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영화 “신세계”를 보고 - 사마천이 가진 의문점](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3. 6. 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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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세계”를 보고 - 사마천이 가진 의문점](윤경변호사)

 

<영화 “신세계”와 “범죄와의 전쟁”>

 

어제 영화 “신세계”를 보았다.

상영시간 내내 긴장감과 긴박감이 있었던 재미있는 영화임이 분명하다.

특히 황정민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그의 연기에 반했다.

 

“무간도”와 “대부”의 장면이 간간이 오버랩 되지만, 그래도 스토리는 탄탄하다.

 

순진한 경찰 공무원이 점차 악의 축으로 변신해 가면서 음모, 보복, 응징, 살인 등을 통해 거대 조직의 보스로 탄생하는 과정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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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느낌으로

작년에 본 “범죄와의 전쟁” 역시 나름대로 별점을 많이 주고 싶은 재미있는 영화였다.

 

비리세관공무원 최익현이 범죄조직에 발을 들여 놓으며 그에 적응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의 마지막을 보면, 최익현의 아들은 검사가 되어 있고 손주의 화려한 돌잔치에서 베란다에 나가 검사 아들의 어깨를 두드려 주는 엔딩장면이 나온다.

 

음모와 배신으로 점철된 인생을 산 사람의 “행복한 말로”이다.

 

위 영화의 배경 시점에

부산지방법원 형사합의부 우배석으로 근무하면서 ‘신칠성파’의 재판을 담당하였고, 위 영화의 모델이 된 조승식 수사검사가 당시 공판을 맡아 진행한 기억도 생생하기 때문에 위 영화에 또다른 애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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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영화에는 공통점이 있다.

 

권선징악이 아니다.

그 예외인 비극적 결말도 아니다.

 

오히려 둘 다 “악의 승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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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의 의문점>

 

마찬가지로 감명 깊고 재미있는 두 영화에 대하여 심각한 딴지를 걸고자 하는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저 종전에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에서 본 의문점이 떠올랐다.

 

왜 사람들은 오히려 “악의 승리”에 즐거워할까.

단지 ‘악’이 ‘악’을 응징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사람들이 이제는 불공평하고 불평등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인가.

 

# - 궁형을 선고받은 사마천 -

 

사마천은 한나라 조정에서 태사령(太史嶺)이란 벼슬에 있던 사마담의 아들로, 기원전 145년에 태어나 기원전 90년까지 56세를 살고 세상을 떠났다.

 

사마천은 38세 때인 기원전 108년(한 무제 시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3년 만에 아버지의 뒤를 이어 사관이 되어 역사서를 편찬하는 일에 종사하기 시작했다.

 

태사령에 임명된 지 10년째 되던 기원전 99년, 47세가 되던 그 해 뜻밖의 사건으로 사마천의 인생은 중대한 전환을 맞이한다.

 

이른바 '이릉 변호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훌륭한 인품의 소유자였던 명장 이광의 손자로 흉노 토벌에 빛나는 공을 세웠던 이릉이 중과부적(衆寡不敵)으로 어쩔 수 없이 흉노에 항복하자 조정 대신들은 일제히 이릉을 성토하고 나섰다.

 

불과 얼마 전 이릉의 승리에 환호하던 자들이 하루아침에 안면을 바꾼 것이다.

 

사마천은 있는 힘을 다해 이릉을 변호했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화가 난 무제 무제의 불편한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다.

화가 난 무제는 사마천을 옥에 가두었다.

 

이 소식을 들은 이릉이 조정으로부터의 처벌이 두려워 흉노에 투항하여 벼슬까지 받자 사태는 사마천에게 더욱 나쁘게 흘렀다.

 

사마천은 말할 수 없는 치욕을 감수하며 궁형(宫刑)을 자청하여 석방되었다.

“궁형(宫刑)”이란 남자의 생식기를 거세하는 형벌이다.

 

# - 사마천이 사기를 쓰게 된 이유 -

 

사마천이 친구 임안에게 보낸 편지에서 “모진 치욕을 당하기로는 궁형보다 더한 것이 없소이다. 내가 화를 누르고 울분을 삼키며 옥에 갇힌 까닭은 차마 다하지 못한 말을 후세에 남기기 위해서였소." 라고 고백했다.

 

사마천은 역사서의 저술을 통해 과거를 거울로 삼으라고 충고하고 싶었다.

정의의 편에 서서 인간과 세상을 관찰하고 통찰하고 비판하고자 했다.

백성의 소리에 귀를 귀울이지 않고 탐욕과 폭정을 일삼는 권력자는 반드시 망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 - 사마천이 가진 근본적인 의문점 -

 

그런데 사마천은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현상을 목격한다.

 

옳고 가치있는 인생을 추구한 정의로운 사람은 행복한 삶을 마쳤을까.

- 아니었다.

 

불의와 만행을 저지른 자가 항상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았을까.

- 역시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역사서를 쓰기 전에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였을까.

해결하였다면 어떻게 풀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