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고개 숙이지 마세요. 세상을 정면으로 바라 보세요.》〔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새해 아침이다.
한 살 더 먹었다.
샤워를 마치고 머리를 말리는데, 거울 속에 비친 머리의 정수리 부분이 뻥 뚫려 있다.
노안도 서러운데, 흰머리에 탈모까지 날 슬프게 한다.
사람의 신체적 전성기는 18-28세이고, 사회적 전성기는 35-55세라고 한다.
김형석 교수는 삶의 전성기가 60-75세라고 말하였다는데, 참으로 위안이 되는 말이지만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현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전성기라는 말을 뒤집어 보면, 그 다음은 쇠퇴기로 접어든다는 이야기다.
나이가 들면 힘들고 외로워진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노화와 질병에 맞서 싸워야 한다.
은퇴를 시작하면서 직업을 잃고, 경제적인 능력을 상실하기 시작한다.
친구들이나 가족 등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과정이 시작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상실의 연속이다.
건강을 잃고, 직업을 잃고, 경제적인 능력을 잃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여정이다.
제임스 스톡데일은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5년 USS 오리스카니 항공모함에서 A-4 스카이호크를 몰고 발진하여 임무를 수행하다 베트콩이 발사한 대공포의 격추되어 포로가 되었다.
당시 중령이었던 그는 하노이 힐턴 전쟁포로수용소에 수감되었는데 미군 포로 중 최고위 장교였다.
그는 20여 차례 고문을 당하면서 좁은 독방에 7년 6개월 동안 갇혀 지냈다.
정해진 석방일자도 없고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풀려날 거라는 희망을 추호도 의심한 적이 없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결국에는 성공하여 그 경험을 내 생애의 전기로 전환시키고 말겠노라 굳게 다짐하곤 했습니다.”
수용소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간 사람들은 누구였냐고 묻자 스톡데일은 ‘낙관주의자들’이라고 대답했다.
“낙관주의자들이란 크리스마스때까지 나갈 거야라고 말하던 사람들입니다. 그러다가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부활절이면 나갈거야’라고 말하죠. 그 다음은 추수감사절, 그리고 다음 크리스마스를 고대합니다. 그러다가 결국 상심해서 죽지요.”
이를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라고 한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낙관적 생각은 오히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방해가 된다.
스톡데일 패러독스란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최종적으로는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현재의 상황을 극복해내는 이중성을 의미한다.
낙관은 기대만을 키우지만, 비관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테크닉을 키운다.
때로는 낙관주의자보다 긍정적 현실주의자 또는 건강한 비관주의자가 될 필요가 있다.
노년에 행복해지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
현실을 직시하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사람만이 살아 남는다.
대책 없는 낙관주의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낙관 대신 자신감을 길러야 한다.
자신감이란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최악에 대처하는 기술을 터득하는데서 생겨난다.
예측불가능한 인생에서 통제력마저 상실한다면 그 어디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
비록 괴롭다 하더라도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헬렌 켈러는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고개 숙이지 마세요. 세상을 정면으로 바라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