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그 남자는 행간을 읽어 내는 능력이 없다.]【윤경변호사】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16. 2. 23.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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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행간을 읽어 내는 능력이 없다.]【윤경변호사】

 

그녀가 내 뱉는다.

“그걸 꼭 말로 해야 알아?”

 

여자는 간접화법을 좋아한다.

간접화법은 여자의 십팔번이고 이런저런 목적에 두루 쓰인다.

그것은 공격심, 대결, 불화 등을 피하게 해 줌으로서 원만한 인간관계를 구축해 주고 강한 유대의식을 느끼게 해 준다.

 

그러나 그 방식은 때때로 남자에게 통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그런 화법이 생소하기 때문이다.

 

날씨가 화창하고 산들바람이 부는 멋진 주말이다.

그는 그녀와 함께 장흥 유원지의 아름다운 계곡으로 드라이브를 나갔다.

길이 한적해지며 커브길이 나오자 그는 전방의 도로에 더 잘 집중하기 위해 라디오를 껐다.

그는 커브 길을 도는 것과 라디오를 듣는 것을 동시에 하질 못한다.

 

저 멀리 하얀 색의 예쁜 레스토랑이 보인다.

그녀가 말한다.

“커피 한잔 할래요?”

 

“아니, 지금은 생각 없어.”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음 속으로 그녀가 자상한 여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잠시 후 그는 그녀가 입을 꼭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아무 일도 없는 거지?”

 

그녀가 톡 쏘듯 말했다.

“아무 일도 없어요.”

“그럼 뭐가 문제야?”

그는 더욱 난처해 하며 물었다.

 

“당신은 그 하얀 집 앞에 차를 세우려 하지 않았잖아요!”

그녀는 콧방귀를 뀌며 경멸스럽다는 듯이 내뱉었다.

 

그는 그녀가 언제 차를 세우라고 말했는지 기억하려 애쓴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

 

그녀가 그에게 ‘커피 한 잔 할래요?’라고 물어 본 것은 사실 그녀가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제발 본론을 말하라구!”

이 말은 전 세계 방방곡곡의 남자들이 여자들을 향해 혼신의 힘을 다해 내지르는 말이다.

 

그녀가 “그걸 꼭 말로 해야 알아? 당신 멍청이야?”라고 물으면, 남자의 대답은 너무 간절하다.

“응, 나 바보인가봐. 그러니 제발 말 좀 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