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자기앞수표의 정당한 소지인이 수표법상의 보전절차를 취하지 않고 지급제시기간을 경과하여 수표상의 권리가 소멸됨으로써 수표법 제63조에 따라 취득하게 되는 이득상환청구권의 법적 성질(= 지명채권), 위 이득상환청구권을 국세징수법에서 정한 체납처분절차에 따라 압류하기 위해서 세무공무원이 자기앞수표를 점유하여야 하는지 여부(소극), 위 이득상환청구권을 양도하면서 해당 자기앞수표를 교부한 경우에는 대항요건을 갖출 필요가 없거나 대항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되는지 여부(소극), 체납처분절차에 따른 채권 압류 과정에서 압류의 본질적 요소를 이루지 아니하는 사소한 절차상 하자가 있는 경우에도 압류의 효력에 영향이 있는지 여부(소극)(대법원 2023. 11. 30. 선고 2019다203286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에 대한 체납처분 압류 사건]
【판시사항】
[1] 자기앞수표의 정당한 소지인이 지급제시기간 경과로 수표상 권리가 소멸된 경우에 수표법 제63조에 따라 취득하게 되는 이득상환청구권이 지명채권인지 여부(적극) 및 이때 지급제시기간이 경과한 자기앞수표는 이득상환청구권을 취득 또는 양수하였다는 점에 대한 증거증권으로서의 의미를 갖는지 여부(적극) / 자기앞수표를 소지하지 않은 사람이 다른 증거에 의하여 자신이 이득상환청구권자임을 증명하여 이득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세무서장이 구 국세징수법 제41조 제1항에 따라 자기앞수표를 발행한 은행 등에 체납처분에 의하여 압류한다는 뜻을 통지하는 방식으로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을 압류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추심권을 행사하는 압류채권자로서 체납자가 보유한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을 증명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3] 자기앞수표의 정당한 소지인이 수표법상의 보전절차를 취하지 않고 지급제시기간을 경과하여 수표상의 권리가 소멸된 자기앞수표를 교부하는 경우, 이를 이득상환청구권을 양도하고 양도통지 권능을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위와 같이 볼 수 있는 경우, 민법 제450조 제2항에서 정한 대항요건이 갖추어졌다거나 이를 갖출 필요가 없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 양도에 관하여 양도통지 또는 채무자의 승낙이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하여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채무자인 자기앞수표 발행 은행 등이 이득상환청구권 양도 및 이에 기한 채무 변제라는 사정을 들어 양수인의 지위와 양립할 수 없는 법률상 지위를 취득한 사람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4] 체납자에 대한 채권압류 통지상의 하자나 그 밖에 압류의 본질적 요소를 이루지 아니하는 사소한 절차상의 잘못을 이유로 하여 해당 압류 자체를 무효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수표상의 권리가 절차의 흠결로 인하여 또는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말미암아 소멸될 당시 수표의 정당한 소지인으로서 그 수표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던 사람은 수표법 제63조에 따라 발행인 등에 대하여 그가 받은 이익의 한도에서 상환을 구할 수 있다. 이러한 이득상환청구권은 법률의 직접 규정에 의하여 수표의 효력 소멸 당시 정당한 소지인에게 부여된 지명채권에 속하고, 이러한 법리는 그 수표가 은행 등이 자신을 지급인으로 하여 발행한 자기앞수표(수표법 제6조 제3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자기앞수표의 정당한 소지인이 수표법상의 보전절차를 취하지 않고 지급제시기간을 경과하여 수표상의 권리가 소멸됨으로써 수표법 제63조에 따라 취득하게 되는 이득상환청구권(이하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이라고 한다) 역시 지명채권에 해당한다. 이때 지급제시기간이 경과한 자기앞수표는 이득상환청구권이 화체된 유가증권이 아니라 그 소지자가 이득상환청구권을 취득 또는 양수하였다는 점을 유력하게 뒷받침하는 증거증권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그러므로 자기앞수표를 소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사람은 다른 증거에 의하여 자신이 이득상환청구권자임을 증명하여 이득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2] 구 국세징수법(2020. 12. 29. 법률 제17758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국세징수법’이라고 한다)에서 정한 체납처분절차에 따라 유가증권을 압류하기 위해서는 세무공무원이 이를 점유하여야 하지만(제38조), 채권을 압류할 때에는 세무서장이 그 뜻을 해당 채권의 채무자에게 통지하여야 하고(제41조 제1항), 그러한 통지를 한 때에 체납액을 한도로 하여 체납자인 채권자를 대위한다(제41조 제2항).
이러한 구 국세징수법 제41조에 의한 채권압류의 효력은 피압류채권의 채권자와 채무자에 대하여 그 채권에 관한 변제, 추심 등 일체의 처분행위를 금지하고 체납자를 대신하여 추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므로, 제3채무자는 피압류채권에 관하여 체납자에게는 변제할 수 없고, 압류채권자에게만 이행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세무서장은 구 국세징수법 제41조 제1항에 따라 자기앞수표를 발행한 은행 등에 체납처분에 의하여 압류한다는 뜻을 통지하는 방식으로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을 압류할 수 있고, 같은 법 제38조에 따라 세무공무원이 그 자기앞수표를 점유하는 방식으로 압류해야 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다만 추심권을 행사하는 압류채권자로서는 체납자가 보유한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을 증명하여야 한다.
[3] 자기앞수표의 정당한 소지인이 수표법상의 보전절차를 취하지 않고 지급제시기간을 경과하여 수표상의 권리가 소멸된 자기앞수표를 교부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을 양도함과 동시에 그에 수반하여 이득을 얻은 발행인인 은행 등에 대하여 소지인을 대신해서 그 양도에 관한 통지를 할 수 있는 권능을 부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이 지명채권에 해당하고 그 양도에 대하여는 민법 제450조에서 정한 대항요건을 갖출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서 자기앞수표의 교부로 이득상환청구권을 양도하고 양도통지 권능을 부여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도 자기앞수표 교부 사실 자체만으로는 당연히 민법 제450조 제2항에서 정한 채무자 이외의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이 갖추어졌다고 볼 수 없고, 그러한 대항요건을 갖출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 역시 일반 지명채권과 마찬가지로 그 양도에 관하여 양도통지 또는 채무자의 승낙이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하여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채무자인 자기앞수표 발행 은행 등은 이득상환청구권의 양도, 그에 기한 채무의 변제라는 사정을 들어 양도인의 위 채권에 대한 압류채권자 등 양수인의 지위와 양립할 수 없는 법률상 지위를 취득한 사람에게 대항할 수 없다.
[4] 세무공무원이 체납처분으로 체납자의 채권을 압류하고 그 채무자에게 체납자에 대한 채무이행을 금지하는 통지를 하는 것은 체납처분으로서의 채권압류의 본질적 내용이므로 이것이 없는 때에는 채권압류의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나, 체납자에 대한 채권압류 통지상의 하자나 그 밖에 압류의 본질적 요소를 이루지 아니하는 사소한 절차상의 잘못을 이유로 하여서는 해당 압류 자체를 무효라고 볼 것은 아니다.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7호, 안경록 P.256-284 참조]
가. 사실관계
⑴ 피고는 소외 1의 의뢰로 2016. 2. 1. 액면금 1억 원인 자기앞수표 9장(이하 ‘제1수표’라고 한다), 2016. 2. 3. 액면금 1,000만 원인 자기앞수표 10장(이하 ‘제2수표’라고 하고, 이를 제1수표와 합하여 ‘이 사건 각 수표’라고 한다)을 발행하였다.
이후 소외 1은 이 사건 각 수표를 계속 소지한 상태였음에도 지급을 위한 제시를 하지 않다가 각 지급제시기간(제1수표: 2016. 2. 11.까지, 제2수표: 2016. 2. 15.까지)이 경과하였다.
⑵ 중부지방국세청 소속 공무원은 소외 1이 거듭된 납부독촉에도 불구하고 국세 총 1,478,005,580원(= 종합부동산세 100,237,960원 + 양도소득세 1,377,767,620원, 2016. 5. 24. 기준)을 납부하지 않자 그의 재산을 추적하여 2016. 5. 24.까지도 이 사건 각 수표의 지급제시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⑶ 평택세무서장은 소외 1이 이 사건 각 수표를 정당하게 소지한 상태에서 각 지급제시기간이 경과함으로써 피고에 대한 이득상환청구권을 취득하였다고 판단한 후 구 국세징수법(2020. 12. 29. 법률 제17758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국세징수법’이라고 한다) 제41조 제1항을 근거로 피고에게 2016. 5. 27. 제1수표에 관하여, 2016. 6. 2. 제2수표에 관하여 각 이득상환청구권을 압류한다는 뜻이 기재된 채권압류통지서(이하 ‘이 사건 각 압류 통지서’라고 한다)를 송달하면서 이를 자신에게 이행해 달라고 요구하였다.
⑷ 피고는 평택세무서장의 요구에 응하지 않던 중 소외 2가 2016. 6. 20. 제2수표를, 2016. 6. 24. 제1수표 중 5장을, 소외 3이 2016. 6. 27. 제1수표 중 나머지 4장을 제시하면서 수표금 지급을 요구하자 지급요구한 당일 그들에게 각 액면금 상당액을 전액 지급하였다.
나. 당사자의 주장
⑴ 원고는 체납처분 절차에 따라 소외 1의 이득상환청구권을 압류하였으므로 발행인인 피고가 추심권자인 원고에게 그 상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추심금 지급을 청구하였다.
⑵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의 압류가 유가증권 압류 방식(점유)이 아닌 지명채권 압류 방식(압류 취지의 통지)에 따른 것이어서 효력이 없고, 원고의 압류 통지 이전에 이미 소외 2, 3에게 이 사건 각 수표가 교부됨으로써 이득상환청구권이 양도되었다는 등의 이유로 다투었다.
다. 소송의 경과
⑴ 제1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0. 20. 선고 2016가합550351 판결
제1심은, ① 원고의 청구가 인용되기 위해서는 이 사건 각 수표의 지급제시기간 경과일부터 원고의 피고에 대한 압류 통지일까지 소외 1이 위 각 수표를 소지하고 있었어야 한다고 전제한 다음, ② 이 사건 각 수표 중 제1수표의 경우 원고의 압류통지가 피고에게 도달한 2016. 5. 27.까지 소외 1이 이를 소지하고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지만 제2수표는 그러한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③ 원고는 제1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만 추심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일부(9억 원)만 인용하였다.
⑵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8. 12. 5. 선고 2017나2067866 판결
원심은 원고의 청구를 사실상 전부 인용하였다(지연손해금 청구만 일부 기각하였다). 원심의 판단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이 사건 각 수표 발행을 의뢰했던 소외 1은 각 지급제시기간이 경과할 당시 이를 정당하게 소지하고 있었으므로 이득상환청구권을 취득하였고, 이러한 이득상환청구권은 지명채권이다. ② 원고가 구 국세징수법 제41조 제1항[국세징수법은 이 사건 상고심 계속 중이던 2020. 12. 29. 법률 제17758호로 전부 개정(2021. 1. 1. 시행)되었다. 문제 되는 조항들의 위치가 변경되었으나 실질적 내용은 변동이 없다]에 따라 피고에게 이 사건 각 압류 통지서를 송달함으로써 甲의 피고에 대한 이득상환청구권을 적법하게 압류하였고 이로써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이에 대한 추심권능을 취득하였다. ③ 피고의 주장처럼 같은 법 제38조에 따라 세무공무원이 이 사건 각 수표를 점유하였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④ 피고의 주장처럼 소외 2, 3이 소외 1로부터 직접 또는 제3자를 거쳐 이 사건 각 수표를 교부받아 그 이득상환청구권을 양수하고 피고에 대한 양도통지 권능을 부여받았다 하더라도,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하여 피고에게 양도통지를 하거나 피고가 이를 승낙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피고가 이들에게 변제하였다 하여 이로써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
● 구 국세징수법 제41조(채권의 압류 절차)
① 세무서장은 채권을 압류할 때에는 그 뜻을 해당 채권의 채무자(이하 ‘제3채무자’라 한다)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② 세무서장은 제1항의 통지를 한 때에는 체납액을 한도로 하여 체납자인 채권자를 대위(代位)한다.
● 구 국세징수법 제38조(동산과 유가증권의 압류)
동산 또는 유가증권의 압류는 세무공무원이 점유함으로써 한다.
라. 문제점 제기
⑴ 분쟁의 구도와 쟁점 확인
㈎ 체납처분 또는 강제징수는 납세자가 임의로 조세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납세자의 재산으로부터 조세채권을 강제적으로 실현하는 절차를 의미하고, 협의의 체납처분[과세관청이 납세자의 재산을 압류하여 그것으로부터 조세채권의 만족을 얻는 절차로서 재산의 압류, 압류재산의 매각, 매각대금의 충당배분(청산)의 각 행정처분으로 이루어진다], 교부청구와 참가압류[이미 다른 기관이 강제 환가절차를 개시하였거나 압류한 경우에 그 집행기관에 대하여 매각대금의 교부를 청구하거나(교부청구) 그 압류에 참가하여(참가압류) 조세채권을 실현하는 절차이다]로 나누어진다.
압류란 체납처분을 진행하기 위한 최초의 단계로서 조세채권의 강제적 실현을 위하여 체납자의 특정재산에 대하여 법률상, 사실상의 처분을 금지하고 그것을 환가할 수 있는 상태로 두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강제행위이다.
국세징수법은 압류처분이 조세채권자나 제3자의 권리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점을 고려하여 압류의 요건이나 절차, 효력, 압류금지재산, 압류해제 등에 관하여 규제를 하고 있고, 아울러 재산의 종류에 따라서도 압류 방법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당시 적용되던 구 국세징수법에 따르면, 채권의 압류는 압류의 뜻을 제3채무자에게 통지하는 방식으로(제41조 제1항), 유가증권의 압류는 세무공무원이 이를 점유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제38조).
한편 구 국세징수법에 의한 채권압류는 강제집행에 의한 경우와 같이 그 압류의 결과 피압류채권에 관해서 변제, 추심 등 일체의 처분행위를 금지하는 효력이 있기는 하나 체납자에 대신하여 추심권을 취득함에 불과하다(대법원 1985. 4. 9. 선고 82다카449 판결).
추심권을 취득함에 불과하다는 것은 압류된 채권 자체를 이전받는 것은 아님을 의미하나(대법원 2022. 12. 16. 선고 2022다218271 판결), 추심권을 취득한 이상 채권의 이행기가 도래한 때에는 그 채무자는 세무서장에게 채무를 이행하여야 하고, 채권자에게 이행할 수는 없다(대법원 1988. 4. 12. 선고 86다카2476 판결).
처분금지 효력이 상대적인 점은 강제집행법상 압류의 효력과 동일하다.
㈏ 대법원은, 이득상환청구권이 문제 된 사안은 아니지만, 도급인과 수급인, 하수급인 사이의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약정을 수급인의 하수급인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의 양도와 이에 대한 도급인의 승낙이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그러한 승낙이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하여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도급인(채무자)은 하수급인(채권양수인)에 대한 변제로써 수급인(채권양도인)의 도급인(채무자)에 대한 채권에 관한 가압류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고(대법원 2000. 6. 23. 선고 98다34812 판결), 이는 압류권자에 대하여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다54108 판결(공2008상, 451),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2다85267 판결).
㈐ 원심은 소외 1이 취득한 이득상환청구권이 지명채권이라고 보아 위와 같은 법률규정과 기존 법리에 충실하게 해결하였다.
즉, 압류 통지 방식에 의한 원고의 압류는 적법하고, 소외 2, 3은 자기앞수표를 교부받는 방식으로 이득상환청구권을 이전받기는 하였지만 지명채권 양도에 관한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한 통지 또는 승낙)을 갖추지 못하여 원고에 대하여 대항할 수 없으므로, 피고 역시 그러한 소외 2, 3에 대한 변제로써는 원고에게 대항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상반된 관점에서 원심의 논리를 반박하는 구조이다.
즉, 원고는 채권압류 통지가 아닌 자기앞수표 점유에 의하여 압류하여야 하므로 압류통지에 의한 압류는 효력이 없는 반면, 소외 2, 3이 자기앞수표를 교부받는 방식으로 이득상환청구권을 이전받은 경우에는 대항요건을 갖출 필요가 없기 때문에 피고는 이들에게 변제하면 충분하다는 것이다.16)
라. 이 사건의 쟁점은, 첫째 자기앞수표의 지급제시기간이 경과하여 발생한 이득
상환청구권을 체납처분을 위하여 압류하고자 하는 경우 압류 통지 방식으로 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자기앞수표를 점유하는 방식으로 하여야 하는지, 둘째 지급제시기간
이 경과한 자기앞수표를 교부하는 경우 이득상환청구권이 이전되는 것을 넘어 대항
요건을 갖출 필요도 없는 것인지 여부라고 할 수 있다[참고로 원심은 압류의 효력에 관한 피고의 주장을 본안판단 단계에서 배척하였는데, 이는 추심권능 존부(소송요건)에 관한 문제이므로 본안전항변으로 취급하여 판단할 여지도 있다].
마. 쟁점
⑴ 위 판결의 쟁점은, ① 자기앞수표의 정당한 소지인이 수표법상의 보전절차를 취하지 않고 지급제시기간을 경과하여 수표상의 권리가 소멸됨으로써 수표법 제63조에 따라 취득하게 되는 이득상환청구권의 법적 성질(= 지명채권), ② 위 이득상환청구권을 국세징수법에서 정한 체납처분절차에 따라 압류하기 위해서 세무공무원이 자기앞수표를 점유하여야 하는지 여부(소극), ③ 위 이득상환청구권을 양도하면서 해당 자기앞수표를 교부한 경우에는 대항요건을 갖출 필요가 없거나 대항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되는지 여부(소극), ④ 체납처분절차에 따른 채권 압류 과정에서 압류의 본질적 요소를 이루지 아니하는 사소한 절차상 하자가 있는 경우에도 압류의 효력에 영향이 있는지 여부(소극)이다.
⑵ ㈎ 수표상의 권리가 절차의 흠결로 인하여 또는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말미암아 소멸될 당시 수표의 정당한 소지인으로서 그 수표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던 사람은 수표법 제63조에 따라 발행인 등에 대하여 그가 받은 이익의 한도에서 상환을 구할 수 있다(대법원 1964. 7. 14. 선고 64다63판결, 대법원 1967. 9. 29. 선고 67다172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이득상환청구권은 법률의 직접 규정에 의하여 수표의 효력 소멸 당시 정당한 소지인에게 부여된 지명채권에 속하고(대법원 1972. 5. 9. 선고 70다2994 판결,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3다100248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그 수표가 은행 등이 자신을 지급인으로 하여 발행한 자기앞수표(수표법 제6조 제3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자기앞수표의 정당한 소지인이 수표법상의 보전절차를 취하지 않고 지급제시기간을 경과하여 수표상의 권리가 소멸됨으로써 수표법 제63조에 따라 취득하게 되는 이득상환청구권(이하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이라고 한다) 역시 지명채권에 해당한다. 이때 지급제시기간이 경과한 자기앞수표는 이득상환청구권이 화체된 유가증권이 아니라 그 소지자가 이득상환청구권을 취득 또는 양수하였다는 점을 유력하게 뒷받침하는 증거증권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그러므로 자기앞수표를 소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사람은 다른 증거에 의하여 자신이 이득상환청구권자임을 증명하여 이득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 한편 구 국세징수법에서 정한 체납처분절차에 따라 유가증권을 압류하기 위해서는 세무공무원이 이를 점유하여야 하지만(제38조), 채권을 압류할 때에는 세무서장이 그 뜻을 해당 채권의 채무자에게 통지하여야 하고(제41조 제1항), 그러한 통지를 한 때에 체납액을 한도로 하여 체납자인 채권자를 대위한다(제41조 제2항).
이러한 구 국세징수법 제41조에 의한 채권압류의 효력은 피압류채권의 채권자와 채무자에 대하여 그 채권에 관한 변제, 추심 등 일체의 처분행위를 금지하고 체납자를 대신하여 추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므로, 제3채무자는 피압류채권에 관하여 체납자에게는 변제할 수 없고, 압류채권자에게만 이행할 수 있을 뿐이다(대법원 1988. 4. 12. 선고 86다카2476 판결, 대법원 1999. 5. 14. 선고 99다3686 판결 등 참조).
다. 그렇다면 세무서장은 구 국세징수법 제41조 제1항에 따라 자기앞수표를 발행한 은행 등에 체납처분에 의하여 압류한다는 뜻을 통지하는 방식으로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을 압류할 수 있고, 같은 법 제38조에 따라 세무공무원이 그 자기앞수표를 점유하는 방식으로 압류해야 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다만, 추심권을 행사하는 압류채권자로서는 체납자가 보유한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을 증명하여야 한다.
⑶ 자기앞수표의 정당한 소지인이 수표법상의 보전절차를 취하지 않고 지급제시기간을 경과하여 수표상의 권리가 소멸된 자기앞수표를 교부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을 양도함과 동시에 그에 수반하여 이득을 얻은 발행인인 은행 등에 대하여 소지인을 대신해서 그 양도에 관한 통지를 할 수 있는 권능을 부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1976. 1. 13. 선고 70다246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는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이 지명채권에 해당하고 그 양도에 대하여는 민법 제450조에서 정한 대항요건을 갖출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서 자기앞수표의 교부로 이득상환청구권을 양도하고 양도통지 권능을 부여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도 자기앞수표 교부 사실 자체만으로는 당연히 민법 제450조 제2항에서 정한 채무자 이외의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이 갖추어졌다고 볼 수 없고, 그러한 대항요건을 갖출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 역시 일반 지명채권과 마찬가지로 그 양도에 관하여 양도통지 또는 채무자의 승낙이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하여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채무자인 자기앞수표 발행 은행 등은 이득상환청구권의 양도, 그에 기한 채무의 변제라는 사정을 들어 양도인의 위 채권에 대한 압류채권자 등 양수인의 지위와 양립할 수 없는 법률상 지위를 취득한 사람에게 대항할 수 없다.
⑷ 세무공무원이 체납처분으로 체납자의 채권을 압류하고 그 채무자에게 체납자에 대한 채무이행을 금지하는 통지를 하는 것은 체납처분으로서의 채권 압류의 본질적 내용이므로 이것이 없는 때에는 그 채권압류의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나(대법원 1973. 11. 26. 선고 72마59 판결 참조), 체납자에 대한 채권 압류 통지상의 하자나 그 밖에 압류의 본질적 요소를 이루지 아니하는 사소한 절차상의 잘못을 이유로 하여서는 해당 압류 자체를 무효라고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1989. 11. 14. 선고 88다카19033 판결 등 참조).
⑸ 원고(대한민국)는 甲이 취득한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을 국세징수법에서 정한 체납처분절차에 따라 압류하였음을 이유로 발행인인 피고(은행)를 상대로 추심금 지급을 구하고, 원고의 압류 통지 후에야 자기앞수표를 지급제시한 乙 등에게 수표금을 지급한 피고는 원고의 압류가 유가증권 압류 방식(점유)이 아닌 지명채권 압류 방식(압류 취지의 통지)에 의한 것이고, 원고의 압류 통지 이전에 이미 甲이 乙 등에게 자기앞수표를 교부함으로써 이득상환청구권을 양도하였으며, 압류 절차에도 여러 하자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다투는 사안이다.
⑹ 원심은,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이 지명채권에 해당함을 이유로, 원고가 甲이 취득한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을 체납처분절차에 따라 압류하기 위해서는 그 채무자인 은행 등에게 압류하였다는 통지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그러한 압류 통지 도달 이전에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하여 甲이 피고에 대하여 위 이득상환청구권을 乙 등에게 양도하였다고 통지하거나 피고가 이를 승낙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는 이상 피고로서는 乙 등에 대한 변제로써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으며, 압류 절차에도 별다른 하자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⑺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판시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원심판결을 수긍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3. 자기앞수표의 지급제시기간 경과로 발생하는 이득상환청구권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7호, 안경록 P.256-284 참조]
가. 자기앞수표의 기본 법률관계
⑴ 개념과 규율 규범
㈎ 유가증권은 재산권을 표창하는 증권으로서 그 권리의 발생, 이전, 행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위해 소지가 필요한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정의는 다수설에 따른 것이고, 어느 범위에서 소지가 필요한지에 관하여는 여러 견해가 있다[① 권리의 발생, 이전, 행사의 전부 또는 일부에 소지를 요한다는 견해, ② 권리의 이전(처분)과 행사에 소지를 요한다는 견해, ③ 권리의 이전(처분)에 소지를 요한다는 견해, ④ 권리의 행사(주장)에 소지를 요한다는 견해가 있으나, ①의 견해가 다수설이다].
그러나 어느 견해이든 결국에는 개별적으로 유가증권 해당 여부를 판단하고 있고, 어음법에서 규율하는 약속어음과 환어음, 수표법에서 규율하는 수표가 대표적인 유가증권이라고 보는 데에는 이설이 없다.
구 국세징수법은 ‘유가증권’의 개념을 따로 정의하고 있지 않으나, 국세징수 실무에서도 위와 같은 개념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이와 같은 이해에 큰 문제는 없다. 한편 증거증권은 유가증권과 구별되는데, 이는 법률관계의 내용을 추후 용이하게 증명하기 위하여 작성해 두는 서면을 의미한다(차용증서, 운송장, 보험증권 등).
㈏ 수표법상 수표는 발행인이 일정한 금액을 수취인에게 지급할 것을 지급인인 은행에 위탁하는 유가증권을 의미한다.
● 수표법 제3조(수표자금, 수표계약의 필요)
수표는 제시한 때에 발행인이 처분할 수 있는 자금이 있는 은행을 지급인으로 하고, 발행인이 그 자금을 수표에 의하여 처분할 수 있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계약에 따라서만 발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을 위반하는 경우에도 수표로서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 수표법 제28조(수표의 일람출급성)
① 수표는 일람출급(一覽出給)으로 한다. 이에 위반되는 모든 문구는 적지 아니한 것으로 본다.
수표는 법적 성격이 지급위탁증권이라는 점에서는 환어음과 법적구조가 유사하지만, 지급인이 은행[엄밀히는 고유한 의미의 은행 이외에 금융업무를 취급하는 일부 기관도 수표를 발행할 수 있다. 수표법 제59조는 수표법에서 “은행”이라는 글자는 법령에 따라 은행과 같은 것으로 보는 사람 또는 시설을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대통령령인 「수표법 적용 시 은행과 동일시되는 사람 또는 시설의 지정에 관한 규정」은 우체국, 지역농협, 지역축협, 각종 수협, 각종 협동조합, 새마을금고중앙회, 상호저축은행중앙회, 신협을 수표법을 적용할 때 은행과 동일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으로 한정되는 점, 일람출급성이 있는 점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다.
㈐ 자기앞수표는 발행인과 지급인이 동일한 수표를 의미한다(수표법 제6조 제3항).
● 수표법 제6조(자기지시수표, 위탁수표, 자기앞수표)
③ 수표는 발행인 자신을 지급인으로 하여 발행할 수 있다
수표의 지급인은 은행에 한정되므로(수표법 제3조), 결국 은행이 자기를 지급인으로 하여 발행하는 것이다.
수표법은 자기앞수표에 관하여 제6조 제3항 이외에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원칙적으로 수표법의 일반 규정들이 그대로 적용된다.
⑵ 발행의뢰인과 은행(= 발행인 겸 지급인)과의 관계
㈎ 자기앞수표는 고객의 의뢰에 의하여 은행이 발행하는데[은행이 자기앞수표를 발행하는 경우로는, ① 고객이 현금을 가지고 와서 자기앞수표와의 교환을 요구하는 경우, ② 예금자가 예금인출을 하면서 현금 대신 자기앞수표의 교부를 원하는 경우, ③ 은행에 대한 채권을 가진 자가 지급방법으로 자기앞수표를 받는 경우, ④ 당좌수표의 소지인이 은행에 대해 지급보증을 요청한 경우 은행이 지급보증 대신 자기앞수표를 교부하는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자기앞수표를 발행하는 경우 발행자금은 별단예금계좌[각종의 금융거래에 수반하여 발행하는 미결제예금, 미정리예금 그 밖에 다른 예금종목으로 처리하기 곤란한 일시적인 보관금을 처리하는 예금, 자기앞수표 발행자금, 당좌개설보증금, 사고신고담보금, 주식납입보관금 등이 대표적이다]에 넣어 두고 수표와 상환으로 교부하게 된다.
㈏ 발행의뢰인과 은행(= 발행인 겸 지급인)과의 관계는 수표상의 관계와 실질관계로 나누어 설명된다.
발행의뢰인은 수표상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발행의뢰인과 은행과의 사이에 수표상의 관계는 존재하지 않지만, 실질관계에서 발행의뢰인은 수표자금을 제공하고 이에 따라 은행은 수표를 발행함으로써 그 수표의 소지인에 대하여 수표금 지급의무를 지게 된다는 것이다.
⑶ 소지인과 은행(= 발행인 겸 지급인)과의 관계
㈎ 은행은 자기앞수표 소지인에 대하여 지급인과 발행인 2개의 지위를 가진다[대법원 1959. 11. 26. 선고 4292민상359 판결 : 수표는 발행인이 지급인에 대하여 하는 단순한 지급위탁이고 지급인이 동 지급의무를 인수 또는 보증한 것이 아니므로 지급인은 위탁자와의 관계에 있어서의 기본계약으로 인하여 발행자에 대한 관계는 별 문제이나 수표 소지인에 대하여서는 반드시 액면금을 지급하여야 할 법률상 의무가 없으며 지급인이 소지인의 청구에 대하여 지급을 거절한 때에는 수표법상 소정 요건을 구비하여 우(右) 발행인에게 상환 청구를 하는 외 도리가 없는 것이며 이 법리는 발행인이 자기를 지급인으로 하여 발행된 수표 소위 자기앞수표에도 동일한 것이다].
상술하면 다음과 같다.
㈏ 우선 은행은 지급인(支給人)으로서 소지인에 대하여 언제나 수표금을 지급할 자격은 있으나 의무는 없다.
은행(지급인)은 결과적으로 지급제시기간 경과 이전은 물론 그 이후에도 수표금을 임의로 지급할 수 있다.
일반 수표의 경우 지급제시기간 동안 그리고 지급제시기간은 경과하였더라도 지급위탁의 취소가 없는 동안 소지인에게 수표금을 지급할 수 있으나(수표법 제32조), 자기앞수표의 경우 지급위탁의 취소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통설이고, 이에 따르면 은행(지급인)은 언제나 수표금을 지급할 자격이 있다.
● 수표법 제32조(지급위탁의 취소)
① 수표의 지급위탁의 취소는 제시기간이 지난 후에만 그 효력이 생긴다.
② 지급위탁의 취소가 없으면 지급인은 제시기간이 지난 후에도 지급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소지인이 은행(지급인)에 대하여 수표금 지급을 청구할 법률상 권리는 없다.
이는 자기앞수표는 물론 다른 수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은행이 지급인 지위에서 자기앞수표 소지인에게 수표금을 지급하는 것은 언제나 ‘임의로’ 지급하는 것이다.
㈐ 반면 은행은 발행인(發行人)으로서 상황별로 다른 성격과 내용의 의무를 부담한다.
은행(발행인)은 지급제시기간 내에 소지인의 지급제시 및 지급인의 지급거절이 있는 때에는 상환의무(종래의 용어로는 소구의무)를 부담한다.
● 수표법 제39조(상환청구의 요건)
적법한 기간 내에 수표를 제시하였으나 지급받지 못한 경우에 소지인이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의 방법으로 지급거절을 증명하였을 때에는 소지인은 배서인, 발행인, 그밖의 채무자에 대하여 상환청구권(償還請求權)을 행사할 수 있다. (각호 생략)
즉, 정당한 소지인에 대하여 ① 수표금(상당액), ② 지급제시일 이후의 이자, ③ 각종 비용을 지급하여야 한다(수표법 제44조).
● 수표법 제44조(상환청구금액)
소지인은 상환청구권에 의하여 다음 각호의 금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1. 지급되지 아니한 수표의 금액
2. 연 6퍼센트의 이율로 계산한 제시일 이후의 이자
3. 거절증서 또는 이와 같은 효력이 있는 선언의 작성비용, 통지비용 및 그 밖의 비용
지급제시기간 내에 지급제시가 있는 경우, 은행은 전 소지인으로부터 도난 또는 분실의 신고가 있었다거나 공시최고의 신청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는 상환의무를 면할 수 없다(대법원 1964. 9. 8. 선고 64다464 판결). 수표 소지인이 정당한 소지인이 아님은 은행이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지급제시기간이 경과한 후 지급제시가 있는 때에는 소구의무가 없으므로 그렇지 않다. 이때에는 이득상환청구권의 문제가 발생한다.
⑷ 자기앞수표의 사고신고
㈎ 지급위탁의 취소 가부 문제
자기앞수표 사고신고가 갖는 의미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자기앞수표에서 지급위탁의 취소가 가능한지라는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기앞수표는 발행인과 지급인이 동일하므로, 은행(발행인)이 자신(지급인)에 대한 지급위탁을 취소한다는 구성은 개념상 곤란하지만(별다른 이설이 발견되지 않는다), 자기앞수표 소지인이 이를 분실하거나 도난당하는 경우 은행에 사고신고를 하고 그가 발행의뢰인이기도 한 경우 이를 지급위탁의 취소에 준하여 취급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된다.
일부 견해는 발행의뢰인이 실질적으로 발행인에 준하는 위치에 있다고 보아 발행인의 사고신고는 지급위탁의 취소에 준하여 취급할 수 있음을 인정하나, 대부분의 견해는 이를 부정한다.
㈏ 자기앞수표 상실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 경우의 실무
발행의뢰인 또는 소지인이 자기앞수표를 도난, 분실, 멸실 등으로 상실한 경우 지급은행(= 발행은행)에 사고신고에 따른 사고계를 제출하여 수표금에 대한 지급정지를 요청하게 되고, 그러한 경우 은행은 그 자기앞수표를 부도 처리하고 수표금의 지급을 정지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다.
이는 지급 은행이 사고신고를 받은 후에 현재의 소지인으로부터 지급의 청구를 받고 수표금을 지급하는 경우, 수표소지인이 진정한 권리자가 아님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에는 이중지급의 위험을 부담하게 되므로 은행의 주의의무가 강화된다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앞서 본 바와 같이 자기앞수표의 지급위탁 취소에 관하여 부정설을 취하는 통설적 견해에서는, 사고신고 및 지급정지의뢰의 의미에 관하여, 이로써 은행이 지급인으로서의 임의지급권한을 상실하는 것은 아니고, 단지 사고의 통지와 더불어 무권리자에게 지급되지 않도록 유의해 달라는 경고(즉, 과실을 추인케 할 수 있는 간접사실)로서의 의미가 있을 뿐이라고 이해한다.
이러한 경우 은행은 소지자가 소를 제기하면 그 결과에 따라 지급하거나, 변제공탁을 할 수 있다.
나. 이득상환청구권 (= 자기앞수표를 중심으로)
⑴ 의의와 요건 등
㈎ 이득상환청구권은 어음 또는 수표상의 권리가 보전절차의 흠결 또는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인하여 소멸된 경우 소지인이 수표상의 채무자에 대하여 그가 받은 이득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이다(어음법 제79조, 수표법 제63조).35)
● 어음법 제79조(이득상환청구권)
환어음 또는 약속어음에서 생긴 권리가 절차의 흠결로 인하여 소멸한 때나 그 소멸시효가 완성한 때라도 소지인은 발행인, 인수인 또는 배서인에 대하여 그가 받은 이익의 한도 내에서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 수표법 제63조(이득상환청구권)
수표에서 생긴 권리가 절차의 흠결로 인하여 소멸한 때나 그 소멸시효가 완성한 때라도 소지인은 발행인, 배서인 또는 지급보증을 한 지급인에 대하여 그가 받은 이익의 한도 내에서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어음법과 수표법이 형식성을 중시하면서 생기는 실질적 불공평을 시정하기 위한 제도이다.
이득상환청구권은 ① 어음 또는 수표상 권리가 유효하게 존재하다가 절차의 흠결 또는 시효로 인하여 소멸할 것, ② 소지인의 구제수단이 부존재할 것, ③ 어음 또는 수표 채무자(발행인, 배서인, 지급보증인)가 이득을 얻을 것을 요건으로 한다.
② 요건과 관련하여, 소지인의 구제수단이 어느 정도까지 소멸하여야 하는지와 관련하여 학설상 다툼이 있으나, 대법원은 어음 또는 수표상의 권리가 소멸되었을 뿐만 아니라 민법상 구제수단까지 모두 소멸하여야 한다고 본다(대법원 1993. 3. 23. 선고 92다50942 판결).
그러나 대법원은 자기앞수표에 대하여는 이득상환청구권 발생 요건을 대폭 완화해 왔다.
즉, 소지인의 모든 구제수단의 부존재를 추정하고(대법원 1961. 12. 21. 선고 4294민상324 판결), 은행의 이득 존재와 액수를 추정한다(대법원 1961. 7. 31. 선고 4293민상841 판결).
이에 따라 자기앞수표의 소지인이 수표법상의 보전절차를 취하지 않고 수표법 제29조 제1항의 지급제시기간(국내에서 발행되어 지급되어야 할 수표는 10일)을 경과하여 수표상의 권리가 소멸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표법 제63조에 따라 이득상환청구권을 취득하는데, 이것이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경우이다.
⑵ 발생 시기
㈎ 수표의 지급제시기간이 경과한 경우 수표상 권리가 언제 소멸하는 것인지 논의가 있다.
이는 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에 특유한 논의로서 어느 견해를 취하는지에 따라 논의 방향이 전체적으로 달라진다.
지급인인 은행에는 언제나 수표금의 임의지급권한이 있기 때문에, 즉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수표는 지급제시기간 10일이 경과하더라도 지급위탁의 취소가 없는 한 지급인이 발행인의 계산으로 유효하게 수표금을 지급할 수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 수표금 수령권한도 수표상 권리임을 전제로 수표금을 수령할 권한이 있는 이상 수표상 권리가 소멸한 것은 아니고 이에 따라 이득상환청구권도 발생하지 않다가 지급위탁의 취소나 지급거절에 의하여 지급 가능성이 소멸한 때에 수표상의 권리가 소멸하여 이득상환청구권이 발생한다는 견해(정지조건설)가 있다.
그러나 수표금 수령권한은 수표상 권리가 아님을 전제로 지급제시기간이 경과하면 수표상 권리는 확정적으로 소멸하고 곧바로 이득상환청구권이 발생하지만 이후 지급위탁의 취소가 없어 수표금이 임의로 지급된 경우에는 이미 발생한 이득상환청구권이 소멸한다는 견해(해제조건설)가 통설이다.
㈐ 대법원의 입장에 관하여는 정지조건설이라고 분석하는 견해도 있으나, 이득상환청구권의 원시취득자가 누구인지(후술)에 관한 판시를 바탕으로 해제조건설의 입장에 있다고 분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하 해제조건설을 기준으로 서술한다.
⑶ 이득상환청구권자
㈎ 대법원은 일관되게 ‘어음ㆍ수표상의 권리가 소멸한 당시의 정당한 소지인’이 이득상환청구권을 취득한다고 판시해 왔다(대법원 1959. 10. 29. 선고 4292민상440 판결, 대법원 1960. 6. 9. 선고 4292민상758 판결, 대법원 1964. 7. 14. 선고 64다63 판결, 대법원 1967. 9. 29. 선고 67다1729 판결, 대법원 1970. 1. 27. 선고 69다1390 판결, 대법원 1972. 5. 9. 선고 70다2994 판결, 대법원 1976. 1. 13. 선고 70다246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78. 3. 28. 선고 77다2497 판결, 대법원 1978. 6. 13. 선고 78다568 판결, 대법원 1983. 3. 8. 선고 83다40 판결, 대법원 1983. 9. 27. 선고 83다429 판결).
이에 따르면 아무런 하자 없이 유통된 수표를 교부받아 소지한 상태에서 지급제시기간을 경과한 경우 그 당시 소지인(①)은 곧바로 이득상환청구권의 원시취득자가 된다.
수표가 유통 과정에서 분실되는 등 사고가 발생하였더라도 지급제시기간 내에 수표를 선의취득한 사람이 있다면, 그 선의취득자(②)가 여기에 포함된다는 데에도 별다른 의문을 갖기 어렵다.
㈏ 다만 지급제시기간 경과 전 정당한 소지인이 수표를 상실하고 다른 선의취득자도 없는 경우 그러한 수표 상실자(③)가 제권판결을 받지 않았어도 이득상환청구권을 취득한다고 볼 것인지에 관하여 논의가 있다.
즉, 이득상환청구권의 ‘취득’을 위하여 수표의 소지가 필요한지의 문제이다.
이를 긍정하는 견해(불요설)도 있다.
대법원의 입장은 위와 같은 판시 내용상 수표의 소지를 요구한다는 입장(필요설)으로 분석하는 견해도 있으나, 분명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이 사건의 경우 지급제시기간 경과 당시 소외 1이 정당한 소지인이었다는 점 자체는 다툼이 없으므로 보다 상세한 검토는 생략한다.
㈐ 물론 이득상환청구권이 발생한 후 이를 양도ㆍ양수하는 것은 가능하다.
다만 이를 양도하는 방식이 문제이다(후술).
⑷ 이득상환청구권의 선의취득 가부 (= 불가능)
통설은 이득상환청구권의 선의취득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고, 판례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1980. 5. 13. 선고 80다537 판결. 자기앞수표가 문제 된 사안이다).
다. 자기앞수표가 현금에 준하는 결제수단으로 활용되어 온 법적 배경과 한계
⑴ 이상의 검토 결과를 살펴보면, 거래 현실에서 자기앞수표가 현금에 준하는 지급결제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었던 법적 배경은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다.
① 은행이 지급인이자 발행인이므로 수표금지급의무이든, 상환의무(소구의무)이든, 이득상환의무이든 무자력의 위험이 거의 없다.
② 자기앞수표의 액면금 상당액이 별단예금 계좌에 입금되어 있으므로 지급 자금 부족으로 인한 지급거절 위험도 거의 없다.
③ 지급제시기간 중 지급제시가 이루어진 경우, 은행은 지급인으로서는 지급의무를 부담하지 않으나 지급을 거절할 경우에는 발행인으로서 상환의무(소구의무)를 부담하므로, 지급거절의 유인이 거의 없다.
④ 지급제시기간이 경과한 후 지급제시가 이루어진 경우, 은행은 발행인으로서 수표 액면금 이상의 이득상환의무를 부담할 수 있는데(대법원은 어음이나 다른 수표의 그것과 달리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의 요건을 엄격하게 요구하지 않는다), 지급인으로서 여전히 수표금 지급 자격을 보유하므로, 굳이 수표금 지급을 거절할 유인이 없다.
⑵ 다만 위와 같은 분석은 자기앞수표가 정상적으로 유통되었을 경우에 한정되는 것이다.
자기앞수표의 상실을 주장하는 사람이 지급정지의뢰와 함께 사고신고를 하는 경우, 은행은 이중지급의 위험이 있게 되므로 그 지급을 거절하는 것이 실무이다.
자기앞수표 이득상환청구권의 양도 방식에 관하여 뒤에서 살펴볼 여러 대법원 판례의 사안들도 이러한 배경에서 ‘자기앞수표 소지자’와 ‘발행 은행(피고) 또는 실질적 권리를 주장하는 미소지자(피고보조참가인)’의 분쟁 구도를 보인다.
⑶ 즉, 자기앞수표가 일정한 법적 배경에 따라 지급제시기간 경과 여부와 무관하게 현금과 유사한 지급결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과 이득상환청구권에 관하여 양립할 수 없는 당사자 사이에 우열관계 확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서로 다른 국면의 문제이다.
4. 체납처분을 위한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 압류 방식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7호, 안경록 P.256-284 참조]
가. 문제의 소재
구 국세징수법에 따른 체납처분을 위하여 압류를 하려면, 채권의 경우 압류의 뜻을 제3채무자에게 통지하는 방식으로, 유가증권의 경우 세무공무원이 이를 점유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의 법적 성질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가 중요한 문제로 등장한다.
나. 자기앞수표 이득상환청구권의 법적 성질과 관련 쟁점에 관한 해석론
⑴ 국내의 해석론
㈎ 어음 또는 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의 법적 성질이 무엇인지는 이미 오랜 기간 지속되어 왔으면서도 아직 종결되지 않은 쟁점으로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어음ㆍ수표상의 권리의 잔존물 또는 변형물이라는 잔존물설 또는 변형물설, 어음ㆍ수표상의 권리의 잔존물 또는 변형물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어음ㆍ수표상의 권리가 소멸하고 그와 동시에 채무자의 이득과 관련하여 부활하여 생긴 권리라는 부활설도 있다.
그러나 형평의 관념에 따라 어음법과 수표법이 인정한 특별한 권리로서 민법상 지명채권의 하나라고 보는 지명채권설이 다수설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고,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지명채권설을 지지하였다[대법원 1970. 3. 10. 선고 69다1370 판결(약속어음 관련 사안), 대법원 1972. 5. 9. 선고 70다2994 판결(자기앞수표 관련 사안),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3다100248 판결(가계수표 관련 사안) 등].
⑵ 잔존물설(변형물설)과 지명채권설은 여러 쟁점에 관하여 대체로 다음과 같이 결
론 또는 그 논거에 차이를 보인다.
⑶ 국내에서 잔존물설(변형물설)이 지명채권설에 비해 폭넓은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이득상환청구권은 어음 또는 수표상 권리가 ‘소멸’함으로써 발생하는 것이므로 그 잔존물이나 변형물이라고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 어느 정도로 어음 또는 수표상 권리로서의 성질을 유지하게 되는지에 관하여 일관된 설명을 하기 어려운 점[위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잔존물설(변형물설)을 취하는 학자들도 세부 쟁점별로 견해가 다르다] 등으로 볼 수 있다.
나. 소결론
⑴ 대법원이 지명채권설을 잔존물설(변형물설)로 변경하지 않는 이상 지급제시기간이 경과한 자기앞수표가 이득상환청구권을 표창하는 유가증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즉, 지급제시기간이 경과한 자기앞수표는 이득상환청구권이 화체된 유가증권이 아니라 그 소지자가 이득상환청구권을 취득 또는 양수하였다는 점을 유력하게 뒷받침하는 증거증권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그러므로 자기앞수표를 소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사람은 다른 증거에 의하여 자신이 이득상환청구권자임을 증명하여 이득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세무서장은 구 국세징수법 제41조 제1항에 따라 자기앞수표를 발행한 은행 등에 체납처분에 의하여 압류한다는 뜻을 통지하는 방식으로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을 압류할 수 있고, 같은 법 제38조에 따라 세무공무원이 그 자기앞수표를 점유하는 방식으로 압류해야 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물론 추심권을 행사하는 압류채권자로서는 체납자가 보유한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을 증명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실효된 어음 또는 수표는 증거증권이면서 채권증서로 볼 수 있으므로, 발행은행은 이득상환청구에 응한 다음 민법 제475조에 따라 그 반환을 구할 수 있다.
● 민법 제475조(채권증서반환청구권)
채권증서가 있는 경우에 변제자가 채무전부를 변제한 때에는 채권증서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채권이 변제 이외의 사유로 전부 소멸한 때에도 같다.
물론 채권자의 채권증서 반환의무와 채무자의 변제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까
지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2005. 8. 19. 선고 2003다22042 판결).
⑵ 원심이 원고가 구 국세징수법 제41조 제1항에 따라 피고에게 이 사건 각 압류 통지서를 송달함으로써 소외 1의 피고에 대한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을 적법하게 압류하고 이로써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이에 대한 추심권능을 취득하였다고 판단하면서, 이와 달리 같은 법 제38조에 따라 세무공무원이 자기앞수표를 점유하였어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정당하다. 이에 반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5.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 양도 방식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37호, 안경록 P.256-284 참조]
가. 문제 제기
⑴ 자기앞수표 이득상환청구권의 양도 방식도 그 법적 성질에 관하여 잔존물설(변형물설)과 지명채권설 중 어느 견해를 취하는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잔존물설(변형물설)을 취하는 견해 중에는 지명채권 양도 방법에 따라야 한다는 견해도 있으나, 대부분은 자기앞수표의 교부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명채권설을 취하는 견해는 지명채권 양도 방법에 따라야 한다고 본다.
⑵ 그러나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 양도 방식에 관하여는 각 학설과 판례의 입장을 단순 비교하기보다는 판례의 흐름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학설의 평가를 확인해 보는 것이 효율적이다.
특히 대법원 1976. 1. 13. 선고 70다2462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70다2462 전합 판결’이라 한다)을 전후하여 판례의 입장에 일정한 변천 또는 흐름이 있었고, 학계의 논의도 위 판결을 계기로 활발해졌다.
나. 70다2462 전합 판결 이전
70다2462 전합 판결 선고 이전에는 지급제시기간 경과 후 자기앞수표를 취득한 소지인의 이득상환청구가 대부분 기각되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자는 ‘그 수표상의 권리가 소멸할 당시의 정당한 소지인’으로서 그 수표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던 자이고, 이득상환청구권은 지명채권이라는 법리가 정립되었기 때문이다.
즉, 지급제시기간 경과 후 자기앞수표를 취득한 사람은 지급제시기간 경과 당시의 정당한 ‘소지인’이 아니므로 이득상환청구권의 원시취득자가 아니고, 지급제시기간 이후에도 불특정 다수에 의하여 별다른 계약서 작성 없이 수수되는 거래 실정상 양수인으로서는 양도합의를 증명하는 것이 곤란하며 같은 이유에서 뒤늦게 양도인의 협력을 받아 대항요건을 갖추는 것도 어려웠다.
다. 70다2462 전합 판결
⑴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적 상태에서 6년가량의 심리 끝에 1976년 거래 실정을 고려한 70다2462 전합 판결을 선고하였다.
주요 판시는 다음과 같다.
◎ 대법원 1976. 1. 13. 선고 70다2462 전원합의체 판결 : (…) 수표상의 권리가 절차의 흠결로 인해서 또는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말미암아 소멸되었을 때 당시의 동 수표의 정당한 소지인은 이득을 한 수표상의 의무자에 대하여 그가 받은 이익의 한도에서 상환을 구할 수 있으며 한편, 은행 또는 기타 금융기관이 발행한 자기앞수표(이하 단순히 은행의 자기앞수표라고 약칭한다)는 제시기간 내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제시기간 후에도 발행은행에서 또는 그 외의 금융기관에서 쉽게 지급받을 수 있다는 거래상의 확신에 의해서 현금과 같이 널리 유통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표의 양도는 거래의 일반적인 인식으로서는 수표의 표시되어 있는 액면상당의 금원을 발행은행으로부터 지급받을 수 있는 권리를 그것이 수표상의 권리이던 또는 그렇지 않고(어느 의미에 있어서는) 등 권리의 변형물이라고도 할 수 있는 동 권리의 소멸로 인해서 발생되는 이득상환권이던 간에 구별함이 없이 또 그것을 구별하려고도 하지 않고 양도하고 양도받는 것이 거래의 실정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거래의 실정에 비추어 볼 때 수표 소지인이 수표법상의 보전절차를 취함이 없이 제시기간을 도과하여 수표상의 권리가 소멸된 수표를 양도하는 행위는 수표금액의 지급수령권한과 아울러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은 수표상의 권리의 소멸로 인해서 소지인에게 발생한 이득상환청구권까지도 이를 양도하는 동시에 그에 수반해서 이득을 한 발행인인 은행에 대하여 소지인을 대신해서 그 양도에 관한 통지를 할 수 있는 권능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하여야 할 것이고 그렇게 양도받은 수표를 양수인이 다시 제3자에게 양도하는 행위는 이와 같이 양도받은 수표금액의 지급수령권한과 아울러 이득상환청구권을 위 소지인으로부터 수권된 이득을 한 채무자인 발행은행에 대한 통지의 권능이 수반된 상태로 이전하는 행위라 할 것이고, 그렇게 하는 것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들의 의사에 합치될 뿐만 아니라 거래의 실정에 적합하고 나아가서는 이와 같은 수표의 양도로 인해서 야기될 수 있는 법률관계를 간결하고 타당하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수표의 정당한 소지인은 발행은행에 대하여 그가 받는 이익의 한도에서 이득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또 채무자인 발행은행도 동 수표의 소지인에게 변제함으로써 유효하게 동 채무를 면하게 된다고 할 것이다.
⑵ 참고로 70다2462 전합 판결에 대하여는 당시 관여한 대법관 16명 중 7명이 반대의견을 제시하였다.
또한 판결 선고 직후 다수 평석이 발표되었고 근래에 이르기까지 여러 문헌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거래 실정을 고려하여 법원의 피해자 구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자 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지지하는 견해도 있으나, 반대하는 견해가 상대적 다수로 확인된다.
반대하는 견해는 대체로 자기앞수표를 자기앞수표가 아닌 수표와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는 점, 거래 실정은 충분한 논거가 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이유로 제시한다.
견해에 따라서는 오히려 잔존물설(변형물설)을 취하여야 한다거나 다른 방식의 이론구성이 보다 적절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⑶ 그러나 대법원은 70다2462 전합 판결의 법리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고, 재판실무도 이를 당연한 전제로 운영되어 왔다.
70다2462 전합 판결을 통한 대법원의 입장은 ‘지급제시기간이 경과한 자기앞수표의 양도(이는 교부를 의미한다)’에서 다음과 같은 합의, 즉 은행이 지급인(≠ 발행인)으로서 수표금(≠ 이득상환금)을 임의로 지급할 경우를 예정한 ‘수표금 수령권한 양도 합의’, 은행이 발행인(≠ 지급인)으로서 이득상환금(≠ 수표금)을 지급할 경우를 예정한 ‘이득상환청구권의 양도 합의’와 ‘양도통지권능 부여 합의’를 추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대법원이 종래의 지명채권설을 유지하면서도, 지급제시기간이 경과한 자기앞수표의 교부에서 ‘이득상환청구권의 양도 합의’를 추단하여 즉각적인 권리이전 효력을 인정해 주고 ‘양도사실에 대한 통지권능 부여 합의’도 추단하여 추후 채무자인 은행 또는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을 갖출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준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논리에 따른다면, 수표의 양수인에게 부여된 통지권능은 채무자인 은행에 자기앞수표를 지급제시하거나 발행 은행을 상대로 이득상환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그 소장 부본이 송달됨으로써 행사된 것으로 간주되고, 이로써 대항요건을 갖추게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라. 70다2462 전합 판결 이후
⑴ 대법원은 70다2462 전합 판결 이후 1980년을 전후하여 일련의 후속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러한 판결들의 취지는 70다2462 전합 판결과의 관계에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⑵ 만일 자기앞수표가 분실되거나 도난당한 것이라는 등 유통 과정의 하자가 증명되지 않았다면, 전 소지인이 불상자이더라도 70다2462 전합 판결의 법리를 적용하여 현 소지인은 이득상환청구권을 정당하게 양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1979. 10. 10. 선고 79다1481 판결, 대법원 1981. 3. 10. 선고 81다220 판결).
이는 기존에도 수표 소지인은 지급제시기간 전후를 불문하고 일단 정당하게 취득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대법원의 기존 법리와 상통하는 것이다(대법원 1962. 9. 20. 선고 62다408 판결).
⑶ 그러나 분실, 도난 등 유통 과정의 하자가 증명된 경우는 다르다. 지급제시기간경과 당시 소지인이 누구인지 그가 정당한 소지인인지 알 수 없다면, 70다2462 전합 판결의 법리는 적용되지 않고, 지명채권 양도 방법에 따라 양수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1981. 6. 23. 선고 81다167 판결, 대법원 1983. 3. 8. 선고 83다40 판결).
이는 자기앞수표 유통 과정의 하자가 증명되는 경우, 이득상환청구권을 주장하는 사람은 자신이 특정한 원시취득자(지급제시기간 경과 당시 정당한 소지인)로부터 양수하였고 그 대항요건도 갖추었음을 증명하여야 한다는 취지이다.
물론 현소지인이 이러한 증명에 성공할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⑷ 유통 과정의 하자가 증명된 상황에서 전 소지인이 악의의 취득자라는 등 정당한 소지인이 아님이 적극적으로 확인되었다면, 현 소지인이 이득상환청구권을 양수하였다고 볼 수 없음은 당연하다(대법원 1978. 6. 13. 선고 78다568 판결, 대법원 1983. 9. 27. 선고 83다429 판결).
마. 소결론
⑴ 70다2462 전합 판결의 법리에 따라 자기앞수표의 정당한 소지인이 수표법상의 보전절차를 취하지 않고 지급제시기간을 경과하여 수표상의 권리가 소멸된 자기앞수표를 교부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을 양도함과 동시에 그에 수반하여 이득을 얻은 발행인인 은행 등에 대하여 소지인을 대신해서 그 양도에 관한 통지를 할 수 있는 권능을 부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법리는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이 지명채권에 해당하고 그 양도에 대하여는 민법 제450조에서 정한 대항요건을 갖출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자기앞수표의 교부로 이득상환청구권을 양도하고 양도통지 권능을 부여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도 자기앞수표 교부 사실 자체만으로는 당연히 민법 제450조 제2항에서 정한 채무자 이외의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이 갖추어졌다고 볼 수 없고, 그러한 대항요건을 갖출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 역시 일반 지명채권과 마찬가지로 그 양도에 관하여 양도통지 또는 채무자의 승낙이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하여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채무자인 자기앞수표 발행 은행 등은 이득상환청구권의 양도, 그에 기한 채무의 변제라는 사정을 들어 양도인의 위 채권에 대한 압류채권자 등 양수인의 지위와 양립할 수 없는 법률상 지위를 취득한 사람에게 대항할 수 없다.
⑵ 원심은 소외 2, 소외 3이 소외 1로부터 직접 또는 제3자를 거쳐 이 사건 각 수표를 교부받아 그 이득상환청구권을 양수하고 피고에 대한 양도통지 권능을 부여받았다 하더라도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하여 피고에게 양도통지를 하거나 피고가 이를 승낙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피고가 이를 변제하였다 하여 이로써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대법원의 입장에 부합하므로, 이에 반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6. 대상판결의 내용
대상판결이 제시한 법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⑴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은 지명채권이고, 이때 지급제시기간이 경과한 자기앞수표는 이득상환청구권을 표창하는 유가증권이 아니라 이를 취득 또는 양수하였다는 점을 유력하게 뒷받침하는 증거증권이다.
⑵ 따라서 자기앞수표를 소지하지 않은 사람도 다른 증거에 의하여 자신이 이득상환청구권자임을 증명하여 이득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세무서장은 구 국세징수법 제41조 제1항에 따라 자기앞수표를 발행한 은행 등에 체납처분에 의하여 압류한다는 뜻을 통지하는 방식으로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을 압류할 수 있다.
⑶ 자기앞수표의 정당한 소지인이 수표법상의 보전절차를 취하지 않고 지급제시기간을 경과하여 수표상의 권리가 소멸된 자기앞수표를 교부하는 경우, 이를 이득상환청구권을 양도하고 양도통지 권능을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그와 같이 볼 수 있는 경우에도 민법 제450조 제2항에서 정한 대항요건이 갖추어졌다거나 이를 갖출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⑷ 따라서 자기앞수표의 이득상환청구권 양도에 관하여 양도통지 또는 채무자의 승낙이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하여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채무자인 자기앞수표 발행 은행 등이 이득상환청구권 양도 및 이에 기한 채무 변제라는 사정을 들어 양수인의 지위와 양립할 수 없는 법률상 지위를 취득한 사람에게 대항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