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고 싶은 ‘반구정(伴鷗亭)’, 흔적 없는 ‘압구정(狎鷗亭)’】《무슨 일이든 시작할 때 그것이 가야 할 길이라고 판단되면 옆을 보지 마라. 옳은 길은 진심의 마음으로 밤새 소복히 쌓인 하얀 눈길을 걷듯 조심조심 길을 내야한다. 걸어온 대로 보이고, 남긴 발자국대로 읽힌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파주에 가면 ‘반구정(伴鷗亭)’이란 정자가 있다.
정자 바로 옆에 유명한 장어구이집이 있어 오래 전 일산 사법연수원 교수와 의정부지방법원에서 법관으로 근무할 당시 가끔씩 찾던 곳이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지만, 장어 맛이 아주 일품이었다.
‘반구정(伴鷗亭)’이란 갈매기와 벗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같은 뜻을 가진 지명이 또 있다.
바로 강남의 ‘압구정(狎鷗亭)’이다.
반구정의 ‘반(伴)’과 압구정의 ‘압(狎)’은 둘 다 ‘벗한다’는 뜻이다.
두 정자 모두 정승을 지낸 사람이 낙향하여 갈매기를 벗 삼아 한가로이 여생을 보내기 위해 지은 정자다.
그런데 남아 있는 모습은 전혀 다르다.
반구정의 주인인 ‘황희 정승’과 압구정의 주인인 ‘한명회’의 발자취만큼이나 극명한 대조를 보여주고 있다.
압구정은 그 이름과는 달리 갈매기가 얼씬도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사라지고 흔적도 없다.
반면 반구정은 경기도 문화재로 지정되어 지금도 멋과 운치를 자랑한다.
두 사람 모두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이라는 영상의 자리에 올랐던 인물이지만, 한 사람은 청백리의 귀감으로 칭송되는가 하면 다른 사람은 재물과 권세를 탐닉했던 모신(謀臣)의 이름으로 역사에 남아 있다.
남아 있는 정자의 모습이 역사의 평가를 떠나 바라보는 후손들에게 범상치 않은 교훈을 준다.
눈길을 걸을 때 흐트러지게 걷지 말라.
그 발자국이 따라 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된다.
무슨 일이든 시작할 때 그것이 가야 할 길이라고 판단되면 옆을 보지 마라.
옳은 길은 진심의 마음으로 밤새 소복히 쌓인 하얀 눈길을 걷듯 조심조심 길을 내야한다.
걸어온 대로 보이고, 남긴 발자국대로 읽힌다.
산다는 것은 자신의 몸 속에 길을 내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 속에 아름다운 역사를 새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