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부모님 효도 여행은 그만 보내자.]【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4. 8. 4. 01:21
728x90

[부모님 효도 여행은 그만 보내자.]【윤경변호사】

 

휴가철이라서 처갓집 어른들 모시고 서래마을 야미깜퐁(Yummy Kampong)에서 식사를 마친 후 마사지를 받았다.

 

종전에는 여름 휴가철에 처남들이 번갈아 처가 어른들을 모시고 강원도 등으로 휴가를 가곤 했다.

그런데 의사 부부인 첫째 처남 가족은 현재 짐바브웨(Zimbabwe)에서 3년째 의료봉사활동을 하고 있고, 감사원 서기관인 둘째 처남과 고대병원 의사인 처남댁 역시 하바드(Harvard)대에 유학 중이기 때문에 맏사위인 나밖에는 처갓집 어른들을 모실 사람이 없다.

 

처갓집 어른들과 스스럼 없이 친해진 계기가 있다.

이집트, 일본, 중국, 마카오, 태국, 캄보디아 등 해외여행을 모시고 다닌 이후부터다.

추억과 경험을 함께 공유한다는 것이 이렇게 큰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그 때 처음 알았다.

 

9년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고 고향으로 차를 몰고 가는데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때 떠오른 아버지 얼굴은 ‘돌아가실 적의 늙으신 모습’이 아니라 ‘젊은 시절의 모습’이었다.

어린 시절 물놀이와 놀이공원을 갔던 추억, 시골장터에 갔던 기억, 초등학교 운동회의 기억 등에서 보았던 그때의 아버지 모습이었다.

아버지가 나에게 준 ‘추억 속의 모습’만 떠올랐다.

 

생각해 보니 나는 아버지에게 아무런 추억을 남겨 드리지 못했다.

대학 입학 후 서울로 상경함과 동시에 명절이나 생신 때 뵙는 것 외에 여행을 함께 한 적이 전혀 없었다.

성인이 된 이후 아버지와 함께 한 경험과 추억이 전혀 없는 것이다.

지금도 한이 맺힌다.

 

명절이나 생신 때 용돈이나 선물을 드리고, 식사를 같이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런 것만으로 추억이 생기지 않는다.

효도 여행을 시켜드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다.

 

단 한번 만이라도 함께 해외 여행을 해 봐라.

세대 간의 차이가 없어지고, 대화가 트인다.

전에는 장모님께서 사위를 아주 어려워 하셨는데, 여행을 함께 다녀온 후부터는 정말 친해지고, 서로의 마음을 공감하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도 내가 죽은 후 ‘제사’를 지내기 보다는

‘아빠와의 좋은 추억’을 기억해 주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