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윤경/수필

【스페인 화가 고야의 “죽음이 올 때까지”】《우리는 지금 살아있고, 이 글을 읽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누군가 갖지 못한 것을 누리고 있는 중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윤경 대표변호사 더리드(The Lead) 법률사무소 2023. 2. 2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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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화가 고야의 죽음이 올 때까지】《우리는 지금 살아있고, 이 글을 읽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누군가 갖지 못한 것을 누리고 있는 중이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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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평생 운동과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아 왔다.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근육 밖에 없었고, 숨쉬기 운동 외에는 하지 않았다.

광범위하고 다양한 독서가 내 인생을 바꾸었듯이, 지금은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이 내 삶에 새로운 자극제가 되고 있다.

 

요즘 상가에서 마주치는 영정사진 속의 망자는 구순을 훌쩍 넘은 경우가 많다.

우리가 이렇게 오래 그리고 건강하게 살게 될지에 대해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그렇게 우리는 해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통계를 실감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평균이란 낱말에 현혹되어서는 안된다.

평균에는 기준점을 중심으로 분산이 존재한다.

그래서 평균이란 말은 허상이고 거짓 위안일 때가 있다.

 

일찍 세상을 떠난 친구나 후배들이 한둘이 아니다.

세월호는 어린 학생들에게마저 바다의 수위를 입혔다.

이태원의 좁은 골목 속으로 팔랑거리며 흘러들었던 푸른 청춘들은 심장이 부서진 채로 들것에 실려 나왔다.

인생은 시내버스의 승객과 같아서 먼저 탔다고 반드시 먼저 내려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이른 나이에 세상과 작별한 사람들에게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평균 수명 90세라는 말은 모두에게 균등한 90세를 보장한다는 뜻이 아니다.

100세를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50세로 생을 하직하는 사람도 있다.

 

지금 건강하다고 해서 내일까지 살아 있으라는 법은 없다.

흔히 말하듯이 오늘 밤에라도 그분이 호출하면 따라나서야 하는 것이다.

염라대왕이 삼경(三更)에 부르면 오경(五更)까지 살 수 없다는 중국 속담도 우리에게는 생사를 결정할 주도권이 없음을 통찰한 어록이다.

 

스페인 화가 고야의 죽음이 올 때까지도 죽음의 불시성(不時性)을 성찰하게 하는 영감을 준다.

죽음의 사자가 바로 머리 뒤에 와 있는데도 주인공 여자는 외모를 치장하는 데 여념이 없다.

그녀의 외모로 보아 죽음의 문턱에 가까이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몸에는 다이아몬드 장식에 화려한 신부의 옷차림을 하고 있다.

시녀가 내미는 거울을 보면서도 자신의 현실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

저승사자는 빗자루로 이 여인을 단숨에 쳐내려 쓸어버릴 기세다.

 

피골이 상접한 노파가 신부의 옷차림을 하고 있는 것은 젊음의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우리도 그렇게 천년 만년 살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

그건 아주 오래된 꿈이다. 그리고 언젠가 꿈은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꿈은 우리의 몫이 아니다. 우리는 그 꿈의 수혜자가 될 가능성도 없다.

 

에피쿠로스가 말했다.

못 가진 것에 대한 욕망으로 가진 것을 망치지 말라. 지금 가진 것이 한때는 우리가 그토록 간절히 바라기만 했던 것 중 하나였다는 것도 기억하라.”

 

우리는 지금 살아 있고, 이 글을 읽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누군가 갖지 못한 것을 누리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