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 아프지 마세요.】《장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가야겠다. 따뜻한 나라의 리조트에서 맛있는 음식을 함께 하며 붉은 석양에 물들어 보고 싶다.》〔윤경 변호사 더리드(The Lead)〕
장모님께서 몸이 편찮으시다는 연락을 받았다.
몸 상태가 매우 안 좋고, 계속 배가 아프시다는 것이다.
병원에 다녀오셨는지 궁금해서 전화를 드렸더니, 내일 병원 검진 예약이 되었다는 것이다.
아픈 것이 많이 가라앉았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시지만, 연세가 많으신 탓에 근심과 걱정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장모님은 내게 있어 아주 특별하신 분이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번씩 반찬을 만들어 가지고 오신다.
무릎관절이 좋지 않아 걷기 힘드신 데도 은평뉴타운에서 전철을 타고 오신다.
힘드신데 그만 하시라고 해도 막무가내시다.
워낙 반찬 만드시는 솜씨가 일품이라서 백화점에서 사먹는 반찬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내가 죽을 때까지 장모님의 반찬 맛을 계속 보고 싶은데, 벌써 장모님 연세는 아흔을 바라보고 있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손맛처럼 장모님의 손맛도 추억 속으로 사라질까 두렵다.
장모님이 건강하게 살아계신 것 자체로 우리에게는 큰 의지가 된다.
언젠가 이 세상에 안 계실거라는 생각만해도 마음이 울컥한다.
장모님을 눈물 나게 그리워할 날이 올 것이다.
천개의 바람이 되어 항상 우리를 보살펴주실 것이라 믿는다.
장모님과 장인어른을 모시고 자주 식사를 하기는 하지만, 예전처럼 해외여행을 모시고 나가는 일이 뜸해진 것에 대해 후회가 남는다.
젊은 시절에 집사람은 일을 해야 해서 나 혼자서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모시고 여러 차례 해외여행을 다녀 왔다.
이집트, 일본, 중국, 캄보디아, 마카오, 태국 등 말이다.
지금은 장모님의 무릎관절이 좋지 않아서 해외여행은 무리다.
그저 좋은 추억으로만 남았다.
하지만 솔직히 핑계에 불과하다.
아무래도 나 혼자서 어른들을 모시고 해외여행을 가게 되면, 정말 많은 것이 신경쓰인다.
어른들 뒤치다꺼리를 하다보면, 힘들고 지치기도 한다.
물론 그만큼 좋은 추억도 많이 쌓이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제는 해외여행을 가게되면, 나만의 자유와 휴식을 누리고 싶다.
가끔은 사위와 딸들을 데리고 간다.
사위가 짐을 다들어주고, 바비큐 요리를 하고, 많은 것을 챙기기 때문에 나로서는 매우 편하다.
내가 예전에 어른들께 했던 대접을 이제는 누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해외여행 대신 장모님을 자주 식사를 모시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아직 처남들은 부모님을 모시고 해외여행을 다녀 온 경험이 없으니, 이제부터는 나보다 8-9년 젊은 우리 처남들이 내 역할을 대신 해줄 것이라 위안하곤 했다.
이 생각이 참으로 어리석었다.
이제부터라도 장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가야겠다.
따뜻한 나라의 리조트에서 맛있는 음식을 함께 하며 붉은 석양에 물들어 보고 싶다.
그러니 장모님, 저와 함께 떠나요.
‘사위 고마워’, ‘어머니 감사합니다.’
이런 닭살돋는 애정표현도 남발해가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보자고요.
그러니 아프지 말고 일어나세요.
비행기 퍼스트 클래스 한번 타보실래요?
침대처럼 활짝 펴진 의자에 누워서, ‘살아있기를 잘했다. 건강해지길 잘했다’를 속으로 외쳐보세요.
와인 잔을 힘껏 올리고, 사위와 짠, 건배 한번 해보실래요?