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또 찾아온 또르의 시련】《창밖에는 첫눈이 펄펄 내리는데, 하나도 기쁘지 않다. 세상이 온통 우울한 회색빛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0. 12. 13. 16:02
728x90

또 찾아온 또르의 시련】《창밖에는 첫눈이 펄펄 내리는데, 하나도 기쁘지 않다. 세상이 온통 우울한 회색빛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또르가 목욕과 미용을 하는 날이다.

미용 전에는 산책을 꼭 하는 데, 첫눈 때문에 산책로가 질퍽거려 나갈 수가 없다.

 

대신 미용 전 결석 초음파검사를 받기로 했다.

1년 전에 방광결석 수술을 받은 적이 있어 예방 차원에서 하는 정기점검이다.

 

병원을 향하는 차창 밖으로 오토바이가 지나가자 또르가 맹렬하게 짖어댄다.

그런데 동물병원 앞에 다다르자, 안고 있는 또르의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불안하고 겁에 질려 가슴이 쿵쾅거리나 보다.

 

잠시 기다리라는 간호사의 말에 의자에 앉았는데, 또르가 내 품 안에 파고들어 꼼짝도 않는다.

무언가 불안하고 겁이 나는 모양이다.

집에서는 도도하고 까칠한 놈인데, 밖에서나마 나에게 이렇게 쏙 안기고 기대주는 것이 정말 고맙기만 하다.

 

초음파검사를 마친 의사선생님이 충격적인 말을 꺼낸다.

또르에게 3.6mm 정도의 결석이 방광에서 보인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내 가슴이 두근거리고 벌렁거린다.

 

병원 창밖에는 첫눈이 펄펄 내리는데, 하나도 기쁘지 않다.

세상이 온통 우울한 회색빛이다.

 

소변볼 때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괜히 초음파검사를 받은 모양이다.

로봇애완견이면 아무 탈이 없을 텐데, 선천적으로 저질체력인 또르는 입도 짧고, 겁도 많고, 귓병도 잘 생기고, 탈개골 수술에 방광결석수술도 받았고, 대부분의 음식에 알러지 반응을 일으킨다.

 

오히려 내가 돌봐주지 않으면 단 1분도 생존하지 못할 나약한 존재라는 느낌 때문인지 또르에게 더 잘 해주고 싶다.

허약하고 결점이 많은 생명체인데도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다해 주고 싶다.

튼튼하고 아무런 병에도 걸리지 않는 로봇애완견이라면, 이런 사랑스런 감정이 덜 느껴질 것 같다.

 

결석을 녹이는 치료법이 필요하다.

또르야, 아빠가 아프지 않게 결석을 빼내 줄게.

미용을 마치고 나면, 더 힘껏 안아 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