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가보고 싶은 ‘반구정(伴鷗亭)’, 흔적 없는 ‘압구정(狎鷗亭)’】《무슨 일이든 시작할 때 그것이 가야 할 길이라고 판단되면 옆을 보지 마라. 옳은 길은 진심의 마음으로 밤새 소복히 쌓..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8. 21. 05:42
728x90

가보고 싶은 반구정(伴鷗亭)’, 흔적 없는 압구정(狎鷗亭)’】《무슨 일이든 시작할 때 그것이 가야 할 길이라고 판단되면 옆을 보지 마라. 옳은 길은 진심의 마음으로 밤새 소복히 쌓인 하얀 눈길을 걷듯 조심조심 길을 내야한다. 걸어온 대로 보이고, 남긴 발자국대로 읽힌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https://yklawyer.tistory.com/category/%EB%B3%80%ED%98%B8%EC%82%AC%20%EC%9C%A4%EA%B2%BD/%EC%88%98%ED%95%84

 

파주에 가면 반구정(伴鷗亭)’이란 정자가 있다.

정자 바로 옆에 유명한 장어구이집이 있어 오래 전 일산 사법연수원 교수와 의정부지방법원에서 법관으로 근무할 당시 가끔씩 찾던 곳이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지만, 장어 맛이 아주 일품이었다.

 

반구정(伴鷗亭)’이란 갈매기와 벗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같은 뜻을 가진 지명이 또 있다.

바로 강남의 압구정(狎鷗亭)’이다.

반구정의 ()’과 압구정의 ()’은 둘 다 벗한다는 뜻이다.

 

두 정자 모두 정승을 지낸 사람이 낙향하여 갈매기를 벗 삼아 한가로이 여생을 보내기 위해 지은 정자다.

그런데 남아 있는 모습은 전혀 다르다.

 

반구정의 주인인 황희 정승과 압구정의 주인인 한명회의 발자취만큼이나 극명한 대조를 보여주고 있다.

 

압구정은 그 이름과는 달리 갈매기가 얼씬도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사라지고 흔적도 없다.

반면 반구정은 경기도 문화재로 지정되어 지금도 멋과 운치를 자랑한다.

 

두 사람 모두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이라는 영상의 자리에 올랐던 인물이지만, 한 사람은 청백리의 귀감으로 칭송되는가 하면 다른 사람은 재물과 권세를 탐닉했던 모신(謀臣)의 이름으로 역사에 남아 있다.

 

남아 있는 정자의 모습이 역사의 평가를 떠나 바라보는 후손들에게 범상치 않은 교훈을 준다.

 

눈길을 걸을 때 흐트러지게 걷지 말라.

그 발자국이 따라 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된다.

 

무슨 일이든 시작할 때 그것이 가야 할 길이라고 판단되면 옆을 보지 마라.

옳은 길은 진심의 마음으로 밤새 소복히 쌓인 하얀 눈길을 걷듯 조심조심 길을 내야한다.

 

걸어온 대로 보이고, 남긴 발자국대로 읽힌다.

산다는 것은 자신의 몸 속에 길을 내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 속에 아름다운 역사를 새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