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쟁탈전】《환절기에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치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바야흐로 환절기다.
낮에는 무더위가 지배하지만, 새벽에는 찬바람이 북극의 강풍처럼 휘돌아 나간다.
가정에서의 권력을 독차지하는 자는 누구인가?
바로 이불을 독차지 하는 자이다.
이불의 통제권은 한 침대를 나눠 쓰는 사이에서 필요로 하는 파워(Power)를 손에 넣으려는 전쟁에 있어서의 최전방이다.
지금처럼 새벽 공기가 차가운 환절기에는 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또다시 독감에 걸리고 싶지 않은 절박감만 남게 된다.
침대 중간에서 꼭 껴안고 둘이 같이 있을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밤새 껴안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곧 둘 중 한 사람은 바깥 쪽으로 굴러가게 돼 있다.
장난치듯이 살짝 밀어서 굴러가는 쪽이 반드시 상대방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
이불 통제의 핵심은 어떻게 해서든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거다.
이불에 남는 공간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겨드랑이에 이불을 껴서 ‘꽉 끼는 침낭’처럼 만들면 된다.
그녀의 손이 당신의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는 순간 간지러움 때문에 ‘꽉 끼는 침낭’이 헐거워지게 된다.
그러니 이 상태가 오래 갈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자.
좀 더 필사적인 방법은 이불 호청에 달린 단추들을 이용하는 것이다.
단추가 있는 쪽이 당신 쪽으로 오도록 이불을 돌려 잠옷에 있는 단추 구멍에 이불 단추를 끼워 버리는 것이다.
우발적인 미끄럼을 방지해 줄 뿐 아니라, 그녀가 이불을 타이트(tight)하게 끼고 있는 경우 이불이 어디로 움직인다해도 당신은 이불에 매달려 있을 수 있다.
이불호청이 이불 속보다 더 클 때는 비열하고 부정한 방법을 쓸 수 있다.
이런 경우 이불호청에 이불이 없는 헐렁한 부분이 항상 있게 마련이다.
헐렁하게 비어 있는 부분으로 상대방을 덮어주고, 통통하게 속이 잘 채워진 부분은 당신이 덮는 것이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 일어나는 것은 이불쟁탈전에서 패배를 인정하는 일이다.
지금껏 애써 획득해 온 모든 이불과 따뜻한 공기는 순식간에 상대방에게 넘어간다.
침대로 돌아오면 당신에게는 속 빈 강정같이 헐렁한 이불보만 남겨져 있을 것이다.
그때는 비장의 카드인 “이불감기”를 써야 한다.
잠자기에 편안한 자세를 찾기 위해서는 수많은 미세한 신체적 조정이 필요하다.
상대가 이 신체적 조정을 위해 몸을 뒤척이는 동안 상대로부터 조금씩 이불을 잡아당겨 몸에다 감아버리면 된다.
조그맣게 한숨 쉬는 소리나 “우리 뽀뽀할까”같은 뜬금 없는 질문을 던져 이불감기 전술을 몰래 위장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그녀는 갑자기 느껴지는 오싹한 한기가 “뽀뽀”라는 단어에서 오는 신체적 반응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불감기의 비결은 그녀가 벌벌 떨고 있는 헐벗은 아기 쥐처럼 보일 때까지 작전을 멈추지 않는데 있다.
그녀가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모든 걸 용서해 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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