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고문의 부활 - 전화 상담원](윤경변호사 법무법인바른)
고대 중국에는 효과 만점인 고문이 있었다.
사람을 형틀에 앉혀놓은 다음에 잠을 재우지 않은 채 정수리에 물을 한 방울씩 똑똑 떨어뜨린다.
며칠 동안 뜬 눈으로 물방울을 맞고 있으면, 아무리 의지가 굳은 사람이라도 머리에 구멍이 나는 것 같아 미치기 직전에 “네”라고 답하게 된다.
21세기에 이 고문이 다시 부활하였다.
‘상담원과의 전화 연결 기다리기.’
상담원들은 탁월한 능력을 지닌 고문기술자로서 철저한 교육을 받는다.
첫 번째 기본 원칙은 “전화를 즉각 받지 말아라.”
두 번째 기본 원칙은 “첫 번째 원칙을 항상 명심하라.”이다.
그렇지 않으면 고객들은 상담원들이 한가하게 고객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것은 매우 좋지 않다. 고객들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되기 때문이다.
오늘 품질 이상으로 콜센터에 전화를 하였다.
통화대기음악을 듣는 동안 ‘저항정신’을 단련시키기로 결심한다.
일부러 좋은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 ‘대기음악’을 따라 부른다.
“전화를 끊지 마십시오.”
간간히 흘러나오는 안내멘트는 인내심을 다시 흩뜨려 놓는다.
이제 와서 전화를 끊을 수는 없다. 조금만 더 기다리자. 조금만 더.
뒤에 서 있는 사람에게 뭐 좀 잠깐 갖고 올테니 자리 좀 지켜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아무도 없다.
다시 멘트가 나온다.
“귀한 전화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지 않고 기다려 주시면 다른 통화가 끝나는 대로 곧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강인한 저항정신도 마침내 무릎을 꿇었다.
‘수화기만 들어 주세요. 영혼을 넘겨 드릴께요.’
잔인한 고문의 후유증으로 머리가 아프고, 유난히 피곤한 하루다.
....
기다림이 고통스러운 것은 기다림에 ‘종속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기다림’은 ‘잔인한 종속의 노예’이다.
기다리게 한 사람의 시간은 기다린 사람의 시간보다 가치가 높다.
기다리게 한 사람은 기다린 사람의 시간을 좌우할 만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보다 우위의 입장에 선 인물이다.
즉 기다리게 한 사람은 유리하고, 기다린 사람은 심리적으로 불리하다는 심리적 도식이 성립된다.
‘기다림’이란 형벌을 받는 자의 내면의 눈금이다.
고통의 초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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