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없이 보내는 시간의 힘】《그 멍한 시간이 우리에게 가장 따뜻한 위로가 되어줄지도 모른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난 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산다.”
한때는 이 말이 부끄러웠습니다.
성취욕으로 가득했던 젊은 시절, 빈둥거리는 시간은 곧 죄책감이었습니다.
그 시간에 더 노력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고, 멍하니 있는 건 게으름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다릅니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벤치에 앉아 있거나, 커피 한 잔을 들고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는 그 시간이… 너무나 좋고 편안합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1~2시간이 훌쩍 흘러가고, 그 속에서 나는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어느 날, 2시간 가까이 산책을 했습니다.
걷는 동안 머릿속은 텅 비어 있었죠.
오로지 감각만 또렷했습니다.
볼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 나뭇잎 타는 냄새…
걷고 있는데도 마치 조용히 앉아 명상을 하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생각 없는 평화’가 가장 선명하게 다가왔습니다.
사무실에서도 가끔, 아무 생각 없이 의자에 기대 먼 산을 멍하니 바라봅니다.
그런 나를 보고 누군가 묻습니다.
“지금 무슨 생각하세요? 또 무슨 전략을 짜는 중이세요?”
나는 대답하죠.
“아무 생각도 안 해요.”
그리고 속으로 덧붙입니다.
제발 그 말 좀 믿어줘요.
정말,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있으니까요.
일상 속 멍의 순간들, 그 느긋한 순간이 주는 선물이 있습니다.
웃어주는 친구의 얼굴에서 나는 우정을 느끼고,
다시 일어서는 누군가의 뒷모습에서 희망을 봅니다.
손자의 옹알이에 반응하는 할머니의 표정엔 사랑이 있고,
투박한 사투리 섞인 할아버지의 이야기에선 지혜가 묻어납니다.
이 모든 것들에는 말쑥한 정장도, 어려운 단어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순간’이면 충분합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생각에 잠겨 삽니다.
하지만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있는 시간'이야말로, 가장 깊이 나 자신을 만나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허락해보세요.
그 멍한 시간이 우리에게 가장 따뜻한 위로가 되어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