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창피했던 아버지]【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4. 10. 16.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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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피했던 아버지]【윤경변호사】

 

<아버지가 걷고 싶은 속도로 걸으세요. 제가 아버지에게 맞출께요.>

 

성공한 CEO인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있는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기가 창피하고 싫었다.

아버지는 심하게 다리를 절고, 키가 매우 작았다.

그가 아버지와 함께 길을 걸을 때면 아버지는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손으로 그의 팔을 붙잡았고,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힐끗거리며 쳐다보았다.

그는 원치 않은 주목을 받을 때마다 마음 속으로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런 아버지를 둔 것이 너무 부끄러웠다.

아버지는 그런 그의 기분을 알아채고는 마음이 괴로웠겠지만,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으셨다.

 

그가 아버지의 걸음걸이를 맞추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버지의 발은 절뚝거렸고, 그의 발은 성미가 급했다.

그리고 그 때문에 그는 걸어가면서 아버지와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하지만 길을 나설 때마다 아버지는 그에게 언제나 이렇게 말하곤 했다.

“네가 걷고 싶은 속도로 걸어라. 그럼 내가 너에게 보조를 맞추마.”

 

아버지는 지하철을 타고 직장에 다니셨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직장에 출근했다.

사나운 날씨는 아버지를 가장 힘들게 했다. 길이 눈이나 얼음으로 덮혀 있으면 아버지는 도움을 받아도 걷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런 날이면 아버지는 아이들이 타는 눈썰매 위에 앉았고, 그러면 그와 누나들이 썰매를 끌고 거리를 통과해 지하철 타는 곳까지 아버지를 모시고 갔다.

일단 그 곳에 도착하면 아버지는 양손으로 난간을 붙잡고 맨 아래 계단까지 내려갔다.

어른이 그런 수치심과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해선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인가.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할 때마다 그는 아버지의 용기에 놀랄 따름이다.

어쨌든 아버지는 그렇게 했다. 한 번도 괴로워 하거나 불평하지 않고서.

 

아버지는 자신을 동정 받아야 할 사람으로 말하는 법이 없었다.

또한 운 좋고 능력있는 사람들에 대한 조그마한 질투심도 나타낸 적이 없다.

사람들이 편견을 갖고 아버지를 대했지만, 아버지 스스로는 자신에 대한 편견이 없었다.

아버지가 다른 사람에게서 찾는 것은 오로지 ‘선한 마음’이었다.

그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것이 사람을 판단하는 좋은 기준이라고 믿게 되었다.

 

그가 군에 입대하여 휴가를 받아 집에 왔을 때 아버지는 사무실에 꼭 들르라고 말했다.

거기서 아버지는 그를 세워놓고 자랑스럽게 동료직원들에게 소개했다.

 

충만한 삶을 살았음을 만인에게 보여준 후 아버지는 요즘이라면 쉽게 치료할 수 있는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삶의 마지막 몇 달 동안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눈을 감으셨다.

60년 만에 처음으로 불편한 다리에서 오는 부담에서 벗어나 돌아올 수 없는 마지막 출근길을 떠난 것이다.

 

그는 자주 아버지를 생각한다. 어버이 날은 아니더라도.

아버지와 함께 걸을 때 같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했다는 걸 아버지는 알고 있었을까?

만일 아버지가 알고 있었다면, 그가 얼마나 그 일에 대해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고, 그가 얼마나 가치 없는 인간이며, 그가 얼마나 그 일을 후회하는지 아버지에게 말씀드리지 않은 것이 죄송할 따름이다.

 

그는 마음이 선하지 않을 때마다 아버지를 생각한다.

사소한 일로 불평하거나 다른 사람의 행운을 질투할 때도 아버지를 생각한다.

그럴 때마다 그는 균형을 잡기 위해 손으로 아버지의 팔을 잡고 이렇게 말한다.

“아버지가 걷고 싶은 속도로 걸으세요. 제가 아버지에게 맞출께요.”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이 약속 있는 첫 계명이니, 이는 네가 잘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는 활과 화살이다.

화살은 활이 많이 휘어질수록 멀리 날아간다.

활이 많이 휘어질수록 그 고통은 심하다.

활은 오직 화살을 멀리 날려 보내기 위해 그 고통을 참고 이겨낸다.

 

당신이 여기까지 온 것은 대견하다.

화살을 멀리 날려 보내기 위해 활이 휘어지는 고통을 참고 이겨낸 부모님 덕분이다.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이 약속 있는 첫 계명이니, 이는 네가 잘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 성경 말씀이다.

 

신은 세상의 모든 자식들에게 사랑을 다 베풀 수가 없어서 그 대신 ‘부모’를 만들었다.

자신의 삶을 희생하며 우리의 인생을 만들어 준 어머니와 아버지는 언제 어디서 떠올려도 항상 가슴이 아릿해지고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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