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드 업 문제(Hold-up problem)】《헌신적인 남자친구를 여자가 우습게 보는 이유-관계 형성에 더 적극적인 쪽이 점점 불리해진다고?》〔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관계 형성에 더 적극적인 쪽이 점점 불리해진다’는 “홀드 업 문제(Hold-up problem)”라는 현상이 있다.
예를 들어보자.
철수와 영희는 애인관계이다.
그런데 둘이 사귄 지 몇 달이 지나자 영희가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사실 철수가 가지고 있는 차는 철수가 좋아하는 색인 빨강색인데 영희는 빨강색을 너무 싫어해서 철수의 차를 탈 때마다 기분이 나빠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철수가 영희에게 어떤 색을 원하느냐고 묻자 영희는 노란 바탕에 푸른 물방울무늬가 있는 차를 타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하였다.
철수는 영희를 사랑하므로 차를 노란 바탕에 푸른 물방울무늬의 것으로 바꾸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영희는 다시 철수의 직장이 지방이라서 주말밖에는 만나지 못하는 것이 불만이라고 이야기하였다.
철수는 현재 직장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행복하게 근무를 하고 있으며 무리해서 서울로 직장을 옮기면 지금보다 근무조건도 나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역시 영희를 사랑하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서울로 직장을 옮겼다.
그 이외에도 영희의 취향에 따라 철수는 기존의 자신의 옷도 다 버리고 자신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영희가 원하는 스타일의 옷을 입었다.
또 원래 철수는 등산을 좋아하지만 영희가 산을 싫어하고 대신 스쿠버 다이빙을 좋아해서 비싼 스쿠버 다이빙 장비를 구입하였다.
주위의 사람들도 요즘 세상에 철수 같은 헌신적인 남자친구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아 칭찬하였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철수의 정성에 감동한 영희는 철수에게 잘 해주고 철수는 자기 같은 남자친구는 세상에 없을 것이라고 큰 소리치며 살 수 있을까?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철수가 이렇게 영희를 위하여 자신의 물건들을 모두 바꾸어 버리면 둘 사이에서 철수의 발언권이 세지기는커녕 오히려 영희의 발언권이 세지기 때문이다.
이유는 사실 간단한데,
철수와 사귀면서 영희는 철수를 위하여 별로 자신의 생활이나 물품을 바꾼 것이 없다.
따라서 만일 철수와 헤어지게 되더라도 손해를 볼 것이 거의 없는 것이다.
반면 철수는 영희를 위해서 너무도 많은 것을 바꾼 상황이다.
다시 말해 철수는 영희를 위해 많은 투자를 하였는데 이런 것을 영희와의 ‘특정 관계를 위한 투자(relation specific investment)’라고 한다.
영희와의 관계가 아니었더라면 그렇게 이상한 색의 자동차를 구입하지도 않았고, 영희만 아니었더라면 자신이 행복하게 근무했던 지방의 직장에서 전근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철수의 입장에서 영희와의 관계가 무산되면 자신이 영희와의 관계를 지속시키려고 그 동안 해온 투자가 모두 물거품이 되면서 엄청난 손실을 입을 것이기 때문에 간절한 입장이 되게 된다.
사실 영희와 헤어지고 다시 다른 여자를 사귀려 할 때 노란 바탕에 푸른 물방울무늬와 같이 이상한 색의 차를 타고자 할 여성을 어디서 구하겠으며, 서울에 있기는 하지만 전망이 없는 회사를 다니는 철수를 좋아할 여성도 많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철수는 영희와 헤어지면 엄청난 투자 손해를 보는 것뿐 아니라, 이 잘못된 투자로 인해서 다른 여자를 사귀는 것도 힘들어지게 된 상태가 된다.
만일 여러분의 여자친구가 영희와 같이 여러분에게 요구를 해 온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는가?
당연히 그 답은,
“네가 내 와이프라도 되냐? 일단 나와 결혼해 주면, 차도 바꾸고 직장도 바꾸어주지”라고 대답해야 한다.
이렇듯 일반적으로 자신이 원해서가 아니라 어떤 특정 인물이나 기업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개선하기 위해서 특수하게 하는 투자를 앞서 말한 것처럼 특정 관계를 위한 투자라고 하며, 대부분의 경우 특정 관계를 위한 투자를 한 기업이나 개인이 이 투자를 한 후에 둘의 관계에서 그 입지가 불리해진다.
따라서 개인이나 기업으로서는 이런 특정 관계를 위한 투자를 꺼리게 되는데 이런 현상을 게임이론에서는 홀드 업 문제(hold-up problem)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