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우리는 갈등을 해소할 능력이 정말 없는 것일까?]【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6. 8. 4.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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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갈등을 해소할 능력이 정말 없는 것일까?]【윤경변호사】

 

삶의 얼마나 많은 부분들이 갈등으로 채워져 있는가?

그 갈등의 주된 원인은 대부분 각자의 ‘이해타산’ 때문이고, 그 다음으론 ‘공감능력 부족’ 때문이다.

 

미국 로스쿨(Law School)에서 JD 과정의 민사소송법(Civil Procedure)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학기 중간에 교수가 과제를 내어 주었는데, A회사와 B회사의 분쟁에 대하여 그룹별로 각 그 회사를 대리한 로펌의 변호사가 되어 화해 조정안을 끌어내는 것이었다.

상대방측의 법률적 약점을 공격하거나 논리로 설득을 하여 유리한 조정안을 도출한 그룹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과제인데, 재미있는 규칙은 화해나 조정을 위한 협상은 딱 ‘2번’에 한정되고 두 차례의 협상에서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 그룹들은 더 이상의 협상기회를 박탈당한 채 최하위 점수를 받는다.

 

참 인상적인 과제였다.

단지 협상을 유도하는 훈련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없애는 훈련(상대방을 설득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다소 불리한 협상도출’이 ‘협상 결렬’보다 오히려 낫다는 것이다.

일방적인 자기 주장만 해서는 절대 협상에 성공할 수 없다.

 

이런 교육을 받은 미국 대학생들이 사회 곳곳에 진출해 활동한다면, 협상력이나 설득력은 다른 나라보다 몇 수 위일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의 사드 문제에 대한 해법을 보면, 그저 여야 정치권 모두 쌍방이 자기 주장만 하면서 갈등을 유발할 뿐이다.

서로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드는 상황을 조장하는 주장만 되풀이 한다.

방송이나 언론에서는 유명 앵커조차도 은근히 이런 싸움을 부추긴다.

 

사드 배치 문제는 ‘항상 정직해야 한다’든가 ‘남에게 베푸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등의 일반적 진리와는 거리가 멀다.

‘정책적인 판단의 문제’라서 ‘정답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사드 문제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반응이다.

미국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우려를 불식시키고 설득하는데 주력을 한다. 그저 전자파 안전 문제 등을 들고 나오면서 상대방을 안심시키려고 한다. 사드배치 반대 논리의 부당성을 적극적으로 반박하지 않는다. 트럼프처럼 행동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반면 중국은 그런 면에서 아주 미숙하다. 중국은 갑의 위치에서 경제보복이나 한류단절 등의 유치한 방법을 쓴다. 아마도 우리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여 그들이 원하는 바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중국의 요구를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국민들의 중국에 대한 반발감을 없애기는 어렵다. 중국측의 행위는 ‘설득’이라기 보다는 ‘일방적 강요’나 ‘협박’에 가깝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스웨덴 등의 선진국가에서 설득을 통한 협상이나 갈등조정중재에 뛰어난 노우하우(Know How)를 갖게 된 것은 이미 오랜 갈등 상황을 극복하는 역사적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조만간 우리나라도 현재의 극한 갈등과정을 거치면서 언젠가는 소모적이고 지루한 분쟁보다는 갈등해소에 관한 해결책을 찾는 시도가 이루어질 것이다.

협상력과 갈등해소책에 대한 사회적 기반이 튼튼해지면서 관용과 협력의 선진화를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비싼 수업료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