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의 생존무기, 또르】《잠자리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신공비법》[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요즘 같은 환절기에 독감에 걸리지 않으려면, 따뜻한 잠자리에서 충분한 숙면을 취해야 한다.
면역력을 유지하려면,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해야 한다.
침대 속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데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잠자고 있는 화산이 폭발하듯 뜨거운 사랑을 나눠 열을 발산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딱 30분 동안 효과가 진짜 좋지만, 그 30분이 지나고 나면 밤새도록 오들오들 떨어야 한다.
매우 위험한 방법이기도 하다.
갑자기 열이 났다 금방 식으면 견디기 힘든 한기가 느껴질 테니 말이다.
두 번째 방법은 갑옷보다 튼튼하고 보송보송하며 두툼한 잠옷을 입는 것이다.
첫 번째보다 훨씬 나은 방법이며, 추천할 만하다.
여자들은 넉넉하고 편안하다는 이유로 남자용 잠옷을 좋아한다.
잠깐 한눈만 팔아도 여자에게 잠옷을 빼앗기기 일쑤다.
사실 양모로 된 긴 여성용 나이트가운(night gown)은 따뜻함을 유지하는데 별 도움이 안된다.
밑에 아무런 깔개가 없는 텐트(tent)를 생각해 봐라.
이런 잠옷을 입으면, 잘못해서 두 바퀴만 돌아도 허리끈이 초강력 밧줄처럼 허리를 조이거나 반대로 끈이 풀어져 알몸으로 만들어 버린다는 점에서 매우 비실용적이다.
침대 속이 차가운 근본적인 이유는 여자들의 차디찬 발 때문이다.
과학적인 실험결과에 의하면, 여자들의 발은 냉장고보다 더 많은 한기를 발생시킨다는 사실이 증명되어 있다.
여자들의 발은 보온장판과 완전히 반대원리로 작동한다.
낮에는 하루 종일 토스트처럼 따끈따끈하다가 밤만 되면 차디찬 얼음덩어리로 변하는 것이다.
이러한 신체적 약점을 극복하고자 여자들은 침대 속에서 자신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두 가지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첫 번째는 가장 가까운 열 발생체 쪽으로 움직이는 자동열탐지 발이다.
이 열 발생체라 함은 다름 아닌 침대 옆에 누워 있는 남자다.
표준 여성의 발은 라면이 끓는 시간의 반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성인 남성의 몸에 발을 올려 놓고 그의 체열을 몽땅 흡수하여 고갈시킬 수 있다.
여자들이 쓰는 두 번째 기술은 이불감기다.
몸을 굴려 이불이 5겹 감길 때까지 계속 데굴데굴 구르는 것이다.
남자들 역시 저체온증으로 사망하지 않기 위해서 갖가지 기술을 개발시켜 왔다.
‘이불 아래로 당기기’, ‘이불 엎어쳐 끌어오기’, ‘안다리 걸어 이불감기’, ‘이불들어 말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골방에 혼자 자러 가기’ 기술까지 있다.
이불 속에서 안아 달라고 조르는 여자를 조심하자.
발 파고들기와 이불감기가 결합된 치명적인 기술이 들어 올 수 있다.
이 기술에 걸리면 남자는 단 몇 초 만에 차디찬 비바람에 노출된다.
이때가 바로 남자에게 두꺼운 잠옷이 필요한 때다.
물론 그 잠옷은 이미 여자가 입고 있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자신의 잠옷을 찾아오자.
이 잠옷을 되찾는 유일한 길은 첫머리에서 말한 ‘방법 1’로 돌아가는 것이다.
30분간 마음껏 화산을 분출하라.
하지만 이것도 젊은 남자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나에게는 누구도 갖지 못한 비장의 무기가 있다.
보송보송하고 따뜻한 솜뭉치 덩어리 또르 말이다.
또르를 베고 자면 너무 편하고, 가슴에 품고 자도 따뜻한 온기가 온 몸을 기분 좋게 감싼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편안한 이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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