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을 더하며】《추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또르와 산책을 했다.
한적하고 조용하다.
산책을 마친 후 대학 시절 예전 하숙집 근처로 향했다.
289 버스종점 부근은 많이 변했지만, 흔적은 남아 있다.
하숙비가 송금되면, 싸구려 이발소에서 머리를 자른 후 만두가게에 들어가 사먹은 푸짐한 고기만두 맛이 그립다.
그때 다녔던 개천변의 허름한 다방과 맥주집, 순대볶음집도 그립다.
살던 하숙집은 찾지 못했다.
아마도 그 골목길은 차량이 지나지 못하는 좁은 길이 아니었나 싶다.
신림동 하숙촌이 너무 변해 예전의 모습은 자취를 감추었지만, 그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고 왠지 모를 그리움에 목이 멨다.
지금은 볼 수 없고, 만날 수 없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그래서 돌이킬 수 없는 모든 것들이 그립다.
어쩌면 지나간 모든 것들은 애틋하고 아름다운 기억이다.
지금은 당시 모습의 흔적조차 없지만, 나에게는 당시의 풍경이 바로 어제 일만 같다.
그립고 가슴 아린 그때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추억하는 일밖에 없다.
아따금 서재 한 구석에서 먼지만 풀석이는 낡은 가방을 꺼낼 때마다 나를 태운 추억의 기차는 자그락 거리며 침목을 밟고 간다.
그러나 이제는 기억하지 못한다.
주워온 돌들은 어느 강가에서 온 것인지, 기념품들은 어느 여행지에서 산 것인지, 곱게 말린 꽃들은 어느 들판에서 왔는지.
달고나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보고, 24색 왕자표 크레파스가 갖고 싶었던 시절은 어느 외딴 간이역의 빈자리에 남겨놓고 왔다.
외길로 뻗어 있는 기차레일을 보며 생각해 본다.
나는 혼자이고 이제 지나온 곳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지만, 예전의 추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