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마을의 가을저녁풍경】《루프탑카페에서 바라본 고풍스럽고 고즈넉한 풍경에 취하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딤섬을 먹으러 북촌마을 ‘몽중헌 안국점’에 왔다.
삼성동 ‘팀호완’이나 ‘몽중헌 청담점’도 이곳의 딤섬과는 비교할 수 없다.
창가 옆 자리를 준다.
가을정취를 느끼라는 모양이다.
창밖의 은은한 가로수 불빛을 보고 있자니, 가을 분위기에 취해 동파육과 연태고량주를 먹지 않을 수 없다.
식사후 북촌마을을 잠시 돌아보았다.
저녁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어 한가해 보인다.
곳곳에 작고 예쁜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숨어 있다.
조용하고 한적한 골목길을 걷는 것이 좋다.
4층 높이의 계단을 오르니 그 곳에 루프탑카페가 있다.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바라본 북촌마을의 기와지붕이 정겹다.
멀리 인왕산 산자락이 보이고, 성곽길에는 조명이 켜 있다.
강남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강북만의 자연친화적 풍경이다.
독일 라인강 옆 고성의 망루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맥주를 마시며 지는 석양과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는 것보다 더 운치가 있다.
바람이 사뭇 다르다.
너무 시원하고 상쾌하다.
공기의 질감과 냄새가 느껴진다.
나뭇냄새, 풀냄새 등이 섞여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아무도 없는 고풍스럽고 고즈넉한 골목길을 걷는다.
영화 굿윌 헌팅에서 교수로 나온 로빈 윌리엄스는 오만한 천재소년 맷 데이먼에게 말한다.
“내가 미술에 대해 네게 물으면 넌 온갖 정보를 다 갖다 댈걸. 미켈란젤로를 예로 들어볼까? 그의 걸작이나 정치적 야심, 교황과의 관계, 성적 본능까지도 넌 알고 있을 거야. 그치? 하지만 시스타나 성당의 내음이 어떤지는 모를걸? 한 번도 그 성당의 아름다운 천장화를 직접 본 적이 없을 테니까.”
철들지 않았을 때는 경험보다 지식과 기술에 의존하며 이들의 축적에 자부심을 느끼고 그것이 최고의 진리라 믿고 살아간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직접 체험한 것이 더 진실하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책이나 남을 통해서가 아니라 내가 느끼는 직접체험, 그 오감(五感)의 즐거움을 통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상상력과 오감을 동원해서 타오르는 일몰의 순간을 보고, 싱싱한 나뭇잎의 신선한 향기를 맡고, 시원한 계곡물의 감촉을 최대한 느끼고, 곤충과 새들의 다양한 소리를 음미한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오른다.
인생은 과정이지 목적지가 아니다.
어딘가에 도달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다 좋아질 리가 없다.
오히려 기쁨은 여정 자체에 있다.
여정은 매순간 끊임없이 이어지는 과정이며, 그 길을 걸어가는 동안의 태도가 미래를 결정한다.
그렇다면 이제 이렇게 물어보아야 할 차례다.
당신은 먼 훗날에 인생이 어떠할 지를 궁금해 하며 사는가, 아니면 지금 당장 눈앞에 펼쳐져 있는 인생을 누리며 사는가?
대답이 무엇인가에 따라, 언젠가 도래할 그날까지 끝없는 보류상태에 머무를 수도 있고, 인생을 신나는 모험으로 경험할 수도 있다.
인생은 멋진 선물이다.
지금 걸어가고 있는 여정을 보배롭고 감사하게 여겨라.
매일 아침 눈뜰 때마다 그날 하루의 삶을 신기한 모험으로 대하는 자세를 습관화하라.
우리는 행복을 향해 마음을 열어둠으로써 멋지고 놀라운 일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경험하는 것, 목적이 아니라 과정을 더 중요시하는 것, 그 삶의 여행을 즐겁게 회상하는 것, 이런 것들이 인생의 묘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