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도로인도청구와 권리남용,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의 포기>】《공로와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의 관계 및 토지소유자가 공로의 철거·점유 이전·통행금지를 청구하는 것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다229239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토지인도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사안]
【판시사항】
[1] 일반 공중의 통행에 공용된 도로의 통행을 방해함으로써 특정인의 통행의 자유를 침해한 경우,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침해를 받은 자가 통행방해 행위의 금지를 소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형법 제185조의 일반교통방해죄에서 말하는 ‘육로’의 의미 및 어떤 도로가 일반 공중의 통행에 공용된 도로에 해당하는 경우, 일반 공중의 자유로운 통행이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에 의해서도 보장되는지 여부(적극)
[3] 일반 공중의 통행에 공용되는 도로 부지의 소유자가 이를 점유ㆍ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도로의 철거, 점유 이전 또는 통행금지를 청구하는 것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4] 갑 지방자치단체가 을 사찰로 출입하는 유일한 통행로로서 사찰의 승려, 신도, 탐방객 및 인근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던 도로를 농어촌도로 정비법 제2조 제1항의 농어촌도로로 지정하고 30년 이상 관리하고 있었는데, 위 도로가 있는 임야를 임의경매절차에서 매수한 병이 갑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도로의 철거 및 인도를 구한 사안에서, 위 도로는 일반 공중의 통행에 공용되는 도로, 즉 공로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병의 청구는 권리남용이라고 볼 여지가 큰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불특정 다수인인 일반 공중의 통행에 공용된 도로, 즉 공로(공로)를 통행하고자 하는 자는 그 도로에 관하여 다른 사람이 가지는 권리 등을 침해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상생활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은 방법으로 그 도로를 통행할 자유가 있고, 제3자가 특정인에 대하여만 그 도로의 통행을 방해함으로써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특정인의 통행의 자유를 침해하였다면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며, 침해를 받은 자로서는 방해의 배제나 장래에 생길 방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통행방해 행위의 금지를 소구할 수 있다.
[2] 형법 제185조는 일반교통방해죄에 관하여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육로’란 일반 공중의 통행에 공용된 장소, 즉 특정인에 한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 또는 차마가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는 공공성을 지닌 장소를 말하며, 공로라고도 불린다. 그 부지의 소유관계나 통행권리관계 또는 통행인의 많고 적음 등은 가리지 않으며, 부지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그 도로의 중간에 장애물을 놓아두거나 파헤치는 등의 방법으로 통행을 불가능하게 한 행위는 일반교통방해죄에 해당한다. 따라서 어떤 도로가 일반 공중의 통행에 공용된 도로, 즉 공로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일반 공중의 자유로운 통행이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에 의해서도 보장된다고 볼 수 있다.
[3] 어떤 토지가 개설경위를 불문하고 일반 공중의 통행에 공용되는 도로, 즉 공로가 되면 그 부지의 소유권 행사는 제약을 받게 되며, 이는 소유자가 수인하여야 하는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에 해당한다. 따라서 공로 부지의 소유자가 이를 점유ㆍ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공로로 제공된 도로의 철거, 점유 이전 또는 통행금지를 청구하는 것은 법질서상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권리남용’이라고 보아야 한다.
[4] 갑 지방자치단체가 을 사찰로 출입하는 유일한 통행로로서 사찰의 승려, 신도, 탐방객 및 인근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던 도로를 농어촌도로정비법 제2조 제1항의 농어촌도로로 지정하고 30년 이상 관리하고 있었는데, 위 도로가 있는 임야를 임의경매절차에서 매수한 병이 갑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도로의 철거 및 인도를 구한 사안에서, 위 도로는 아주 오래전에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었고 갑 지방자치단체가 농어촌도로 정비법상 농어촌도로로 지정하고 30년 이상 관리하면서 일반 공중의 통행에 공용되는 도로, 즉 공로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러한 이용상황을 알면서도 임의경매절차에서 위 임야를 매수한 병이 갑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도로의 철거ㆍ인도를 구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라고 볼 여지가 큰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2. 사안의 개요 및 쟁점
가. 사실관계
⑴ 원고는 임의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임야를 매수하였는데, 그 위에는 인근 사찰 ‘고방사’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로서 승려, 신도, 탐방객 및 인근 주민들이 이용하는 이 사건 도로가 있었다.
⑵ 이 사건 도로는 고방사 중건 이후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었다가 1985년경 새마을 사업의 일환으로 시멘트 포장이 이루어진 이후 지방자치단체인 피고(김천시)가 농어촌도로로 지정하여 30년 이상 관리하여 오고 있다.
⑶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도로의 철거ㆍ인도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는데, 원심은 피고의 권리남용 항변을 배척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으나, 대법원은 원고의 청구가 권리남용이라고 볼 여지가 많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안이다.
나. 쟁점
⑴ 이 사건의 쟁점은, ① 공로와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의 관계, ② 토지소유자가 공로의 철거․점유 이전․통행금지를 청구하는 것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이다.
⑵ 어떤 토지가 그 개설경위를 불문하고 일반 공중의 통행에 공용되는 도로, 즉 공로가 되면 그 부지의 소유권 행사는 제약을 받게 되며, 이는 소유자가 수인하여야 하는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에 해당한다. 따라서 공로 부지의 소유자가 이를 점유․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공로로 제공된 도로의 철거, 점유 이전 또는 통행금지를 청구하는 것은 법질서상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권리남용’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3. 9. 28. 선고 93다26076 판결 등 참조).
⑶ 이 사건 도로는 김천의 유서 깊은 사찰 ‘고광사’로 출입하는 사실상 도로의 일부로서, 아주 오래 전에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었고 지방자치단체인 피고가 「농어촌도로 정비법」 제2조 제1항에서 정한 ‘농어촌지역 주민의 교통 편익과 생산․유통활동 등에 공용되는 공로’임을 인정하여 농어촌도로로 지정하고 30년 이상 관리하면서 일반 공중의 통행에 공용된 ‘공로’에 해당하고, 이러한 이용상황을 알면서도 임의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임야를 매수한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도로의 철거․인도를 구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라고 볼 여지가 큰 데도, 원심은 피고의 권리남용 항변을 배척하고 원고의 포장도로 철거․인도 청구를 인용하였으나, 대법원은 파기환송하였다.
3. 공로에 대한 인도·철거·통행금지청구 (= 부정)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773-775 참조]
가. 공로의 공익성
공로(일반공중의 통행에 공용된 도로)의 자유로운 통행은 공익성으로 인해 강하게 보장된다. 공로에 제공된 이상 토지의 소유권은 상당히 제한된다.
⑴ 일반교통방해죄
① 공로의 통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형법 제185조는 일반교통방해죄에 관하여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형사상으로, 토지의 소유관계 및 이용관계를 불문하고, 공로에 제공된 도로의 통행 방해는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된다(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다229239 판결).
◎ 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다229239 판결 : 형법 제185조는 일반교통방해죄에 관하여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육로’란 일반 공중의 통행에 공용된 장소, 즉 특정인에 한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 또는 차마가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는 공공성을 지닌 장소를 말하며(대법원 2019. 4. 23. 선고 2017도1056 판결 참조), 공로라고도 불린다. 그 부지의 소유관계나 통행권리관계 또는 통행인의 많고 적음 등은 가리지 않으며(대법원 1988. 4. 25. 선고 88도18 판결 참조), 그 부지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그 도로의 중간에 장애물을 놓아두거나 파헤치는 등의 방법으로 통행을 불가능하게 한 행위는 일반교통방해죄에 해당한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6903 판결 참조). 따라서 어떤 도로가 일반 공중의 통행에 제공된 도로, 즉 공로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일반 공중의 자유로운 통행이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에 의해서도 보장된다고 볼 수 있다.
② 여기에서 ‘육로’란 일반 공중의 통행에 공용된 장소, 즉 특정인에 한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 또는 차마가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는 공공성을 지닌 장소를 말하며(대법원 2019. 4. 23. 선고 2017도1056 판결 참조), 공로라고도 불린다.
③ 그 부지의 소유관계나 통행권리관계 또는 통행인의 많고 적음 등은 가리지 않으며(대법원 1988. 4. 25. 선고 88도18 판결 참조), 그 부지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그 도로의 중간에 장애물을 놓아두거나 파헤치는 등의 방법으로 통행을 불가능하게 한 행위는 일반교통방해죄에 해당한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6903 판결 참조).
④ 따라서 어떤 도로가 일반 공중의 통행에 제공된 도로, 즉 공로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일반 공중의 자유로운 통행이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에 의해서도 보장된다고 볼 수 있다.
⑵ 민사상 통행방해금지청구권
① 공로를 통행하는 사람들은 토지 소유자 등 제3자가 통행을 방해하는 경우 그 방해의 배제나 통행방해행위의 금지를 청구할 민사상 권리를 가진다(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다229239 판결).
◎ 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다229239 판결 : 불특정 다수인인 일반 공중의 통행에 공용된 도로, 즉 공로를 통행하고자 하는 자는 그 도로에 관하여 다른 사람이 가지는 권리 등을 침해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상생활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은 방법으로 그 도로를 통행할 자유가 있고, 제3자가 특정인에 대하여만 그 도로의 통행을 방해함으로써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특정인의 통행의 자유를 침해하였다면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며, 그 침해를 받은 자로서는 그 방해의 배제나 장래에 생길 방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통행방해 행위의 금지를 소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0다63720 판결 등 참조).
② 위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0다63720 판결은, 갑이 일반인들의 통행에 제공되어 온 도로에 토지관리소를 축조하고 개폐식 차단기를 설치한 다음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행선지 및 방문목적 등을 확인한 후 차단기를 열어 통행할 수 있게 하면서 을 등이 운행하는 자동차에 대하여는 통행을 금지한 사안이다.
다만 위 판시 중 ‘특정인에 대하여만’이라는 부분을 삽입한 이유는, 도로 자체에 대한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예컨대, 특정 단체가 정부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통행을 차단한 경우)에는 다를 수 있음을 판시한 것이다.
[※ 통행의 자유와 통행방해금지청구 : ‘특정인에 대하여만 도로의 통행을 방해할 것’ 부분에 관하여 본다. 이 부분은 앞서 본 통행의 자유권의 성립요건 중 ‘다른 사람들과 같은 방법으로 통행할 것’이라는 요건에 대응되는 것으로서, 통행의 자유권 침해가 재산권 침해가 아니라 인격권 침해임을 분명히 하는 요건으로 해석된다. 즉, 제3자가 다른 사람은 통행시키면서 유독 특정인에 대하여만 통행을 방해하는 경우야말로 그 특정인 자신에 대한 권리가 침해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대법원은 이 부분 요건을 설정함으로써, 무권리자가 일반 공중의 통행에 제공된 도로를 전부 또는 일부 폐쇄함으로써 도로통행을 방해하는 경우, 즉 특정 사람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가 아니라 물적 시설인 도로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에 관하여는 판단을 하지 아니한 셈이 되었다. 그러나 일반 공중 모두의 통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곧 특정인의 통행을 방해하는 행위에도 해당하는 점, 특정인에 대하여 도로의 통행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하여 금지청구권이 인정된다고 보면서 일반 공중 모두의 통행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하여 금지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법익 보호에 있어 불균형을 초래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물적 시설인 도로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에 관하여도 금지청구권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 공로에 대한 인도·철거·통행금지청구와 권리남용
① 토지 소유자의 공로 철거, 점유 이전, 통행금지 청구는 권리남용에 해당할 여지 크다.
어떤 토지가 그 개설경위를 불문하고 일반 공중의 통행에 공용되는 도로, 즉 공로가 되면 그 부지의 소유권 행사는 제약을 받게 되며, 이는 소유자가 수인하여야 하는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에 해당한다.
따라서 공로 부지의 소유자가 이를 점유ㆍ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공로로 제공된 도로의 철거, 점유이전 또는 통행금지를 청구하는 것은 법질서상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권리남용’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3. 9. 28. 선고 93다26076 판결 등 참조).
◎ 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다229239 판결 : 어떤 토지가 그 개설경위를 불문하고 일반 공중의 통행에 공용되는 도로, 즉 공로가 되면 그 부지의 소유권 행사는 제약을 받게 되며, 이는 소유자가 수인하여야 하는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에 해당한다. 따라서 공로 부지의 소유자가 이를 점유·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공로로 제공된 도로의 철거, 점유 이전 또는 통행금지를 청구하는 것은 법질서상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권리남용’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3. 9. 28. 선고 93다26076 판결 등 참조).
② 공로로 인정되는 경우 토지 소유자는 여전히 토지 점유자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할 수는 있으나, 인도청구 등은 권리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
인도청구를 ‘권리남용’으로 배척하는 이유는, 인도청구의 요건사실인 ‘원고의 소유’, ‘피고의 점유’가 모두 인정되고 피고의 항변사유인 ‘점유할 권원’이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인도청구를 배척할 방법이 권리남용 이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③ 따라서 공로 부지 소유자의 부지인도ㆍ도로철거ㆍ통행금지 등 청구는 원칙적으로 기각된다. 그 이유는 소유권 행사가 ‘권리남용’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권리남용은 본래 예외적으로 인정되지만, 공로에 관하여서는 권리남용이 오히려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권리남용에 해당되는지에 관한 사실관계가 자세하고 복잡하게 심리·판단되기는 하지만. 판례의 결론은 늘 대부분 ‘권리남용’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4. 지상물 철거청구와 권리남용
토지 소유자(원고)가 그 지상에 점유할 권리 없이 물건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피고)을 상대로 그 지상물의 철거 및 대지의 인도를 청구하는 경우 지상물의 소유자가 하는 최후의 항변이다.
가. 권리남용의 요건
⑴ 민법 제2조 제1항은 권리남용 금지 원칙에 관하여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라고 정한다.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권리 행사자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는데도 상대방을 괴롭히기 위해 권리를 행사하거나 권리 행사에 따른 이익과 손해를 비교하여 권리 행사가 사회 관념에 비추어 도저히 허용할 수 없는 정도로 막대한 손해를 상대방에게 입히게 한다거나 권리 행사로 말미암아 사회질서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0다254280 판결).
⑵ 판례 중에는 “권리의 행사가 주관적으로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입히려는 데 있을 뿐 이를 행사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고, 객관적으로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으면, 그 권리의 행사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하고, 그 권리의 행사가 상대방에게 고통이나 손해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주관적 요건은 권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결여한 권리행사로 보여지는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추인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기도 하였으나(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3다40422 판결 등), 최근의 판례들은 이러한 주관적 요건을 반드시 요구하고 있지는 않다.
⑶ 소유권에 기초를 둔 토지 인도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는 토지 취득 경위와 이용현황 등에 비추어 토지 인도에 따른 소유자의 이익과 상대방의 손해 사이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토지 소유자가 인도 청구를 하는 실제 의도와 목적이 무엇인지, 소유자가 적절한 가격으로 토지를 매도해 달라는 상대방의 요구에 정당한 이유 없이 불응하며 상대방에게 부당한 가격으로 토지를 매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지, 토지에 대한 법적 규제나 토지 이용현황 등에 비추어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지, 토지 인도로 말미암아 사회 일반에 중대한 불이익이 발생하는지, 인도 청구 이외에 다른 권리구제수단이 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0다254280 판결 : 도로로 이용되고 있는 토지의 소유자인 갑이 도로 관리청인 을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토지 인도를 구한 사안에서, 위 토지는 오래전부터 도로로 이용되었고 갑은 경매절차에서 이를 알면서 매수한 점, 갑은 을 지방자치단체에 높은 금액의 보상금을 요구하였으나 을 지방자치단체가 응하지 않자 토지 인도를 구한 점, 위 토지는 도로의 일부로 고가도로를 연결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어 차량 통행에 필수적이고 통행량도 많은 점, 위 토지가 인도되면 교통에 큰 지장이 초래되는 반면 주변 현황에 비추어 갑이 이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갑의 토지 인도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나. 권리남용에 관한 판례의 태도
⑴ 권리남용이 아니라고 한 사례
대법원 2003. 2. 14. 선고 2002다62319, 62326 판결 : 원심은,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 박○용과 소외 나△광은 1992. 12. 31. 주식회사 갑을상호신용금고에게 그들의 공유인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채권최고액을 금 2억 원으로 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해 주었고, 당시 이 사건 토지는 나대지 상태였던 사실, 원고 박○용은 1993. 4.경 관할관청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에 지상 4층 건물의 건축허가를 받고 1993. 7. 23. 신축공사에 착공하여 1999. 4.경 이 사건 건물을 완공한 사실, 원고 김♧관은 1994. 10. 말경(신축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 박○용으로부터 이 사건 건물 중 1층을 분양받아 그 대금을 납부한 다음 그 이래 현재까지 이를 점유·사용하여 오고 있는 사실, 한편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는 이 사건 근저당권자의 신청에 의하여 진행된 임의경매절차에서 1994. 11. 28. 이 사건 토지를 금 2억 1,000만 원에 낙찰받아 그 무렵 낙찰대금을 완납하였고, 1995. 2. 6.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가 임의경매절차에서 그 지상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 건물이 신축중인 사실을 알면서도 이 사건 토지를 낙찰받은 다음 특별한 사정도 없이 이 사건 건물의 철거를 구하는 것은 토지의 소유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건물의 손실이 월등히 많을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인 손실을 초래하는 것이므로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는 원고들의 항변에 대하여, 원고들의 주장과 같은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그 소유 토지 지상의 건물철거를 구하는 것이 권리남용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배척하고, 피고의 이 사건 토지 인도 및 이 사건 건물철거의 반소청구를 받아들였다. …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건물의 시가는 금 7억 원 정도임에 비하여 이 사건 토지의 낙찰가는 금 2억 1,000만 원에 불과하고, 이 사건 건물의 철거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며 그 철거는 사회적·경제적으로 큰 손실이 될 것이기는 하나, 이 사건 건물의 철거로 인한 피고의 이익과 원고들의 손해 간에 현저한 차이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권리남용이라고 볼 수는 없고,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 즉 이 사건 토지는 도시계획도로에 편입된 106㎡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법적 규제가 없어 피고가 이를 다른 용도에 사용할 수 있는 점, 원고 박○용이 피고의 경락사실을 알고서도 이 사건 건물의 신축공사를 중단하지 않고 아무런 대책도 없이 강행한 점, 이 사건 건물의 철거가 사회일반의 공공적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점, 원고 박○용이 이 사건 건물철거 이외의 방법으로 피고의 피해회복을 위하여 성의 있는 노력을 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피고가 부당한 이익의 획득을 목적으로 이 사건 철거청구를 한다거나 원고들에게 이 사건 토지를 부당한 가격으로 매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거나 또는 피고가 원고들에게 이 사건 토지를 고가에 매각할 목적으로 이 사건 토지를 경락받았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들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의 이 사건 반소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것이므로,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⑵ 권리남용이라고 한 사례
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3다40422 판결 : 기록에 의하면, 원고 소유의 이 사건 토지는 북서 및 남동 방향의 기다란 직사각형 모양의 잡종지 24,144㎡로서 농경지로 이용되고 있는데, 피고가 설치한 이 사건 송전선은 지상 30m의 높이로 이 사건 토지 중 북서쪽 모서리의 51㎡ 면적인 직각삼각형 부분만을 침범하고 있을 뿐이며, 이 사건 토지의 감정가격은 2002년 현재 ㎡당 37,000원으로서, 위 51㎡ 부분의 가격은 1,887,000원이고, 같은 부분의 구분지상권에 상응하는 월 임료는 630원 정도에 불과한 사실, 피고는 1996. 1.경부터 1998. 12.경까지 사이에 당진-신서산 송전선로 건설사업에 따라 이 사건 송전선 등을 설치한 다음, 그 직후인 1999. 2. 11.경 원고에게 손실보상 협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면서 그 송전선 최외측으로부터 수평거리 3m를 적용하여 그 편입면적을 148㎡로 산정하고 2개 감정기관의 평가액을 산술평균한 1,531,800원을 보상금으로 제시하였으며, 이 사건 토지 이외의 석문면 일대의 다른 토지들에 관하여는 주민대책위원회의 요구에 의해 1999. 2. 23.과 2. 24.의 양일간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기준에 의한 보상금을 지급하였던 사실, 그러나 원고는 피고의 위와 같은 협의요청을 거부한 채 이 사건 토지 및 이에 접한 원고 소유의 위 교로리 839-1 잡종지 합계 약 8,600평의 시가가 이 사건 송전선 및 그 주변의 철탑 등으로 말미암아 하락하였다는 등의 막연한 이유를 들어, 피고에 대하여 7억 8,000만 원 가량의 보상금을 요구하다가 피고가 이에 응하지 않자 이 사건 송전선의 철거 등을 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고, 원심 변론 종결일 무렵에는 최소한의 보상금으로 12억 원의 거액을 요구하고 있는 사실, 이 사건 송전선은 대전과 서해안 지역에 전원을 공급하는 국가기간시설의 일부로서 이를 철거하고 송전선을 이설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과 손실이 예상되는 반면, 이 사건 송전선이 철거되지 않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토지를 이용함에 있어서 별다른 지장을 받지는 않는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정 아래에서는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원고의 이 사건 청구 중 송전선철거청구 부분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다. 지상물철거청구가 권리남용으로 인정되는 경우의 법률관계
⑴ 토지 소유자의 지상물 철거 및 대지 인도 청구
기각될 것이다. 다만, 원고의 토지 소유권이 상실되는 것은 아니다.
⑵ 토지 소유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 또는 불법점유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가능하다. 원고의 청구가 권리남용이라 해서 토지의 소유권까지 상실하는 것은 아니고, 또한 피고에게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수익할 수 있는 권원이 생기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⑶ 지상물의 소유자가 토지의 소유자에게 토지에 관한 용익권(지상권 또는 임차권)의
설정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토지의 소유자는 그 토지 위에 지상물이 존재하는 동안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상물의 소유자로부터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금을 지급받을 수 있을 뿐이므로, 신의칙상 지상물 소유자의 위와 같은 청구에 승낙할 의무가 있다고 볼 것이다.
⑷ 지상물의 소유자가 토지의 소유자에게 토지의 매도를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이는 부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토지 소유자는 나중에라도 당해 토지를 자신의 정당한 이익을 위해 이용할 수 있고 그때에는 이를 위해 지상물의 철거를 청구하더라도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을 것인데, 토지 소유자의 이러한 이용가능성을 법률적 근거 없이 빼앗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⑸ 토지의 소유자가 지상물의 소유자에게 토지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토지의 소유자로서는 지상물의 소유자로부터 계속해서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금을 받느니 차라리 지상물의 소유자에게 당해 토지를 매도해 버리는 것을 원할 수 있다. 그러나 토지소유자의 매수청구권을 인정한다면 지상물의 소유자는 일시에 매매대금을 전액 납부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는데 법률적 근거 없이 지상물의 소유자에게 그러한 불이익을 과할 수는 없으므로 이는 부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라. 공로에 대한 인도·철거·통행금지청구와 권리남용
⑴ 토지 소유자의 공로 철거, 점유 이전, 통행금지 청구는 권리남용에 해당할 여지 크다.
어떤 토지가 그 개설경위를 불문하고 일반 공중의 통행에 공용되는 도로, 즉 공로가 되면 그 부지의 소유권 행사는 제약을 받게 되며, 이는 소유자가 수인하여야 하는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에 해당한다.
따라서 공로 부지의 소유자가 이를 점유ㆍ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공로로 제공된 도로의 철거, 점유이전 또는 통행금지를 청구하는 것은 법질서상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권리남용’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3. 9. 28. 선고 93다26076 판결 등 참조).
◎ 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다229239 판결 : 어떤 토지가 그 개설경위를 불문하고 일반 공중의 통행에 공용되는 도로, 즉 공로가 되면 그 부지의 소유권 행사는 제약을 받게 되며, 이는 소유자가 수인하여야 하는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에 해당한다. 따라서 공로 부지의 소유자가 이를 점유·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공로로 제공된 도로의 철거, 점유 이전 또는 통행금지를 청구하는 것은 법질서상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권리남용’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3. 9. 28. 선고 93다26076 판결 등 참조).
⑵ 공로로 인정되는 경우 토지 소유자는 여전히 토지 점유자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할 수는 있으나, 인도청구 등은 권리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
인도청구를 ‘권리남용’으로 배척하는 이유는, 인도청구의 요건사실인 ‘원고의 소유’, ‘피고의 점유’가 모두 인정되고 피고의 항변사유인 ‘점유할 권원’이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인도청구를 배척할 방법이 권리남용 이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⑶ 따라서 공로 부지 소유자의 부지인도ㆍ도로철거ㆍ통행금지 등 청구는 원칙적으로 기각된다. 그 이유는 소유권 행사가 ‘권리남용’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권리남용은 본래 예외적으로 인정되지만, 공로에 관하여서는 권리남용이 오히려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권리남용에 해당되는지에 관한 사실관계가 자세하고 복잡하게 심리·판단되기는 하지만. 판례의 결론은 늘 ‘권리남용’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5.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 권리행사의 금지
가. 의의
⑴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추상적 규범을 말하는 것으로서, 신의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지는 것이 정당한 상태에 이르러야 하고 이와 같은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다3802 판결, 대법원 2006. 5. 26. 선고 2003다18401 판결,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5. 3. 20. 선고 2013다88829 판결 등 참조).
⑵ 이른바 선행행위와 모순되는 행위의 금지, 금반언의 원칙 등이 이에 해당한다.
예컨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한 대항력 있는 임차권을 가진 주택임차인이 임대인의 부탁(주택의 담보가치를 높이기 위해)으로 그 주택에 관하여 저당권을 취득하려는 자에게 대항력 있는 임차권이 없다는 각서를 써준 후, 나중에 그 저당권자가 그 주택에 관하여 임의경매를 신청하여 스스로 매각을 받아 임차인에게 그 주택의 인도를 청구하자, 임차인이 그때 비로소 매수인에게 임차권의 대항력을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매수인이 매각을 받을 때까지 그 주택에 관하여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경우(예컨대 매각물건명세서나 현황조사보고서에도 그러한 기재가 없는 경우)에는 임차인의 이러한 대항력 주장은 선행행위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1987. 11. 24. 선고 87다카1708 판결, 대법원 2000. 1. 5. 자 99마4307 결정 등 참조).
다만, 위 판례들은 저당권자가 직접 매각을 받은 사안에 관한 것으로서, 제3자가 매각을 받은 경우까지 임차인의 대항력 주장이 선행행위에 반한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있었는데, 대법원 2016. 12. 1. 선고 2016다228215 판결은 “근저당권자가 담보로 제공된 건물에 대한 담보가치를 조사할 당시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그 임대차 사실을 부인하고 그 건물에 관하여 임차인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무상임대차 확인서를 작성해 주었고, 그 후 개시된 경매절차에 그 무상임대차 확인서가 제출되어 매수인이 그 확인서의 내용을 신뢰하여 매수신청금액을 결정하는 경우와 같이, 임차인이 작성한 무상임대차 확인서에서 비롯된 매수인의 신뢰가 매각절차에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비록 매각물건명세서 등에 위 건물에 대항력 있는 임대차 관계가 존재한다는 취지로 기재되었다고 하더라도 임차인이 제3자인 매수인의 건물인도청구에 대하여 대항력 있는 임대차를 주장하여 임차보증금반환과의 동시이행의 항변을 하는 것은 금반언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이를 긍정하였다.
⑶ 요건
① 신의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지는 것이 정당한 상태에 이르러야 하고, 이와 같은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17다258381 판결 : 甲이 국방경비법 위반죄로 사형을 선고받아 형이 집행된 후 재심에서 무죄판결이 선고·확정되었고, 이에 乙을 포함한 甲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국가로부터 위자료를 지급받았으며, 乙은 국가를 상대로 형사보상을 청구하여 국가로부터 형사보상금을 지급받았는데, 국가가 형사보상금 지급이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 제6조 제2항에 반하는 이중지급이라고 주장하며 乙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한 사안에서, 형사보상금을 이중지급이라는 이유로 반환하여야 한다면 국가의 손해배상 및 형사보상금 지급이 정당한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믿은 乙의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 되므로, 위 부당이득반환청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사례).
② 상대방에게 신의를 창출한 바 없거나 상대방이 신의를 가지는 것이 정당한 상태에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권리행사가 정의의 관념에 반하지 않는 경우에는 권리행사를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8다228868 판결 : 지목이 도로인 토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甲 교회와 乙 교회가 위 도로를 통해서만 공로로 출입할 수 있는 인접 건물과 그 대지의 소유자인 丙 주식회사를 상대로 자신들이 위 도로의 지분을 보유한 기간 동안 丙 회사가 위 도로를 통행하면서 법률상 원인 없이 사용료에 해당하는 이익을 얻고 자신들에게 그 지분에 해당하는 손해를 입게 하였다며 부당이득반환을 구한 사안).
⑷ 효과
권리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
6. 실효의 원칙
가. 서설
⑴ 실효의 원칙이란, 권리자가 그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음에도 장기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상대방이 권리자가 더 이상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리라고 신뢰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였는데, 그 뒤 권리자가 권리의 행사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법원칙을 말한다.
⑵ 이는 금반언 원칙의 특수한 형태로서, 소멸시효 및 제척기간은 기간이 장기간이고 고정되어 있어 문제를 탄력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점(예컨대 해제권은 10년의 제척기간에 걸리지만 이는 너무 장기간이어서 그 동안 법률행위의 효력을 불확정한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부당할 수 있다), 소멸시효나 제척기간에 걸리지 않는 권리, 가령 소유권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의 행사나 해고의 무효를 주장하는 경우에도 장기간의 권리불행사에 따른 상대방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있는 점 등에서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
나. 요건
⑴ 판례는 “실효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 필요한 요건으로서의 실효기간(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길이와, 의무자인 상대방이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하리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여부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우마다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장단과 함께 권리자 측과 상대방 측 쌍방의 사정 및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한다[대법원 1992. 1. 21. 선고 91다30118 판결 : 이 사건과 같은 징계해임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분쟁에 있어서는, 징계사유와 그 징계해임처분의 무효사유 및 징계해임 된 근로자가 그 처분이 무효인 것을 알게 된 경위는 물론, 그 근로자가 그 처분의 효력을 다투지 아니할 것으로 사용자가 신뢰할 만한 다른 사정(예를 들면, 근로자가 퇴직금이나 해고수당 등을 수령하고 오랫동안 해고에 대하여 이의를 하지 않았다든지 해고된 후 곧 다른 직장을 얻어 근무하였다는 등의 사정), 사용자가 다른 근로자를 대신 채용하는 등 새로운 인사체제를 구축하여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지의 여부 등을 모두 참작하여 그 근로자가 새삼스럽게 징계해임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결과가 되는지의 여부를 가려야 할 것이다].
⑵ 즉, ① 권리의 장기간 불행사 → ② 상대방이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하리라고 신뢰(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함) → ③ 새삼스럽게 권리 행사는 신의칙 위반이 된다.
다. 효과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다. 이는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이지만, 직권탐지를 요하지는 않는다.
라. 적용범위
⑴ 소유권에 기한 권리
그 배타성, 항구성 등의 속성에 비추어 그 권리의 본질과 배치되지 않는 범위에서 이 역시 실효의 대상이 될 수 있으나, 실효를 인정하여야 한다. 판례상으로도 권리가 실효되었다고 인정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⑵ 친족법상 권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데, 판례는 ‘인지청구권’(제863조)은 포기할 수 없는 권리라는 이유로 실효의 법리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였다(대법원 2001. 11. 27. 선고 2001므1353 판결).
⑶ 징계해고 무효 확인 청구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고용관계(근로자의 지위)의 존부를 둘러싼 노동분쟁은, 그 당시의 경제적 정세에 대처하여 최선의 설비와 조직으로 기업 활동을 전개하여야 하는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물론, 근로자로서의 임금 수입에 의하여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근로자의 입장에서도 신속히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므로, 위와 같은 실효의 원칙이 다른 법률관계에 있어서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사용자에 의하여 해고된 근로자가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경우, 해고가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하여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는 경우에 관하여는 노동조합법 제40조 제2항에 그 구제신청을 하여야할 기간이 부당노동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3월 이내로 규정되어 있으나, 해고가 무효라고 주장하여 법원에 해고무효확인의 소 등을 제기하는 경우의 제소기간에 관하여는 우리 법에 아무 것도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위와 같은 필요성은 더 절실하다(대법원 1992. 1. 21. 선고 91다30118 판결).
⑷ 해제권 등 형성권
해제권을 갖는 자가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그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할 것이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를 갖기에 이르러 그 후 새삼스럽게 이를 행사하는 것이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결과가 될 때에는 이른바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해제권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1994. 11. 25. 선고 94다12234 판결).
7. 신의칙 적용의 한계 (= 금반언의 원칙은 합법성의 원칙에 의하여 제한됨)
가. 의의
⑴ 후행행위를 선행행위에 모순된다고 해서 그 효력을 제한하게 되면 민법의 기본원리(무능력자 보호 등) 또는 강행법규의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신의칙을 이유로 권리행사를 금지할 수 없다. 전체 법질서 내에서 작동하여야 할 신의칙이 법질서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하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⑵ 가장 빈번하게 문제되는 유형은 애초에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인 계약을 그러한 사정을 알면서도 체결한 자가 나중에 그 계약이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임을 주장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 나중에 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선행행위에 반하는 행위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무효 주장을 배척하는 것은 강행법규가 금지하고자 하는 결과를 방치하는 것이 되어 강행법규의 취지에 어긋나는 문제가 있다.
나. 판례의 태도
⑴ 판례는 “강행법규를 위반한 자가 스스로 그 약정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그 주장을 배척한다면, 이는 오히려 강행법규에 의하여 배제하려는 결과를 실현시키는 셈이 되어 입법 취지를 완전히 몰각하게 되므로,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되거나 신의성실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라고 하여 원칙적으로 이러한 주장도 허용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① 대법원 1991. 9. 10. 선고 91다19432 판결 : 농지개혁법의 규정은 강행법규로서 당사자의 의사에 의하여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피고가 위 곽**이 재일동포로서 농지매매증명을 받을 수 없음을 잘 알고 그에게 이 사건 농지를 매도하면서 중간생략등기의 약정을 한 다음 대금까지 모두 받고 나서 이제야 농지매매증명을 구비하지 못하였음을 내세워 그 매매계약이 무효라고 항변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반된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정당하다.
② 대법원 1997. 11. 11. 선고 97다33218 판결 : 강행법규인 구 국토이용관리법(1993. 8. 5. 법률 제45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의3 제1항, 제7항을 위반하였을 경우에 있어서 위반한 자 스스로가 무효를 주장함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이를 배척한다면 같은 법의 입법취지를 완전히 몰각시키는 결과가 되므로, 거래 당사자 사이의 약정 내용과 취득 목적대로 관할 관청에 토지거래허가신청을 하였을 경우에 그 신청이 같은 법 소정의 허가 기준에 적합하여 허가를 받을 수 있었으나 다른 급박한 사정으로 이러한 절차를 회피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주장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③ 대법원 2003. 8. 22. 선고 2003다19961 판결 : 원고들이 30년간의 임차권을 확보하기 위해 스스로 30년간의 임대료를 선납한 점,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특수성, 원고들이 이 사건 소를 제기하게 된 경위 및 그 시기, 임차인들 중 원고들이 차지하는 비율 등에 비추어 원고들이 20년을 초과한 임대차기간의 무효를 주장하면서 이 사건 소를 제기하는 것은 신의칙 내지 금반언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어서 허용되어서
는 안 된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원심이 민법 제651조 제1항의 규정을 강행법규로 보는 이상 이에 위반되는 법률행위를 한 원고들이 강행법규 위반을 이유로 무효를 주장한다 하여 그것이 신의칙 또는 금반언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여 이를 배척한 것은 정당하다.
④ 대법원 2018. 4. 26. 선고 2017다288757 판결 : 상법 제374조 제1항 제1호는 주식회사가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의 양도행위를 할 때에는 제434조에 따라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수와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수로써 결의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주식회사가 주주의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얻도록 하여 그 결정에 주주의 의사를 반영하도록 함으로써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강행법규라고 할 것이므로, 주식회사가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를 양도한 후 주주총회의 특별결의가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스스로 그 약정의 무효를 주장하더라도 주주 전원이 그와 같은 약정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위와 같은 무효 주장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는 없다(원고가 피고 회사로부터 주주총회 특별결의 없이 영업의 중요한 일부를 양수한 사안에서, 피고의 주주 중 84%의 지분을 가진 주주들이 양도계약에 동의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의 무효 주장을 배척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고, 원심이 판단의 근거로 삼은 대법원 2003. 3. 28. 선고 2001다14085 판결은 실질적으로 주주 전원의 동의가 있었던 사안으로서 이 사건과 사실관계를 달리하고 있으므로 그대로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원심 판결을 파기한 사례이다).
⑵ 그러나 무효 주장을 배척하더라도 강행법규의 취지에 반하지 않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① 대법원 1997. 11. 11. 선고 97다33218 판결 :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아 토지 매매 및 소유권이전등기가 무효라 하더라도, ‘거래 당사자 사이의 약정 내용과 취득 목적대로 관할 관청에 토지거래허가신청을 하였을 경우에 그 신청이 같은 법 소정의 허가 기준에 적합하여 허가를 받을 수 있었으나 다른 급박한 사정으로 이러한 절차를 회피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시하였다.
② 대법원 2005. 9. 30. 선고 2003다63937 판결 : 사업영위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직권으로 폐업조치되고 법인설립허가가 취소되었으며 파산선고까지 받은 의료법인이, 그 사용 부동산에 관한 강제경매절차에서 기본재산 처분에 관하여 주무관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주어야 할 입장에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않았으면서, 그 부동산을 낙찰받아 운영해 오고 있는 의료법인에 대하여 위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가 주무관청의 허가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는 이유로 그 말소를 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하였다. 참고로, 의료법에 의하면 의료법인의 기본재산 처분에 관하여는 도지사의 허가가 필요하고, 이에 위반한 법률행위는 무효이다. 허가기준에 적합하여 허가를 신청하였다면 허가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무효 주장을 배척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유효로 보더라도 의료법의 입법취지에 반하지 않는다.
③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통상임금 사건) : 단체협약 등 노사합의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경우에, 그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이를 배척한다면 강행규정으로 정한 입법 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므로, 그러한 주장이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음이 원칙이다. 그러나 노사합의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한다고 하여 그 노사합의의 무효 주장에 대하여 예외 없이 신의칙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1. 5. 29. 선고 2001다15422, 15439 판결 참조). 위에서 본 신의칙을 적용하기 위한 일반적인 요건을 갖춤은 물론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에도 불구하고 신의칙을 우선하여 적용하는 것을 수긍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그 노사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 임금협상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 노사합의에서 정기상여금은 그 자체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오인한 나머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기준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전제로 임금수준을 정한 경우, 근로자 측이 임금협상의 방법과 경위, 실질적인 목표와 결과 등은 도외시한 채 임금협상 당시 전혀 생각하지 못한 사유를 들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가산하고 이를 토대로 추가적인 법정수당의 지급을 구함으로써, 노사가 합의한 임금 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외의 이익을 추구하고 그로 말미암아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면, 이는 종국적으로 근로자 측에까지 그 피해가 미치게 되어 노사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정의와 형평 관념에 비추어 신의에 현저히 반하고 도저히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경우 근로자 측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되어 받아들일 수 없다.
④ 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19다277157 판결 : 甲 의료법인의 기본재산인 토지에 乙 지방자치단체가 건물을 신축하였고 甲 법인은 乙 지방자치단체에 지상권설정등기를 해 주었는데, 甲 법인이 乙 지방자치단체와 위탁경영 계약을 체결한 다음 위 건물에서 약 35년간 계속하여 병원을 운영하다가, 위 지상권설정등기가 의료법 제48조 제3항에서 정한 시·도지사의 허가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무효라고 주장하며 그 말소를 구한 사안에서, 의료법상 지상권변경계약의 허가권자는 乙의 대표자인 경기도지사 또는 그 위임을 받은 용인시장이고 달리 위 허가신청을 불허할 사유가 없으므로 甲 법인의 신청에 따라 허가가 이루어지면 소급적으로 이 사건 지상권변경계약은 유효하게 되는 점, 위 지상권설정등기 말소청구는 자신의 의무이행을 통해 지상권설정등기에 따른 부담을 용인해야 하는 지위에 있는 甲 법인이 오히려 의무이행을 하지 않은 것을 기화로 권리자가 될 乙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그 말소를 청구하는 것인 점, 甲 법인이 위탁경영 계약을 통해 위 건물에서 병원을 계속해서 운영하기 위해서는 지상권설정등기가 필요하므로 위 지상권설정등기는 甲 법인의 설립 목적에 부합하고, 甲 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감소시키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료법 규정의 취지와 입법 목적에도 어긋나지 않는 점, 甲 법인은 지상권설정등기를 한 후 위탁경영 계약에 따라 위 건물에서 병원을 운영하다가 존속기간이 만료될 무렵 스스로 존속기간을 변경하는 지상권변경의 부기등기를 하였고, 그 후에도 아무런 이의제기 없이 위탁경영 계약에 따라 병원을 계속해서 운영하였던 점에 비추어, 위 지상권설정등기 말소청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이다.
8. 토지소유자의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 행사의 제한’에 관한 법리
가. 판례의 전개와 그 타당성
⑴ 대법원 1973. 8. 21. 선고 73다401 판결과 대법원 1974. 5. 28. 선고 73다399 판결은, 토지 소유자가 택지를 분양하면서 그 소유의 토지를 택지와 공로 사이의 통행로로 제공한 경우에 토지 소유자는 택지의 매수인, 그 밖에 주택지 안에 거주하게 될 모든 사람에게 그 토지를 무상으로 통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여 그들의 통행을 인용할 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에 그 토지에 대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고, 이러한 판시는 대법원 1985. 8. 13. 선고 85다카421 판결에서도 원용되었다. 이후 대법원 1989. 7. 11. 선고 88다카16997 판결, 대법원 1991. 2. 8. 선고 90다7166 판결, 대법원 1993. 5. 14. 선고 93다2315 판결 등을 통하여 토지 소유자 스스로 그 소유의 토지를 일반 공중을 위한 용도로 제공한 경우에 그 토지에 대한 소유자의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의 행사가 제한되는 법리가 확립되었고, 대법원은 그러한 법률관계에 관하여 판시하기 위하여 ‘사용·수익권의 포기’, ‘배타적 사용·수익권의 포기’,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의 포기’, ‘무상으로 통행할 권한의 부여’ 등의 표현을 사용하여 왔다.
이러한 법리는 대법원이 오랜 시간에 걸쳐 발전시켜 온 것으로서, 현재에도 여전히 그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⑵ 다만 토지 소유자의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 행사의 제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토지 소유자의 소유권 보장과 공공의 이익 사이의 비교형량을 하여야 하고, 원소유자의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 행사가 제한되는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특정승계인의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 행사가 허용될 수 있다. 또한, 토지 소유자의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 행사가 제한되는 경우에도 일정한 요건을 갖춘 때에는 사정변경의 원칙이 적용되어 소유자가 다시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9. 1. 24. 선고 2016다264556 전원합의체 판결 : 토지 소유자인 원고가 그 토지에 매설된 우수관의 관리 주체인 피고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우수관 철거와 함께 그 부분 토지 사용에 따른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사안에서, 우수관 설치 당시 원고의 아버지가 자신이 소유하던 토지와 그 지상 단독주택의 편익을 위하여 자발적으로 우수관을 설치하도록 한 것으로 볼 수 있고,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의 행사를 제한하는 것을 정당화할 정도로 분명하고 확실한 공공의 이익 또한 인정된다고 보아, 위와 같은 전제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에 대한 상고를 기각한 사례).
⑶ 다만 이러한 판례 법리는 소유자의 권리행사를 제한하기 위해 전통적인 민사법 이론과 조화를 이루기 어려운 독자적인 법률요건이나 법률효과를 고안해 낸 것이 아니라, 사안별로 소유자가 행사하는 구체적인 청구권의 요건(예컨대 부당이득반환청구 또는 손해배상청구에서 토지 소유자의 ‘손해’ 발생 여부, 소유물반환청구에서 상대방의 ‘점유할 권리’ 존부, 소유물방해배제청구에서 ‘방해’ 해당 여부 등)이 충족되었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판단기준 또는 도구개념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대법원 2019. 1. 24. 선고 2016다264556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참조).
나. 구체적인 내용
⑴ 판단기준과 효과
① 토지 소유자가 그 소유의 토지를 도로, 수도시설의 매설 부지 등 일반 공중을 위한 용도로 제공한 경우에, 소유자가 토지를 소유하게 된 경위와 보유기간, 소유자가 토지를 공공의 사용에 제공한 경위와 그 규모, 토지의 제공에 따른 소유자의 이익 또는 편익의 유무(대법원 판례가 토지 소유자의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 행사의 제한을 긍정한 사안을 살펴보면, 어떠한 형태로든 토지 소유자가 이익 또는 편익을 얻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임을 알 수 있다. 토지 소유자로서 해당 토지의 무상 제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어떠한 이익도 상정하기 어려운 경우에까지 대법원이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 포기 또는 그 행사의 제한을 긍정한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토지 소유자의 이익 또는 편익을 상정할 수 있다고 해서 당연히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의 행사가 제한된다고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토지 소유자가 해당 토지의 무상 제공을 통해 유·무형의 이익을 얻었다는 것은 위와 같은 사용·수익권 행사가 제한된다고 볼 만한 중요한 징표가 되어 왔다), 해당 토지 부분의 위치나 형태, 인근의 다른 토지들과의 관계, 주위 환경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찰하고, 토지 소유자의 소유권 보장과 공공의 이익 사이의 비교형량을 한 결과, 소유자가 그 토지에 대한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타인[사인(私人)뿐만 아니라 국가, 지방자치단체도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이하 같다]이 그 토지를 점유·사용하고 있다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로 인해 토지 소유자에게 어떤 손해가 생긴다고 볼 수 없으므로, 토지 소유자는 그 타인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고(대법원 1989. 7. 11. 선고 88다카16997 판결, 대법원 1991. 7. 9. 선고 91다11889 판결, 대법원 1996. 11. 29. 선고 96다36852 판결, 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4다22407 판결, 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3다33454 판결 등 참조.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의 행사가 제한된다고 본 대법원 판례의 사안들을 살펴보면, 모두 도로로 제공된 해당 토지에 대하여 ‘부동산의 소유자에게 차임 상당 이익이나 그 밖의 소득이 발생할 여지가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평가할 여지가 있다), 토지의 인도 등을 구할 수도 없다(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0다84703 판결, 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1다63055 판결 등 참조. 토지소유자가 소유물반환청구권을 행사할 때 이를 저지할 제213조 단서의 ‘점유할 권리’가 있는지, 소유물 방해제거청구권 또는 소유물방해예방청구권을 행사할 때 제214조의 ‘방해’가 있는지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사실인정과 판단을 거쳐 비로소 확정되는 것인데, 소유자의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 행사의 제한에 관한 법리는 이에 대한 판단기준으로 기능하게 된다).
② 다만, 소유권의 핵심적 권능에 속하는 사용·수익 권능의 대세적·영구적인 포기는
물권법정주의에 반하여 허용할 수 없으므로(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9다228, 235 판결,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7다83649 판결,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0다81049 판결, 대법원 2013. 8. 22. 선고 2012다54133 판결, 대법원 2017. 6. 19. 선고 2017다211528 판결, 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7두50843 판결 등 참조), 토지 소유자의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의 행사가 제한되는 것으로 보는 경우에도, 일반 공중의 무상 이용이라는 토지이용현황과 양립 또는 병존하기 어려운 토지 소유자의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만이 제한될 뿐이고, 토지 소유자는 일반 공중의 통행 등 이용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는 그 토지를 처분하거나 사용·수익할 권능을 상실하지 않는다(대법원 2001. 4. 13. 선고 2001다8493 판결, 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4다26874 판결 참조).
⑵ 적용범위
㈎ 물적 범위
① 위와 같은 법리는 토지 소유자가 그 소유의 토지를 도로 이외의 다른 용도로 제공한 경우에도 적용된다(대법원 2017. 3. 9. 선고 2015다238185 판결 등 참조).
② 또한, 토지 소유자의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의 행사가 제한되는 것으로 해석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지하 부분에 대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의 행사 역시 제한되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9다25890 판결 참조).
㈏ 상속인의 경우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일신에 전속한 것이 아닌 한 상속이 개시된 때로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하므로(제1005조), 피상속인이 사망 전에 그 소유 토지를 일반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여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 토지가 상속재산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피상속인의 사망 후 그 토지에 대한 상속인의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의 행사 역시 제한된다고 보아야 한다.
㈐ 특정승계인의 경우
① 원소유자의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의 행사가 제한되는 토지의 소유권을 경매, 매매, 대물변제 등에 의하여 특정승계한 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은 사용·수익의 제한이라는 부담이 있다는 사정을 용인하거나 적어도 그러한 사정이 있음을 알고서 그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그러한 특정승계인은 그 토지 부분에 대하여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행사할 수 없다(대법원 1994. 9. 30. 선고 94다20013 판결, 대법원 1999. 5. 11. 선고 99다11557 판결, 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6다32552 판결, 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0다84703 판결, 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2다26411 판결, 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1다63055 판결 등 참조).
② 이때 특정승계인의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의 행사를 허용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는 특정승계인이 토지를 취득한 경위, 목적과 함께, 그 토지가 일반 공중의 이용에 제공되어 사용·수익에 제한이 있다는 사정이 이용현황과 지목 등을 통하여 외관에 어느 정도로 표시되어 있었는지, 해당 토지의 취득가액에 사용·수익권 행사의 제한으로 인한 재산적 가치 하락이 반영되어 있었는지, 원소유자가 그 토지를 일반 공중의 이용에 무상 제공한 것이 해당 토지를 이용하는 사람들과의 특별한 인적 관계 또는 그 토지사용 등을 위한 관련 법령상의 허가·등록 등과 관계가 있었다고 한다면, 그와 같은 관련성이 특정승계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③ 그러나 이러한 토지 소유자의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 행사 제한의 법리는 토지가 도로, 수도시설의 매설 부지 등 일반 공중을 위한 용도로 제공된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어서, 토지가 건물의 부지 등 지상 건물의 소유자들만을 위한 용도로 제공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토지 소유자가 그 소유 토지를 건물의 부지로 제공하여 지상건물 소유자들이 이를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허락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법률관계가 물권의 설정 등으로 특정승계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채권적인 것에 불과하여 특정승계인이 그러한 채권적 법률관계를 승계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특정승계인의 그 토지에 대한 소유권 행사가 제한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5다211685 판결).
⑶ 사정변경의 원칙
토지 소유자의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 행사의 제한은 해당 토지가 일반 공중의 이용에 제공됨으로 인한 공공의 이익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토지 소유자가 공공의 목적을 위해 그 토지를 제공할 당시의 객관적인 토지이용현황이 유지되는 한도 내에서 만 존속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토지 소유자가 그 소유 토지를 일반 공중의 이용에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의사에 부합하는 토지이용상태가 형성되어 그에 대한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의 행사가 제한된다고 하더라도, 그 후 토지이용상태에 중대한 변화가 생기는 등으로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의 행사를 제한하는 기초가 된 객관적인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고, 소유자가 일반 공중의 사용을 위하여 그 토지를 제공할 당시 이러한 변화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사용·수익권 행사가 계속하여 제한된다고 보는 것이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토지 소유자는 그와 같은 사정변경이 있은 때부터는 다시 사용·수익 권능을 포함한 완전한 소유권에 기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때 그러한 사정변경이 있는지 여부는 해당 토지의 위치와 물리적 형태, 토지 소유자가 그 토지를 일반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게 된 동기와 경위, 해당 토지와 인근 다른 토지들과의 관계, 토지이용 상태가 바뀐 경위와 종전 이용 상태와의 동일성 여부 및 소유자의 권리행사를 허용함으로써 일반 공중의 신뢰가 침해될 가능성 등 전후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9. 권리남용에 의한 제한
권리의 행사는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하고(제2조 제1항),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제2조 제2항). 이러한 법리는 소유권의 행사에도 적용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① 토지 소유자가 자신 소유의 토지 위에 공작물을 설치한 행위가 인근 건물의 소유자에 대한 관계에서 권리남용에 해당하고, 그로 인하여 인근 건물 소유자의 건물 사용·수익이 실질적으로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면, 인근 건물 소유자는 건물 소유권에 기한 방해제거청구권을 행사하여 토지 소유자를 상대로 그 공작물의 철거를 구할 수 있다.
◎ 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4다42967 판결 : 甲 주식회사가 콘도를 운영하면서 콘도 출입구 쪽 도로 및 주차장으로 이용하던 토지에 관하여 甲 회사의 사내이사였던 乙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 아들인 丙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는데, 丁 주식회사가 부동산임의경매절차에서 위 콘도 지분을 매수한 이후 丙이 콘도와 토지의 경계 위에 블록으로 화단을 설치하고 그 위에 쇠파이프 등으로 철제구조물을 설치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丙이 구조물을 설치한 행위는 외형상으로는 정당한 권리의 행사로 보이나 실질적으로는 토지가 자기 소유임을 기화로 丁 회사 소유인 콘도의 사용·수익을 방해하고 나아가 丁 회사에 고통이나 손해를 줄 목적으로 행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丙의 구조물 설치행위는 정당한 권리행사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한 사례.
② 어떤 토지가 그 개설 경위를 불문하고 일반 공중의 통행에 공용되는 도로, 즉 공로가 되면 그 부지의 소유권 행사는 제약을 받게 되며, 이는 소유자가 수인하여야 하는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에 해당한다. 따라서 공로 부지의 소유자가 이를 점유·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공로로 제공된 도로의 철거, 점유 이전 또는 통행금지를 청구하는 것은 법질서상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권리남용’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3. 9. 28. 선고 93다26076 판결),
◎ 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다229239 판결 : 甲 지방자치단체가 乙 사찰로 출입하는 유일한 통행로로서 사찰의 승려, 신도, 탐방객 및 인근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던 도로를 농어촌도로 정비법 제2조 제1항의 농어촌도로로 지정하고 30년 이상 관리하고 있었는데, 위 도로가 있는 임야를 임의경매절차에서 매수한 丙이 甲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도로의 철거 및 인도를 구한 사안에서, 위 도로는 아주 오래전에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었고 甲 지방자치단체가 농어촌도로 정비법상 농어촌도로로 지정하고 30년 이상 관리하면서 일반 공중의 통행에 공용되는 도로, 즉 공로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러한 이용상황을 알면서도 임의경매절차에서 위 임야를 매수한 丙이 甲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도로의 철거·인도를 구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라고 볼 여지가 큰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21. 10. 14. 선고 2021다242154 판결 : 甲주식회사가 마을 주민 등의 통행로로 주요 마을안길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토지가 위치한 부동산을 매수하였고, 그 후 乙 지방자치단체가 통행로 부분을 도로로 포장하여 현재까지 마을 주민들과 차량 등의 통행로로 사용되고 있는데, 甲 회사가 乙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도로 부분의 인도를 구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甲 회사의 청구는 객관적으로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하거나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10. 도로점용과 부당이득반환청구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773-775 참조]
가. 판례의 법리 요약
⑴ 토지 소유자가 ‘상응하는 이익’을 얻었을 때는 독점적ㆍ배타적 사용수익권 포기가 인정되고,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의 포기가 인정되면 도로점용과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부정된다.
⑵ 그러나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의 포기로 보기는 어렵다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인정되다. 이 경우 신의칙 위반을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기각할 수는 없다(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8다228868 판결).
⑶ 토지 소유자의 배타적 사용․수익권 행사 제한의 법리는 토지가 도로, 수도시설의 매설 부지 등 일반 공중을 위한 용도로 제공된 경우에 적용되고, 토지가 건물의 부지 등 지상 건물의 소유자들만을 위한 용도로 제공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5 다211685 판결, 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8다278320 판결 참조).
나. 토지 소유자가 ‘상응하는 이익’을 얻었을 때 (= 독점적ㆍ배타적 사용수익권 포기가 인정됨)
㈎ 토지 소유자가 ‘상응하는 이익’을 얻었을 때는 독점적ㆍ배타적 사용수익권 포기가 인정된다.
토지의 특정승계인에게 포기의 효력이 미치는 이유가 매끄럽게 설명되지 않는다는 이론상 난점은 있다. 채권적 약정이 왜 특정승계인에게 미치느냐는 관점에서,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 포기를 인정하는 판례의 법리를 비판하는 견해도 있으나, 위 법리는 토지 소유자가 해당 토지를 일반 공중의 사용에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사용·수익권에 대한 제한을 수인하고 그에 대한 이익을 누린 것으로 평가되는 사안에서 관계자들 사이의 이해관계를 적절히 형량하는 법리로서 기능하여 왔다는 점에서 그 타당성이 인정된다(대법원 2019. 1. 24. 선고 2016다264556 전원합의체 판결. 위 전합 판결에서도 변경되지 않았다).
㈏ 예를 들어
① 포기 긍정 사례 : 한 필지의 중간에 새로 도로를 내고 그 옆의 토지를 분할하여 처분한 경우, 도로로 제공한 부분이 분양되는 필지의 유일한 도로인 경우 도로를 제공하여 손해를 입은 대신, 나머지 토지를 분할하여 처분할 수 있게 되는 이익을 얻는다.
② 포기 부정 사례 : 원래 도로에 접해 있던 토지의 한 쪽이 도시계획으로 도로에 편입되었고, 이에 나머지 토지를 분할하여 처분한 경우는 이익을 얻은 것은 없고, 땅을 빼앗긴 것과 유사하다.
㈐ 대법원 2019. 1. 24. 선고 2016다264556 전원합의체 판결은 토지 소유자가 그에 대한 이익을 누린 것으로 평가되는 사안이다. 이때는 독점적ㆍ배타적 사용수익권 포기가 인정되고,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의 포기가 인정되면 도로점용과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부정된다.
다.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의 포기가 인정된 경우 (= 부당이득반환청구권 부정)
㈎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의 포기가 인정되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부정된다.
㈏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의 포기가 부정된 사례(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8다228868 판결)
①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8다228868 판결은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의 포기로 보기는 어려운 사안이다. 따라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인정된다.
② 위 판례는 도로사용으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즉 배타적 사용․수익권 포기가 아닌 경우 신의칙상 제한 가부가 쟁점인 사안이다.
③ 원고들은 지목이 ‘도로’인 토지의 소유자들로서 인접 대지의 소유자인 피고가 도로를 통행하면서 법률상 원인 없이 사용료에 해당하는 이익을 얻고 원고들에게 그 지분에 해당하는 금액의 손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사건에서, 도로 사용으로 인한 부당이득반환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는데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한 사례이다.
④ 신의칙 위반을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기각하는 것은 곤란하다.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에 해당하므로 함부로 제한할 수는 없다.
원심이 설시한 정도의 사정만으로 원고들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배척하기는 어렵다.
⑤ 현황이나 지목이 ‘도로’라는 이유만으로 부당이득의 성립이 부정되지는 않는다.
이 경우 도로로 이용되고 있는 사정을 감안하여 부당이득의 액수를 산정하면 된다(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8다228868 판결).
⑥ 위 판결의 사안(침해부당이득)에서 이익을 보유할 권원이 있음을 피고가 주장·증명하여야 한다.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에서, 법률상 원인에 관하여 급부부당이득의 경우에는 원고에게, 침해부당이득의 경우에는 피고에게 입증책임이 있다(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7다37324 판결).
◎ 대법원 2018. 1. 24. 선고 2017다37324 판결 : 당사자 일방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일정한 급부를 한 다음 급부가 법률상 원인 없음을 이유로 반환을 청구하는 이른바 급부부당이득의 경우에는 법률상 원인이 없다는 점에 대한 증명 책임은 부당이득을 주장하는 사람에게 있다. (중략) 타인의 재산권 등을 침해하여 이익을 얻었음을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이른바 침해부당이득의 경우에는 부당이득반환 청구의 상대방이 이익을 보유할 정당한 권원이 있다는 점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것과 구별된다.
11. 대상판결의 내용 분석 [이하 판례공보스터디 민사판례해설, 홍승면 P.773-775 참조]
⑴ 이 사건 도로는 이미 고방사가 중건된 조선시대부터 형성되어 공로로 이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사건에서 지방자치단체인 김천시가 피고가 된 이유는, 새마을사업의 일환으로 시멘트포장을 하고 관리를 시작하여 ‘점유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⑵ 공로로 인정되는 경우 그 공익성으로 인해 자유로운 통행이 강하게 보호된다.
통행방해 행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고, 통행자들은 민사상 통행방해행위의 금지를 청구할 수 있으며, 토지 소유자의 도로인도, 통행금지청구 등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