정되면 검찰에서 다시 피의자신문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국가의 인적, 물적 자원의 효율적 활용이 저해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폐지론이 나와 있기도 하다.

그러나 경찰에서의 강압수사의 근절이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였고 직접주의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하여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폐지론을 반박하는 견해가 보다 유력해 보인다(신동운).

관련하여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위와 같이 내용인정을 요건으로 증거능력이 부여되도록 하는 것은, 2020. 2. 4. 법률 제16924호로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바뀌게 되었다.

 

* 개정 전 제312(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조서)

검사가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피고인이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음이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여 인정되고,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

1항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그 조서의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피고인이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음이 영상녹화물이나 그 밖의 객관적인 방법에 의하여 증명되고,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

 

* 개정 후 제312(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조서 등)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공판준비,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정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

삭제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주지하다시피 검찰과 경찰 간의 수사권 조정 등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인바, 종전에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와 경찰 작성 피의자신문조서가 서로 다른 요건하에 증거능력이 인정되었던 것을 서로 일치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020. 2. 4.자 개정 전 형사소송법 제196조는 사법경찰관리가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어 검사와 경찰이 법적으로 상하관계였는데, 위 개정 후 형사소송법 제195조는 양자를 협력관계라고 명시함으로써 더는 검사가 경찰보다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관계의 변화를 증거법 영역에도 반영시켜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도 경찰 작성 피의자신문조서와 동일한 요건(내용인정)하에 전문법칙의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나. 판례의 태도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구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2)이 도입된 취지를 중시하여, 여기에서의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는 공범자의 것도 포함된다는 입장을 확고하게 취해왔다.

 

* 대법원 1986. 11. 11. 선고 861783 판결 :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2항은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에서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고 아울러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한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바, 이 규정은 당해 피고인에 대한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당해 피고인과 공범관계에 있는 다른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 대한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를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채택할 경우에 있어서도 다같이 적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79. 4. 10. 선고79287 판결, 대법원 1984. 10. 23. 선고 84505 판결 참조).

그리고 이와 같이 당해 피고인과 공범관계에 있는 다른 공동피고인 또는 피의자에 대한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그것과 마찬가지로 엄격히 제한하여야 할 이유는 그 내용이 당해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과 다름없기 때문이므로, 그 증거능력은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외에 당해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하여야만 부여할 수 있는 것이며, 원진술자인 피의자 또는 그의 변호인이 내용을 인정하였다 하여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이와 같이 보지 아니하고 원진술자인 피의자가 피고인에 대한 형사 피고사건의 법정에 나와 그 내용을 인정하게 되면 증거능력이 부여된다고 보게 되면 형사재판이 각각 별도로 이루어진 경우 자기에 대한 형사 피고사건에서는 법정에서 그 내용을 부인하여 유죄의 증거가 되지 아니한 피의자신문조서도 공범관계에 있는 다른 피고인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는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있는 불합리하고 불공평한 결과가 생길 수 있고, 또 그 피의자에 대한 형사 피고사건에서 피고인이 되었던 그 피의자 또는 변호인이 내용을 인정한 바 있다 하여 이를 다른 피고인에 대한 형사 피고사건의 증거로 할 수 있다고 본다면 당해 피고인의 반대신문 기회도 없었던 진술만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이 될 것이 아니라, 만일 그 피의자에 대한 형사사건에서 유죄의 증거로 되었던 이유가 그의 변호인이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인정하였기 때문인 경우라면 당해 피고인으로서는 자기의 변호인도 아닌 사람의 소송행위로 불이익을 받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기 때문이다.

 

* 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37185 전원합의체 판결 :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2항은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당해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당해 피고인과 공범관계에 있는 다른 피고인이나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당해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채택할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함이 당원의 확립된 판례이다(대법원 1979. 4. 10. 선고 79287 판결, 대법원 1986. 11. 1. 선고 861783 판결, 대법원 1994. 3. 22. 선고 933612 판결, 대법원 2000. 5. 12. 선고 2000661 판결, 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14787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당해 피고인과 공범관계가 있는 다른 피의자에 대한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피의자의 법정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더라도 당해 피고인이 공판기일에서 그 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능력이 부정되므로 그 당연한 결과로 그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는 사망 등 사유로 인하여 법정에서 진술할 수 없는 때에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규정인 형사소송법 제314조가 적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2. 2. 5. 선고 20014286 판결 참조). 이와 달리 피고인과 공범관계에 있는 다른 피의자에 대한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14조를 적용하여 그 증거능력을 인정한 대법원 1987. 9. 8. 선고 871446 판결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대법원이 이러한 입장을 취한 이유는, 위 대법원 861783 판결에도 상세히 나와 있듯이, 하나의 범죄사실을 여러 사람이 관여하여 실행한 경우 등에 있어서는 서로 자기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미루려는 것이 일반적인 인간심리인데,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구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2)의 규정을 공범자에 대하여까지 확대하여 적용하지 않을 경우 인권보장의 입법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여 부당하고 불합리한 결과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AB가 공동으로 하나의 범죄를 실행한 혐의로 경찰에서 각 자백하는 내용의 피의자신문을 받고 기소되었는데 공판정에서 각각 그 범행을 부인하면서 각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정성립은 인정하되 내용을 부인한다고 다툰 경우,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을 문리해석한 바를 그대로 적용하게 되면, 각 피의자신문조서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에 따라 증거능력이 없지만 상대방에 대한 관계에서는 제313조 등이 적용될 여지가 있는데 이는 부당하다.

 

가령 A에 대한 형사사건에서 A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는 A가 그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능력이 배제되어 A의 유죄 인정을 위한 증거로 쓸 수 없고, 이로써 A는 무죄가 될 수 있다.

반면 B에 대한 형사사건에서 검사가 A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제출하였는데 A가 그 공판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진정성립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해서 그 증거능력을 인정해버리면, B에 대해서는 유죄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와 같이 공범관계에 있는 두 사람(A, B)이 함께 연루된 사실관계를 뒷받침하는 하나의 서류(A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를 놓고 한 사람(A)에 대해서는 무죄를, 나머지 사람(B)에 대해서는 유죄를 다르게 인정하는 것은 이상하다.

 

문제는 위와 같은 측면에 그치지 않고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이 도입된 목적 내지 취지가 잠탈되거나 위 규정 자체가 아예 무력화되는 결과가 야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의 예시에서 A, B가 경찰 수사과정에서 자백하였다가 나중에 범행을 부인한다고 가정하였을 때, A가 공판정에서 자신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더라도 검사는 공범인 B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제출하고 B를 증인으로 출석시켜 B로부터 진정성립을 인정하는 증언을 얻게 되면 이로써 증거능력이 부여된 B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를 가지고서 A를 충분히 유죄로 만들 수 있다.

 

마찬가지로 B가 자신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더라도 검사는 A를 증인으로 출석시켜 그로부터 A 자신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정성립을 인정하는 증언을 얻으면 이를 가지고 B를 유죄로 만들 수 있다.

 

만약 A가 위와 같이 B와 공동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단독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경찰에서 자백을 하였더라도 공판정에서 내용부인을 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없애고 무죄 방면될 수 있었을 것인데, 단지 공범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우연한 사정만으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이 잠탈되거나 완전히 무력화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것이다.

이는 위 규정이 도입된 목적 및 취지에 전혀 맞지 아니하다.

 

이러한 허점을 그대로 방치하게 되면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을 위와 같이 잠탈하거나 무력화시키고자, 실제로는 단독으로 이루어진 범행임에도 수사기관이 다른 사람을 억지로 공범으로 끼워 넣어 그의 경찰 진술만으로 피고인이 유죄로 인정되게 만들거나, 수사기관이 공범자들 사이의 관계가 틀어지거나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을 배신하여 자신의 형량을 줄이고자 하는 심리를 노골적으로 악용하는 현상까지 생길 수 있다[이와 관련된 게임이론의 고전적 사례가 바로 죄수의 딜레마이다].

 

나아가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의 적용 범위를 단지 형법 총칙상의 공범인 공동정범, 교사범, 종범으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엄밀히는 공범이 아닌 필요적 공범인 대향범에 대하여까지도 확대 적용하고 있다.

가령 아래의 대법원판결들은, 피고인이 뇌물수수(알선뇌물수수)자인데 이러한 피고인에 대한 뇌물공여자를 피고인의 공범자로 보고서 피고인(뇌물수수자)이 다른 피의자(뇌물공여자)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또는 진술조서, 진술서의 내용을 부인한 경우 그 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본 사례들이다.

 

대법원 1996. 7. 12. 선고 96667 판결 [부정처사후수뢰(인정된 죄명 알선뇌물수수)]

형사소송법 제312조는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됨과 아울러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한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바, 이 규정은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당해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당해 피고인과 공범관계가 있는 다른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86. 11. 11. 선고 861783 판결, 대법원 1987. 12. 22. 선고 871020 판결, 대법원 1994. 3. 22. 선고 933612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인 1에 대한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함에 있어 인용한 증거 중 사법경찰리 작성의 공소외 1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등본(수 사기록 제287장 이하의 피의자신문조서등본으로서 수사기록 제182장 이하의 피의 자신문조서 사본이 아니며, 증거목록에는 착오로 그 등본이라는 기재를 누락하였음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증거로 제출되지 아니한 것을 증거로 사용한 위법이 있다는 소론은 받아들일 수 없다)은 피고인이나 그 변호인이 증거로 함에 동의하지 아니한 서류인 것이 분명한 바, 이는 그 내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와 같은 것이고, 위 공소외 1은 피고인들에게 이 사건 알선에 관한 뇌물을 교부하였다는 것으로 피고인들과 공범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이 이를 유죄의 증거로 채택한 것은 위법하다 할 것이다.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6129 판결 [뇌물수수뇌물공여]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2항은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피의자의 진술을 녹취 내지 기재한 서류 또는 문서가 수사기관에서의 조사과정에서 작성된 것이라면 그것이 진술조서, 진술서, 자술서라는 형식을 취하였다 하더라도 당해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와 달리 볼 수 없다(대법원 1992. 4. 14. 선고 92442 판결, 대법원 2006. 1. 13. 선고 20036548 판결 등 참조). 그 리고 위 규정은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당해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당해 피고인과 공범관계가 있는 다른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대법원 1996. 7. 12. 선고 96667 판결 등 참조).

 

원심이 검찰주사 작성의 피고인 3에 대한 제1, 2회 각 피의자신문조서, 검찰주사 작성의 피고인 3에 대한 제1, 2회 각 진술조서, 피고인 3 작성의 진술서는 피고인 3과 공범관계에 있는 피고인 1, 피고인 2가 법정에서 그 내용을 부인하고 있는 이상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2항에 의하여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위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2항의 적용 범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나 판례변경의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없다.

 

 위와 같이 대법원이 필요적 공범인 대향범에까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의 확대 적용을 인정한 것은, 이때도 여느 공범관계(공동정범, 교사범, 종범)와 마찬가지로 피고인이 자기의 범죄에 대하여 진술한 경우 이는 그 내용에 있어 나머지 대향적 관계에 있는 자에 대한 범죄에도 불가분적으로 관련되어 있어, 3(목격자, 피해자 등 참고인)의 진술과는 다른 성질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중시하였기 때문이다.

이로써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이 도입된 취지 및 목적 등 실질적인 면을 중시하여 위 규정의 적용 범위를 정하였던 것이지, 형법 총칙상 공범이라는 도그마에 얽매이거나 형식논리를 좇아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의 적용 범위를 정하였던 것이 아니다.

 

5. 양벌규정의 법적 성격에 관한 판례 입장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4, 이용우 P.367-397 참조]

 

 대법원은 주로 법인이 사업주인 경우인 사례를 가지고서 해당 양벌규정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아래와 같은 입장을 취한 바 있다.

 

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57673 판결

양벌규정에 의한 영업주의 처벌은 금지위반행위자인 종업원의 처벌에 종속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하여 그 자신의 종업원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과실로 인하여 처벌되는 것이므로 종업원의 범죄성립이나 처벌이 영업주 처벌의 전제조건이 될 필요는 없다(대법원 1987. 11. 10. 선고 871213 판결 참조).

 

대법원 1987. 11. 10. 선고 871213 판결

소론은 미성년자보호법 제4조 제2, 2조 제1항 제3호의 선량한 풍속을 해할 염려가 있는 흥행장 등의 영업자는 미성년자를 그 영업소내에 출입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규정가운데 영업자는 동 제4조 제1항의 연초 또는 주류판매자와 그 고용인이 연초 또는 주류를 판매하거나 공여함을 금지한 규정과 대비하여 볼 때 제1항의 판매자와 대응하는 영업주에 한정되고 종업원은 위 조항이 금지하는 의무자가 아니므로 그에게는 금지위반책임을 물을 수 없고, 따라서 종업원의 책임을 전제로 하는 양벌규정에 의한 영업주의 책임도 물을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터이나 위 규정들과 동법 제7조에 양벌규정을 두고 법인이나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기타 종업원의 위반행위에 대하여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하여도 처벌하도록 한 규정을 종합하면 위 제4조 제2항의 영업자에는 영업주가 아닌 영업주의 대리인, 사용인 기타 종업원 등 고용인도 포함된다고 해석되며 양벌규정에 의한 영업주의 처벌은 금지위반행위자인 종업원의 처벌에 종속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하여 그 자신의 종업원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과실로 인하여 처벌되는 것이므로 영업주의 위 과실책임을 묻는 이 사건에서 금지위반 행위자인 종업원에게 구성요건상의 자격이 없다고 하더라도 영업주인 피고인의 범죄성립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093876 판결

폐기물관리법에서 위와 같이 양벌규정을 따로 둔 취지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용되는 위반행위는 통상 개인적인 차원보다는 법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반복적계속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여, 법인의 대표자가 그 업무와 관련하여 위반행위를 저지른 경우에는 그 법인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위와 같은 위반행위 발생을 방지하고 위 조항의 규범력을 확보하려는 데 있다.

또한, 법인은 기관을 통하여 행위하므로 법인이 대표자를 선임한 이상 그의 행위로 인한 법률효과는 법인에게 귀속되어야 하고, 법인 대표자의 범죄행위에 대하여는 법인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는바, 법인 대표자의 법규위반행위에 대한 법인의 책임은 법인 자신의 법규위반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행위에 대한 법인의 직접책임으로서, 대표자의 고의에 의한 위반행위에 대하여는 법인 자신의 고의에 의한 책임을, 대표자의 과실에 의한 위반행위에 대하여는 법인 자신의 과실에 의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헌법재판소 2010. 7. 29. 선고 2009헌가25, 29, 36, 2010헌가6, 25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7834 판결

구 산업안전보건법(2007. 5. 17. 법률 제84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제23조 제1항에서 사업주의 안전상의 조치의무를 규정하면서 제71조에서 사업주가 아닌 자에 의하여 위법 위반행위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법 제67조 제1, 23조 제3항 위반죄는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하고 있는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제23조 제3항에 규정된 안전상의 위험이 있는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이지, 단지 사업주의 사업장에서 위와 같은 위험성이 있는 작업이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 형벌의 자기책임원칙에 비추어 보면, 위반행위가 발생한 그 업무와 관련하여 법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한 때에 한하여 구 산업안전보건법(2007. 5. 17. 법률 제84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71조의 양벌규정이 적용된다고 보아야 하며,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하였는지 여부는 당해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당해 법률의 입법 취지, 처벌조항 위반으로 예상되는 법익 침해의 정도, 그 위반행위에 관하여 양벌규정을 마련한 취지 등은 물론 위반행위의 구체적인 모습과 그로 인하여 실제 야기된 피해 또는 결과의 정도, 법인의 영업 규모 및 행위자에 대한 감독가능성 또는 구체적인 지휘감독 관계, 법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실제 행한 조치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앞서 본 대법원판결들에서 나타나듯이, 대법원은 양벌규정에 따른 사업주의 처벌은 행위자의 처벌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이와는 독립적으로 해당 사업주의 직접책임 내지 자기책임에 기초한다고 보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헌법재판소도 양벌규정에 의한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은 그의 독자적인 책임에 기초를 둔 것이기에, 사업주의 귀책사유 유무를 불문하고 사업주가 고용한 종업원 등이 업무에 관해 범죄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용주에 대해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책임주의원칙에 반하여 위헌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고(헌법재판소 2009. 10. 29. 선고 2009헌가6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는 양벌규정이 사업주의 독자적인 책임에 기초한 것이라는 사고를 현재도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다.

 

* 헌법재판소 2018. 1. 25. 선고 2016헌바201, 2017헌바205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상 법치국가의 원리 및 죄형법정주의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 원칙에 의하면, 법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법인 업무 수행 중에 범한 위법행위에 대하여 법인에게도 형사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불법의 결과 발생에 관하여 법인에게도 그 의사결정 및 행위구조상의 책임이 인정되어야 한다. , 법인에 대한 양벌규정 조항이 책임주의 원칙에 부합하려면, 법인의 독자적인 책임 유무에 따라 법인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가 결정되도록 하여야 한다(헌법재판소 2010. 5. 27. 선고 2009헌가28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10. 7. 29. 선고 2009헌가18, 33, 34, 2010헌가48, 58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10. 10. 28. 선고 2010헌가55, 64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11. 6. 30. 선고 2011헌가7, 10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의료기기법 양벌조항은 그 단서에서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여, ‘해당 업무에 관한 주의와 감독의 해태라는 법인의 독자적인 책임요소를 구성요건요소로 규정하여 법인의 독자적인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법인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과하지 아니하고, 대표자,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의 위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법인 차원의 관리감독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자기책임원칙이나 무죄추정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헌법재판소 2017. 10. 26. 선고 2017헌바166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이와 같이 양벌규정에 따른 사업주의 형사책임과 행위자의 형사책임을 각각 별개의 독립적인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아래의 대법원 판례에도 녹아들어 있다.

양벌규정인 조세범 처벌법 제3조에 따라 처벌되는 사업주(개인, 법인 불문)는 별도로 형법 총칙상 공범에 해당되지 아니한 이상 가중처벌규정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의 적용을 받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이해되고, 특히 사업주가 법인인 경우에는 처음부터 형법상 공범에 해당할 여지조차 없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다.

 

* 대법원 1992. 8. 14. 선고 92299 판결

조세범 처벌법 제9조 제1항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 공제를 받은 자는 다음 각호에 의하여 처벌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조세범 처벌법 제3조는 법인의 대표자,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 또는 재산에 관하여 본법에 규정하는 범칙행위를 한 때에는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하여도 각 본조의 벌금형에 처한다. 다만 국세기본법에 의한 과점주주가 아닌 행위자에 대하여는 정상에 의하여 그 형을 감면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바, 이에 의하면 조세범 처벌법 제9조 제1항 소정의 조세포탈범의 범죄주체는 위 제9조 제1항에 의한 납세의무자와 같은 법 제3조 소정의 법인의 대표자,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기타의 종업원 등 행위자라고 할 것이고(이와 같은 법정책임자 이외의 제3자가 공범으로서 범죄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다만 행위자가 아닌 법인과 개인에 대하여는 행위자가 범칙행위를 한 때에 양벌규정인 위 제3조에 의하여 소정의 벌금형을 과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이라고만 한다) 8조는, 1항에서 조세범 처벌법 제9조 제1항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는 다음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라고 하여 포탈세액 등에 따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1), 3년 이상의 유기징역(2)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한편 그 제2항에서 1항의 경우에는 그 포탈세액 등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병과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현행 형벌체계상 법인에게는 징역형을 과할 수 없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위 특가법 제8조의 규정은 위에서 본 조세포탈범의 법정책임자와 이러한 자의 포탈행위에 가담한 공범자인 자연인을 가중처벌하기 위한 규정임이 명백하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법인에 대하여는 특가법상으로 법인을 조세범 처벌법의 각 본조에 정한 벌금형을 가중하여 처벌한다는 명문의 처벌규정(양벌규정)이 없는 이상 위 특가법 제8조에 의하여 법인을 가중처벌할 수 없음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6. 대상판결의 내용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24, 이용우 P.367-397 참조]

 

대상판결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의 적용에 있어 양벌규정의 사업주도 행위자와 공범에 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에 따라 내용인정요건이 충족되어야만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의 입법 취지를 상세히 밝히는 한편, 위 규정은 공동정범이나 교사범, 방조범과 같은 형법 총칙의 공범에 대하여 적용될 뿐 아니라, 강학상 필요적 공범 내지 대향적 관계에 있는 자들, 나아가 양벌규정의 사 업주와 행위자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까지 적용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