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같은 사건, 다른 생각】《남자 한 말은 단편이지만, 여자가 그 말에서 추측하는 내용은 200페이지 짜리 장편 추리소설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5. 5. 1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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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건, 다른 생각】《남자 한 말은 단편이지만, 여자가 그 말에서 추측하는 내용은 200페이지 짜리 장편 추리소설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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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한 마디는 단편소설이다.

여자가 그 한 마디로 만들어내는 것은 200페이지짜리 장편 추리소설이다.

 

남자 : "내일 나 약속 있어."

여자 (속으로) :

약속이 있다는 건 핑계야. 요즘 나한테 질린 거지.

어제 빨간 립스틱 바른 걸 보고 웃었던 것도, 귀여워서가 아니라 비웃은 거였어.

사실은 나보다 며칠 전에 같이 만났던 내 친구가 더 마음에 들었던 거야.

예의로 잘해준 척했지만, 마음이 간 거겠지.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약속은 계속될 거야.

그만하자는 얘기 아니야?

나더러 알아서 눈치 채라는 거잖아.

좋아, 기다려. 곧 알아듣게 해줄게.’

 

남자는 그저 "내일 약속 있어" 한 마디 했을 뿐인데,

여자의 머릿속에는 이미 수십 개의 가능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결말은? 대개 비극이다.

 

이쯤 되면, 남자들도 알아야 한다.

귀찮더라도 친절한 주석을 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예를 들면 이렇게.

"내일 나 약속 있어. (주석: 내일도 너를 보고 싶지만, 몇 년 만에 귀국한 친구를 만나는 거야. 금방 연락할게!)"

사소해 보이는 차이가 오해를 막고, 마음을 지켜준다.

 

같은 사건, 다른 생각

 

여자의 분주한 뇌

어제 저녁, 그는 어딘가 달랐다.

나는 친구들과 쇼핑하느라 집에 늦었고,

그는 그 일로 화가 난 것 같았다.

 

대화를 나누려 했지만, 분위기는 어색했다.

장소를 옮겨도 그는 여전히 무뚝뚝했고,

"내가 뭔가 잘못했나?" 물어도

"신경 쓸 일 아니다"라고만 했다.

 

나는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순간, 우리 관계가 끝나가는 걸 직감했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그는 말없이 TV를 봤고,

결국 나는 거실에 혼자 남았다.

 

나중에 그는 침실로 와서 조용히 나를 안아주었고, 우리는 사랑을 나눴다.

하지만 내 마음에는 계속 찜찜함이 남아 있었다.

그에게 다른 여자가 생긴 게 아닐까?’

결국 나는 베개를 적시며 울었다.

내 인생은 끝난 것만 같았다.

 

남자의 단순한 뇌

어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축구팀이 졌다.

종일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그녀와 따뜻한 사랑을 나눴다.

, 좋은 하루였다.

 

이처럼

남자는 '단순한 사실'을 말하고,

여자는 '복잡한 가능성'을 추리한다.

 

그래서 남자는 덧붙여 설명하는 법을 배우고,

여자는 가끔 단순하게 믿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렇게 조금씩,

서로의 세계를 이해해 나가는 것이

진짜 사랑이고,

진짜 동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