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팥죽】《돌아가신 어머니 이상으로 많은 추억을 남겨주신 우리 장모님의 미소짓는 얼굴이 진한 아픔과 그리움으로 다가온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밤새 눈이 쏟아졌다.
지붕 위로 흰 눈이 소복히 쌓였다.
또 한 해가 지나간다.
내일이 동지다.
눈길이 미끄러울 텐데도 오늘 꼭 장모님이 다녀가실 것만 같다.
낙상이 염려스러워 거동하시지 마시라고 연락드리려 했으나 워낙 막무가내시니 차마 연락도 못드리겠다.
귀가해 보니 역시나 동지팥죽과 갈치조림, 굴전 등을 가져다 놓고 가셨다.
동지날에는 매년 한번도 빠짐없이 팥죽을 만들어가시고 오신다.
세상에 하고 싶은 일, 재미난 일, 먹고 싶은 일도 정말 많은데, 우리 장모님은 그저 자식들 입에 무언가 넣어 주는 것이 유일한 취미이신 모양이다.
당신의 안녕보다는 항상 자식들의 행복이 먼저이신 분이다.
무릎 관절염에 치아까지 좋지 않으신데도 말이다.
부모님은 이미 10여년 전에 돌아가셨다.
장인어른, 장모님마저 안 계시면 난 의지할 부모님이 더이상 없게 된다.
생각하기도 싫다.
장모님은 나에게는 돌아가신 어머니 이상으로 많은 추억을 남겨주셨다.
이제는 낳아주신 친어머니 이상이다.
신은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사랑을 다 베풀 수가 없어서 그 대신 어머니를 만들었다.
자신의 삶을 희생하며 내 인생을 만들어 준 어머니는 언제 어디서 떠올려도 항상 가슴이 아릿해지는 이름이다.
어머니라는 이름에는 ‘눈물’이 숨어 있다.
그 눈물이 있어, 영혼에 무지개가 있다.
매년 먹는 장모님의 동지팥죽이 식탁 위에 올라오지 않는 날이 언젠가 다가올 것이다.
그 생각을 하니, 장모님의 미소짓는 얼굴이 진한 아픔과 그리움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