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골목이 속삭였다. “오세요, 두려워하지 말고.”】《나는 골목길을 또 걷는다. 조금은 낯설고 어색한 길 위에서 나이 들어 비로소 느낄 수 있는 새로운 나를 만난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나이가 들어 좋은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낯선 골목길이 걷다보면, 문득 운치 있게 느껴지고,
익숙하다는 이유로 외면했던 작은 가게들이
어느 날은 참 정겹고 따뜻하게 다가온다.
이발소나 철물점의 익숙한 간판,
세탁소나 정육점 안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사장님의 손,
그리고 조그만 책방이나 카페.
젊은 시절엔 바빠서, 또는 무심해서 지나쳤던 풍경들이
이제는 삶의 작은 선물처럼 다가온다.
요즘 나는 일부러 돌아간다.
늘 다니던 길 대신, 한 번도 걸어보지 않은 골목길을 선택한다.
그 길 끝엔 특별한 것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낯설다’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그곳을 걷는 그 순간의 나,
살짝 들떠 있고,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난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익숙함을 좋아한다.
익숙한 길, 익숙한 방식, 익숙한 하루.
그래서 변화는 쉽게 외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낯선 골목 앞에 서 본 사람은 안다.
삶에는 또 다른 방식의 행복이 있다는 걸.
그건 도전하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종류의 기쁨이다.
그 길이 기대만큼 아름답지 않더라도 괜찮다.
낯선 골목은 말한다.
"괜찮아요. 실망할 필요 없어요.
또 다른 골목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나는 또 걷는다.
조금은 낯설고 어색한 길 위에서
나이 들어 비로소 느낄 수 있는
새로운 나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