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같은 구두 세 컬레]【윤경변호사】
<습관의 노예>
내 사무실 한 켠에는 갈아 신는 구두 세 컬레가 있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것은 세 컬레가 같은 브랜드의 동일 색상과 동일 디자인을 가진 구두라는 것이다.
벌써 6년째 신고 있는 구두들이다.
구두 닦기 위해 구두를 가지러 오는 아저씨나 우리 비서에게는 내가 아마도 ‘편집증적인 성격’이 있는 이상한 사람으로 비추어 졌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똑같은 옷(검정 터틀넥)만 입었다.
앙드레 김도 항상 흰색 옷만 입었다.
그들은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지만, 나는 그럴 이유가 전혀 없었다.
10여 년 전 편한 신발을 찾다가 우연히 ‘MBT(엠베테)’라는 신발을 접했다.
무릎에 충격이 덜 가고 발이 편해서 그 후 구두와 운동화를 모두 MBT로 바꾸었다.
이 회사가 8-9년 전 망했다.
내구성이나 디자인 등에서 경쟁력이 없어졌거나, 신기술로 무장한 업체에 뒤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그냥 이 브랜드만 고집했던 것이다.
망한 회사에서 새로운 신제품이 출시되지 않다 보니, 팔리지 않고 남은 같은 신발만 계속 구입해 신었다.
지금 내가 생각해도 ‘똑 같은 구두 세 컬레’를 번갈아 신는 내 정신 상태가 이상하게 느껴 진다.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어처구니 없는 습관의 노예가 되나 보다.
오늘 이 구두를 모두 퇴역시키기로 했다.
편집적인 습관의 노예에서 벗어나고 싶다.
구태의연한 습관이 참신한 발상과 새로운 시도를 막는다.
<다섯 연으로 된 짧은 자서전(Autobiography In Five Short Chapters)>
- 포르티아 넬슨(Portia Nelson) -
제 1 장
난 길을 걷고 있었다.
보도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그곳에 빠졌다.
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그 구멍에서 빠져나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제 2 장
난 길을 걷고 있었다.
보도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그걸 못 본 체했다.
난 다시 그곳에 빠졌다.
똑같은 자리에 또다시 빠진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그곳에서 빠져나오는 데 또다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제 3 장
난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
보도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미리 알아차렸지만 또다시 그곳에 빠졌다.
그건 이제 하나의 습관이 되었다.
난 비로소 눈을 떴다.
난 내가 어디 있는가를 알았다.
그건 내 잘못이었다.
난 얼른 그곳에서 나왔다.
제 4 장
내가 길을 걷고 있는데
보도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그 둘레로 돌아서 지나갔다.
제 5 장
난 이제 다른 길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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