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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면제론(주권면제론), 외국국가에 대한 재판권면제원칙, 외교공관 관련 소송에서 재판권면제 판단기준】《외국의 부동산 점유 관련 민사소송에 대한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권(대법원 202..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4. 8. 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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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면제론(주권면제론), 외국국가에 대한 재판권면제원칙, 외교공관 관련 소송에서 재판권면제 판단기준】《외국의 부동산 점유 관련 민사소송에 대한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권(대법원 2023. 4. 27. 선고 2019247903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국가면제론(주권면제론)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5, 안경록 P.248-295 참조]

 

. 국가면제

 

 의의와 근거

 

국가(일정한 국가기관을 포함한다) 또는 국가재산이 다른 국가 법원의 재판권 또는 관할권에 복종하도록 강제되지 않는 것을 국가면제(state immunity) 또는 주권면제(sovereign immunity)라 한다. 국가의 주권은 독립하고 평등한 것이므로 국가 상호 간에 상대방의 주권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상호주의, 국제예양 등이 근거로 제시되었다.

 

 판결절차와 집행절차

 

 국가면제는 판결절차에서의 면제 집행절차에서의 면제로 구별된다. , 외국소유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 등 강제조치는 판결절차에서의 국가면제와는 별개의 것으로 다루어진다.

 

 집행절차에서는 판결절차보다 국가면제가 보다 넓게 인정된다. 기본적으로 재판 전의 사전적인 강제조치(우리 법의 체계를 빌리자면 보전처분과 유사하다)는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예외적으로 인정되나, 재판 후 강제조치(우리 법의 체계를 빌리자면 강제집행과 유사하다) 대체로 상업적 목적의 재산과 주권적 또는 공적 목적에 사용되는 재산을 구분하여 전자에 대해서만 강제집행을 허용하고 후자에 대하여는 강제집행이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이 판결절차에서 국가면제를 포기하는 경우 재판권 행사가 가능하지만, 그렇다 하여 집행절차에서의 면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 집행절차에 대하여는 별도의 국가면제 포기 의사가 필요하다.

 

 재판권과 국제재판관할권의 구별 문제

 

 국가면제의 체계적 지위와 관련하여서는 대륙법계 국가와 영미법계 국가의 이해가 다소 다른 것으로 확인된다.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재판권과 국제재판관할의 문제를 준별하고 양자를 독립한 소송요건으로 보며, 국가면제는 재판권으로부터의 면제를 의미한다고 이해한다. 재판권은 재판에 의해 법적 쟁송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국가권력 또는 사법권을 의미하고, 국제재판관할은 재판권의 존재를 전제로 하여, 어느 국가의 법원이 그 법적 쟁송을 재판할 것인가 또는 그에 대한 재판임무를 어느 국가에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재판권과 국제재판관할을 구별하지 않고 관할권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며, 국가면제는 관할권(jurisdiction)으로부터의 면제를 의미한다고 이해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학계에서는 대륙법계 국가와 같이 이해하는 견해(대체로 민사소송법 또는 국제사법 학자들이 그러한 경향에 있다)와 영미법계 국가와 같이 이해하는 견해(대체로 국제법학자들이 그러한 경향에 있다) 모두 존재한다.

 

 대법원은 재판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대법원 1998. 12. 17. 선고 973921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1. 12. 13. 선고 200916766 판결 등). 이하에서는 재판권 개념으로 접근하되, 외국 법령이나 판례 등에서 관할권 또는 재판관할권으로 표기하는 경우 그와 같이 표기한다.

 

 외교면제(diplomatic immunity)와의 관계

 

 유사점과 차이점

 

 국가면제는 영사 등 외교관의 특권 내지 면제를 의미하는 외교면제와 마찬가지로 주권 개념을 배경으로 하는 점, ‘궁극적인 향유 주체가 국가라는 점 등에서는 유사점이 있다. 그러나 국가면제와 외교면제는 다음과 같이 다양한 측면에서 차이점이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

 

 우선 직접적인 향유 주체에 차이가 있다. 국가면제는 국가(일정한 국가기관 포함)가 직접 면제 혜택을 누리는 반면, 외교면제는 외교관 개인이 직접 면제와 특권을 누린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발전 과정이라는 측면에서, 국가면제와 외교면제는 각각 다른 필요와 과정을 거쳐 별개의 제도로 성립하였다. 시기상으로는 외교면제가 먼저 확립되었다. , 외교면제의 경우 17세기 말 형사관할권 면제가 확립되고 18세기 초 민사관할권 면제가 확립되었는데, 국가면제는 19세기에 이르러 인정되기 시작하였다. 외교면제는 외교관의 타국 영토 내에서의 취약성을 고려하여 직무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발전해 온 반면, 국가면제는 주권 독립과 평등에 기초한 상호주의, 국제예양 등을 근거로 하였다.

 

 법원(法源)이라는 측면에서는 성문의 법규범, 즉 국제조약 존부에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외교면제에 관하여는 우리나라도 비준한 국제조약인 외교관계협약이 있어 상당 부분 이에 따라 규율되지만, 국가면제는 이를 규율하는 통일적 조약이 없고 국제관습법에 따라 인정될 여지가 있다. 이에 따라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가면제에 관하여는 세부적인 내용에 관하여는 견해가 일치되어 있지 않고 각국 법원의 실행도 차이가 있다.

 

 구별의 실익

 

국가면제의 범위와 외교면제의 범위가 일치하지 않는 영역에서 사건이 발생한 경우, 이와 관련된 소송에서 외교관은 재판권 면제를 누리는 반면 국가는 재판권 면제를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 국가면제의 범위 (= 절대적 면제론에서 제한적 면제론으로의 변화)

 

 절대적 면제론

 

국가면제론이 수용되던 초기에는 외국을 피고로 하는 모든 사건에서 무조건적인 재판권의 면제가 인정되었다. 이를 절대적 면제론이라 한다.

다만 절대적 면제론에서도 다음과 같은 예외가 인정되었다. 외국 국가가 국가면제를 포기한 경우와 법정지국 내에 소재하는 외국 국가 소유의 부동산에 관한 소송의 경우가 그것이다. 후자는 부동산은 영토주권의 객체라는 점, 그 소재지인 법정지국 이외 국가 법원에서 권리구제를 기대하기 어려운 점 등의 사정에 기반한 것이다.

 

 제한적 면제론

 

 등장 배경

 

국가가 점차 사경제의 주체로 활동영역을 넓히게 되면서 본질적으로는 사인 또는 기업의 활동과 동질적인 행위를 하고서도 단지 국가라는 이유로 그에 대한 사법(私法)상의 책임을 소구할 수 없다는 절대적 면제론은 불합리하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이에 따라 국가의 행위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주권적 행위(acta jure imperii)와 비주권적 행위(acta jure gestionis)로 구분하고, 비주권적 행위에 대하여는 국가면제를 부인(법정지국의 재판권을 인정)하는 제한적 면제론이 대두되었다.

 

 법원(法源)으로서의 지위

 

현재 제한적 면제론은 국제적으로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국제관습법(1차적으로 국가의 실행으로 구성되는 일반적 관행 및 이에 대한 법적 확신이 요건이다)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는지에 대하여 견해가 완벽히 일치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대략  국제관습법으로 보는 견해,  국제관습법이라고 할 수 있으나 구체적 내용은 형성 과정에 있다고 보는 견해,  국제관습법이 성숙되어 있다고 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일반적인 법적 확신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 등이 있다.

물론, 성문법이 아니라는 국제관습법의 본질적 특성상 학자들의 위와 같은 입장은 동태적일 수 있다.

 

 구별기준에 관한 입장

 

제한적 면제론을 취하는 경우 주권적 행위와 비주권적 행위를 어떤 기준으로 구별할 것인지에 관하여는 국내외에서 크게 다음과 같은 견해들이 제기되어 왔다. 대체로  국가의 행위 자체의 성질에 따라 면제의 범위를 정하여야 한다는 견해(성질 기준설),  국가의 행위 목적에 따라 면제의 범위를 정하여야 한다는 견해(목적 기준설),  구체적인 사건에 따라 각 법익을 비교형량하여야 한다는 견해(구체적 타당성 기준설)로 나눌 수 있다.

 

위와 같은 견해들 중 어느 하나의 견해가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목적보다는 성질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다소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국가면제 범위의 확장 또는 축소와 관련이 있으므로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있고, 관련 조약이 체결되어 있거나 국내 법령이 제정되어 있는 경우 그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 대법원의 태도

 

 기본 원칙 (= ‘제한적 면제론과 유사한 입장)

 

 대법원은 종래 본래 국가는 국제관례상 외국의 재판권에 복종하지 않게 되어 있으므로 특히 조약에 의하여 예외로 된 경우나 스스로 외교상의 특권을 포기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국 국가를 피고로 하여 우리나라가 재판권을 행사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 절대적 면제론의 입장에 있었다(대법원 1975. 5. 23.  74281 결정).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9739216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1998. 12. 17. 선고 9739216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입장을 변경하였고, 현재까지 이러한 입장이 유지되고 있다.

대법원 9739216 전원합의체 판결은, 비세출자금 기관인 육군 및 공군 교역처(The United States Army and Air Force Exchange Service)’에 고용되어 미군기지 버거킹 매장의 부지배인으로 근무하다가 해고된 한국인 근로자가 미합중국을 상대로 해고 무효 확인 등을 구한 사안에 관한 것이다.

 

원심은 절대적 면제론에 입각한 기존 법리에 따라 재판권이 없다고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법리를 제시한 후, “원고가 근무한 미합중국 산하 기관인 육군 및 공군 교역처의 임무 및 활동 내용, 원고의 지위 및 담당업무의 내용, 미합중국의 주권적 활동과 원고의 업무의 관련성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 사건 고용계약 및 해고행위의 법적 성질 및 주권적 활동과의 관련성 등을 검토한 후, 이 사건 고용계약 및 해고행위에 대하여 우리나라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대법원 1998. 12. 17. 선고 9739216 전원합의체 판결 : 국제관습법에 의하면 국가의 주권적 행위는 다른 국가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것이 원칙이라 할 것이나, 국가의 사법적(私法的) 행위까지 다른 국가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된다는 것이 오늘날의 국제법이나 국제관례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영토 내에서 행하여진 외국의 사법적 행위가 주권적 활동에 속하는 것이거나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이에 대한 재판권의 행사가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국의 사법적 행위에 대하여는 당해 국가를 피고로 하여 우리나라의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와 견해를 달리한 대법원 1975. 5. 23.  74281 결정은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대법원 9739216 전원합의체 판결은 기본적으로 제한적 면제론을 취한 것이라고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엄밀히는 다음과 같은 구조이다.

 주권적 행위  재판권 부정(국가면제 인정)

 사법적 행위  재판권의 원칙적 인정(국가면제 부정), 예외적 부정(국가면제 인정)

재판권의 예외적 부정(국가면제 인정) 사유 : 주권적 활동 또는 이와 밀접한 관련 있는 활동이어서 재판권 행사로 인하여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는 경우

 

 , 단순한 이분법적 구조는 아니다. 외국의 행위가 사법적 행위인 경우 국가면제를 일률적으로 부정하지 않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국가면제를 허용할 수 있음을 예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어떠한 경우를 말하는지 이해하기 어렵고 주권적 행위 주권적 활동의 관계도 애매하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대법원의 입장은 비주권적 행위(또는 사법적 행위)의 국가면제에 관한 국제관습법의 존재 및 내용이 다소 불분명한 상태인 점을 고려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사안의 축적을 통해 그 의미가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로 헌법재판소(헌법재판소 2017. 5. 25. 선고 2016헌바388 전원재판부 결정)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남한 내 일본화폐 등을 금융기관에 예입하도록 한 미군정법령 제57(결정문상 이 사건 법령’)가 위헌임을 전제로 한 미합중국에 대한 손해배상 등 청구소송에 관하여 대법원 9739216 전원합의체판결의 법리를 근거로 위 군정법령에 대하여 재판의 전제성을 부정한 바 있다.

 

. 대법원 9739216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의 주요 선례

 

 고용관계 소송

 

 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446595 판결(주한남아프리카공화국대사관 마케팅 오피서 해고 사안)

 

이 판결의 사안에서 원고는 현지채용직원(Locally Recruited Personnel: LRP)으로 채용되어 피고(남아프리카공화국)의 주한대사관에서 마케팅 오피서(국내 사정에 익숙하지 않은 경제참사관을 보좌하여 피고국과 우리나라 사이의 원활한 경제교역, 교류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지원업무 내지 보조적 역할)로 근무하였는데, 피고가 자신을 해고하자, 해고 무효 확인을 청구하였다.

1심과 원심은 피고의 국가면제 본안전항변을 배척하고 본안판단에 나아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며,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원고만 상고하여 국가면제는 상고이유로 주장되지 않았으나, 이는 직권조사사항이므로 국가면제가 인정되지 않음을 전제로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347934 판결(주한미군 자원관리분석가 채용공고 탈락 사안)

 

이 판결은 주한미군 대구기지에 회계원으로 고용되어 근무하고 있던 원고가 피고(미합중국)와 대한민국 사이에 체결된 한국인 고용원의 우선고용 및 가족구성원의 취업에 관한 양해각서  주한미군 규정 690-1(USFK Regulation 690-1)’에 따라 엔지니어 자원관리분석가(Engineer Resource Management Analyst, 부서책임자를 보조하여 예산 및 회계 분석업무를 수행하는 선임 분석가로서, 대구공공사업국의 사업수행을 위한 예산 및 회계 자료 전반을 광범위하게 접근하여 검토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직책임) 채용공고에 지원하였다가 탈락하자, 피고를 상대로 을 채용하고 원고를 불채용한 결정에 대하여 무효 확인을 구한 사안에 관한 것이다.

1심과 원심은, 자원관리분석가의 직무 내용, 채용공고 경위와 성격 등을 근거로, 피고가 이 사건 채용공고에 따른 지원자들 중에서 을 채용하고 원고를 불채용하기로 한 결정은 피고의 주권적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이에 대하여 우리나라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한다면 피고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으므로 국가면제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 소를 각하하였고,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여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대법원 2022. 12. 1.  2022267839 판결(주한미군 저장전문관 해고 사안)

 

원고(근로자)는 피고 산하 주한미군 대구기지에서 야전지원대대 저장전문관으로 근무하다가 해고된 후 피고(미합중국)를 상대로 해고 무효 확인과 복직 시까지의 임금 지급을 구한 사안이다.

1심과 원심은 원고의 지위, 담당업무 내용 등에 비추어 피고가 원고를 고용하거나 해고하는 행위는 피고의 주권적 활동에 속하는 것이거나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판단하여 소를 각하하였고,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여 심리불속행기각 판결을 하였다.

 

 추심금청구소송

 

대법원이 추심금청구소송에서의 국가면제에 관하여 상세한 법리를 판시한 사안으로 대법원 2011. 12. 13. 선고 200916766 판결이 있다.

이는 대한민국에 거주하면서 주한미군사령부에서 근무하는 의 채권자 원고가 우리나라 법원에서 제3채무자를 피고(미합중국)로 하여 이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퇴직금과 임금 등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후 추심금의 지급을 청구한 사안에 관한 것이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법리를 판시하면서 재판권 부존재를 이유로 소를 각하한 원심을 수긍하여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대법원 2011. 12. 13. 선고 200916766 판결 : 1. 우리나라의 영토 내에서 행하여진 외국의 사법적 행위가 주권적 활동에 속하는 것이거나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이에 대한 재판권의 행사가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국의 사법적 행위에 대하여는 해당 국가를 피고로 하여 우리나라의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대법원 1998. 12. 17. 선고 973921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은 집행법원이 일방적으로 제3채무자에게 채무자에 대한 채무의 지급금지를 명령하고 피압류채권의 추심권능을 집행채권자에게 부여하는 것으로서 이에 따라 제3채무자는 집행채무자에게 채무를 지급하더라도 집행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어 여전히 추심명령을 받은 집행채권자에게 채무를 지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이와 같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은 제3채무자 소유의 재산에 대한 집행이 아니고 또한 제3채무자는 집행당사자가 아님에도,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으면 제3채무자는 지급금지명령, 추심명령 등 집행법원의 강제력 행사의 직접적인 상대방이 되어 이에 복종하게 된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하면 제3채무자를 외국으로 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에 대한 재판권 행사는 외국을 피고로 하는 판결절차에서의 재판권 행사보다 더욱 신중히 행사될 것이 요구된다. 더구나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 제3채무자에 대한 집행권원이 아니라 집행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집행권원만으로 일방적으로 발령되는 것인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피압류채권이 외국의 사법적 행위를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것이고 그 사법적 행위에 대하여 해당 국가를 피고로 하여 우리나라의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피압류채권의 당사자가 아닌 집행채권자가 해당 국가를 제3채무자로 한 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하는 경우, 우리나라 법원은, 해당 국가가 국제협약, 중재합의, 서면계약, 법정에서 진술 등의 방법으로 그 사법적 행위로 부담하는 국가의 채무에 대하여 압류 기타 우리나라 법원에 의하여 명하여지는 강제집행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동의하였거나 또는 우리나라 내에 그 채무의 지급을 위한 재산을 따로 할당해두는 등 우리나라 법원의 압류 등 강제조치에 대하여 재판권 면제 주장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등에 한하여 그 해당 국가를 제3채무자로 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발령할 재판권을 가진다고 볼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이 우리나라 법원이 외국을 제3채무자로 하는 추심명령에 대하여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추심명령에 기하여 외국을 피고로 하는 추심금 소송에 대하여도 역시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반면 추심명령에 대한 재판권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추심금 소송에 대한 재판권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

 

주한외국대사관 부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과 관련한 대법원 2015. 8. 19. 201531087 판결(심리불속행)이다.

원고가 네덜란드를 상대로 네덜란드 소유의 대사관 부지 중 일부에 관하여 점유취득시효완성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한 사안이다.

원심은 비엔나협약(외교관계협약을 의미한다) 31조 제1항에서 외교관은 공관의 목적을 위하여 파견국을 대신하여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에 관한 소송에 대하여 접수국의 민사 및 행정재판관할권으로부터 면제를 향유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외교관이 아닌 피고 스스로 소유하고 있는 공관지역에 해당하는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민사소송에 대하여도 접수국인 우리나라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라고 판시하면서 소를 각하하였고, 대법원은 심리불속행기각 판결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재판권 면제의 근거를 외교관계협약 제31조 제1항에서 찾는 것은 외교법과 주권면제법의 차이를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는 비판이 있다.

 

 군정법령 제정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

 

대법원 2017. 11. 14. 선고 2016264174 판결은 피고(미합중국)의 미군정청 법령 제57(앞서 본 헌법재판소 2016헌바388 전원재판부 결정에서 인용하는 법령으로서 일본은행권 또는 대만은행권을 1946. 3. 2.부터 1946. 3. 7.까지 미군정청이 지정한 7개 금융기관에 예치할 것을 명하고 예입 후에는 인출 및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제정행위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에 관한 것이다.

대법원은 피고의 위 군정법령 제정행위는 국가의 주권적 행위이므로 재판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 제1심과 마찬가지로 소를 각하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여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하였다(대법원이 동일한 내용의 청구가 문제 된 사건에서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을 수긍하여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한 것으로는 대법원 2018. 10. 11.  2018245528 판결, 대법원 2019. 4. 5.  2018301541 판결 등이 있다).

 

 물품대금청구소송

 

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432328 판결은 주한미군의 육군부대 내에 화상장비를 납품 및 설치하기로 한 원고가 피고(미합중국)의 부적법한 계약해지로 인하여 계약을 이행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물품대금 지급을 구한 사안에 관한 것이다.

1심과 원심은 원고의 청구가 한미행정협정 제23조 제5항의 계약에 의한 청구권에 해당하고, 이는 사법적 행위로서 피고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본안판단을 하여 청구를 기각하였다.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원고만 상고하여 국가면제는 상고이유로 주장되지 않았으나, 소송요건은 직권조사사항이다.

 

2. 외국국가에 대한 재판권 면제 원칙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이의영 P.3188-3190 참조]

 

. 재판권

 

 재판권은 재판에 의하여 법적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국가권력 또는 법질서실현을 위한 국가의 권능이다.

 

 주권면제(sovereign immunity) 또는 국가면제(state immunity)는 재판권 면제에 관한 국제공법상 문제로 국제관습법(customary international law)이 규율한다.

반면 국제재판관할은 국제사법상 문제이다.

 

. 절대적 주권면제론  제한적 주권면제론

 

미국 1976년 외국주권면제법, 영국 1978년 국가면제법, 1972년 국가면제 유럽협약 등이 있다.

주권적 행위(acta jure imperii) v 상업적 행위(acta jure gestionis)로 구분된다.

다만 구체적인 구별기준과 적용 범위 등은 아직 통일적으로 확립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2004 UN 협약(‘국가 및 그 재산의 재판권면제에 관한 국제연합협약’)이 성안되었으나 아직까지 발효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임].

 

. 판례의 태도

 

 우리 대법원도 과거에는 절대적 주권면제론 입장(대법원 1975. 5. 23. 74281 결정)에 있었으나, 1990년대에 이르러 주한미군 소속 고용인의 해고무효확인 등 청구 사건에서 이를 폐기하고 제한적 주권면제론 입장을 명시적으로 채택하였다(대법원 1998. 12. 17. 선고 9739216 전원합의체 판결)

 

 국가면제 부인 요건 :  국내에서 행해진 외국의 사법적 행위에 대한 소송일 것,  특별한 사정(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 우려)’이 없을 것[2단계 심사]

 대법원 2023. 4. 27. 선고 2019247903 판결(대상판결) : 우리나라의 영토 내에서 행하여진 외국의 사법적(私法的) 행위에 대하여는 그것이 주권적 활동에 속하는 것이거나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이에 대한 재판권의 행사가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국가를 피고로 하여 우리나라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위 판시에서 ‘~그것이 주권적 활동에 속하는 것이거나~’표현 부분은 제한적 주권면제론의 개념에 비추어 다소 혼동의 여지가 있다.

사법적 행위[acta jure gestionis (privatorum)]라면 개념상 주권적 활동과 밀접한 관련은 있을 수 있어도 그에 속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핵심은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 우려가 있는지를 재차 살펴본다는 취지로 보면 된다.

 

라. 외교공관 관련 소송에서 재판권 면제 여부의 판단 기준 

 

 부동산에 관한 소송은 국가면제가 부인되는 대표적인 경우이다.

부동산의 무단점유, 사용이익 향유 등은 그 성질상 주권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사법적 행위에 속한다. 또한 부동산은 영토주권의 객체이므로 그 부동산이 소재하는 나라의 법원에서 관련 분쟁에 대한 재판권을 가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외교공관의 운용 과정에서 타인의 부동산을 무단점유 하는 등으로 발생한 분쟁의 경우에는 추가적으로 검토가 필요하다.

1961년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은 공관지역의 불가침과 보호, 강제집행의 면제를 규정하고 있고, 이는 오랜 관행에 따라 확립된 국제관습법에 속한다.

참고로 외교관이 파견국을 대신하여 공관지역 부동산을 소유하는 경우에는 비엔나협약상 외교면제 규정에 따라 관련 소송의 재판권이 면제될 수 있다.

 

대법원 2023. 4. 27. 선고 2019247903 판결은 외국이 부동산을 공관지역으로 점유하는 것과 관련하여 외국을 피고로 하여 제기된 소송에 대해서는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재판권 면제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고,  이는 청구 권원과 내용, 그에 근거한 승소판결의 효력, 그 청구나 판결과 외교공관 또는 공관직무의 관련성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철거 및 인도청구의 경우 재판권이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였지만, 부당이득반환청구에 대해서는 국가면제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일부 파기환송).

 대법원 2023. 4. 27. 선고 2019247903 판결 :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판결절차는 그 자체로 외국의 공관지역 점유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고, 그 청구나 그에 근거한 판결이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중략)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가 피고의 외교공관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마. 외국의 부동산 점유 관련 민사소송에 대한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권(대법원 2023. 4. 27. 선고 2019다247903 판결)

 

 위 판결의 쟁점은, 외국이 경계를 침범하여 인접한 타인 소유 토지 일부를 공관지역으로 점유하고 있음을 이유로 한 민사소송에서 국가면제(주권면제)의 인정 여부와 범위 및 그 판단기준이다.

 

 국제관습법에 의하면 국가의 주권적 행위는 다른 국가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영토 내에서 행하여진 외국의 사법적(私法的) 행위에 대하여는 그것이 주권적 활동에 속하는 것이거나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이에 대한 재판권의 행사가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국가를 피고로 하여 우리나라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대법원 1998. 12. 17. 선고 973921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1. 12. 13. 선고 200916766 판결 등 참조).

부동산은 영토주권의 객체로, 부동산 점유 주체가 외국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동산 소재지 국가 법원의 재판권에서 당연히 면제된다고 보기 어렵고, 기록상 제출된 자료에 의하더라도 이를 인정하는 내용의 국제조약이나 국제관습법이 확인되지 아니한다. 또한 부동산을 점유하는 데에는 다양한 원인과 목적, 형태가 있을 수 있으므로, 외국이 국내 부동산을 점유하는 것을 두고 반드시 주권적 활동에 속하거나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법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다만 외교공관은 한 국가가 자국을 대표하여 외교 활동을 하고 자국민을 보호하며 영사 사무 등을 처리하기 위하여 다른 국가에 설치한 기관이므로, 외국이 부동산을 공관지역으로 점유하는 것은 그 성질과 목적에 비추어 주권적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고, 국제법상 외국의 공관지역은 원칙적으로 불가침이며 접수국은 이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외국이 부동산을 공관지역으로 점유하는 것과 관련하여 해당 국가를 피고로 하여 제기된 소송이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때에는 그에 대한 우리나라 법원의 재판권 행사가 제한되고, 이때 그 소송이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는 원고가 주장하는 청구 권원과 내용, 그에 근거한 승소판결의 효력, 그 청구나 판결과 외교공관 또는 공관직무의 관련성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피고 몽골이 국내 회사인 원고 소유 토지 일부를 침범하여 외교공관지역(대사관 건물의 부지 및 부속 토지)으로 점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원고는 주위적으로 건물 철거, 토지 인도, 부당이득반환을, 예비적으로 소유권확인을 청구하고, 피고는 국가면제(주권면제)의 본안 전 항변을 하였다.

 

 원심은, 주위적 청구(철거인도부당이득반환청구)에 대하여는 국가면제가 인정되어 재판권이 없음을 이유로 소를 각하하고, 원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청구인 소유권확인청구에 대하여는 국가면제가 부정되어 재판권이 있다고 본 후 인용판결을 하였다.

 

 원고는 주위적 청구에 대하여도 국가면제가 부정된다고 주장하고 피고는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도 국가면제가 인정된다고 주장하면서 각각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판시하면서, 주위적 청구 중 철거인도청구 부분에 대하여 재판권이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 부분은 수긍하고, 부당이득반환청구 부분에 대하여는 재판권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원심판결 중 해당 부분 및 예비적 청구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