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생명, 그 따스함】《‘또르’가 움직일 때는 ‘솜뭉치 덩어리’ 하나가 굴러 다니는 것 같다. 어느 날 어린 생명이 부숭부숭하고 작은 털뭉치로 나에게 다가와 내 마음을 온통 사로 잡는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내가 집으로 돌아오면, 또르는 나에게 달려오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벌렁 누워 배를 까보인다.
내가 자기에게 와서 배를 쓰다듬으라는 것이다.
도도한 놈이다.
혼을 내면, 그냥 도망 가버린다.
어이가 없다.
도망가는 놈을 어떻게 혼내라는 말인가?
똥배짱이다.
맛있는 음식으로 훈련을 시키려고 하면, 몇 번 반응하다가 토라져 대응조차 하지 않는다.
이 놈이 나를 오히려 훈련시키고 있다.
건방진 놈이다.
그런데도 내가 서재 책상에 앉아 있으면, 내 발밑에 똬리를 틀고 조용히 엎드려 있다.
그러다 안아 주면, 내 얼굴을 맹렬하게 핥는다.
두 손으로 꼭 안으면, 새처럼 심장이 뛰는 두근거림이 그대로 전해 진다.
바닥에 내려 놓으면, 다시 안아달라고 머리를 내 손과 다리에 비벼댄다.
그 작은 털뭉치 생명을 끌어 안고 있으면, 작고 따스한 온기가 전해진다.
내 손과 얼굴을 핥는 또르의 혀를 통해 ‘작고 여린 따스함의 감촉’과 ‘생명의 온기’를 느낀다.
작은 생명체가 주는 귀엽고 사랑스러우며 애잔한 느낌 때문에 가끔은 눈물이 핑 돌아 나도 모르게 어두운 창 밖을 내다 본다.
‘또르’가 움직일 때는 ‘솜뭉치 덩어리’ 하나가 굴러 다니는 것 같다.
어느 날 어린 생명이 부숭부숭하고 작은 털뭉치로 나에게 다가와 내 마음을 온통 사로 잡는다.
그러다 ‘깜비’처럼 서둘러 떠날까봐 겁이 난다.
또르와의 이별이 두려워 벌써부터 망상에 빠진다.
‘으악, 안 돼. 데려 가지마.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
나도 모르게 녀석을 와락 껴안자, 또르가 켁켁 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