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와 실종】《부재자의 재산관리, 실종선고》〔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부재와 실종> [이하 민법교안, 노재호 P.61-66 참조]
1. 부재자의 재산관리
가. 부재자 재산관리의 의의
⑴ 취지
부재자 재산관리제도의 취지는 부재자 재산관리인으로 하여금 부재자의 잔류재산을 본인의 이익과 더불어 사회경제적 이익을 기하고 나아가 잔존배우자와 상속인의 이익을 위하여 관리하게 하고 돌아올 부재자 본인 또는 그 상속인에게 관리해 온 재산 전부를 인계하도록 하는 데 있다.
⑵ 부재자의 개념
종래의 주소, 거소를 떠나서 당분간 돌아올 가망이 없는 자로서 그의 재산을 관리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자를 말한다.
⑶ 부재자 자신이 재산관리인을 둔 경우
위임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법원이 간섭할 수 없다. 다만 본인의 부재 중 재산관리인의 권한이 소멸하거나(제22조 제1항 2문) 부재자의 생사가 분명하지 아니한 때에는(제23조, 제24조 제3항, 제25조 2문, 제26조 제3항) 법원이 간섭한다.
나. 부재자 자신이 재산관리인을 두지 않은 경우
⑴ 법원의 재산관리에 필요한 처분 명령(제22조 제1항 1문)
대표적인 예로 재산관리인 선임이 있다.
⑵ 법원이 선임한 재산관리인
㈎ 부재자의 법정대리인
법원이 선임한 부재자 재산관리인은 법률에 규정된 사람의 청구에 따라 선임된 부재자의 법정대리인에 해당한다. 법원이 선임한 부재자 재산관리인이 그 관리대상인 부재자의 재산에 대한 범죄행위에 관하여 법원으로부터 고소권 행사에 관한 허가를 얻은 경우 부재자 재산관리인은 형사소송법 제225조 제1항에서 정한 법정대리인으로서 적법한 고소권자에 해당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1도2488 판결).
㈏ 권한
① 부재자 재산관리인의 권한은 원칙적으로 부재자의 재산에 대한 보존행위, 목적인 물건이나 권리의 성질을 변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그 이용 또는 개량하는 행위에 한정된다(제25조 1문, 제118조). 그러나 재산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 위 범위를 넘는 행위를 하는 것도 가능하고(제25조 1문), 여기에는 관리대상 재산에 관한 범죄행위에 대한 형사고소도 포함된다.
② 이를 위반한 법률행위는 무권대리행위가 된다. 법원의 허가는 기왕의 행위를 추인하는 방식으로도 가능하다. 부재자 재산관리인이 권한초과행위에 대하여 허가신청절차를 이행하기로 약정하고도 그 이행을 태만히 할 경우에는 상대방은 그 약정에 기초하여 재산관리인을 상대로 그 절차의 이행을 소구할 수 있다(대법원 2000. 12. 26. 선고 99다19278 판결; 대법원 2002. 1. 11. 선고 2001다41971 판결).
③ 한편 판례는 부재자가 법원의 허가를 받아 처분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것이 부재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면 무권대리행위가 된다고 하나(대법원 1976. 12. 21. 자 75마551 결정 : “법원이 선임한 부재자 재산관리인의 관리행위는 부재자를 위하여 그 재산을 보존, 이용, 개량하는 범위로 한정된다 할 것이고 위 범위를 넘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야 하는 처분행위에 있어서도 그 행위는 부재자를 위한 범위에 한정된다), 이 경우에는 유권대리지만 대리권남용 법리에 의하여 대리행위의 효과가 부정될 수 있는 것으로 이론을 구성하는 것이 타당하다.
㈐ 의무(제681조, 제24조 제1항, 제24조 제2항, 제26조 제1항)
㈑ 보수청구권 등(제26조 제2항, 제24조 제4항)
㈒ 종료 : 법원의 선임결정 취소로 종료된다. 이는 장래에 향해서만 효력이 있다.
다. 실종기간 만료 후 실종선고 전에 재산관리인이 부재자를 대리하여 한 법률행위
⑴ 실종선고가 내려지면 부재자는 실종기간이 만료한 때 사망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문제이다. 이 문제는 법원이 선임한 재산관리인의 경우와 부재자가 선임한 재산관리인의 경우를 나누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전자의 경우에는 법원에 의하여 선임결정이 취소되기까지는 재산관리인의 권한이 소멸하지 않기 때문에 재산관리인의 위와 같은 법률행위의 효과는 부재자의 상속인에게 미친다(대법원 1991. 11. 26. 선고 91다11810 판결 등). 즉 재산관리인이 부재자의 상속인을 대리하여 행위를 한 것으로 본다.
⑵ 후자의 경우에는 사망간주의 효과가 생긴 때, 즉 실종기간이 만료한 때 재산관리인의 권한이 소멸하기 때문에(제127조, 제690조) 재산관리인의 위와 같은 법률행위의 효과가 부재자의 상속인에게 미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지만 실종기간 만료 뒤에도 실종선고가 내려질 때까지는 부재자의 상속인이 현실적으로 재산을 관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재산관리인의 계속관리권을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제129조의 표현대리를 인정하거나 제691조를 적용(또는 유추적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재산관리인의 위와 같은 법률행위의 효과가 부재자의 상속인에게 미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2. 실종선고
가. 요건
⑴ 보통실종 : 부재자의 생사가 5년 동안 분명하지 아니한 경우
⑵ 특별실종 : ‘전지에 임한 자’, ‘침몰한 선박 중에 있던 자’, ‘추락한 항공기 중에 있던 자’, 그리고 ‘기타 사망의 원인이 될 위난을 당한 자’의 생사가 전쟁종지 후 또는 선박의 침몰, 항공기의 추락 기타 위난이 종료한 후 1년 동안 분명하지 아니한 경우. 여기서 ‘사망의 원인이 될 위난’이라고 함은 화재·홍수·지진·화산 폭발 등과 같이 일반적·객관적으로 사람의 생명에 명백한 위험을 야기하여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현저히 높은 외부적 사태 또는 상황을 가리킨다(대법원 2011. 1. 31. 자 2010스165 결정 : 甲이 해산물 채취를 위하여 잠수장비를 착용한 채 바다에 입수하였다가 부상하지 아니한 채 행방불명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사망의 원인이 될 위난’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한 사례).
나. 절차 (=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
실종선고는 부재자를 법률상 사망한 것으로 간주하게 하는 중대한 효과를 가지므로 실종선고를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이란 부재자의 법률상 사망으로 인하여 직접적으로 신분상 또는 경제상의 권리를 취득하거나 의무를 면하게 되는 사람만을 의미한다( 대법원 2015. 5. 29. 자 2015스36 결정).
다. 효과
⑴ 사망간주의 효과
① 실종선고를 받은 자는 실종기간이 만료한 때 사망한 것으로 본다(제28조).
그러나 절차의 명확성, 안정성이 중요시되는 소송절차와 관련해서는 다르게 취급된다. 예컨대 부재자의 재산관리인이 부재자의 대리인으로서 소를 제기하여 그 소송계속 중에 부재자에 대한 실종선고가 확정되어 그 소제기 이전에 부재자가 사망한 것으로 간주되는 경우에도, 실종선고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는 실종기간이 만료된 실종자라 하여도 소송상 당사자능력을 상실하는 것은 아니므로, 실종선고가 확정된 때에 소송절차가 중단되어 부재자의 상속인 등이 이를 수계할 수 있을 뿐이고, 위 소제기 자체가 소급하여 당사자능력이 없는 사망한 자가 제기한 것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7다11057 판결. 같은 이유에서 친생자관계존부 확인소송의 계속 중 피고에 대하여 실종선고가 확정된 경우 원고는 실종선고가 확정된 때로부터 6개월 이내에 검사로 하여금 사망한 피고의 지위를 수계하도록 신청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9. 4. 선고 2013므4201 판결)].
② 또한, 실종자를 당사자로 한 판결이 확정된 후에 실종선고가 확정되어 그 사망간주의 시점이 소제기 전으로 소급하는 경우에도 위 판결 자체가 소급하여 당사자능력이 없는 사망한 사람을 상대로 한 판결로서 무효가 된다고는 볼 수 없다(대법원 1992. 7. 14. 선고 92다2455 판결).
⑵ 사망간주의 범위
실종선고는 실종자의 ‘종래의 주소지 또는 거소지를 중심으로 한 사법상의 법률관계’를 종료시킬 뿐, 실종자의 권리능력을 박탈하는 제도는 아니다. 따라서 실종선고를 받은 자가 종래의 주소지와 다른 장소에서 실제로는 살아 있으며 법률관계를 맺고 있다면 그 법률관계는 유효하다.
라. 실종선고의 취소
실종선고가 취소되면 실종선고의 효과가 소급적으로 상실되어 상속 및 혼인 해소의 효과가 무효로 되는 것이 원칙이지만[실종선고의 취소가 있을 때에 실종의 선고를 직접원인으로 하여 재산을 취득한 자가 선의인 경우에는 그 받은 이익이 현존하는 한도에서 반환할 의무가 있고 악의인 경우에는 그 받은 이익에 이자를 붙여서 반환하고 손해가 있으면 이를 배상하여야 한다(제29조 제2항)], 실종선고 후 그 취소 전에 선의로 한 행위의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제29조 제1항 단서).
⑴ 혼인행위
① 후혼의 당사자 쌍방이 선의이면 전혼은 부활하지 않고 후혼은 그대로 유효하게 존속한다. 바꾸어 말하면 후혼의 당사자 일방 또는 쌍방이 악의이면 전혼이 부활하여 후혼은 중혼이 된다.
② 2012. 2. 10. 법률 제11299호로 제정되어 2012. 5. 11.부터 시행되는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 제7조 제1항도 같은 취지에서 “정전협정이 체결되기 전에 혼인하여 북한에 배우자를 둔 사람이 그 배우자에 대하여 실종선고를 받고 남한에서 다시 혼인을 한 경우에는 실종선고가 취소되더라도 전혼은 부활하지 아니한다.
다만, 혼인당사자의 일방 또는 쌍방이 실종선고 당시 북한에 있는 배우자의 생존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경우에는 전혼이 부활하여 중혼이 성립한다.”라고 규정하였다.
다만, 위 특례법은 장기간 지속된 후혼 배우자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하여 중혼의 취소 등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특례를 두고 있다.
◎ 제7조 제2항 : 제1항 단서의 사유로 중혼이 성립한 경우 그 취소 청구에 관하여는 제6조 제2항을 준용한다. 이 경우에는 민법 제816조 제1호와 제818조에도 불구하고 중혼을 사유로 혼인의 취소를 청구할 수 없다. 다만, 후혼(後婚) 배우자 쌍방 사이에 중혼취소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제7조 제3항 : 제1항 단서의 사유로 중혼이 성립한 경우로서 북한에 거주하는 전혼의 배우자도 다시 혼인을 한 경우에는 실종선고가 취소되더라도 전혼은 부활하지 아니한다.
⑵ 재산행위
예컨대 A가 실종선고를 받아 그 子 B가 재산을 상속하였고, 그 재산이 C, D에게 전전양도되었는데 그 뒤 실종선고가 취소된 경우, ① B, C, D 전원이 선의이어야 A의 소유권이 부활하지 않는다는 견해, ② B, C가 선의이면 C가 확정적으로 소유권을 취득하여 D의 선·악 불문하고 A의 소유권은 부활하지 않는다는 견해, ③ B의 선의 여부에 관계없이 C가 선의이면 C가 확정적으로 소유권을 취득하여 D의 선·악 불문하고 A의 소유권은 부활하지 않는다는 견해, ④ A의 소유권이 부활하는지 여부는 B, C, D 각각에 대하여 상대적으로(즉 악의인 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부활)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 등이 대립한다.
실종자의 이익과 거래 안전을 조화하기 위해서는 ②설이 가장 타당하다.
한편,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제3항은 “남북이산 후 이 법 공포일 전에 실종선고(부재선고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른 부재선고를 포함한다)를 받은 북한주민에 대하여 실종선고의 취소심판이 확정된 경우에는 민법 제29조 제1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그 실종선고의 취소는 이 법 공포일 전까지 한 행위와 이 법 공포일부터 실종선고 취소심판의 확정 전까지 선의로 한 행위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제3자 보호를 위하여 그 동안의 거래행위를 유효하게 하는 특례를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