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흔들리는가, 깃발이 흔들리는가?】《흔들리는 것은 깃발이 아니라 마음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위대한 투자자들에 관한 전기를 읽다 보면, 현재의 주가변동의 기술적 분석에 쓰이는 “캔들차트”의 고안자인 혼마 무네히사(本間宗久, 1717~1803)의 이야기 중 아래 일화가 나온다.
흔들리는 것은 시장이 아니라 마음이므로, 잇단 거래의 실패 역시 외부적인 요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는 예시로 자주 거론된다.
혼마 무네히사(本間宗久, 1717~1803)는 일본 에도시대에 쌀 거래로 일본 경제를 좌지우지했던 거상이다.
“사케다5법”의 창시자로서 전설적인 투자 명인 중 한 사람이다.
혼마 무네히사가 거래 초기, 거듭된 실패로 빈털터리가 되자 고향에 있는 산사로 들어간다.
어느 날 주지스님은 담 너머 펄럭이는 깃발을 가리키며 “자네는 저 깃발이 왜 흔들린다고 생각하나”라고 묻는다.
답을 알 길이 없던 혼마가 “바람이 불어대니 흔들리는 거죠”라고 건성으로 대답하자,
스님은 “저 깃발이 흔들리는 건 자네 맘이 흔들리기 때문이네”라고 말한 뒤 사라졌다.
결국 흔들리는 마음이 문제였다.
여기서 큰 깨달음을 얻은 혼마는 이후 투자에서 백전백승하며 ‘거래의 신’ ‘앉아서 천하를 움직이는 사람’으로 불리기 시작한다.
투자자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혼마의 투자원칙의 핵심이다.
“거래는 시작이 중요하다. 시작이 나쁘면 반드시 어긋나게 된다. 거래를 서둘러 진행시키지 말라. 서두르면 시작이 나쁜 것과 마찬가지다. 매수ㆍ매도 공히 오늘만큼 좋은 시장은 없다고 생각될 때 3일을 기다려라.”
“투자에 실패했다면 시장을 탓할 것이 아니라, 흔들리는 내 마음을 탓해야 한다. 거래가격이 폭락하거나 폭등하더라고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마음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혼마가 자신의 책(혼마비전)에서 언급한 위 에피소드는 중국의 혜능스님의 일화에도 나온다.
“바람이 흔들리는가, 깃발이 흔들리는가?”
중국 선종의 육대(六代) 조사(祖師)인 혜능(慧能, 638~713) 스님이 어느 날 중국 남부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 위치한 법성사(현재 광효사)에서 인종(印宗) 스님이 ‘열반경(涅槃經)’을 강의하고 있던 법회에 신분을 감추고 참석했다.
어느 날 사찰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보고 두 스님이 서로 논쟁을 했다.
한 스님은 “깃발이 움직인다”고 말하고, 다른 스님은 “바람이 움직인다”고 주장했다.
서로의 주장만이 오고갈 뿐, 논쟁은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이 때 혜능이 말한다.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닙니다. 그대들의 마음이 움직이고 있을 뿐입니다.”
두 스님은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위 내용은 무문관(無門關) 29칙 비풍비번(非風非幡)에 나오는 일화이다.
무문관은 중국 남송 중기 무문혜개(無門慧開, 1183~1260) 스님이 1228년 화두 48개를 뽑아 평을 하고 송을 붙여 만든 선문의 대표적인 지침서이다.
혼마 무네히사는 위 말을 투자의 세계에 적용하였지만, 비단 주식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삶의 영역에서 금과옥조(金科玉條)가 되는 귀중한 격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