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Spoiled Child 또르 길들이기】《앞으로는 또르와 침대에서 함께 자지 않고, 껴안지 않으며, 뽀뽀 등 무절제한 애정 표현을 삼갈 것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2. 10. 10.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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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iled Child 또르 길들이기】《앞으로는 또르와 침대에서 함께 자지 않고, 껴안지 않으며, 뽀뽀 등 무절제한 애정 표현을 삼갈 것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아침에 일어나니 하늘이 푸르고 구름 한점 없다.

날씨는 쌀쌀하지만, 또르와 산책하기에 좋은 날씨다.

 

또르야, 산책갈까?”, “또르야, 밥 먹을까?”라고 말하면, 또르가 흥분하면서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 단어의 뜻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음이 확실하다.

 

오늘따라 또르가 기분이 좋은지 저질체력답지 않게 잘 걷는다.

2시간 동안 걸었다.

중간 중간 여우비가 내린다.

우산을 샀더니 구름이 걷히고 하늘이 다시 맑아진다.

오늘은 호랑이가 장가가고, 여우가 시집가는 날인 모양이다.

 

또르가 이리저리 냄새를 맡고 뛰어다니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산책을 마치고 목욕을 했더니 또르에게서 좋은 냄새가 난다.

의자에 앉아 있는 나에게 달려와 놀아달라는 표정으로 내 다리를 툭툭 친다

그럴 때는 진짜로 귀엽고 사랑스럽다.

 

근데 내가 놀고 싶어 또르를 부르면, 이 녀석이 나에게 오지 않고 그냥 앉은 채 꼼짝하지 않고 살랑살랑 꼬리만 흔든다.

내가 직접 와서 자기를 쓰다듬으라는 것이다.

사랑에 굶주린 내가 어쩔 수 없이 먼저 다가가 배를 쓰다듬고 만져준다.

항상 아쉬운 쪽은 나니까 말이다.

 

아니꼬워 미치겠다.

또르의 버릇을 고칠 방법을 궁리해 냈다.

그래, 문제는 더 사랑하는 쪽이 불리한 거야.

 

앞으로는 또르와 같은 침대에서 함께 자지 않고, 껴안거나 무릎에 올려 놓지 않으며, 입에 뽀뽀를 하거나 배방구를 하는 등의 무절제한 애정 표현을 삼갈 것이다.

 

그런데 이놈을 보고 있노라면, 무관심한 척하기 어렵다.

일부러 외면하고 있으면, 이제는 슬슬 다가와 놀아달라고 몸을 비빈다.

 

응해주고 싶어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아악, 틀렸어. 난 못해. 그런 거 하려고 또르와 같이 사는 거라구.’

 

나도 모르게 또르를 와락 껴안고 데굴데굴 구르면서 쪽쪽쪽쪽뽀뽀 세례를 퍼붓는다.

난 결국 또르와의 밀당에서 패배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