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선수의 돌출행동은 대회 규정을 준수한 것일까?]【윤경변호사】
아베 총리가 오는 4월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할 예정이라고 한다.
신사참배를 하는 그가 ‘과거사 문제’를 어떻게 언급할지 궁금하다.
오래 전 일본 선수가 올림픽 무대에서 ‘믿을 수 없는 행동’을 했다.
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제3회 올림픽 경기의 장대높이뛰기에서 관중들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장대높이뛰기는 선수가 폴(pole)을 쥐고 일정거리를 도움닫기 한 후 폴에 몸을 실어 공중으로 뛰어 올라 바(bar)를 넘는 경기다.
그런데 당시 일본선수 ‘사마요 후지’는 다른 선수들처럼 달리면서 도움닫기를 하지 않고 느긋하게 걸어와 박스(box)에 폴을 푹 찔러 꽂았다.
관중들은 그의 이상한 행동에 하나 같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일본 선수는 박스에 꽂은 폴 위를 두 손으로 기어 올라가기 시작하더니 폴 꼭대기에 이르자 가볍게 바를 넘어간 것이다.
세상에 이런 장대높이뛰기가 어디 있는가?
관중은 그의 경기 모습에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야유를 퍼부었다.
가장 난감한 사람은 심판이었다.
당시 대회 규정상 선수가 폴을 이용해 바를 넘기만 하면 성공한 것으로 간주했는데, 그의 돌출행동이 ‘규정상의 문구’ 자체를 위반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유별난 행동이 공정성을 벗어나 비합리적이라고 판단한 심판은 여러 차례 논의 끝에 결국 그의 점수를 무효 처리했다.
사마요 후지는 자신이 결코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으니 판정을 취소해 달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자 심판은 장대높이뛰기 대회규정에 한 가지 조항을 더 추가했는데, 선수는 반드시 ‘지정된 거리만큼 도움받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심판은 이 조항을 추가함으로써 더 이상 규정상의 허점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 웃지 못할 쇼”가 뒤이어 일어났다.
높이뛰기 두 번째 시도에서 사마요 후지는 충실하게 지정된 거리를 도움닫기 했다.
그런데 그대로 바를 넘을 줄 알았던 그는 전처럼 다시 폴을 박스에 꽂고는 보란 듯이 두 손으로 폴을 기어 올라가 가볍게 발을 넘었다.
그 자는 사람들에게 ‘두 번’이나 충격을 주고도 그의 얼굴엔 ‘미안함이나 부끄러운 기색’을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관중석은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고, 심판은 처음보다 더 어이 없는 얼굴로 그를 쳐다 봤다.
심판단은 다시 긴급회의를 소집한 끝에 그의 점수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정을 내렸다.
그리고 규정에 한 가지 조항을 더 추가했다.
아래 쪽 손이 위 쪽 손 위로, 위쪽 손은 더 이상 위로 이동이 불가하다는 조항이었다.
일본 선수 대표단은 심판의 위와 같은 판정에 다시 반발했지만, 한번 내린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일본 언론은 그의 파렴치한 돌출행동을 ‘신선하고 새로운 시도’라고 추켜 세웠다.
당신이 심판이라면, 어떤 판정을 내렸을까?
지금의 미국 의회는 올림픽 당시의 심판단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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