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퍼스트가든】《삶에서 재미를 발견하려고 노력한다면, 그리고 열린 마음으로 그저 감탄하고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면, 세상은 즐거운 일들로만 가득 차게 되고 인생은 신나고 재미있어진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난 한적하고 조용한 곳을 매우 선호한다.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사람이 북적거리면, 발길을 돌린다.
맛있는 음식점도 예약이 안되거나, 기다리는 사람이 많으면 가지 않는다.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사실 이런 날이 오히려 산책을 하기 좋은 날이다.
대부분의 야외 산책길은 한적하고 조용하기 때문이다.
그 호젓함을 나 혼자만 누릴 수 있다.
파주 퍼스트가든으로 향했다.
처음 가보는 곳인데, 기대했던 것 이상이다.
걷는 내내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그럼에도 일단 호젓해서 너무 좋다.
사람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많은 꽃과 정원이 오롯이 나 혼자만의 것이다.
가을인데도 꽃들이 너무 예쁘다.
비 내리는 풍경과 어우러져 정말 운치가 있다.
만추의 숲이 마지막 향기를 뿜어내는 늦가을이나 하얀 눈이 소복히 쌓인 겨울에 꼭 다시 와보고 싶은 곳이다.
딱 내 취향이다.
가보지 않은 길을 서로 길동무 삼아 걸어가는 중에
꿈속 같은 풍경이 흐르듯 다가와 말을 걸면
파편처럼 흩어졌던 생각도 다시 모이고
잃었던 꿈도 다시 살아난다.
나무나 각종 조형물에 야간조명들이 설치되어 있는데, 밤에 오면 야경이 환상적일 것 같다.
할로윈데이나 눈 오는 겨울 저녁에 와서 입구에 있는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식사를 마친 후 야경을 보면, 천국이 따로 없을 것이다.
레스토랑 앞 숲속의 카페 “보스코&피안트(Bosco & Piante)”에 들러 커피 한잔을 했다.
너무 예쁜 카페다.
2층에 올라가니 한적한 분위기에 창밖으로는 숲이 보인다.
마음도 덩달아 느긋해지고 여유가 생기면서 포근해진다.
카페에서 내려다보는 전경이 평화롭고 조용하다.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은 사는 게 별로 재미가 없다고 말한다.
웬만한 일은 다 겪어 봤기에 호기심이 안 생긴다는 것이다.
먹고 싶은 것도 별로 없고, 하고 싶은 일도 별로 없다면서 뭐 신나는 일이 없냐고 묻는다.
하지만 세상에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은 평생 해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얼마나 많은가?
지금 이 순간 시커먼 비구름이 낀 하늘을 바라보면서도 ‘흐린 하늘의 분위기가 이렇게 운치 있을 수가!’하면서 감탄을 한다.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도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우리가 삶에서 재미를 발견하려고 노력한다면,
그리고 열린 마음으로 그저 감탄하고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면,
세상은 즐거운 일들로만 가득 차게 되고 인생은 신나고 재미있어진다.
인생과 연애를 하듯 살게 된다.
삶은 경험이지 이론이 아니다.
삶에는 해석이 필요 없다.
삶은 그냥 살아야 하고 경험해야 하고 누려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