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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주차량, 도주의 범의, 도주운전죄, 구호조치 미조치, 뺑소니】《교통사고가해자가 목격자행세를 하면서 인적사항을 남긴 경우 뺑소니인지 여부(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3도9124 판결)》..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4. 5. 2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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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주차량, 도주의 범의, 도주운전죄, 구호조치 미조치, 뺑소니】《교통사고가해자가 목격자행세를 하면서 인적사항을 남긴 경우 뺑소니인지 여부(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39124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도주운전죄의 요건

 

. 사고운전자의 과실에 기한 피해자의 사상

 

 사고운전자의 과실에 기한 교통사고

 

사고운전자의 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우여야 한다(대법원1999. 12. 8. 선고 983358 판결 등 참조). 이 점에서 과실을 요하지 않는 도로교통법 제106조 소정의 손괴후 미조치죄와 구별된다(대법원 1999. 6. 25. 선고 992073 판결 등 참조).

과실이라 함은 도로교통법에서 규정한 여러 유형의 '운전 중 잘못'을 의미한다 할 것이고, 실무에서 주로 문제되는 사고운전자의 과실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1, 2항 단서 소정의 과실들이 대부분이다.

대법원은 진행차선에 나타난 장애물을 피하기 위하여 다른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겨를이 없었다거나 자기차선을 지켜 운행하려고 하였으나 운전자가 지배할 수 없는 외부적 여건으로 말미암아 어쩔 수 없이 중앙선을 침범하게 되었다는 등 중앙선 침범 자체에 대하여 운전자를 비난할 수 없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이거나(대법원 1994. 9. 27. 선고 941629 판결 참조), 교통사고를 피할 방법이 없었던 경우(대법원 2001. 6. 1. 선고 20011061 판결 참조) 등에는 사고 운전자에게 과실이 없다고 보고 있다.

 

 피해자의 사상

 

여기서는 상해가 문제된다. 대법원은 도주운전죄에 있어서의 피해자의 '상해'도 형법 제257조 소정의 그것과 같은 개념으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생명·신체에 대한 단순한 위험에 그치거나 '상해'로 평가될 수 없을 정도의 극히 하찮은 상처로서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그로 인하여 건강상태를 침해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도주운전죄 소정의 상해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1. 12. 11. 선고 20014544판결 등 다수).

대법원이 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로는  피해자가 사고 이후 목에 약간 감각이 없었다거나, 목이 뻣뻣하긴 하였으나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고, 사고 발생 직후 500 m나 뛰어가서 사고 운전자를 체포한 경우(위 대법원 20014544 판결 참조),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차량의 피해가 뒷범퍼가 미미하게 탈착된 데에 불과하고, 피해자도 사고 직후 정신만이 몽롱한 상태였으며, 피해자가 사고 이후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겠다고 하다가 경찰관의 종용으로 비로소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발급받았고, 진단한 의사도 다른 객관적 자료 없이 임상적 추정만으로 진단서를 발급하였으며, 통상 진단서 발급시 물리치료, 주사, 약물치료가 같이 이루어지는 데에 반하여 피해자가 2회분의 약만 처방받아 간 이후로 병원에서 별다른 치료도 받지 않은 경우(대법원 2000. 2. 25. 선고 993910 판결 참조),  피해자가 사고 다음날 병원에 가 진료를 받았으나, 당시 요부에 경미한 찰과상 이외에는 외관상 별다른 상처가 없어 진통제만 투약받고 진단서를 발급받은 뒤, 그 이후에는 그 병원에서 치료를 받거나 다른 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6182 판결 참조)가 있다. 대법원은 도주운전과 관련한 상해는 아니나,  강간치상에 있어 피해자의 상처가 허벅지 안쪽과 다리 부위에 멍이 들었을 뿐인 경우(대법원 2004. 3. 11. 선고 2004483 판결 참조),  강도상해에 있어 피해자가 얼굴과 팔다리 부분에 멍이 생기긴 하였으나, 범행 2일 후 정상적으로 근무하였을 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치료도 받지 아니하였고, 아무런 진단서도 발급받지 아니한 경우(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32313 판결 참조)에 각 상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대법원이 상해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로는,  7세의 피해자가 사고 당일 병원에서 엑스레이 검사 및 피 검사를 하였고 이틀에 걸쳐 수액치료를 받은 경우(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6881 판결 참조),  교통사고로 인하여 피해 차량이 수리비 896,000원이 들 정도로 손괴되었고, 피해자가 사고 직후 피고인에게 목이 아프다고 호소하였으며, 이후 피해자가 목 부위에 심한 통증을 느껴 방사선 검사를 한 결과,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중등도의 경추부염좌상 등을 입은 것으로 진단이 내려졌으며, 사고 당일부터 3일간 병원에 입원하여 약물 및 물리치료를 받은 경우(대법원 2004. 2. 13. 선고 20037043 판결 참조),  피해자가 사고 이후 다친 상해 부위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압통을 느꼈고, 엑스선 촬영과 물리치료 및 투약을 한 경우(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3917 판결 참조),  피해자가 사고 이틀 후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그 당시까지도 외관상 명백하게 오른쪽 발등이 발갛게 부어오른 상처가 남아 있었고, 부어 오른 발등 때문에 그 발을 사용하여 정상적으로는 걷지 못하고 있었으며, 피해자가 입은 위와 같은 우족부 좌상이 물리치료나 약물치료를 요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라 할지라도 찜질 등의 방법으로 치료를 받을 필요는 있었던 경우(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13000 판결 참조),  피해자가 사고 직후 병원에 가서 담당 의사에게 뒷목이 아프고 두통이 있다고 호소하였고, 방사선 촬영 결과로도 경추가 곧게 서는 증상이 발견되었으며, 담당의사가 피해자에게 링거액과 함께 진통소염제주사와 투약을 한 다음 물리치료와 입원을 권유하였고, 피해자가 사고 후 3일이 지나 다른 병원에 찾아 가 목 부위의 통증을 호소하고, 그 곳에서 약 5회에 걸쳐 물리치료를 받은 경우(대법원 2002. 3. 15. 선고 2002412 판결 참조) 등이 있다.

 

위와 같은 대법원의 태도를 종합하면, 대체로 대법원은 상해인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물적 피해의 정도,  사고 이후의 정황,  방사선·물리치료, 주사, 투약 등의 조치를 받았는지 여부,  입원 여부,  사고 직후 피해자가 아픔을 호소하였는지 여부 등의 여러 제반 정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상해의 한계개념인 '생명·신체에 대한 단순한 위험에 그치거나 극히 하찮은 상처로서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그로 인하여 건강상태를 침해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인지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보인다.

 

문제는 대법원이 최근 들어 도주운전죄의 한 구성요건인 '구호조치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면서, 그 필요성을 판단함에 '상해의 부위 및 정도'를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면서( 대법원 2003. 4. 25. 선고20026903 판결 등 참조), '상해에 해당하지 아니한 경우'와 구분이 매우 어려운 사례들을 '상해의 정도가 경미한 등으로 구호조치의 필요성이 없는 경우'로서 적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  피해자가 사고 5일 뒤에야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는데, 당시 좌측 슬관절 부위에 약간의 통증과 경미한 붓기가 있는 외에 별다른 상처가 없어 어떠한 치료도 받지 아니한 채 단지 엑스레이 촬영 후 진단서만을 발급받았고, 피해자가 그 후에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아니한 경우( 20026903 판결 참조),  사고 직후 피해자가 다쳤다고 말한 적이 없고, 사고 당일 파출소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다친 사람은 없고 물적 피해만을 입었다고 진술하였는데, 사고 발생 다음날 병원을 찾아가 주사 및 약물치료를 받고 귀가한 뒤 사고 발생 2일 후 경추염좌 등의 2주 진단서를 발급받은 경우(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4907 판결 참조),  피해자가 사고 직후에는 통증을 못 느끼다가 그 날 저녁부터 통증이 와 이튿날 병원에 가 치료를 받았는데, 특별한 외상이 없어 방사선 촬영은 하지 않고 1일분의 약과 3주짜리 진단서를 발급받았을 뿐이고, 그 외에 이틀간 소염진통제와 파스를 바른 경우(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3806 판결 참조),  피해자에게 사고 직후 특별한 외상은 없었고, 10일 정도의 관찰 및 안정만을 요할 뿐 특별한 치료 없이도 자연치유가 되는 좌상을 입은 것에 불과한 경우(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3272 판결 참조),  피해자가 입은 상해가 목이 뻐근한 정도로서 사고 다음날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촬영한 결과 이상이 없고, 임상적 추정에 의하여 2주짜리 진단서를 발급받았을 뿐인 경우(대법원 2002. 1. 11. 선고 20012869 판결 참조),  피해자가 사고 직후 외상이 없었고, 임상적 추정에 의하여 2주짜리 진단서를 발급받았으며, 사고 현장에 경찰관이 도착한 이후 현장조사에 협조하고 곧바로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고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은 경우(대법원 2002. 3. 26. 선고 20015642 판결 참조) 등의 사례에서, 구호조치의 필요성이 없어 도주운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구조를 취하고 있다.

 

대법원이 상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본 사례들과 상해의 정도가 경미하여 구호조치의 필요성이 없다고 본 사례들을 분석하면 사실 그 구분이 매우 어렵다. 이러한 모호함은 '대법원이 최근 구호조치의 필요성이라는 구성요건을 부각시키면서 상해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였을 뿐 여전히 그 취지는 상해에 해당하지 아니한 경우를 구호조치의 필요성이 없는 경우와 동일시하고 있는 것이고, 따라서 구호조치의 필요성이 없는 것이라고 본 사례에 등장하는 피해자의 상해 정도에 관한 판시는 모두 상해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대법원이 구호조치의 필요성을 언급함에 그 고려요소로서 '상해의 부위 및 정도'라고 명시하고 있는 것은 그 당연한 문리해석상 상해의 존재는 인정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인 점,  구호조치의 필요성에 관한 법리가 나온 이후에도 구호조치의 필요성은 언급하지 아니한 채 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로 도주운전죄의 성립을 부정한 판례가 계속 나오고 있는 점(앞서 본 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26182 판결 참조) 등에 비추어 대법원이 앞서 본 바와 같이 구호조치의 필요성이 없는 경우라 본 사례들에 등장하는 상해 정도에 관한 판시는 '상해는 인정되지만 그 정도가 매우 경미한 경우'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은 도주운전죄가 성립하지 아니할 경우 그와 일죄의 관계에 있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에 대한 심판의무를 법원에 부과하고 있으므로(대법원 1990. 3. 13. 선고892360 판결 등 참조), 상해가 아예 없으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도 성립할 수 없게 되지만, 구호조치의 필요성이 없을 정도로 상해가 경미하다고 하더라도 상해의 존재 자체는 인정된다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는 성립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구호조치의 필요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상해의 존재 자체는 인정된다고 보는 이상, 환송 후 재판부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 부분에 관하여 판단을 하여야 할 것이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로서 합의나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경우에는 공소기각을, 합의나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거나 단서 조항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유죄 판결을 하여야 할 것이다), 단순히 피고인을 도주운전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무죄라 선고할 수는 없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실무상 적지 않은 재판부는 이 경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도주운전죄 부분을 무죄라고 선고할 뿐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 부분에 관하여는 판단을 하지 아니하고 있다(판단하지 아니한 사례 : 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24452 판결의 환송 후 판결,  20015642 판결의 환송 후 판결 등, 판단한 사례 :  20023272 판결의 환송 후 재판부인 춘천지방법원 2003. 6. 27. 선고 2002666 판결,  20024907 판결의 환송 후 재판부인 광주지방법원 2003. 5. 21. 선고 20022611 판결 등).

 

. 사상에 대한 인식

 

 개요

 

도주운전죄가 고의범인 이상(대법원 1995. 11. 12. 선고 993140 판결 참조), 사고 운전자가 피해자의 사상(사상)을 인식하였는지 여부 또한 구성요건이 된다 할 것이고, 대법원은 이 경우 그 인식은 확정적일 필요는 없고, 미필적 인식으로 족하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1. 11. 30. 선고 20014996 판결 참조).

생각건대, 사상에 대한 인식은 고의나 불법영득의 의사와 같이 인간 내면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서 사고운전자가 이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여러 정황증거에 의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는바, 대법원 또한 이 문제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판별 기준을 제시하고자 이론을 정립하고 있는 단계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판례의 태도

 

 대법원 2000. 3. 28. 선고 995023 판결

 

대법원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1항 소정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 함은 사고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하고, 여기에서 말하는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에 대한 인식의 정도는 반드시 확정적임을 요하지 아니하고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면 족한바, 사고운전자가 사고 직후 차에서 내려 직접 확인하였더라면 쉽게 사고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별일 아닌 것으로 알고 그대로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다면 사고운전자에게는 미필적으로라도 사고의 발생사실을 알고 도주할 의사가 있었다고 볼 것이라고 판시하면서, 사고운전자가 당시 사고장소에서 무엇인가 딱딱한 물체를 충돌한 느낌을 받았음에도 그대로 현장을 이탈하였다면 사고운전자로서는 미필적으로나마 사고의 발생사실을 알고 도주할 의사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대법원 2004. 12. 9. 선고 20046485 판결

 

대법원은 사람이 많이 오가는 상가 인근 도로에서 도로에 누워있는 사람을 치어 무엇인가 차로 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도 동물 등을 친 것으로 오인하고 그냥 차를 운행해 간 운전자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 사건에서,  평탄한 아스팔트 도로 위를 주행하던 차량의 운전자인 피고인이 사전에 전방의 도로 위에 있던 물체를 발견하였고, 그 물체 위를 통과할 때 소리가 나고 차량의 흔들림을 인식하였던 점,  피해자의 체구나 상해의 정도 및 그에 미루어 볼 때 그 충격으로 인한 차체의 흔들림의 정도가 상당하였을 것으로 이를 단순히 비닐봉지나 고양이 등으로 오인하기가 쉽지 않은 점,  사고지점 주위에 상가 등이 있어서 사람들의 통행이 상당한 점 등을 감안한다면 피고인이 자신의 차량으로 역과한 것이 사람인 점을 알았거나 적어도 사람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으로서는 당연히 그 자리에 정차하여 자신이 역과한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함이 없이 그대로 그 자리를 떠난 것은 미필적으로라도 사람을 역과한 사실을 알고 도주할 의사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두 대법원 판결에 대한 평가

 

대법원은 위 두 판결이 나오기 전에도 1998. 5. 12. 선고 98375 판결 등에서 사고운전자가 비록 작기는 하였으나 무언가 ''하는 소리를 들었고, 나아가 사고로 인하여 사고운전자 차량의 후사경이 깨어질 정도라면 사고운전자로서는 무슨 충돌사고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는 이유 등으로 사고운전자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한 사례가 없지 않았으나, 위 두 판결, 특히 위 20046485 판결을 통하여 '피해자의 사상(사상)에 대한 미필적 인식'이라는 개념이 무엇인가에 관하여 어느 정도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였다.

, 대법원은  피해자의 체구 및 충격 부위,  사고 직전의 도로 상황 및 운전시야,  충돌시의 소음이나 사고운전자가 받은 느낌 및 차체의 흔들림 정도,  사고 현장 주변이 사람들의 통행이 빈번한 곳인지 여부 등을 사상에 대한 인식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중요한 평가요소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2.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소정의 구호조치 미이행

 

. 개요

 

도주운전죄는 앞서 살핀 요건들 - 사고운전자의 과실로 인한 피해자의 사상 및 사상에 대한 인식 - 을 갖춘 사고 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범죄 성부에 관한 논리적 판단과정상 마지막 절차인 도주 여부에 대한 판단에 앞서 사고 운전자가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소정의 '구호조치'를 취하였는지 여부를 먼저 짚고 넘어 갈 필요가 있다.

 

. 관련규정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은 "차의 교동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때에는 그 차의 운전자 그 밖의 승무원은 곧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구호조치의 필요성

 

 대법원은 구호조치의 필요성에 관하여, "...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1항의 규정은 자동차와 교통사고의 격증에 상응하는 건전하고 합리적인 교통질서가 확립되지 못한 현실에서 자신의 과실로 교통사고를 야기한 운전자가 그 사고로 사상을 당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하는 행위에는 강한 윤리적 비난가능성이 있음을 감안하여 이를 가중처벌함으로써 교통의 안전이라는 공공의 이익을 보호함과 아울러 교통사고로 사상을 당한 피해자의 생명·신체의 안전이라는 개인적 법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이라는 입법 취지와 보호법익에 비추어 볼 때, 사고의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상해의 부위와 정도, 사고운전자의 과실정도, 사고운전자 및 피해자의 나이와 성별, 사고 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고운전자가 실제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에 의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사고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더라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1항 위반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라고 하고 있을 뿐이어서 결국 구호조치의 필요성여부 판단에 많은 해석의 여운을 남겨놓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의 태도 및 이에 대한 분석

 

 구호조치의 필요성이 없다고 본 경우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731 판결 : 에스페로 승용차의 수리비가 1,092,180원 상당이 소요될 정도로 손괴되긴 하였지만 피고인의 차량에 충격된 위 에스페로 승용차가 밀리면서 다시 피해자 정영환의 쏘나타 택시를 충격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차량이 위 에스페로 승용차를 충격하여 그 속도 등이 현저히 낮아진 상태에서 회전하면서 피해자 정영환의 택시를 충격한 것에 지나지 않고, 피고인의 차량이 충격한 위 택시의 좌측 뒷범퍼 부분은 그 충격흔적이 뚜렷하지 않고 그저 스친 정도의 흔적만 남은 사실, 피해자 정영환의 위 쏘나타 택시는 그 수리비가 485,860원이 들 정도로 부서지긴 했지만 이미 이 사건 사고 이전에 주차되어 있던 다른 차를 추돌하였는데 그 앞범퍼 부분이 눈에 필 정도로 손괴되어 있어서 위 택시의 수리비가 오로지 피고인의 차량의 충격에 의한 손괴에 대한 것인지도 불분명한 사실, 위 정영환은 이 사건 사고 직후 특별한 외상을 입은 바가 없어서 스스로 택시를 운전하여 안전한 곳으로 30m 가량 이동하여 주차하였을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약 20~30분간 자신과 수리비 배상 등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다가 경찰차량이 다가오자 음주운전이 발각될 것이 두려워 차량을 현장에 주차해 둔 채 뛰어서 도망을 가는 피고인을 150m 가량 뒤쫓아가서 붙잡을 정도로 외견상 부상으로 인한 행동의 제약이 전혀 드러나지 않은 사실, 또한, 정영환은 사고현장에서 목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 412 ] 그 정도가 심하지 아니하여 그 즉시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잠을 잔 후 그 날 아침에야 병원에 갔는데 그 상해의 정도가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추부의 염좌 및 긴장상 등에 지나지 않는 사실, 피고인은 정영환이 택시 앞에 서 있다가 택시가 밀리는 바람에 치어서 다친 것으로는 인식하지 않고 택시 안에 타고 있다가 다친 것으로 알았는데(정영환의 진단서에는 차량의 범퍼부위에 부딪치거나 땅바닥에 넘어지면서 입을 수 있는 타박상이나 찰과상 등의 부상에 대한 기재는 전혀 없다.) 정영환의 택시에 타고 있던 3명의 승객은 다친 데가 없다면서 다른 택시를 타고 현장을 떠난 경우

 

 대법원 2004.06.11 선고20038092 판결 : 이 사건 사고 발생 직후 피해자는 차에서 내려 그 때까지 차에 타고 있던 피고인에게 다가가 과속을 하지 않았느냐며 따지다가, 차안에서 술 냄새가 나는 것을 알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한 사실, 피고인은 음주운전을 한 것이 발각될 것이 두려워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를 하는 사이 차에서 내려 야구연습장 반대쪽으로 20~30m 가량 걸어가 사고 장소를 이탈한 사실, 피해자가 신고한지 채 5분이 지나지 않아 경찰관이 사고 장소에 도착하였고, 피해자는 주변에 있던 사람들로부터 가해 운전자가 야구연습장 쪽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야구연습장 쪽으로 가 그 앞을 천천히 걸어가면서 휴대폰으로 보험회사 직원과 사고처리방안에 대해 의논하고 있던 피고인을 붙잡아 경찰관에게 데리고 온 사실, 이 사건 교통사고발생보고서는 피해자가 부상을 입지 않은 것으로 작성되어 있고, 피해자는 전혀 외상이 없이 피고인 또는 경찰관 등에게 통증을 호소한 바 없으며, 다만 사고 당일 경찰에서 목만 조금 아픈 상태이고, 몸이 아프면 치료를 받고 진단서를 제출하겠다고 진술하였는데, 다음날 오전부터 목에 통증을 느껴 그날 오후에 병원에 가서 경부 동통 및 운동제한 증상으로 수상일로부터 약 3주간의 안정 가료, 진찰이 필요하다는 진단서를 발급받았으나, 특별히 어떠한 치료를 받은 적은 없는 경우

 

 대법원 2004. 10. 15. 선고 20045304 판결 : 피고인과 잘잘못을 따지다가 약 10m 떨어진 가게로 가 경찰에 사고신고를 부탁하고는 피고인에게 경찰관이 올 때까지 기다리자고 한 다음 10여분간 함께 경찰관을 기다린 사실, 그 동안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통증을 호소하지도 아니하였고, 외상(외상)도 없었던 사실, 그러다가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아니한 채 40m 정도 떨어진 횟집에 통닭배달을 하러 가 버린 사실, 이때 피해자는 걸에서 횟집으로 갔는데 특별히 걷기에 어려움이 없었던 사실, 피해자는 목에 통증을 느껴 사고 다음날 병원에 가서 경추부염좌, 다발성좌상으로 초진일로부터 약 2주간의 안정가료를 요한다는 진단서를 발급받았으나, 진단서 발급 받는 날 주사를 한번 맞고, 1일분 약을 받았으며, 2일간 물리치료를 한 것 이외에는 특별히 어떠한 치료를 받은 적이 없고, 통증도 3, 4일 정도 지나자 없어진 경우

 

 대법원 2002. 3. 26. 선고 20015642 판결 : 피해자 최병환은 이 사건 교통사고 즉시 자신이 운전하던 택시에서 내려 피고인 운전 차량으로 가서 피고인으로부터 "다친 사람이 있느냐. 치료와 보상은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듣고는 다시 위 택시부근으로 가 있다가 조금 뒤 피고인의 친구인 송상범, 홍성표가 위 피해자에게 다가와 사고경위에 관하여 묻자 "나는 별로 다치지 않았는데, 승객이 다친 것 같다. 나는 경찰관이 올 때까지 현장에 있겠다."고 말한 사실, 위 피해자는 위 교통사고로 인하여 외상이 없었고, 임상적 추정에 의하여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추부염좌상을 입은 것으로 진단을 받은 사실, 위 피해자는 사고현장에 경찰관이 도착한 후 경찰관의 현장조사에 협조한 후 곧바로 위 택시를 운전하여 이천경찰서로 가서 조사를 받은 경우

 

 구호조치의 필요성이 있다고 본 경우

 

 대법원 2004. 2. 13. 선고 20037043 판결 : 이 사전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 운전차량의 뒷범퍼와 판넬 등이 찌그러져 수리비가 896,000원이 소요될 정도로 파손되었고, 사고 후 피고인이 1차로에서 사고표시를 하고 있는 피해자에게 차량을 이동시킬 것을 재촉하여 피해자가 사고표시를 마치고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여 1차로에서 2차로로 이동시키자마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피해자 차량의 옆을 그대로 지나쳐 약 150m 가량 진행하였으며, i아 온 피해자가 목이 아프다고 호소하였음에도 자신의 휴대폰 번호만을 적어 주고는 그 곳을 떠나 버렸고, 피해자가 경추부 및 요추부에 심한 통증을 느껴 방사선 검사를 한 결과,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중등도의 경추부염좌상 등을 입은 것으로 진단이 내려졌으며, 이에 피해자가 사고일인 2002. 8. 14.부터 같은 달 16.까지 병원에 입원하여 약물 및 물리치료를 받은 경우

 

 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13000 판결 :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당시 피해자 차량의 앞 범퍼가 내려앉아 이를 새로 탈착할 정도로 이 사건 사고 당시 다소간의 충격이 있었던 사실, 피해자는 이 사건 사고로 잠시 정신을 잃어 차에서 내리지 못하였고 정신을 차린 후에도 다리에 힘이 없어 제대로 걷지 못하고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아 서 있었고, 피고인도 피해자가 절뚝거리며 걷는 것을 직접 목격한 사실, 피해자는 머리와 목, 우측 어깨 및 우측 팔에 통증을 느끼고 사고 당일인 2000. 1. 21. 곽병원 응급실에서 두부의 시티(CT)촬영을 하고, 주사를 맞은 후 약을 조제받았으며, 같은 달 24일에도 방문하여 약을 조제받고 그 병명을 외상성 두통, 경부염좌, 우측 어깨 및 팔 통증으로 하여 10일 간의 치료를 요한다는 진단서를 발급받았다는 것이므로,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 또한 사고 당시 충격의 정도 및 피해자의 상태 피고인이 위 승용차의 오른쪽 앞바퀴로 피해자의 오른발을 역과하는 교통사고를 일으킨 점은 원심도 인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한편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는 이 사건 사고 직후 통증 때문에 혼자서는 나머지 횡단보도를 건너갈 수 없어서 친구인 김성현의 부축을 받고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횡단보도를 건너간 사실, 피해자는 이 사건 사고 이틀 후인 1999. 7. 15. 대광의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는데 그 당시까지도 외관상 명백하게 오른쪽 발등이 빨갛게 부어 오른 상처가 남아 있었고 부어 오른 발등 때문에 그 발을 사용하여 정상적으로 걷지 못하고 있었던 사실, 피해자가 입은 우족부 좌상은 물리치료나 약물치료를 요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라 할지라도 찜질 등의 방법으로 치료를 받을 필요는 있었던 경우

 

 분석

 

대법원의 태도를 2가지의 특징으로 대별하여 본다면, 첫째, 대법원은 구호조치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한 잣대로서 앞서 본 바와 같이 제시한 다섯 가지 기준,   사고의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상해의 부위와 정도,  사고운전자의 과실 정도,  사고운전자 및 피해자의 나이 및 성별,  사고 후의 정황 중 특히 번 항목에 많은 중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된다.

구호조치의 이념이 근본적으로는 '상해를 당한 피해자를 치료하게끔 조치하는 것'인 이상, 대법원은 일단 구호조치의 필요성 여부를 판단함에 외상의 존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그와 함께 실제 상해 정도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즉 피고인 입장에서 파악할 수 있는 피해자의 상태를 우선적 판별기준으로 고려하되, 사고 후 즉시 통증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는 교통사고 피해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피해자가 실제로 입은 상해의 정도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번 항목과 관련하여 사고 직후 피해자가 취한 행동 및 그 언동을 중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위 여러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자동차 사고의 경우 사고 직후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차에서 내려 피해 정도를 확인하고 사고운전자와 사고 처리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아가 사고 운전자에게 '아픈 곳은 없다'라는 취지로 말하였다면, 사고운전자측에 보다 유리한 정황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 구호조치의 미이행

 

 대법원의 태도

 

 구호조치의 개념 및 내용에 관하여

 

"...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 2항이 규정한 교통사고 발생시의 구호조치의무 및 신고의무는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때에 운전자 등으로 하여금 교통사고로 인한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취하게 하고, 또 속히 경찰관에게 교통사고의 발생을 알려서 피해자의 구호, 교통질서의 회복 등에 관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부과된 것이므로..."(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01731 판결).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들에게 최소한의 응급조치를 하고 병원으로 후송하도록 하거나, 피해자들에게 고지한 후 현장을 떠나 즉시 경찰관서나 병원에 연락 또는 신고를 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였어야..."(대법원 1996. 12. 6. 선고 962407 판결)

"...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에는 피해자나 경찰관 등 교통사고와 관계 있는 사람에게 사고운전자의 신원을 밝히는 것도 포함된다..."(대법원 2003. 3. 25. 선고 20025748 판결)

 

 구호조치의 주체 및 정도에 관하여

 

"사고가 중대하여 사고현장에서 구호조치 등을 취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라면 운전자 등은 바로 그 사고현장에 정차하여 응급조치 등을 취하여야 할 것이나, 경미한 교통사고로서 바로 그 사고현장에서 구호조치 등을 취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가 아니거나 사고장소가 차량의 왕래가 많은 등 오히려 그 자리에서 어떠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교통에 방해가 되는 등의 사정이 있을 때에는, 구태여 사고현장에서 응급조치 등을 취하지 않고 한적한 곳에 인도하여 그곳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8. 4. 10. 선고 98378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1항 소정의 피해자 구호조치는 반드시 본인이 직접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지배하에 있는 자를 통하여 하거나, 현장을 이탈하기 전에 타인이 먼저 구호조치를 하여도 무방하다"(대법원 2004. 3. 25. 선고 20038125 판결).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은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함을 그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피해자의 물적 피해를 회복시켜 주기 위한 규정은 아니고, 이 경우 운전자가 현장에서 취하여야 할 조치는 사고의 내용, 피해의 태양과 정도 등 사고 현장의 상황에 따라 적절히 강구하면 될 것이고, 그 조치의 정도는 건전한 양식에 비추어 통상 요구할 수 있는 정도가 될 것이다"(대법원 1998. 3. 24. 선고 9834 판결)

 

 구호조치가 이루어졌다고 본 경우

 

"교통사고를 야기하고서 그 사고로 차량에서 튕겨져 나와 잠시 정신을 잃고 있던 중 동승한 조윤용이 먼저 의식을 차리고 119 구급차량을 불러달라고 소리를 쳤고, 그 사이에 사고 현장 주민들이 신고하여 먼저 도착한 119 구급차량이 피해자를 후송하고, 그 후 의식을 회복한 피고인이 조윤용과 함께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의 '운전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아니한 채 주민이 호출한 택시를 타고 경찰관이 가 있으라고 한 고려병원으로 가다가 그 도중에 있는 현대의원 앞에 이르러 택시에서 내려 몸에 힘이 없고 술에 취하여 빨리 집으로 돌아가 쉬고 싶다는 생각에서 고향 선배에게 연락하여 그가 가지고 온 차를 타고 집으로 간 다음, 나중에 찾아온 경찰관에게 교통사고 야기 사실을 시인하였다는 것인바, 사실관계가 이러하다면, 피고인이 그 사고로 부상을 입고 사고 현장 주민이 부른 택시로 경찰관의 조치에 따라 병원으로 후송되던 도중 곧바로 집으로 가버리고, 그 사이에 경찰에 신고나 연락을 취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당시에는 이미 경찰이나 구급차량 등에 의하여 피해자 박봉군에 대한 구호조치가 이루어진 후"(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4986 판결).

"피고인이 이 사건 교통사고 야기 후 사고 현장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피해자들을 구급차에 나눠 싣고 자신도 구급차에 동승하여 피해자 남광현을 병원 응급실로 후송한 후 간호사가 혈압을 재는 것을 보고 응급실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중 피고인 자신과 위 피해자가 타고 온 구급차가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을 보고 응급실에 다시 가 본 결과 위 피해자가 보이지 않자 간호사에게 피해자의 행방을 문의하였으나 그녀가 다른 곳으로 후송하였다고만 이야기하여 하는 수 없이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간 피고인이 사고 현장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피해자들을 구급차에 나눠 싣고 자신도 구급차에 동승하여 피해자 남광현을 병원 응급실로 후송한 후 그 피해자를 병원에 인계하였다면 피고인이 사고 야기자로서 취하여야 할 구호의무는 모두 이행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대법원 1996. 4. 12. 선고96358 판결)

 

 구호조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고 본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1항 소정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 함은 사고 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므로, 사고 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다면, 사고 운전자가 사고현장을 이탈하기 전에 피해자에 대하여 자신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여 주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에 해당한다"(대법원 2002. 1. 11. 선고 20015369 판결).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사고 운전자가 그가 일으킨 교통사고로 상해를 입은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부근의 택시 기사에게 피해자를 병원으로 이송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경찰관이 온 후 병원으로 가겠다는 피해자의 거부로 피해자가 병원으로 이송되지 아니한 사이에 피해자의 신고를 받은 경찰관이 사고현장에 도착하였고, 피해자의 병원이송 및 경찰관의 사고현장 도착이전에 사고 운전자가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다면, 비록 그 후 피해자가 택시를 타고 병원에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운전자는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다고 할 것이어서, 설령 운전자가 사고현장을 이탈하기 전에 피해자의 동승자에게 자신의 신원을 알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는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4250 판결).

"5세의 여자아이인 피해자는 피고인 운전의 차량 좌측 앞 범퍼부위에 충격되어 도로상에 넘어져 울고 있었던 사실, 이 사건 사고로 인해 그 당시에도 피해자의 어깨부위에 멍이 들고 무릎에 긁힌 상처로 인해 악간의 피가 나고 있었던 사실, 피해자가 겁에 질려 사고 장소 부근의 집으로 뛰어 들어가자 피고인이 뒤쫓아 따라 갔으나 그곳에 있던 초등학교 6학년생인 피해자의 오빠 김경국에게는 이 사건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아니한 채 단지 피해자의 집 전화번호만을 확인하였으며, 그나마 피고인의 연락처 등은 전혀 남기지 않고 사고현장을 떠난 사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아버지인 김갑중과 이 사건 사고 후 2시간여가 경과되어 통화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이 비록 이 사건 사고 당시 피해자의 부상 정도 등을 확인한 후 이상이 없다고 판단하여 현장을 떠났다 할지라도, 사리분별력이 없는 어린아이를 충격한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의 부상 유무를 외관만으로 혹은 피해자의 언동만으로 임의로 판단하여서는 아니되고 피해자를 병원으로 후송하여 진단, 치료 및 후유증에 대한 대비 등 구호조치에 만전을 기하여야 하고, 또한 피고인의 연락처를 확실하게 남겨 교통사고 야기자가 누구인지를 피해자 측이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대법원 2003. 9. 5. 선고 20033773 판결)

"피고인은 이 사건 사고를 야기한 후 피해자를 병원으로 후송하였으나, 간호사인 정은주에게는 도로상에 쓰러진 피해자를 발견하고 후송하게 되었다고 말하였고, 정은주의 요구에 따라 자기의 성명을 밝혀 진료차트에 기재하게 한 사실,  정은주는 피해자를 응급실로 옮긴 후 이 사건 교통사고의 가해자가 피고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피고인이 운전하여 온 차량의 번호를 진료차트에 기재한 사실,  피고인이 정은주 등 병원측의 응급처치를 도우다가 아무런 말 없이 사라져 버리자 정은주가 경찰에 교통사고 신고를 한 사실,  한편 피고인은 병원 응급실에서 나가 사고차량을 운전하여 집으로 갔다가 사고 발생시로부터 4시간 경과 후에 경찰서에 출두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와 같이 피고인이 정은주에게 사고 야기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그의 요구에 따라 자기의 이름만 알려 주었을 뿐 그 외 연락처나 주소 등을 알려 주지 아니하였고, 사고신고도 정은주가 하였다면, 이러한 상황에서는 피고인이 이 사건 교통사고 야기 후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2187 판결).

"피고인은 무면허상태로 차량을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었고, 사고 직후 차에서 내려 넘어진 피해자를 일으켜 세우려고 하였으나 피해자의 일행이 피고인의 멱살을 잡고 뺨을 2대 때리자 이를 피하여 신분과 연락처도 밝히지 아니한 채 차량을 그대로 두고 사고현장을 떠났는데 당시 피해자의 일행이 피고인을 쫓아 오지는 않았으며, 피고인은 사고현장 부근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2차례 112에 신고전화를 하였으나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않고 '접촉사고, 주취자가 차량에 추돌 후 행패 중' 또는 '다이너스티 차량에 싸우던 사람들이 뛰어들어서 차를 그대로 두고 왔다'는 취지의 신고를 하였을 뿐이며, 전화를 한 후 경찰관들이 사고현장에 출동하는 것을 확인하지도 않고 그대로 귀가를 해 버린 사실을..., 사정이 이와 같다면, 피고인은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이 예정하고 있는 사고야기자로서 취하여야 할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였다고 할 수 없고..."(대법원 2002. 2. 22. 선고20014894 판결)

"...피고인이 교통사고를 낸 후 피해자들을 자신의 차량에 태우고 근처에 있는 병원으로 데리고 간 다음, 그 병원 접수창구 의자에 피해자들을 앉힌 후 접수직원에게 교통사고 피해자들이라고 말하고, 피해자들이 치료를 받기 위하여 의자에 앉아 대기하고 있는 사이에 병원 밖으로 나가 도주하였고, 피해자들의 상태는 2주 또는 3주의 치료를 요하는 뇌진탕, 염좌상 정도로 그 후 병원측의 안내로 치료를 받은 사안에서, 피고인은 피해자를 병원에 데리고 가기는 하였으나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이 예정하고 있는 사고야기자로서 취하여야 할 구호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였다고 할 수 없음은 물론 피해자나 그 밖의 누구에게도 자기의 신원을 밝히지 않고 도주함으로써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케 하였으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1항 소정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에 해당한다..." (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2475 판결).

"피고인이 1994. 11. 29. 22:00경 승용차를 운전하여 중앙선이 설치된 편도 1차선 도로 위를 진행하면서 앞에 정차하여 있던 버스를 앞지르기 위하여 중앙선을 침범하다가 때마침 반대방향에서 진행하여 오던 피해자 김성진이 운전하는 오토바이를 위 승용차의 좌측 앞부분으로 들이받은 사실, 위 교통사고 후 피고인이 위 사고장소를 지나가던 사람들과 함께 도로변의 언덕에 떨어져 있던 피해자를 끌어올려 마침 그 부근을 지나가던 택시에 태워 피해자를 병원으로 옮기도록 한 사실, 그 후 피고인이 경찰공무원인 자신의 신원이 밝혀지는 것을 꺼려 그 근처에서 몸을 숨기고 있으면서 관할파출소 순찰차가 그 곳에 나와 사고장소조사를 하고 철수하는 것을 지켜본 다음 귀가한 사실, 그 후 피고인이 처남인 이홍주에게 병원에 가서 피해자의 상태를 파악하게 하는 한편, 같은 날 22:30경 관할파출소에 신원을 밝히면서 사고신고를 한 사실... 사고 당시 피해자의 상태 등 모든 상황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사고장소를 지나가던 택시에 피해자를 태워 병원에 옮기도록 하고 사고장소를 이탈한 후 처남인 이홍주로 하여금 병원에 가서 피해자의 상태를 파악하게 한 것만으로는 피해자의 구호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사고장소를 이탈한 후 뒤늦게 관할파출소에 신원을 밝히면서 사고신고를 한 것은 이 사건 범죄 완성 후의 정황에 불과할 뿐..."(대법원 1997 11. 25. 선고 952844 판결).

"피고인이 사고를 일으킨 직후 차를 되돌려 현장에 접근하여 두 피해자들이 피를 흘리며 신음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는바, 비록 피고인이 체격이 작은 여자인 데 비하여 피해자들은 건장한 청년들이고 사고 일시 및 장소는 심야에 차량이나 인적의 통행이 드문 산속이라 혼자의 힘으로 구호조치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들에게 최소한의 응급조치를 하고 병원으로 후송하도록 하거나, 피해자들에게 고지한 후 현장을 떠나 즉시 경찰관서나 병원에 연락 또는 신고를 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대법원 1996. 12. 6. 선고 962407판결).

 

 분석

 

먼저, 대법원은  병원후송 등의 응급조치를 취하는 일,  경찰 등 사건관계자에게 신원을 밝히는 일을 사고운전자 등이 하여야 할 구호조치의 두 가지 내용으로 대별하고 있는 듯하다.

둘째, 응급조치의 정도에 관하여 사고의 내용 및 피해의 정도 등에 비례하여 적절히 강구되면 족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구호조치의 상대성'이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 구호조치는 사고운전자뿐만 아니라 사고운전자의 지배를 받는 자 내지 타인이 하여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이 때 '사고운전자의 지배를 받는 자'라는 의미는 간접정범에서의 인적 도구와 같은 정도의 개념은 아니고, '사고운전자를 대신하여 사고운전자의 지시사항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자' 정도로 해석하면 족할 것이다.

넷째, 구호조치의 내용 중 병원후송 및 119 신고 등의 응급조치를 주된 것으로, 경찰, 피해자 및 병원관계자들에게 사고운전자의 신원을 밝히는 행위를 2차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 대법원은 신원을 밝히는 행위가 구호조치의 한 내용임은 인정하면서도 사고운전자가 신원을 밝히는 것만으로는 구호조치가 이루어졌다고 인정하지 않으며 역시 구호조치의 본지에 부합하는 응급조치와 함께 신원확인 등이 존재하여야 비로소 구호조치가 이행되었다고 파악하고 있다.

 

. 도주

 

 개념

 

대법원은, "...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1항 소정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 함은 사고 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이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므로..."(대법원 2001. 1. 5. 선고 20002563 판결 등 참조)라고 판시함으로써 도주의 개념이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였다.

 

 도주와 구호조치와의 관련성

 

먼저, 도주운전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도주가 구호조치 이행 전에 이루어질 것을 요건으로 한다. 즉 사고운전자가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다 하더라도, 당시 이미 사고운전자 내지 타인에 의하여 구호조치가 이루어진 후였다면 도주운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특별히 구호조치라 평가할 수 있는 조치가 없었다 하더라도 사고운전자가 현장을 이탈하지 않았고, 현장이탈에 도주의 범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도주운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구호조치가 없었다고 무조건 도주운전죄는 성립하지 긍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경우 실제로 도조의 개념에 부합하는 현장이탈이 있었는지, 혹은 현장이탈이라 볼 수 있는 행동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이탈에 도주의 범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대법원 2001. 7. 13. 선고 20012615 판결).

 

 현장이탈

 

현장이탈은 말 그대로 사고현장 내지 구호장소에서 물리적으로 이동한 행위를 의미한다. 사고운전자가 피해자를 병원까지 호송하였으나 신원을 밝히지 않은 채 병원을 나가버린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이다[사고운전자가 병원을 나가기 전까지 경찰이나 병원관계자들에게 신원을 밝혔는지 여부는 도주운전죄의 성립에 있어 중요한 표지가 된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 2004. 3. 25. 선고 20038125 판결].

대법원은, "...사고 당시 피고인은 이 사건 교통사고가 비교적 경미하였고 피해자 스스로 몸은 괜찮다고 말하여 피고인은 피해자가 다쳤을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사고장소는 차량의 왕래가 많고 또 당시 피고인은 교사의 신분으로서 음주한 약점이 있어 피해자를 사고지점 전방에 있는 개화검문소를 지나 한적한 곳으로 유도하여 화해를 시도하려고 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히 있고, 한편 당시 사고지점 부근은 그 전방 도로공사 때문에 약 20여 대의 차량이 밀려 있었고 또 인근 주유소 주위가 차들로 붐벼 정차할 마땅한 장소가 없었고, 피고인 운전 차량이 개화검문소를 지나 한적한 곳을 찾아 공항 방향으로 진입하였지만 붐비는 차량들로 인하여 미처 정차하지 못하고 500 m를 계속 진행하게 됨으로써 사고현장에서 바로 정차하여 구호조치 등을 취하지 못한 사정도 엿보인다고 할 것이다..."라고 전제한 다음, "...그리고 만약 피고인이 그와 같은 경위로 피해자를 한적한 곳에 유도할 의사나 목적을 가지고 위에서 본 것처럼 피해자를 향하여 손짓을 하면서 따라오라고 하고, 이에 응하여 피해자도 피고인의 차가 먼저 빠져나갈 수 있도록 피고인의 차 뒤에서 다른 차량을 제지하여 주어, 피고인이 먼저 깜박이등을 켜고 시속 20-30km의 저속으로 피고인의 차를 운전하여 가고 피해자로 하여금 사고처리를 하기 위하여 피해차량을 운전하여 뛰따라오게 한 것이라면, 특가법 제5조의3이 규정하는 바의 "도주"의 의사가 있다거나 "도주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이 사고현장을 이탈한 사실만 가지고 도주한 것이라고 인정할 것이 아니라,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가 사고로 부상을 당하여 응급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는 것을 알고도 도주하려 한 것인지, 피고인이 사고 후 피해차량을 유도하는 행동을 한 것이 사실인지, 이것이 피고인이 변소하는 바와 같은 의사나 목적으로 한 것인지에 대하여 좀더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1998. 4. 10. 선고 98378 판결).

 

 도주의 범의

 

도주하려는 의사, , 구호조치의 필요성 있음을 알고도 현장을 떠난다는 의사가 있어야 한다. 도주의 범의가 인간 내면의 영역에 속하여 있기는 하나, 구호조치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사안에서 사고운전자가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다면 도주의 범의는 원칙적으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바. 교통사고가해자가 목격자행세를 하면서 인적사항을 남긴 경우 뺑소니인지 여부(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3도9124 판결)

 

 관련 규정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도주차량 운전자의 가중처벌)

 도로교통법 제2조에 규정된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의 교통으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해당 차량의 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도주하거나, 도주 후에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피해자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도로교통법 제54(사고발생 시의 조치)

 차의 운전 등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경우에는 그 차의 운전자나 그 밖의 승무원은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처벌의 특례)

 차의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268(업무상과실 · 중과실 치사상)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 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위 규정의 취지

 

단순 교통사고와 뺑소니 교통사고를 일으켜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다치게 한 경우에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에 따라 처벌받게 되고, 이와 같은 이른바 단순 교통사고에 대한 법정형은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그런데 교통사고를 일으켜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다치게 하고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한 경우,  뺑소니를 한 경우 에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에 따라 도주차량죄로 가중처벌받게 된다.

 

즉 피해자가 상해를 입은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게 된다.

 

이처럼 단순 교통사고인지 뺑소니인지에 따라 처벌 수위에 큰 차이가 있고, ‘도주로 인정할 것인지 에 대하여 대법원은 상세한 법리를 전개하고 있다.

 

 교통사고 후 도주의 의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1항에서 정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경우란 사고 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 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한다.

 

 운전자가 취하여야 할 조치는 사고의 내용과 피해의 정도 등 구체적 상황에 따라 적절히 강구되어야 하고 그 정도는 건전한 양식에 비추어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것으로서, 여기에는 피해자나 경찰관 등 교통사고와 관계있는 사람에게 사고 운전자의 신원을 밝히는 것도 포함된다.

 

 다만 위 규정은 자동차와 교통사고의 급증에 상응하는 건전하고 합리적인 교통질서가 확립되지 못한 현실에서 교통사고를 야기한 운전자가 사고로 사상을 당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하는 행위에 강한 윤리적 비난 가능성이 있음을 감안하여 이를 가중처벌함으로써 교통의 안전이라는 공공의 이익을 보호함과 아울러 교통사고로 사상을 당한 피해자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이라는 개인적 법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이라는 입법 취지와 보호법익에 비추어 볼 때, 사고 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정한 의무를 이행하기 전에 도주의 범의로써 사고현장을 이탈한 것인지를 판정할 때에는 사고의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상해 부위와 정도, 사고 운전자의 과실 정도, 사고 운전자와 피해자의 나이와 성별, 사고 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⑷ 위 판결의 판시내용

 

S 씨는 도주했다고 보기 어렵다. S 씨는 사고 직후 직접 119 신고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119 구급차가 K 씨를 후송한 후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현장 설명을 하고 자신의 인적사항과 연락처를 알려 준 다음에야 비로소 사고현장을 떠났는데, 그 후 자신의 신원과 연락처 및 운전 차량이 경찰에 의하여 이미 확보된 상태에서 목격자로 행세하며 진술조서를 작성한 지 불과 11시간 정도 후에 다시 경찰서에 출석하여 사고를 낸 사실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S 씨가 사고현장이나 경찰 조사과정에서 목격자 행세를 하고 피해자의 발견 경위에 관하여 사실과 다르게 진술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S 씨가 교통사고를 야기한 후 도주의 범의로써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한 것으로까지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S 씨는 뺑소니가 아니라 단순 교통사고로 처벌받게 된다.

 

 한편 뺑소니로 인정된 다른 사례도 있다.

 

사고차량 운전자인 K 씨가 사고현장에서 필요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20m 내지 30m 가 량 떨어진 곳에서 사고현장을 지켜보면서 현장에 함께 있던 G 씨를 사고차량의 운전자로 행세하게 하였고, G 씨는 피해자에게 자신이 사고차량의 운전자라고 말하였으나, 피해자가 가해차량의 운전자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고 항의하자 K 씨에게 연락하였을 뿐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안에서, 대법원은 K 씨가 피해자들에 대한 적절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타인으로 하여금 운전자로 행세하게 함으로써 교통사고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였으므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1항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 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하였다(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83668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