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스는 것보다는 닳아 없어지는 게 낫다.】《행복은 유통기간이 짧은 신선식품이므로, 삶의 즐거움은 일상 곳곳에 숨어 있는 작은 행복들을 얼마나 자주 꺼내 먹느냐에 달려 있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내가 어릴 적 삼립식품에서 나온 단팥빵이 인기였다.
그런데 당시는 제조기술 미흡과 원가절감 때문인지, 빵 속에 있는 단팥의 양이 매우 적게 들어 있는데다가 골고루 퍼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한쪽에 몰려 있었다.
난 그 빵을 먹을 때마다 맛없는 빵 부분을 먼저 먹고, 맨 나중에 단팥을 먹었다.
그런데 친구들은 왜 맛있는 단팥부터 먹지 않느냐면서 날 놀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게 “마시멜로 효과”이다.
스탠포드 대학의 심리학자 미셸(W. Mischel)박사는 1966년에 만났던 653명의 네 살배기 꼬마들을 15년 후 십대가 된 다음에 다시 만났고, 1981년 “보상 미루기”라는 이름의 그 유명한 마시멜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오래 참은 아이일수록 가정이나 학교에서의 삶 전반에서 참지 못한 아이들보다 훨씬 우수했고, 모든 면에서 또래들에 비해 뛰어난 성취도를 보였다.
위 연구 결과는 젊은이들에게는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이든 지금 난 완전 정반대로 행동한다.
‘마시멜로 효과’ 따위는 쓰레기통에 일찌감치 던져버렸다.
냉장고 안에 과일이 있다.
아주 신선한 과일과 당장 먹어치우지 않으면 금방 상해버릴 것 같은 과일.
둘 중의 하나만 골라 먹어야 한다면, 예전의 나는 상태가 좋지 않은 과일을 골라서 상한 부분을 도려내고 먹는 사람이었다.
신선한 과일은 다음을 위해 미뤄둔 채.
그렇게 선택받지 못한 과일은 까맣게 잊힌 채 냉장고 안에 방치되곤 했다.
아 참, 집에 과일이 있었지?
뒤늦게 그 과일을 찾는 순간 내가 기억하는 그 탐스러운 과일은 어딘가를 도려내야 하는 과일이 되어 있었다.
이제 난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마구 사용하면서 즐긴다.
함부로 쓰다가 금방 망가지면 어떡하냐는 걱정을 들으면 한마디로 일축한다.
“아끼다 똥된다!”
어떤 분은 평소에는 마음에 안드는 평범한 옷만 걸치다가 마음에 드는 좋은 옷을 특별한 행사때만 입는다고 한다.
1년에 겨우 1-2번 말이다.
아무리 좋은 옷, 구두, 화장품, 향수도 시간의 흐름만으로 스스로 상한다.
마음에 드는 좋은 물건을 특별한 때에 쓰려고 아껴두었다가 유행이 지나가거나 유통기간을 넘긴 적이 얼마나 많은가.
무엇이든 가장 상태가 좋을 때 그리고 자신이 가장 원하는 순간에 소비하고 향유하는 게 그 물건이 가진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은퇴하고 나서 해외여행을 실컷 해야지’라거나 ‘지금은 오로지 열심히 일만하고, 나중에 경제력이 충분해 질 때 원하는 것을 마음껏 할거야’라고 생각한다면, 인생 역시 아끼다 똥 되는 것이다.
자신만을 위한 행복한 인생 소비는 끊임없이 반복되어야 한다.
소모를 해야 새롭고 즐거운 것들이 다시 당신의 안으로 들어온다.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거나 기회가 줄었다는 이유로 움츠러들며 쓰기를 주저하면 안 쓰는 물건처럼 인생도 곰팡이가 슨다.
녹스는 것보다는 닳아 없어지는 게 낫다.
인생의 아름다움은 아끼지 말고 즐길수록 풍성해진다.
인생도 순간마다 즐겁고 행복하게 사용하다보면 소모된 만큼 채워져 있는 것을 알게 된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행복을 적금처럼 나중에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오지 않을 수도 있는 미래의 행복을 위하여 현재의 행복을 조금씩 포기하곤 한다.
하지만 행복은 미룬다고 미룬 만큼 되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행복한 삶이란 마지막에 행복한 것이 아니라, 지금 자주 행복을 느끼는 삶이다.
행복을 미래로 밀어내지 말자.
행복은 유통기간이 짧은 신선식품이므로, 삶의 즐거움은 일상 곳곳에 숨어 있는 작은 행복들을 얼마나 자주 꺼내 먹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