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정보나 아이디어를 숨기지 말고, 공개해 보라.]【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4. 12. 7.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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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나 아이디어를 숨기지 말고, 공개해 보라.]【윤경변호사】

 

나는 완벽한 정보공개주의자다.

법원 판사로 근무하는 동안 쓴 80여 편의 법률논문을 모두 파일형태로 공개하고, 누구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법원도서관에 아래한글 파일 형태로 무료 제공했다.

개인 블로그에도 모든 논문과 자료를 파일형태로 그대로 올려 놓았다.

 

사법연수원 교수시절에 모든 시험과목의 ‘기출 문제’를 공개하자고 제안했다가 다른 교수들로부터 ‘엄청난 비난과 욕설’을 받은 경험이 있다.

그 덕분에 사법연수원에서 지금은 ‘일부’ 시험과목의 ‘기출 문제’를 공개하고 있다.

 

어떤 분들과 사업 이야기를 하다 보면, 기대감만 잔뜩 올려 놓고 정작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를 물어 보면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이건 정말 너무 좋은 아이디어이기 때문입니다. 너무 많은 걸 말씀드리면 누군가 제 아이디어를 훔쳐 갈 수도 있거든요.”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도둑맞을까 꽁꽁 숨기는데 익숙하며 심지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들에게도 비밀로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사람들은 종종 나에게 법률적 조언을 구한다.

“자기 아이디어를 남들 모르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뭡니까?”

 

솔직히 말해 난 이 질문의 요지를 이해할 수 없다.

나는 좋은 정보나 아이디어를 어떻게 하면 ‘잘’ 그리고 ‘많이’ 퍼뜨릴 수 있을까 고민하지, 좋은 정보나 아이디어를 어떻게 하면 숨길 수 있을까 고민하지 않기 때문이다.

 

1998년에 ‘부동산경매’와 ‘가압류가처분’ 전담판사를 하면서 1년간 열심히 연구하고 정리한 100여 쪽의 업무용 자료를 파일형태로 법원 내부 전산망에 올린 적이 있다.

누구든 내가 1년간 업무처리를 하면서 겪은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뜻밖에 결과가 발생했다.

그 업무자료를 읽은 전국의 법원직원과 판사들이 나에게 여러 가지 사안과 쟁점에 대한 문의를 해 오기 시작했다.

전국 법원에서 발생하는 ‘모든 집행 관련 쟁점들’이 ‘단 한 사람’에게 집중되기 시작했다.

바로 나에게 모든 정보와 아이디어가 독점적으로 몰려 든 것이다.

1년 후인 1999년에 500쪽 분량의 책 두 권을 집필하여 발간하게 된다.

그리고 나는 졸지에 민사집행법의 전문가가 되었다.

이를 계기로 더 나아가 ‘법원실무제요(강제집행)’, ‘주석 민사집행법’의 원고 집필을 하게 된다.

 

여러분 중에는 자기 아이디어를 혼자만 비밀로 간직해서 성공을 거둔 사람이 있는가?

당신이 만나는 사람들이 스스로 인생을 계획할 생각은 갖지 않고 당신의 아이디어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과대망상에 가깝다.

 

귀중한 연구기술을 도용하고 아이디어를 훔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게 두려워서 작은 씨앗을 호주머니에만 담아둔다면 영영 꽃을 피울 수 없다.

 

‘이런 아이디어로 무언가 해 볼 생각이 있다’는 말은 성공에 필요한 요소 가운데 겨우 5% 정도의 비중도 되지 않는다.

성공의 나머지 95%는 실행에서 온다.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능숙하게 일을 처리하는 기술과 네트워크 구축, 자본력 등 여러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초창기 아이디어란 아무리 훌륭해도 여전히 미숙하다.

더 많이 얘기하고 토론할수록 아이디어는 점점 더 나아지고 구체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자기 머릿 속에서만 키우는 아이디어는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곧 시든다.

아이디어가 뛰어나다고 해서 감추기만 하면 지금 상태에서 더 이상 도약할 수 없게 되고 자신을 우물 안에 가둬버리는 셈이 된다.

 

유능한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유익한 정보와 아이디어를 아낌 없이 공개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 기술을 더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보며 자신도 한 걸음 더 성장한다.

그러니 자신의 아이디어를 숨기는데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그 대신 자신감을 갖고 부딪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