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3263

[가로수길에서 우연히 찾은 인도커리(Curry)와 탄두리(Tandoori)]【윤경변호사】

[가로수길에서 우연히 찾은 인도커리(Curry)와 탄두리(Tandoori)]【윤경변호사】 압구정 CGV에서 영화 ‘암살(Assassination, 2015)’을 보았다. 이런 역사시대물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다. 스토리도 좋지만, 그 시대배경을 알려주는 의상, 가구, 소품, 인테리어 등에 자꾸 눈이 간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영화관을 나오니 저녁 9시가 다 되어간다. 배가 고파 근처 가로수길로 무작정 향했다. 인터넷 검색하여 들어간 곳이 인도음식점 '비씨 다르떼(Vissi d'arte)'다.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에 나오는 아리아 “Vissi d'arte, vissi d'amore(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에서 따온 말이다. 하지만 허기진 나는 ‘예술에 살고(Vissi d'arte)..

[진짜 인생은 마흔부터 시작된다.]【윤경변호사】

[진짜 인생은 마흔부터 시작된다.]【윤경변호사】 남자는 ‘가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하고, 아내는 ‘아주 가끔’ 남편과의 결혼에 만족한다는 말이 있다. 사실 여자들이 결혼을 통해 바라는 것은 큰 것이 아니다. 남편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다는 느낌만 충족된다면, 속을 뒤집는 시댁의 비위를 얼마든지 맞출 수 있고 쥐꼬리만한 월급으로도 거뜬히 알뜰살뜰 살 수 있는 게 여자들이다. 그런 여자들을 변하게 하는 게 바로 남편의 무관심과 비난이다. 사랑만은 포기할 수 없는 여자들에게 내려지는 가장 큰 형벌이다. 대체 그 많고 아름답던 결혼 전 남자들의 공약과 다짐은 다 어디로 사라져 버렸단 말인가.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도록 호강시켜 주고, 너만 바라보고 살겠다던 다짐은 대체 누구에게 했던 것들인가? 물론 영화 ..

[또르의 남성성을 어찌할꺼나]【윤경변호사】

[또르의 남성성을 어찌할꺼나]【윤경변호사】 예전의 깜비는 여자임에도 까칠했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무섭게 대들고, 가족 이외에는 정(情)을 주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품에 안기는 일은 전혀 없었다. 또르는 남자다. 그런데도 애교덩어리에 엄청난 겁쟁이다. 여자라면 누구에게나 안긴다. 또르는 내가 부르면 달려와 배를 까보이면서 눕는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아직 아기임에도 불구하고 슬슬 꼬치가 보인다. 심지어 뽕알도 보이기 시작한다. 암놈을 키울 때는 전혀 몰랐는데, 수놈을 키우다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아이들이 어릴 때 성교육 문제로 고민한 적이 있다. 여섯 살짜리를 앉혀 놓고 황새가 아이를 물어다 준다는 거짓말을 하면서 식은 땀을 흘렸다. 아이가 고개를 갸우뚱하면 어쩔 수 없었다. 다리 ..

[성공을 이루는 것은 주어진 환경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자신의 태도에 달려 있다.]【윤경변호사】

[성공을 이루는 것은 주어진 환경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자신의 태도에 달려 있다.]【윤경변호사】 어느 심리학자가 여러 마리의 벼룩을 가지고 벼룩이 얼마나 높이 뛸 수 있는 지를 실험했다. 그는 이 실험을 모든 벼룩들이 20cm는 충분히 뛰어 오를 수 있으며 어떤 벼룩은 30cm까지도 뛰어오른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는 다시 가장 높이뛰기를 잘하는 벼룩들만 골라서 높이가 7-8cm에 불과한 유리병 안에 넣고 뚜껑을 닫아 놓았다. 그러자 벼룩들은 유리병 안에서도 제각기 뛰어오르는데 뚜껑에 부딪혀서 더 이상 뛰어오르지 못했다. 얼마 뒤에 심리학자는 이번에는 유리컵의 뚜껑을 벗겨 주었다. 그러면 벼룩들이 유리병 밖으로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웬일일까? 벼룩들은 뚜껑이 없어도 7-8cm 이상은 뛰어..

[일사불란한 개미들의 행진]【윤경변호사】

[일사불란한 개미들의 행진]【윤경변호사】 일사불란하고 체계적인 집단행동은 엄숙하고 멋져 보인다. 반면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기계적이고 반복적 행동은 단조롭고 지루하다. 창의적 본능을 억누르지 못하는, 자유롭고 싶은 자들의 억눌린 뇌 속에서는 개미들이 기어다닌다. 개미들이 줄을 지어 행진하네. 만세, 만세. 개미들이 줄을 지어 행진하네. 만세, 만세. 개미들이 줄을 지어 행진하네. 만세, 만세. 선두의 작은 놈이 멈춰서서 자기 엄지손가락을 빠네. 개미들이 모두 땅속으로 행진하네. 말썽을 피해서. 우르르 우르르 우르르 개미들이 줄을 지어 행진하네. 만세, 만세.

[난생 처음 가보는 동대문 DDP]【윤경변호사】

[난생 처음 가보는 동대문 DDP]【윤경변호사】 말로만 듣던 동대문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를 방문했다. 너무 크고 복잡해서 헤맸지만, 그래도 내가 상남자 아닌가. 지하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곳이 바로 ‘생활관’이다. 디자인이 예쁘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반영된 생활소품들이 가득하다. 몇 개 구입했다.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한 곳이다. 2층에 올라가니 360도 입체촬영을 해서 3D 프린터로 실물과 똑같은 ‘축소인형’을 만드는 곳이 있다. 매우 인상적이다. 다음 번 올 때는 ‘실물축소 가족인형’을 만들어야 겠다. ‘디올정신 전시회’와 ‘엔디워홀 전시회’가 있지만, 줄서서 입장하는 데만 30-40분 걸린다는 말을 듣고 일찌감치 포기했다. 복잡하고 붐비는 곳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DDP를 ..

[뜨겁고 답답했던 그 해 여름]【윤경변호사】

[뜨겁고 답답했던 그 해 여름]【윤경변호사 법무법인바른】 아침 운동을 다녀오니, 라디오에서 드뷔시(Debussy)의 ‘바다(La Mer)’가 흘러 나온다. 대학교 학창시절 어느 무더운 여름, 선물 받은 음악 테이프에 이 곡이 들어 있었다. 고상한 클래식 음악과는 거리가 멀었던 나에게 ‘바다(La Mer)’의 음율은 인상 깊게 다가 왔다. 무슨 클래식이 저토록 감미롭고 달콤하단 말인가. 하지만 그 때 ‘바다(La Mer)’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나에게 아름답고 달콤한 것들은 모두 떨쳐 내야할 유혹이었다. 모두가 날이 서있었을 때 였으니 말이다. 당시 시골에서 올라 온 나는 신념에 찬 어른인 것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열정적인 청년이었고, 많이 경직되어 있었다. 이런 감미로운 곡을 ..

[영혼을 일깨우는 책읽기]【윤경변호사】

[영혼을 일깨우는 책읽기]【윤경변호사】 젊은 시절에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고, 맨날 ‘술’이었다. 타락과 방황으로 점철되었다. 그런데 불혹은 힘이 있다. 불혹을 갓 넘기기 시작하면서 책 읽는 것에 재미를 붙였다. 조그만 방의 양쪽 벽면에 책장을 들였다. 그리고 다양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역사책을 읽고, 자기계발서를 읽더니 마침내 심리학 관련 책을 보고 철학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술을 마시거나 친구를 만나는 일이 줄고, 창고 같은 방은 마침내 책으로 가득찼다. 5년 전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 오면서 원하는 서재를 갖게 되었다. 서재는 책상과 의자와 책이 있는 나만의 공간이고, 음악과 커피향으로 채워진 카페다. 나만의 편안한 공간 안에서 조용한 음악도 듣고 차도 마신다. 그렇게 고요한 시간을 ..

[숲에서는 나도 숲이 된다.]【윤경변호사】

[숲에서는 나도 숲이 된다.]【윤경변호사 법무법인바른】 가끔은 숲길을 걷고 싶다. 숲과 사랑에 빠지면, 몸과 마음이 신선해진다.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가끔씩 ‘자연 다큐멘터리 방송’을 켜놓은 채 음악을 듣곤 한다. 밤하늘에 쏟아질 듯 빛나고 있는 수억만 개의 별들, 일출의 장관, 거대한 폭포, 울창한 숲!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그 아름다움을 가슴으로 느끼고 즐긴다. 일출이나 눈부신 자연의 경관을 본 것이 언제인가. 비록 TV 장면이지만 숨 막히는 장관이 눈 앞에 아무런 대가 없이 펼쳐져 있다. 상상력과 오감을 동원해서 타오르는 일몰의 순간을 보고, 싱싱한 나뭇잎의 신선한 향기를 맡고, 시원한 계곡물의 감촉을 최대한 느끼고, 곤충과 새들의 다양한 소리를 음미한다. 자연의 웅장함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

[왜 악당 영화는 현실적이지 못할까]【윤경변호사】

[왜 악당 영화는 현실적이지 못할까]【윤경변호사】 “총 내려놔! 안 그러면 여자를 죽일테다!” 이는 고전적인 악당 영화의 전형적인 대사다. 악당은 한쪽 팔로 여자를 감싸 안은 채 권총으로 위협하고 있고, 주인공 역시 손에 권총을 들고 악당 앞에 서 있다. 이때 영화의 주인공은 어떻게 할까? 예외 없이 권총을 내려 놓는다. 게임이론(Game Theory)에 의하면, 주인공은 가장 어리석은 선택을 한 것이다. 주인공은 악당에게 가장 위협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포기함으로써 자신의 목숨뿐만 아니라 여자의 목숨까지도 위험에 빠뜨렸다. 전형적인 게임이론(Game Theory)인데, 게임이론은 이미 수천 년 전 이솝우화에도 나타난다. 옛날 옛적에 수사자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이 이상한 수사자는 길을 지나가던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