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아버지의 침묵】《진정한 위로는 이해와 공감이라는 땅 위에 피는 꽃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0. 6. 2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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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침묵】《진정한 위로는 이해와 공감이라는 땅 위에 피는 꽃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내가 아는 지인 중 40대 후반의 사업가 한 분이 계시다.

초창기에는 M&A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고, 그 후 부동산쪽으로 방향을 틀어 지금은 규모가 매우 큰 부동산개발 및 투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젊은 나이에 커다란 성공을 거두신 분이고, 지금도 부동산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우 겸손하면서도, 사업에 있어서는 매우 과감하고 두뇌 회전이 빠르신 분이다.

 

그런데 그 분도 사업 초기에는 힘든 일이 너무 많았고, 심각한 우울증에 걸린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때마다 한밤중에 혼자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어두컴컴한 둘레길이나 자락길을 걸으며 우울증을 달래곤 했단다.

 

그런데 그 분한테서 들은 이야기 중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일이 꼬이고 해결이 되지 않아 너무 힘들 때는 아버지를 찾아가서 소주를 함께 마시며 이야기를 했다.

고민되는 이야기를 아버지에게 몇 시간이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아버지는 단 한 번도 위로나 조언의 말을 그 분에게 한 적이 없었다.

그저 몇 시간이고 아들의 말을 듣기만 하였다.

그 분은 아버지에게 힘든 고민과 사연을 몇 시간 동안 혼자서 이야기하며 털어놓았고, 그러다가 결국 말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냈다고 한다.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아들이 고민을 상담해 오면, 해결책을 제시하는 조언을 하거나 하다 못해 위로의 말을 건넸을 것이다.

그런데 그 분의 아버지는 언제나 단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아들이 하는 말을 몇 시간이고 듣기만 했다.

 

우리는 통상 슬픔과 고통에 힘들어 하는 분에게 자신이 가진 경험과 지식을 총동원해 위로의 말을 건넨다.

상대방이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위로가 된 것처럼 느껴져 뿌듯함을 느끼고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집에 돌아간 상대방은 여전히 잠을 이루지 못하면서 새벽까지 눈물을 흘린다.

사실 위로의 말은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상대방에게 도움이 못되는 경우가 많다.

 

위로하려고 애쓴다고 위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진실한 위로는 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것이지 어설픈 조언을 건네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힘들고 고통받는 사람도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지 모른다.

그저 마음에 생긴 생채기가 아물 수 있도록 자신의 슬픔과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기를 바라는 것일 수 있다

 

슬프고 힘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어설픈 위로가 아니라 그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마음에 생긴 상처가 아물어야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있을테니 말이다.

 

아마도 그 사업가가 지금의 그 위치에 우뚝 서게 된 것도 지금은 소천하신 아버지의 공감 능력 때문일 것이다.

 

진정한 위로는 이해와 공감이라는 땅 위에 피는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