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걸레덩어리 또르】《미용실을 나서는 내내 또르가 울부짖는 소리가 내 마음을 아프게 만든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하얀 솜뭉치 덩어리에서 구수한 냄새가 난다.
목욕과 미용을 할 때가 되었다.
털이 뭉쳐서 꼬질꼬질한 걸레가 되었다.
또르를 들고 유리창에 박박 문지르면, 유리가 깨끗하게 잘 닦일 것 같다.
최근에는 미용실에 갔다오면 또르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지, 미용을 마친 또르를 안으면 언제나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겁다.
그런 이유 때문에 내가 직접 미용과 목욕을 시키고 싶지만, 이는 신의 영역이다.
머리 염색조차 집에서 해본 적이 없는데, 어찌 함부로 또르의 털에 날카로운 가위를 댈 수 있겠는가.
감히 신의 흉내를 내려는 신성모독행위를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산책을 하기에 날씨가 너무 좋다.
완연한 가을이다.
산책을 마치고 미용실로 향했다.
그런데 오늘은 처음으로 또르가 미용사 언니의 품에 안기려 하지 않고 계속 짖는다.
내 품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미용실을 나서는 내내 또르의 울부짖는 소리가 엘리베이터까지 계속 들려온다.
서럽게 우는 또르의 소리가 나를 괜히 울적하게 만든다.
또르에게 못할 짓을 한 것 같다.
갑자기 에베레스트를 등정하는 것보다 어렵고 힘들다는 그 애견미용사자격증을 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미용을 마친 또르를 데리러 가자 또르가 내 품에 안기려고 발버둥을 친다.
워낙 격렬하게 움직이는 바람에 미용사 언니가 또르를 놓칠뻔했다.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분리불안증이 더 심해진 모양이다.
한참을 꼭 안아주었다.
또르야, 미용하는 시간 말고는 내가 죽을 때까지 너를 행복하게 해줄게.
아빠가 든든하게 지켜줄테니, 걱정하지마.
너 없이는 못살거야.
얼른 집에 가서 따뜻하고 보들보들한 또르의 배에 얼굴을 파묻고 비벼대야지.
나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