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부진정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의 의의와 효력 범위(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5도17936 판결)》〔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1. 판결의 요지 : 구 정치자금법 제6조 및 정치자금법 제45조 제1항에 대하여 선고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이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인지 여부(적극) 및 이때 법원은 당해 조항을 적용하여 공소가 제기된 피고사건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헌법재판소는 “구 정치자금법(2008. 2. 29. 법률 제8880호로 개정되고, 2010. 1. 25. 법률 제99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정치자금법(2010. 1. 25. 법률 제9975호로 개정된 것) 제6조 및 정치자금법(2008. 2. 29. 법률 제8880호로 개정된 것) 제45조 제1항 본문의 ‘이 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 중 제6조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각 조항 부분은 2017. 6. 30.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한다.”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였다. 이에 따라 2017. 6. 30. 법률 제14838호로 개정된 정치자금법 제6조 제1호로 “중앙당(중앙당창당준비위원회를 포함한다)”이 추가되어 정당도 정치자금을 기부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도 위 조항의 소급적용에 관한 경과규정은 두지 않았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이 규정하고 있지 않은 변형된 형태이지만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에 해당한다. 정치자금법 제45조 제1항은 구 정치자금법(헌법재판소에 의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이 선고된 조항을 의미함. 이하 ‘구 정치자금법’이라고 함) 제6조에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삼고 있어 구 정치자금법 제6조는 정치자금법 제45조 제1항과 결합하여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을 이루게 되므로, 위 조항들에 대하여 선고된 위 헌법불합치 결정은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 본문은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결정이 선고된 경우 그 조항이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이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 경우에 당해 조항을 적용하여 공소가 제기된 피고사건은 범죄로 되지 않은 때에 해당한다. 따라서 법원은 그 피고사건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
2. 사안의 개요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18호, 전보성 P.790-809 참조]
가. 정당후원회 제도 폐지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과 개선입법
2005. 8. 4. 법률 제7682호 정치자금법 부칙 제2조에 의하여 2006. 3. 13.을 기한 으로 정당후원회 제도가 폐지되었다(중앙당 및 시․도당의 후원회도 폐지되고 관련 규정도 폐지됨).
A당은 2006. 7.경 후원당원 제도를 신설하였다. 정당후원회 폐지로 후원금을 받을 수 없게 되자, 권리․의무가 없는 후원당원 제도를 만들어, 후원세액 공제사업 명목으로 후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헌법재판소는 2015. 12. 23. 정치자금법 제6조(금지조항), 제45조(처벌조항)에 대 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다. 그 내용은 정치자금법 제6조, 제45조 제1항 본문의 “‘이 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 중 제6조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2017. 6. 30.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고 선고하였다.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개선입법으로 그 시한 마지막 날인 2017. 6. 30. 법률 제14838호로 개정된 정치자금법이 공포됨으로써 정당후원회 제도가 부활하여, 정치자금법 제6조의 후원회 지정권자에서 중앙당 부분이 부활하였다.
나. 공소사실 요지
피고인은 B노총 산하의 갑 회사 노조지부 사무장을 맡고 있었다. 피고인은 2009. 12.경 노조조합원들을 상대로 홍보를 통해 조합원 132명으로부터 A당 후원당원 세액공제사업 명목으로 1인당 10만 원씩 급여에서 일괄 공제하는 방식으로 합계 1,320만 원을 모금․조성하고, 피고인의 계좌에서 A당 명의 계좌로 송금하였다.
이로써, 정치자금법에서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함(정치자금 부정수수, 법 제45조 제1항)과 동시에 단체와 관련된 자금을 정치자금으로 기부하였다(단체관련자금기부, 법 제45조 제2항 제5호, 제31조 제2항).
다. 소송의 경과
제1심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여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하였고, 항소심은 정치자금 부정수수 부분은 유죄로 인정하였으나 단체관련자금 기부부분은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여 제1심판결을 파기하면서 벌금 70만 원을 선고하였다. 이에 피고인과 검사가 모두 상고하였다.
라.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정치자금법 제45조 제1항에 대한 부진정 입법부작위를 이유로 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의 효력범위이다.
형벌조항에 대하여 이른바 잠정적용형 헌법불합치결정이 선고된 후 개선시한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졌으나 그 경과규정은 없는 경우, 헌법불합치결정의 소급효가 인정되는 병행 형사사건에서, 위 헌법불합치결정이 단순 위헌결정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고 판단하여 유죄 취지의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이다.
4. 정치자금법 제45조 제1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의 효력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18호, 전보성 P.790-809 참조]
가. 기존 판례의 적용 여부
처벌조항에 대하여 개정시한까지 잠정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의 효력에 관해서 대법원 2011. 6. 23. 선고 2008도7562 전원합의체 판결(야간옥외금지를 규정한 집시법의 헌법불합치 결정과 관련된 판결임. 이하 집시법 판결이라 함)은 형벌조항에 대하여 이른바 계속적용형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었는데도 헌법재판소가 개정시한으로 정한 기한을 도과하고 개선입법도 이루어지지 않은 사안에 관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선고된 경우 해당 형벌조항에 대하여 개선시한까지 잠정적용을 명한 경우에도 그 형벌조항은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게 되므로 법원은 형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은 계속적용형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었다는 점은 집시법 판결과 사안이 같으나 개정시한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집시법 판결과는 내용이 다르다는 점에서 집시법 판결을 이 사건에 원용할 수 있는지가 문제로 된다.
나. 처벌조항인 정치자금법 제45조 제1항 본문의 특이성으로 인한 문제
정치자금법 제45조 제1항의 구성요건은 ‘일반적 금지, 예외적 허용’으로 되어 있다.
헌법재판소 결정의 주문만을 고려하면, 정치자금법이 정하는 정치자금 기부방법인 ‘후원회’에 관한 제6조가 위헌으로 효력을 상실하여 후원회를 통한 기부나 후원금은 정치자금법에 근거규정이 없게 된다.
그렇다면 정치자금법 제45조 제1항 본문이 정하는 ‘이 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서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 결정 이유까지 고려하면, 정당에 후원금을 기부하는 행위나 기부받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국민과 정당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것이므로, ‘정당’에 후원금을 제공하거나 제공받는 행위는 정치자금 기부행위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이는, ① 헌법불합치 결정의 효력 범위를 판단할 때 주문 자체로만 판단할 것인지, 결정이유 중 관련 부분을 고려할 것인지의 문제와, ② 처벌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으로 처벌조항의 일부분(= 예외조항)이 효력을 상실한 경우, 나머지 처벌조항(= 금지조항)의 해석에 관한 문제로 볼 수도 있다.
한편 이 사건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에 따라 개선입법이 이루어져, 제6조에 당후원회가 다시 신설되었으므로, 신설규정의 적용 여부도 문제가 된다.
다. 집시법 판결을 원용할 수 있는지 여부
⑴ 집시법 판결
대법원은 집시법 판결 이전에 형벌규정에 대한 이른바 적용중지형 헌법불합치 결정을 단순위헌결정으로 해석하여 소급적으로 무효가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4도7111 판결, 학교보건법에 관한 사안이었음. 이하 학교보건법 판결이라 함].
집시법 판결도 형벌규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지만 계속적용형이어서 그 효력 의 해석이 문제가 되었다. 즉 장래 특정시점(개선시한)까지는 형벌 규정의 효력이 발생하므로 적용중지형과 달리 보아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집시법 판결은 즉시 위헌결정설의 입장에 선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⑵ 집시법 판결에 따른 해결
위와 같은 즉시 위헌결정설에 의하면, 잠정적용 또는 적용중지 여부, 개정시한 도과 여부에 관계없이, ‘헌법불합치 결정은 위헌결정이고 형벌조항에 관한 헌법불합치결정으로 당해 형벌조항은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다’라는 결론을 얻게 된다.
따라서 당해 형벌조항을 적용하여 유죄로 판단된 피고사건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 무죄라고 하여야 한다.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정치자금법이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기부한 점(정치자금부정수수)에 관하여, 당해 형벌조항인 정치자금법 제45조 제1항 본문 중 제6조에 관한 부분은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5. 개선입법에 따른 효과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18호, 전보성 P.790-809 참조]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2017. 6. 30. 정치자금법이 개정되어 제6조 제1호로써 “중앙당(중앙당창당준비위원회를 포함한다)”을 신설하면서 부칙에 경과규정을 두지 않았다.
이는 범죄 후의 법령개폐로 형이 폐지된 것(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 면소사유)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폐지’가 당초부터 헌법에 위배되어 효력이 없는 법령에 대한 것이었다면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의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의 무죄사유에 해당하는 것이지, 면소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는 것이 판례이다(대법원 2011. 6. 23. 선고 2008도7562 전원합의체 판결).
따라서 정치자금 부정수수 부분에 대하여 유죄 입장에 선다면 처벌조항이 위헌이 아니라는 전제이므로, 개선입법에 따라 정치자금 부정수수 부분에 대해서 면소 판결을 선고하여야 할 것이고, 반대로 무죄 입장에 선다면,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 4호의 적용이 없으므로 무죄판결을 하면 된다.
6. 대상판결의 내용 [이하 대법원판례해설 제118호, 전보성 P.790-809 참조]
대상판결은 형벌조항에 대하여 이른바 잠정적용형 헌법불합치 결정이 선고된 후 개선시한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졌으나 그 경과규정은 없는 경우, 헌법불합치결정의 소급효가 인정되는 병행 형사사건에서, 위 헌법불합치 결정이 단순 위헌결정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고 명시적으로 판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