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ping Tom”(엿보는 탐)은 진실인가, 허구인가](윤경변호사)
코벤트리의 가혹하고 잔인한 영주, 레오프릭에게는 정반대 성격의 아름다운 부인이 있었다.
그녀가 바로 레이디 고다이바(Lady Godiva)다. 동명의 초콜릿도 있다(고다이바 초콜릿).
고다이바는 나날이 몰락해가는 농민들의 모습을 보고 남편에게 과중한 세금정책을 개선해 줄 것을 부탁한다.
백작은 아내의 말을 번번이 무시하다가 자꾸 조르는 아내에게 황당한 제안을 한다.
부인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나체로 말을 타고 마을 거리를 달리면 농민들의 소작료를 감면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고다이바는 남편이 내민 조건을 받아들였다. 이 일은 곧 코벤트리의 농민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하였다.
농민들은 그녀의 숭고한 뜻을 존중해 레이디 고다이바가 벌거벗고 마을을 도는 동안, 마을 사람 누구도 그녀의 몸을 보지 않기로 한 것이다.
마침내 레이디 고다이바가 벌거벗고 마을로 내려왔고, 레오프리는 약속을 지켰다.
고다이바가 실존인물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Tom이다.
킹스헤드 호텔에서 재단사로 근무하는 Tom이라는 미천한 젊은이가 아름다운 영주 부인의 나신이라는 매혹적인 말에 이끌려 마을 사람들과의 합의를 깨고 커튼을 슬쩍 들추어(셔터 구멍을 통해서 보았다는 말도 있다) 마을을 도는 벌거벗은 영주 부인을 훔쳐보았다.
Tom은 그 즉시 눈알이 빠져 죽었다기도 하고, 혹은 벼락을 맞아 죽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벼락 맞아 죽을 Tom!!!
그 이후 “peeping Tom”(엿보는 탐)은 관음증을 나타내는 관용구가 되었다.
그런데 1886년에 블록샘이란 자가 워릭셔 동물학·고고학 클럽에서 한 연설을 통해 “peeping Tom”의 존재를 부정하였다.
11세기 경의 코벤트리의 주택에는 창문이 없었고, 셔터 구멍도 없었다는 것이다.
누구 말이 맞는지는 모르지만,
우리의 일상사가 따분해 지는 것은 바로 블록샘 같은 자가 설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윌리암 쿠퍼의 “세계사에서 큰 일을 낸 인간들” 중에서 -
당시 벌거벗은 고다이바는 자신이 약속을 이행하였음을 입증할 만한 ‘증인’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누군가 보아주기를 바라면서 마을 한가운데서 서성거렸다.
그리고는 다시 말을 타고 큰길로 통하는 모든 골목을 하나 하나 지났다.
여전히 아무도 없었다.
다시 또 한번 더 돌려고 하자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 챈 늙은 말 이실노스가 더 이상 말을 듣지 않아, 방향을 틀어 집으로 향했다.
고다이바는 어떻게 입증을 하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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